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고 연구하는 무당 소문자자…중앙대 민속학과 무속론 강의 현실과 천상세계 넘나들며…세 갈래 運命의 실타래 명쾌하게 풀어
우리 사회에서 무당은 ‘경외(敬畏)’의 대상인 동시에 ‘경계(警戒)’의 대상이다. 어지러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인간이 가장 궁금한 게 자신의 운명이다. 미래가 불안한 사람들이 자신의 운명을 알기 위해 흔히 무당을 찾는다. 선거 때가 되면 대선 후보는 물론 유명 정치인과 출마자, 그 측근들로 점집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유명 연예인들도 수시로 점집을 찾고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신년 운세를 본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의 85%가 점을 본 경험이 있다고 할 만큼 무속은 우리의 삶, 일상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했다고 할 수 있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무당의 숫자도 30만명에 가깝다고 한다. 일본과 중국의 관광객들 중에는 한국의 무당들을 일부러 찾아다니며 운명상담을 할 정도로 무속은 한류문화의 한 부분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점을 그저 미신이라고, 비합리적이라고 매도하고 점을 치는 무당들은 음성적인 사제자·치병자·예언자로 업신여김을 당하거나 심지어 사기꾼 취급을 받기도 한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무당의 행위를 미신으로 치부하고 무당을 배척하는 풍조가 만연하다. 자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꿰뚫어 보는 듯한 무당이 두려운 존재이기도 하다. 불안하고 급한 마음에 찾아가지만 운명에 대해 해답을 찾기 어려운 경우도 많고 금전적으로도 큰 피해를 보기도 한다. 취재/김현일 기자 이 무당 불신의 시대에 명쾌하게 운명을 예지하는 것으로 명성을 얻으며 정치인과 대학교수 등 사회 지도층부터 남녀노소 구분 없이 찾아와 유명세를 타고 있는 무당이 있다. 무당이 되고 무당으로 살아가는 게 “참으로 행복하다”고 이야기하는 천상선녀 이분임(압구정도당굿보존회 회장·55세)이 그 주인공이다. 명맥이 끊긴 우리 굿 ‘압구정 도당굿’을 사재를 출연해 복원, 재현한 이분임 회장은 공부하고 연구하는 무당으로 소문나 중앙대 민속학과에서 무속론을 강의하는 등 민족종교 무교를 바로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運命의 실타래 명쾌하게 푸는 무당 이분임 회장은 난마처럼 얽히고 설킨 운명의 실타래를 명쾌하게 풀어주는 무당으로 알려져 있다. 선몽과 예지력이 탁월하고 현실과 천상세계를 마음껏 넘나드는 신통력도 뛰어난 것으로 유명하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1995년에 개원한 ‘양지암’에는 정치인, 사업가, 교수, 연예인 등 유명 인사를 비롯해 각계각층에서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사람들로 항상 붐빈다. 이들에게 이 회장은 길흉을 점지해 불행을 막아주고 행운과 복을 빌어준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진행되는 인생사를 신에게 전달해 답을 얻는 신점은 사주나 역학과는 다르다. 따라서 항상 맑은 정신을 유지해야 하는데 탁월한 영을 지닌 이분임 회장의 맑은 영에서 나오는 공수는 한치의 오차도 없다. “제가 하는 일은 운명이 막혀 있는 사람들에게 좋을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운명에는 세 갈래 길이 있습니다. 좋은 길과 중간 길, 나쁜 길이 있는데 모든 것은 무당인 제가 주는 것이 아니라 신께서 주시는 대로 행하는 것입니다. 삶에서 희망을 찾으려고 오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게 무당의 사명입니다.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준다는 건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서 항상 전국의 명산대천을 찾아가 맑은 영을 가지려고 수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무당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무당으로 살아간다는 게 고달픈 게 현실이다. 무당을 업신여기고 심지어 혹세무민하는 사기꾼으로 취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분임 회장은 “무당이 된 걸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며 “무당으로 살아가는 삶이 참으로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분임 회장은 무당이라는 호칭에도 애정이 깊다. 무당(巫堂)이란 호칭에 아주 깊은 뜻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당 무(巫)자는 하늘과 땅과 사람이 조화를 이룬다는 의미가 있다. 집 당(堂)자도 토지신을 지킨다는 의미에서 생긴 글자다. 즉 무당이란 하늘과 땅의 이치를 깨달은 사람이 기거하는 곳. 