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vs 국정원 ‘국정원女 팩트’ 전쟁 내막

댓글 넘어 정치글→제3인물→증거인멸…의혹 짙어가는데 '궁색한 변명'

박정대 기자 | 기사입력 2013/02/18 [10:56]

언론 vs 국정원 ‘국정원女 팩트’ 전쟁 내막

댓글 넘어 정치글→제3인물→증거인멸…의혹 짙어가는데 '궁색한 변명'

박정대 기자 | 입력 : 2013/02/18 [10:56]

까도 까도 나오는 양파껍질처럼 선거개입 관련 ‘팩트’ 추적 잇따라
정치글 없다더니 게시글 91건 작성…여당 편들고 야당 까는 내용

▲ 사진은 국정원 전경.    

대선 개입 의혹을 사고 있는 국정원 여직원 김모(29)씨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정치 관련 게시글 가운데 70건이 이미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한 데 이어 김씨가 커뮤니티에서 댓글 작성 등에 사용한 16개의 ID 가운데 3개를 제3의 인물에게 넘겨 사용했다는 후속 보도를 내보내 주목을 끌었다. <경향신문>도 김모씨가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 정치 글을 올린 데 이어, 포털 사이트 ‘다음’의 토론게시판 ‘아고라’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글이 다수 발견됐다고 보도해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또한 <한국일보>도 김모씨가 사용한 30여 개의 아이디들은 16개의 아이디들이 쓴 글에서 나온 IP(인터넷에 접속한 컴퓨터의 고유주소)와 거의 동일했고 생성시점, 활동시간 등이 같거나 비슷했다고 보도해 대선 직전 댓글 여론조작에 국정원 직원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관여됐을 것이라는 의혹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정상적인 대북심리전 활동이었다”고 해명한 국정원과 ‘댓글 흔적이 없다’는 입장을 번복해 불신을 자초한 경찰은 더욱 궁색한 처지가 됐다.
 
취재/박정대 기자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을 낳고 있는 이른바 ‘국정원 여직원 사건’은 지난 1월31일 <한겨레신문>이 “인터넷 사이트 ‘오늘의 유머’ 등에서 사용된 국정원 직원의 아이디를 분석한 결과 100여 차례 대선과 관련한 글에 찬반 표시를 했다”고 보도한 이후 경찰의 부실수사와 국정원의 여론조작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점입가경
<한겨레신문>은 이날자 기사에서 “정치 관련 글을 게재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온 국정원 여직원 김모(29)씨가 대선기간 중 야권 대선후보들을 비판하거나 정부여당을 옹호한 글을 90차례 이상 쓴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해 파문에 불을 지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진보 사이트로 알려진 ‘오늘의 유머’에서 활동한 국정원 직원 김씨의 아이디 11개를 입수 분석한 결과, 지난해 8월22일부터 12월11일까지 모두 91건의 게시글을 작성했고, 해당 게시물은 정부여당을 일방적으로 편들거나 야당 및 야당 대선후보들을 비판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는 것. 김씨는 다른 사람이 쓴 228개의 정치 관련 게재물에 244회에 걸쳐 찬반 표시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김씨는 지난해 11월20일 올린 글에서 “신변안전 보장 강화에 대한 약속이 없으면 관광을 재개할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은 너무도 당연한 거 아닌가? 금강산 한번 가보고 싶기는 하지만 목숨 걸고 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며 MB정부의 대북정책을 옹호했다. 김씨가 해당 글을 올리기 바로 전날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기자협회 초청토론회에서 “조건 없이 금강산 관광을 즉각 재개하겠다”고 밝혀, 김씨가 문 후보를 겨낭해 이 같은 글을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
김씨는 또 2012년 12월5일 ‘남쪽 정부’라는 제목의 글에선 “어제 (대선) 토론 보면서 정말 국보법(국가보안법) 이상의 법이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꼈다. (중략)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조차 대한민국을 남쪽 정부라고 표현하는 지경이라니”라고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를 비난했다.
<한겨레신문> 보도 이후 거센 파문이 거세게 일자 김씨는 보도 다음날인 2월1일 자신이 야권 대선후보 등을 비판하고 정부를 감싼 글들을 올린 사실을 보도한 <한겨레신문> 기자를 경찰에 고소했다.
국정원도 1월31일 반격에 나섰다. 국정원은 “한겨레신문 보도에 대한 국정원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한겨레신문 지난 1월31일자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가 쓴 ‘오늘의 유머’ 누리집 분석 보도와 관련, 김씨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인터넷 댓글을 게재한 사실이 없으며, 기사에 인용된 글은 인터넷상의 정상적 대북심리전 활동 과정에서 작성, 게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정원은 이어 “민주당은 당초 ‘국정원 직원이 강남의 사무실에서 조직적으로 문재인 대선후보 비방 댓글을 다는 방식으로 선거에 불법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정원 사무실이라던 강남 오피스텔은 김씨 개인 주거지로 확인됐으며, 경찰수사 결과에서도 김씨가 인터넷에서 문재인 후보와 관련된 글에 비방 댓글을 단 사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국정원 보도자료 전문을 소개하면 이렇다.
 
