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을 움직이는 사람들 밀착 인터뷰 2]삼성전자 최고 ‘반도체 계측 전문가’ 양유신 마스터

“바이킹의 개척 정신으로 ‘나노미터의 세계’ 탐험 중"

정리/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6/05/17 [17:30]

[삼성을 움직이는 사람들 밀착 인터뷰 2]삼성전자 최고 ‘반도체 계측 전문가’ 양유신 마스터

“바이킹의 개척 정신으로 ‘나노미터의 세계’ 탐험 중"

정리/김혜연 기자 | 입력 : 2016/05/17 [17:30]

계측 전문가 주된 업무 중 하나는 반도체 메모리 극미세 공정에서 오류 잡아내는 것

10분 안에 얇은 판 꼼꼼히 훑어보고 20나노미터 수준의 '웨이퍼 내 결함' 찾아내야 

▲ 양 마스터는 최근 전자현미경을 활용, 반도체 패턴을 ‘시스루’ 콘셉트로 들여다볼 수 있는 특허를 획득했다.     © 사진출처=삼성전자 뉴스룸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연구개발(R&D) 분야 최고 전문가로 인정된 연구원 6명을 ‘마스터(Master)’로 선임했다. 마스터 제도는 사내 분야별 전문가들이 연구에 전념하면서 ‘기술부문 리더’로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삼성전자가 지난 2009년 도입한 프로그램. 2016년 1월 현재 신규 선임 인력을 포함, 총 58명의 마스터가 활동 중이다. 이번에 새로 선임된 마스터 6인은 △디지털TV 시스템 소프트웨어 △차세대 3D 디스플레이 △반도체 핵심 공정∙설비 분야 등에서 최첨단 기술 수준을 선도하며 업계 내 삼성전자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뉴스룸은 이들 신임 마스터를 차례로 만나 그들의 역할과 성과, 새해 포부 등을 듣고 독자에게 소개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그 두 번째 주인공은 메모리 극미세 공정 구현을 위한 계측 기술을 선도해온 계측 검사 전문가 양유신 마스터. 삼성전자 최고 ‘반도체 계측 전문가’로 통하는 그는 삼성전자 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계측 분야에서 현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면서 “바이킹의 개척정신으로 ‘나노미터 세계’ 탐험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양유신 마스터의 인터뷰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다저스 스타디움 객석에 앉아 경기장 전체를 10분 안에 스캔할 것, 투수 류현진이 던진 공의 방향과 목표 지점도 정확하게 찾을 것, 아울러 그 공의 어느 부분 실밥이 뜯어졌는지 알아맞힐 것.”

 

이게 무슨 ‘미션 임파서블’ 같은 소리냐고?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

 

“서울에서 대전까지 10분 내로 이동하는 도중 도로에 떨어진 100원짜리 동전을 발견하라!”

 

이쯤 되면 혹자는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 따위 난센스 퀴즈를 떠올릴 법도 하다. 그런데 놀라지 마시라. 삼성전자엔 실제 이 정도 수준의 문제를 다루는 인력이 존재한다. 양유신 마스터가 그중 한 명이다.

▲ 양유신 마스터는 30명가량 되는 팀원들과 수시로 회의를 열어 의견을 주고받는다.     © 사진출처=삼성전자 뉴스룸

 

최대 1000개 공정…단 하나의 결함도 없도록

지난해 말 삼성전자 신임 마스터가 된 양유신 마스터는 ‘계측 검사(Metrology & Inspection) 전문가’다. 그의 주된 업무 중 하나는 반도체 메모리 극미세 공정에서 오류를 잡아내는 일. 앞서 언급한 두 가지 ‘미션’은 그의 업무를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한 것이다.


“웨이퍼(Wafer, 집적 회로 제작에 쓰이는 실리콘 결정 소재의 얇은 판) 하나를 전부 점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대략 10분입니다. 그 시간 동안 찾아내야 하는 결함(Defect)의 크기는 20나노미터(㎚) 수준이에요. 아시겠지만 1나노미터는 1미터의 10억 분의 1이죠. 웨이퍼 한 장의 지름이 300밀리미터(㎜)이니 결함의 최소 몇 백만 배에 이르는 범위를 10분 내에 꼼꼼히 훑어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양 마스터에 따르면 ‘웨이퍼 내 결함’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기기는 고속현미경이다. 고속현미경으로 무수한 이미지를 찍어 빠르게, 또 정확하게 보면서 결함을 찾아내는 것. 언뜻 생각해도 간단찮은 작업이다. 하지만 반도체 생산 공정상의 오류를 줄여 품질 향상과 생산비 절감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인 만큼 그 중요성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단순히 웨이퍼 결함을 찾아내는 일 외에 초(超)정밀 차원의 메모리 공정이 제대로 수행될 수 있도록 하는 제반 작업이 그의 업무 영역에 포함된다.

