[인터뷰] 횟집 주인이 알려주는 생선회 모든 것

임대현 기자 | 기사입력 2016/04/15 [14:35]

[인터뷰] 횟집 주인이 알려주는 생선회 모든 것

임대현 기자 | 입력 : 2016/04/15 [14:35]
▲ 서울 서초구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손대근 씨의 회 써는 모습.  <사진=임대현 기자>

 

오징어 못 잡는 금어기 “손님들 잘 몰라 헛걸음”

봄 제철 횟감은 “도다리와 주꾸미 가장 맛있다”

 

오징어회가 써진 간판을 보고 들어간 가게에서 오징어가 없단 말이 나온다. 금어기라는데, 무슨 뜻일까? 우리가 쉽게 먹는 생선회에 비해 횟집은 복잡한 속사정이 많은 곳이었다. 신선한 생선을 고르는 법부터 맛있게 회를 먹는 것까지 횟집의 모든 것을 알아본다.

 

4월 한 달 동안 오징어를 잡는 것은 불법이다. 많은 사람이 이 사실을 모르고 오징어회를 먹으려 횟집을 찾아다닌다. 해양수산부는 어종의 보호를 위해 기간을 정해놓고 포획을 금지하는데, 이를 금어기라고 한다. 4월은 오징어 금어기이다. 생선회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서울 서초구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손대근(42)씨와 인터뷰를 가졌다. 손 씨는 “원래 수산집에선 오징어가 제일 싸고 잘 팔린다”면서 “요즘 오징어 금어기인지 모르고 찾아오는 손님이 많다”고 알려줬다.

 

그는 15년간 이곳저곳에서 식당일을 하며 요리를 배우다 일식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 최근 수산집 간판을 내건 그는 “값싸게 회를 먹을 수 있게 하려고 수산집을 차렸다”면서 “일반 횟집과 다르게 저렴하게 생선회를 파는 곳이 수산집이다”라고 설명했다.

 

손 씨는 계절별로 맛있는 생선회와 양식·자연산의 차이 등 횟집의 전반적인 정보를 알려주었다. 그는 “횟집 종류와 생선회를 기호에 맞게 선택하면 좋다”면서 “여름에 회를 먹을 때는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손대근 씨와의 일문일답.

 

-가게 이름에 오징어가 들어가 있는데, 왜 오징어를 못 팔고 있나?

 

▲손님들이 간판에 써져있는 오징어를 보고 가게에 들어왔다가 나가는 일이 자주 있다. 하지만 지금은 금어기라 팔 수 없다. 오징어는 다른 생선들과 달리 양식이 힘들다. 따라서 금어기 기간에 횟집에서 오징어를 주문할 수 없다. 이 기간에 오징어를 살 수 있거나 파는 곳은 대부분 중국에서 잡은 걸 급냉 시켜놓은 것이다. 국산도 값이 싼 시기에 많이 잡아 놓고 냉동시켜 파는 경우도 있다. 오징어는 난류성 어종이라 8~9월 동해안에 머물다가 10월 이후에는 따뜻한 남쪽으로 이동한다. 이 기간 동안 몸집이 가장 크고 맛이 좋다. 오징어의 제철은 가을인 것이다.

 

-계절별로 제철인 횟감이 따로 있나?

 

▲횟감 중에 봄철 대표 먹거리는 도다리와 주꾸미다. 이들이 봄에 살이 가장 잘 올라있고 맛이 좋다. 요즘은 양식이 많아져서 계절 개념이 뚜렷하지 않다. 날씨가 더워지는 여름에는 민어와 농어가 제철이고, 가을은 전어와 새우가 맛있다.

 

-여름엔 식중독 때문에 회 먹는 걸 피해야하는 게 아닌가?

 

▲여름마다 비브리오 패혈증 때문에 손님들이 생선회를 먹으면 탈날까봐 걱정한다. 수온이 올라가면 생기는 위험한 병이다. 그러나 일반 횟집은 수족관이 다 있고, 양식으로 키운 생선을 이용하기 때문에 걱정을 덜해도 된다. 바다처럼 수온이 기온 따라 오르는 곳에서 사는 생선을 먹었을 때 걸릴 가능성이 크다. 횟집은 수족관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여름에는 바깥의 온도가 올라가지만 수족관은 차갑게 유지한다. 양식업을 하는 곳도 대부분 온도를 관리한다. 때문에 여름에도 온도를 잘 관리하는 횟집에서는 비브리오 패혈증 같은 식중독은 걱정 안 해도 된다.