국정원 “문재인 비방 댓글 단 적 없고…정상적인 대북심리전 활동”
여직원이 만든 ID 5개 타인이 사용…제3인물 여론조작 동원한 의혹

국정원 “여직원이 댓글 단 적 없다”
▲문재인 후보 비방 댓글은 전무(全無)
민주당은 당초 “국정원 직원이 강남의 사무실에서 조직적으로 문재인 대선후보 비방 댓글을 다는 방식으로 선거에 불법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정원 사무실이라던 강남 오피스텔은 김씨 개인 주거지로 확인됐으며, 경찰수사 결과에서도 김씨가 인터넷에서 문재인 후보와 관련된 글에 비방 댓글을 단 사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북심리전 활동을 위한 글
국정원은 북한의 사이버 대남심리전 공세가 강화됨에 따라 대북심리전 일환으로 인터넷상의 종북 활동을 추적, 대응하고 있다. 한겨레신문이 보도한 글은 김씨가 북한 IP로 작성된 글들이 출몰하고 있는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서 북한 찬양·미화 등 선전선동에 대응하기 위해 작성한 것이다.
실제 김씨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수십년간 핵·미사일 개발에 들일 돈은 있으면서 기아에 허덕이는 주민들 밥 먹일 돈은 없다는 게 아이러니”라고 적었고, 대법원이 김정일에게 생일 축하 메일을 보낸 행위에 대해 국보법 위반 판결을 내린 것을 두고 “상식적으로도 당연한 판단”이라고 썼다.
금강산 관광 재개 논란에 대해서는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책임은 무고한 관광객에게 총을 겨눈 북한의 잘못이 100%. (북한은) 진상규명ㆍ재발방지ㆍ신변안전보장 3가지를 약속해야 한다. 당연히 해야 할 일 아닌가”라고 올렸다.
이러한 글들을 정치적 목적으로 게재했다고 오도하는 것은 오히려 정보기관의 대북심리전 활동을 위축시킴으로써 북한이 우리의 사이버 공간에서 더욱 활개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 줄 수 있다.
▲추천·반대 표시의 정치적 중립 위반 여부
김씨가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100일 넘는 기간동안 대선 관련 글에 추천ㆍ반대를 클릭한 경우는 90여차례로 하루 평균 1개에도 못미친다. 나머지는 일반 연예ㆍ요리 관련 글에 찬반 표시한 것이다.
당시 이 사이트에는 대선 후보 관련 글들이 하루 1,000건 이상 올라왔으며 개인은 하루 추천 50개, 반대 5개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대선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 보는 것은 무리이다.  또 공무원 신분을 밝히지도 않고 소극적으로 개인의 견해에 따른 의사표시에 대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만약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가장 기초적인 기본권 행사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본다면 대한민국의 모든 공무원은 어떠한 방식으로도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표시할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의 대남 사이버 선전선동 양상
북한이 2000년대 들어 인터넷을 ‘항일 무장투쟁시기의 총과 같은 무기’이자 ‘국가보안법의 해방구’라며 대남 사이버 선전선동 공세 확산에 주력하고 있는 이유는 한국의 사이버 인프라가 세계적 수준이기 때문이다.
익명성이 보장되고 사용인구가 4000만명에 달하는 우리의 인터넷 환경은 북한이 대남 심리전을 전개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다. 북한은 사이버 공간에서 ‘우리민족끼리’ 등 80여개 사이트와 트위터, 유튜브, 페이스북 등에 만든 400여개 계정을 통해 북한 체제를 찬양하거나 반정부 선동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한국에서 입수한 개인정보를 활용하여 다양한 국내 사이트에 우리 네티즌인 것처럼 가입한 뒤 우리 정부 비방 동영상이나 사진, 댓글 등을 통해 유언비어와 흑색선전을 무차별 확산하고 있다. 한편 북한 선전 사이트에 대한 차단조치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북한 연계세력들은 우회접속을 통한 퍼나르기식 확산을 통해 김정은 정권 찬양ㆍ우리 정부ㆍ정책 비판 괴담 유포를 시도하고 있다. 북한의 사이버 공간내 유언비어 유포는 ‘1:9:90 법칙’을 따르고 있는데, 이는 북한 사이버 요원 1명이 선동 글을 게재하면 핵심 추종세력 9명이 실시간 퍼나르고, 이를 90명이 본다는 법칙으로, 사이버 공간내 유언비어가 급속히 확산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국정원이 북한의 사이버 선전선동에 대응하여 국민들의 혼란을 예방하고, 국가 정체성을 수호하는 대북심리전 활동을 수행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여직원 ID 5개 제3인물이 사용
하지만 국정원 보도자료 배포 나흘 만인 2월4일 <한겨레신문>은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가 댓글 작성 등에 사용한 ID 가운데 5개를 김씨가 아닌 다른 사람이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국정원이 여직원 외에 다른 요원 또는 제3의 인물을 동원해 인터넷 여론조작 활동을 벌인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후속보도를 내보내 국정원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2월4일자 이 신문에 따르면 ‘국정원 여직원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수서경찰서가 지난달 3일 기자간담회에서 “김씨의 컴퓨터를 조사해 특정 사이트(‘오늘의 유머’)에서 활동한 16개의 ID를 확보했다”고 밝혔으나, 경찰은 1월31일 기자간담회에선 “김씨가 (경찰 조사에서) ‘내가 사용한 ID는 11개’라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한겨레신문> 취재 결과, 경찰은 제3의 인물인 ㄱ씨가 이 5개의 ID를 사용해 인터넷 활동을 벌인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 ID들이 인터넷 활동을 벌인 IP를 분석한 결과, 김씨가 사용했다고 인정한 ID 11개와 전혀 다른 장소에서 사용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져 ㄱ씨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 이번 수사의 또다른 핵심으로 떠올랐다.
ㄱ씨는 이 ID들을 이용해 ‘오늘의 유머’ 누리집에 정부 정책을 옹호하는 글을 올리거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게시글에 ‘추천·반대’ 표시를 하는 등 김씨와 비슷한 활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ㄱ씨는 경찰 소환에 응하지 않고 있다.
국정원 직원 김씨가 자신의 아이디를 제3자와 공유했다는 사실에 이어 그녀가 인터넷에 올린 정치 관련 게시글 상당수가 삭제된 것을 근거로 증거를 인멸한 의혹도 제기됐다. 삭제된 글에는 방송인 김제동씨를 언급하며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운동을 비판하는 글도 포함됐다.
2월5일자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8월28일부터 12월11일까지 김씨가 ‘오늘의 유머’ 누리집에 올린 글은 모두 91건이나 이 가운데 2월4일 오후 현재 이 누리집에 남아 있는 글은 21건이다. 70건의 글이 이미 삭제된 것이다.
이 누리집에선 게시글 작성 때 사용한 아이디로 접속해야 글을 삭제할 수 있어, 김씨 또는 김씨의 ID를 알고 있는 누군가가 경찰 수사의 핵심 대상인 게시글을 의도적으로 삭제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삭제된 글은 ‘태국에서 4대강 홍보는 당연한 건데 왜 욕을?’(지난해 11월12일 작성), ‘대통령 해외순방 성과 이 정도?’(지난해 11월26일 작성) 등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를 옹호하는 등 국내 정치와 관련한 글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김씨가 정치 관련 게시글을 올린 또다른 누리집인 ‘보배드림’과 ‘뽐뿌’에서도 관련 글이 삭제된 사실이 드러났다.
 