 

반도체 제조의 기본 공정은 웨이퍼에 원하는 패턴을 투영, 에칭(Etching) 기법으로 파내어 완성하는 것이다. 설명은 간단해 보여도 (완성된 반도체의 적용 기기에 따라) 적게는 600가지, 많게는 1000가지 세부 공정을 거쳐야 한다. 이때 각각의 공정이 제대로 진행되는지 측정하는 기술을 ‘계측’이라 하고, 그게 바로 양유신 마스터의 전공 분야다.

 

“일단 패턴 단계에서 규격을 정밀하게 측정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제작돼 나온 웨이퍼가 규격에 맞게 만들어졌는지 살펴야 하죠. 쉴 새 없이 생산되는 웨이퍼가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검사하는 일도 여간 힘들지 않지만 극미세 공정에선 한층 더 고난도 기술이 요구됩니다. 두께가 ㎚ 수준인 웨이퍼의 불량 여부를 정확하게 점검하려면 0.01㎚ 수준까지의 정밀 측정은 필수죠.”

 

평면 계측 못잖게 중요한 게 3차원 계측이다. 웨이퍼를 층층이 쌓아올린 반도체가 속속들이 올바른 구조를 갖췄는지 정확하게 확인하는 게 관건. “힌트는 ‘빛’이에요. 웨이퍼에 빛을 넣어주면 구조에 따라 각기 다른 형태로 반사돼 나오거든요. 그 빛의 스펙트럼을 파동 방정식에 대입, 구조를 예측하는 거죠. 물론 그 계산을 수행하려면 엄청난 사양의 컴퓨터가 필요합니다.”

▲ 양유신 마스터는 2013년 당시 전동수 사장을 모시고 진행했던 ‘바이킹 프로젝트’의 기억을 되살려 ‘제2의 바이킹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 사진출처=삼성전자 뉴스룸

 

입사 후 출원한 계측 관련 특허만 ‘142건’

반도체 산업에서 계측 검사 기술은 핵심 축에 해당한다. 과학적·시스템적·기계적 방법론을 포괄하는 ‘융합기술의 정수(精髓)’이기도 하다. 실제로 계측 검사 시행 과정에선 △소재 △시뮬레이션 △광학 △이미지 프로세싱 △로봇 컨트롤 △통계학 △시스템공학 등 방대한 분야의 첨단 기술이 통합, 적용된다.

 

이를테면 앞서 언급한 ‘3차원 구조 계측을 위한 빛의 투사’엔 광학 기술이 적용됐다. 이 방식을 사용하면 제품을 절단하지 않고도 내부 상태를 쉽게 분석할 수 있다. 계측 시간 절감과 계측 과정 단순화에도 효과적이다.

 

광학 기술은 결함 검사 시에도 유용하게 쓰인다. 실제로 10분 내에 직경 300㎜짜리 웨이퍼 한 장에서 20㎚ 크기의 결함을 찾아내는 일은 서울에서 대전까지 이동하며 직경 2㎝가량의 동전을 발견하는 것, 혹은 폭 100미터 규모의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야구공 실밥 하나가 풀린 걸 찾아내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 정도로 어렵다. 이를 가능케 해주는 게 바로 고감도 NA(Numerical Aperture) 렌즈를 활용, 빛을 미세하게 조종하는 광학 기술이다. 여기에 판독이 용이한 디지털 이미지로 결과 값을 보여주는 알고리즘을 결합, 불가능해 보이는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반도체 계측 기술이 국내에선 아직 생소한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미국 등지에선 계측 장비만 전문으로 만드는 큰 회사가 성업 중일 정도로 발달한 분야예요. 물론 삼성전자가 계측 장비를 만드는 기업은 아니죠. 하지만 실제 반도체 제조 공정이 존재하고 그에 맞는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만큼 사실상 세계 최고 수준의 계측 장비 회사들과 경쟁하는 수준으로 뛰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실제로 저희 팀은 이 분야 특허도 많이 보유하고 있어요. 제가 동료들과 진행한 특허만 해도 출원된 게 142건, 등록된 게 75건쯤 됩니다.”