 

-양식이 자연산보다 좀 꺼려지는 심리가 있다. 아무래도 자연산이 더 좋지 않나?

 

▲예전보다 저렴한 횟집이 많이 생겨난 이유가 양식의 발달 때문이다. 과거엔 회가 자연산을 주로 쓰다보니 비쌀 수밖에 없었다. 일반 사람들은 무조건 자연산이 더 좋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양식은 일정한 먹이를 주고 온도도 잘 유지시켜 키운다. 관리를 잘 하기 때문에 양식을 먹으면 탈나는 일이 거의 없다. 게다가 자연산보다 살도 더 잘 올라서 양도 많다. 대신 자연산은 양식에서 키운 것보다 운동량이 많아서 쫀득한 맛이 더 좋다. 반대로 양식은 지방이 많고 기름지다. 참치 같은 경우는 양식을 더 선호하는데, 이유는 기름지고 살이 많기 때문이다.

 

-어떤 생선을 고르는 것이 신선한 회를 먹을 수 있는가?

 

▲눈이 맑고, 비닐이 선명하고, 수족관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물고기가 좋다. 그래야 신선한 물고기다. 활어차에서 가게 수족관으로 생선을 막 옮기면, 걔네들도 환경이 바뀌니깐 놀래서 자꾸 움직인다. 횟집에 가서 수족관 물고기를 보고 바쁘게 움직인다면, 이제 막 들어온 생선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다 물고기가 점점 움직임이 둔해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활동성이 떨어진다. 손님이 어떤 걸 먹고 싶은지 직접 선택할 수 있으니, 좋아 보이는 횟감을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회는 바로 먹어야 해서 불편한데, 오랫동안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손님들이 횟집에서 생선회를 포장해가면 상할까 걱정한다. 물론 바로 먹으면 탈이 없고 좋다. 하지만 바로 못 먹는다면 냉장고에 넣고 최대한 빨리 먹어야 한다. 참치의 경우 급냉을 해서 나오지만, 다른 생선들은 기름기가 적어 급냉을 해서 먹는 것이 불가능하다.

일본의 경우 하루전날 생선을 잡아 놓기도 한다. 일본 생선회의 특징인데, 이들은 잡아놓고 냉장고에서 숙성을 한다. 일반냉장고가 아닌 숙성용 냉장고가 따로 있다. 일반 가정집에선 숙성냉장고가 없어서 따라할 수 없지만, 김치냉장고에 보관한다면 비슷하게 즐길 수 있다. 이는 일본이 쫄깃한 맛을 위해서 쓰는 방법이다. 오래먹는 방법은 초절임을 하는 것이다. 이것도 일본에서 시작된 걸로 고등어 초절임은 한국에서도 많이 먹는 방식이다.

 

-횟집마다 가격이 다 달라 결정하기 힘든데, 가격은 어떻게 결정 되는 가?

 

▲횟집이란 개념은 일식에서 나왔다. 일본의 음식 중 대표적인 것이 생선회다. 그러다 일식집이 대부분 가격이 비싸고 회를 전문적으로 하지 않다보니 횟집이 생겼다. 횟집은 생선회를 주로 팔고 ‘스끼다시’라고 하는 회와 함께 즐기는 반찬들이나 부가요리가 많다. 그러다 생선회를 저렴하게 파는 곳인 수산집이 생겼다. 수산집은 일본에서 유례 됐는데, 부둣가 근처에 돗자리 깔아놓고 싸게 회를 팔던 가게들이 시초다. 쉽게 생각해서, 수산집은 요리보다 회를 저렴하게 팔기위한 곳이다. 이런 기준을 알면 가게 간판을 보고 대략적인 서비스와 가격을 알 수 있다.

 

-횟집을 차리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한가?

 

▲횟집을 운영하려면 수족관이 필수다. 횟감을 종류별로 넣어야하니깐 최소 6칸은 필요하다. 어패류와 생선 종류마다 수족관 안에 온도가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횟집들은 수족관을 2층이나 3층으로 만들고 칸을 나누어 온도를 유지한다. 우리는 수족관을 가게 앞에 하나두고 주방에 하나두어 모두 층과 칸을 나눠서 운영한다. 횟집에서 판매하는 어류가 많을수록 칸도 많이 필요하다.