아고라에서도 정치개입 의혹글
그런가 하면 포털 사이트 ‘다음’의 토론게시판 ‘아고라’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글이 다수 발견돼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2월7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김씨가 쓴 글의 주요 단어로 아고라에서 검색한 결과, 김씨의 글과 유사한 정치 관련 글을 작성한 ID가 23개로 확인됐다”고 “해당 글들은 대체로 대선 석달여 전인 지난 해 9월부터 12월까지 작성된 것으로 파악됐다”는 것. 이 ID중 12개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사이에 회원을 탈퇴했고, 7개는 글을 삭제했다고.
이들 글의 주요 내용은 김씨가 ‘오늘의 유머’에 올린 내용과 흡사하게 MB외교를 찬양하거나 4대강 사업을 칭찬하는 내용, 금강산관광 재개 반대, 제주해군기지 찬성 등 친정부 편향적인 글들이 주류를 이뤘다. 특히 ID ㄷ은 김씨의 글과 비슷하게 올린 글이 확인된 것만 6개에 달했다.
김씨가 11월5일 "홈페이지 폐쇄명령! 속이 다 시원하다!"고 한총련을 비판하자, 같은 날 ㄷ은 아고라에 “한총련 홈피 폐쇄를 환영합니다”라고 올렸고, 김씨가 11월16일 “(북한이 개성공단) 입주 업체들에 어마어마한 세금을 강요하고는 이를 내지 못할 경우 재산을 압류하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주장하자, ㄷ은 “북한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세금 폭탄, 금강산처럼 몰수하겠다?”는 글을 남겼다.
또한 2월8일자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씨가 댓글 작성에 이용한 30여 개의 아이디들은 16개의 아이디들이 쓴 글에서 나온 IP와 거의 동일했고 생성시점, 활동시간 등이 같거나 비슷했다”는 것. 이들 30여 개의 아이디들은 ‘오늘의 유머’에서 2000여 차례나 찬반 의사 표시를 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보였다. 또 한 사람이 동시에 운영할 수 없다는 점도 이번 사건과 직접 관련된 인물이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추정을 낳고 있다.
이렇듯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자 “정상적인 대북심리전 활동이었다”고 해명한 국정원과 ‘댓글 흔적이 없다’는 입장을 번복해 불신을 자초한 경찰은 더욱 궁색한 처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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