 

양유신 마스터가 가장 최근에 받은 특허의 명칭은 ‘고가속 SEM 기술을 이용한 리얼 패턴 얼라인먼트(Alignment) 측정 기술’이다. 여러 장의 웨이퍼를 층층이 쌓아 완성하는 반도체 메모리 칩 제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아래쪽에서부터 위쪽에 이르기까지 모든 패턴이 비뚤어지지 않고 정확하게 쌓아올려지는 것. 이제까진 광학 기술을 활용, 얼라인먼트 전용 패턴에 빛을 쏴 정렬 상태를 파악해왔다. 하지만 양 마스터가 받은 특허는 SEM(Scanning Electron Microscope), 즉 전자현미경이 강한 에너지로 전자를 리얼 패턴에 쏴 밑 부분까지 ‘투시(See Through)’할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별 좋아하던 소년, 반도체 전문가 ‘우뚝’

“반도체 쪽 일을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어렸을 땐 밤하늘 보는 걸 무척 좋아했어요. 제가 제주도 출신인데 여름밤 은하수를 보며 ‘어른이 되면 천체 물리를 연구해야겠다!’ 결심했었죠. 그래서 대학 전공도 물리학을 택했는데 막상 들어와보니 천체물리 말고도 재밌는 분야가 많더라고요.”(웃음)

 

물리학 중에서도 양 마스터의 전문 분야는 비선형광학(非線形光學)이다. 굳이 구분하자면 고체물리학과 광학의 중간 지점에 위치하는 학문이라고나 할까? 그런 의미에서 그의 업무 분야가 반도체란 사실은 절묘하다. 반도체 자체는 고체이지만 그걸 계측하려면 빛을 이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00년 2월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후 메모리사업부에서 16년째 계측 기술 한 우물만 파고 있는 그의 이력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양유신 마스터는 지난 2013년 당시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이었던 전동수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장(사장)과 함께 일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전동수 사장님은 늘 부원들을 향해 ‘반도체 기술 개발자들도 바이킹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바이킹’ 하면 ‘약탈을 일삼는 해적’ 이미지가 떠오른다는 분이 많죠. 하지만 사실 그들만 한 모험가가 없어요. 북극에서부터 열대지방에 이르기까지 보통 사람들은 감히 생각지 못했던 미지의 세계를 개척해나가는 이들이니까요.”

 

실제로 당시 메모리사업부원들은 전동수 사장의 지휘 아래 일명 ‘바이킹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5년 후 삼성전자 기술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그러기 위해선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점검하고 연구하는 게 골자였다.

 

“일단 기존에 보유 중이던 특허 현황부터 살펴야겠더라고요. 그래서 절 포함, 15명가량의 부원이 사내 특허팀과 머릴 맞대고 관련 특허 수십 만 건을 1년간 분석했습니다. 제조 현장을 찾아 향후 삼성전자에 필요한 기술과 관련, 내부 의견도 청취했죠. 그 과정을 거쳐 남아있는 블루오션을 찾아냈고, 그에 맞춰 관련 기술을 선점한 후 기술 특허를 냈습니다.”

 

이 과정을 거쳐 등록까지 완료한 선제 특허는 약 15건. 양 마스터는 “그때 획득한 특허가 지금은 물론, 미래까지 준비할 수 있는 큰 틀이 됐다”고 덧붙였다.

 

계측 분야에서 현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양유신 마스터가 업무적으로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부분도 현장과 연결돼 있다. 삼성전자는 제조 부문을 자체적으로 보유한 기업인 만큼 내부적으로 개발된 기술은 곧바로 기기에 적용된다. 불량 개선도, 수율 혁신도 그때그때 확인할 수 있는 구조다. 양 마스터가 이끄는 30여 명 규모의 팀원들이 만만찮은 업무량에도 자부심과 자신감을 갖고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이유 역시 ‘현장과 직결돼 피드백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는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남은 블루오션 찾아…올해 더 열심히 뛸 것”

품질 관리(Quality Management)는 18세기 후반 산업혁명이 태동하면서부터 줄곧 기업가라면 누구나 고민해온 분야다. 실제로 ‘품질 개선’과 ‘불량 저감’은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모든 기업 운영의 핵심 과제로 자리매김해왔다. ‘대량 생산 체계의 선구자’였던 20세기 초 미국 기업가 헨리 포드(Henry Ford)는 일찍이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양심껏 일하는 자세야말로 품질 개선의 최우선적 가치”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반도체 품질을 좌우하는 ‘나노미터’ 단위는 일상적 가시(可視) 영역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이 단계에서 품질 관리는 더 이상 ‘양심’의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론과 현장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피드백의 고리를 튼실하게 갖추고 그 속에서 첨단 기술력을 바탕으로 치열한 탐구와 적용을 거듭해야 비로소 완성할 수 있는 과제다. 물론 그 저변엔 치열한 탐구와 협력을 가능케 하는, 깨어 있는 정신이 필요할 터. 그런 의미에서 양 마스터에게, 그리고 그가 준비 중이라는 ‘제2의 바이킹 프로젝트’에 거는 기대는 자못 크다.


원본 기사 보기:러브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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