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사건 이슈 놓고 ‘여성혐오’ 불꽃 논쟁 막후

“강남역 묻지마 살인, 언론 상업성이 여성혐오 부추겨”

이상호 기자 | 기사입력 2016/05/19 [14:20]

강남역 사건 이슈 놓고 ‘여성혐오’ 불꽃 논쟁 막후

“강남역 묻지마 살인, 언론 상업성이 여성혐오 부추겨”

이상호 기자 | 입력 : 2016/05/19 [14:20]

 

▲ SNS를 통해 퍼지고 있는 강남역 10번 출구의 모습.     ©트위터 갈무리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성들에게 자주 무시를 당해 범행을 저질렀다.” 피의자 김모(34)씨의 진술은 이번 강남역 살인사건이 ‘여성혐오범죄’라는 주장을 불러 일으켰다.

 

사건 발생 직후 ‘여성혐오로 인한 범죄’로 언론이 보도하면서 사회적으로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여성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온오프라인을 통해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살해를 당했다’, ‘살女주세요. 당신은 살아男았죠’ 등의 내용이 담긴 메시지들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역시 “강남역 10번 출구 벽면은 포스트잇으로 가득했습니다. 다음 생엔 부디 같이 남자로 태어나요”라는 글을 SNS에 올렸고, 정의당 중앙여성위원회도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도를 넘은 여성혐오, 이제 모두가 나서야 합니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수사를 맡은 서초경찰서는 “피의자가 심각한 수준의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만큼 이번 범행의 동기가 여성 혐오 살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이번 사건에 대해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다양한 의견과 해석이 나오고 있으나 (정신질환에 의한 범행이라는 게)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로 판단한 경찰의 공식 입장”이라고 설명한다.

    

실제 경찰이 건강보험공단에게 회신 받은 피의자에 대한 진료내역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008년부터 올해 1월까지 정신분열증으로 4차례 입원했다. 또 올해 1월 정신병원 퇴원 당시 주치의로부터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재발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으나 3월 말 가출 이후 약을 복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조사 과정에서 피의자가 진술한 내용을 언론이 그대로 받아쓰면서 여성혐오 범죄 논란이 확산된 것과 관련해 “범인 진술 하나에 사회가 들썩이는 것은 문제”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와 관련, 19일 오윤성 순천향대 범죄학과 교수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여성이라고 하는 약한 상대를 선택했다고 하는 그 의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오 교수는 “(피의자가) 나름대로 뭔가 이유를 대야 하지 않았겠나 일각에서는 ‘여성혐오 범죄’라고 하는 것은 사건의 본말이 전도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면서 “자신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하나의 방편으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저지른 범죄다”고 규정했다.

    

문제는 확실치 않은 범행 동기가 보도되면서 여성들을 혐오하는 메시지가 확산되는 것은 물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여성혐오가 또 다른 여성혐오를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사건이 발생하고 SNS 상에는 ‘왜 여자가 그 시간에 집에 들어가지 않았느냐’, ‘집에서 밥이나 하고 빨래를 하는 게 낫다’는 여성혐오 발언이 이어진바 있다.

    

한 미디어 학과 관련 교수는 “언론이 상업적인 이유로 사건의 초점을 ‘여성혐오’로 맞추는 것 같다”면서 “정신질환의 문제보다는 여성혐오 범죄가 이른바 ‘잘 팔리는 기사’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A 매체 기자는 “경찰조사 과정에서 나온 ‘여성 무시’ 발언을 야마(주제)로 잡았다”면서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는 내용도 알고 있었으나, 피의자의 진술이 나온 만큼 여성혐오에 대한 문제는 논란을 부추길 수는 있지만 틀린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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