생선회를 팔려면 회를 썰줄 알아야 하는 건 기본이다. 회는 써는 것은 그리 힘들지 않지만, 얇게 써는 것과 껍질을 벗기는 게 힘들다. 나도 세꼬시(뼈째 먹는 회)는 껍질을 벗기기 힘들어서 기계를 쓴다. 회를 얇게 썰어주는 기계도 있다.

회를 써는 것에 특별한 기술은 없지만 ‘마스까와’ 라는 게 있다. 도미 뼈를 발라내고 도미껍질에 끓는 물을 부어 순간적으로 익혀내는 걸 말한다. 이러면 껍질의 쫄깃함과 도미회의 탱탱한 식감을 살릴 수 있다.

 

-생선회와 어울리는 음식에 어떤 걸 추천하는가?

 

▲생선회 자체는 약간 비리기 때문에 매콤한 음식이 좋다. 생선회가 기름기가 없어서 튀김이나 생선구이 등 기름진 음식도 좋다. 매운탕이나 샐러드, 생선구이 등이 횟집에서 같이 나오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생선회는 먹을 때 소주를 많이 찾는다. 원래 회는 정종이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횟집을 운영하다보면 매실주가 잘 팔리는 걸 본다. 생선회와 매실주의 궁합도 좋지만, 일본사람들은 회에 있는 균을 예방하기 위해 매실주를 먹었다고 한다.

생선회를 먹는 기본은 와사비를 살짝 넣은 간장에 찍어 먹는 것이 가장 맛있고 보편적이다. 그 다음 초장을 많이 찾는다. 횟집의 초장이 맛있는 비결은 막걸리식초를 넣기 때문인데, 대부분의 가게에서 이를 이용한다. 초장이 맛있으면 야채와 미나리를 함께 버무린 회 무침도 추천한다. 더운 여름에는 얼음을 갈아 넣은 물회가 좋다. 입맛이 떨어지는 더운 날에 제격이다.

 

-횟집을 운영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든가?

 

▲요즘 횟집들이 원산지 표시 규정이 강화됨에 따라 운영이 힘들다. 손님들이 일본산이나 중국산을 쓰면 거부반응이 있기 때문이다. 원래 도미는 일본산이 맛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수입했다고 하면 다들 방사능 걱정을 많이 해서 안 먹으려 한다. 낙지도 중국산이 크고 살이 많다. 비싼 우리나라 것을 사기도 힘든데, 사람들은 중국산을 기피한다.

중국산과 한국산 낙지의 차이는 잡아당기면 안다. 중국산은 쭉 잡아당겨서 놓으면 손에 바로 착 붙지 않고 힘이 없다. 그러나 국산은 잡아당기자마자 바로 손에 붙으며 다리가 빠르게 움직인다. 멍게의 경우도 차이가 조금 있는데, 중국산은 향이 약하다. 멍게가 수입해 오며 배를 오래타서 향이 빠져나간다고 한다. 하지만 수산집들은 단가를 저렴하게 맞추기 위해 중국산을 쓸 수밖에 없다.

 

-요즘 자영업자들이 경기가 안 좋다며 푸념하는 데, 경기를 체감하고 있나?

 

▲경기가 확실히 작년보다 안 좋다. 요새는 선거철이라고 장사가 잘 안 되는 모양이다. 횟집들은 전어철인 가을에 잘 된다. 어느 횟집이나 가을에는 사람이 붐빈다. 횟집은 손님들이 자주 와서 회전이 잘돼야 한다. 그래야 수족관에 사다둔 횟감들을 신선할 때 바로바로 써먹는다. 그렇지 않으면 생선들이 오래되고 죽으면 버려야 해서 손해다. 여름엔 수족관에 냉각기가 돌아가고 겨울엔 히터봉을 켜서 전기세도 많이 나간다. 그렇게 안하면 온도 관리가 안돼서 생선이 금세 죽기 때문에 항상 고정비용이 들어간다. 선거도 끝났는데, 경기가 살아나서 장사가 잘됐으면 좋겠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목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관련기사목록
광고
스타화보
배우 서인국, 화보 공개! 섹시+시크+몽환美 장착
광고
사건人터뷰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