하늘과 땅의 가르침을 받들어 인간에게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주고 널리 이롭게 하는 사람이 기거하는 집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무당의 사명이고 무당이라고 부르는 이유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이 회장은 “무속은 종교이자 문화이고 예술”이라고 강조한다. 현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일들이 많이 일어나듯 무속도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속은 아득히 먼 옛날 인류 태초의 제정일치 시대부터 있어 온 시원종교이자 우리 민족의 전통종교로 불교나 기독교와 같은 종교인데 왜곡되고 배척당하는 현실을 이분임 회장은 몹시 안타까워했다. 특히 특정 종교가 다른 종교를 탄압하는 게 마음 아프다는 이 회장은 최소한 옛 것을 숭상하고 지킬 줄 아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무당은 어려운 사람, 가난한 사람, 병든 사람을 보살피고 거둬주는 진정한 종교인, 사제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이분임 회장의 생각이다. 과거 무속은 우리 어머니 할머니들에게 생활의 지혜를 제공해 주며 삶과 일상생활 속 깊숙이 자리잡은 문화 그 자체였다. 무당이 행하는 점과 굿과 같은 의식 속에는 수천년 동안 뿌리 내려온 우리 민족 문화의 자양분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어머니 할머니들은 무당을 찾아 맺혔던 한(恨)과 화(禍)를 풀고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마음을 신선하고 깨끗하게 정화했다. 옛날 무당 대부분은 사회에 긍정적 역할을 했던 존재였음을 이분임 회장은 특별히 강조했다. 조선시대까지 무당이 나라의 발전을 기원하는 역할을 함은 물론 마을에서 의사로도 활동하고 무속에 쓰인 쌀과 먹을거리를 이웃들에게 나눠주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도 이 같은 일을 이어가는 무당들이 많다고 한다. 굿을 위해 준비한 쌀을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나눠주는 무당도 많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무당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이 같은 무당들의 행동은 ‘착한’ 행동이라기보다 ‘본분’에 가까운 것”이라며 “다소 소외된 무당이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기본에 충실하면서 각종 의식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일반인들이 이해하고 친근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분임 회장은 음악과 춤, 놀이가 어우러지는 종합예술인 굿의 예술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 의식 자체가 아름답고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특별함이 있는 굿의 참모습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이 회장은 전통 굿을 재창조한 춤을 무대에 올려 주목 받은 젊은 무용가 태혜신에게 영감을 준 무당으로 알려져 있다. 무용가 태혜신은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영혼을 불러내 그의 한을 들어주고 달래줌으로써 편안히 저승길로 보내는 우리나라 전통굿인 진오귀굿을 현대화한 창작무용으로 재창조한 신선한 시도로 호평을 받았다. 이 회장은 중요무형문화제 104호로 지정된 ‘서울 새남굿’을 이수해 지난 2007년 서울 새남굿 전 과정을 시연했다. 국립무용단 바리데기 공연, 대한민국 전통연희 축제, 광화문 아트홀 개관공연, 구리 도당굿 등 많은 공연 현장에서 자문과 시연을 보였다. 맥 끊긴 압구정 도담굿 50년만 복원 특히 이분임 회장은 맥이 끊긴 ‘압구정 도당굿’을 50년 만에 복원 재현해 무속학자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문헌에는 남아 있지만 압구정 도당굿이 사라진 것을 안타까워하다가 사재를 출연해 지난해 재현했다. 압구정은 조선시대까지 경기도 광주군 언주면에 소속돼 있었다. 서울특별시에 편입돼 압구정동으로 불리게 된 것은 지난 1963년 1월1일이다. 따라서 압구정 도당굿의 뿌리는 과거 광주 유수가 광주의 안녕을 빌기 위해 벌였던 광주 도당굿에서 찾을 수 있다. 문헌에 따르면 조선 세조 때 원단을 모아 하늘에 제사지낸 곳으로 소개된 것으로 볼 때 이곳 도당은 매우 역사가 깊은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도당굿은 도당산과 부군신을 함께 모시는 굿으로 굿을 시작하면 감응신으로 오시는 분이 단군왕검이다. 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마을굿인 압구정 도당굿은 1960년대 제3한강교가 가설되고 개발되면서 당집이 헐리고 명맥이 끊겼다. 마을 주민들의 신앙의 대상이자 삶에 힘을 불어 넣어주던 활력소 역할을 하던 도당이 사라졌던 것이다. 특히 압구정 도당굿은 오방신장을 모셔 마을 신앙의 독특한 모습을 보이면서 강남을 대표하는 마을신앙으로 과거 화려한 이름을 날렸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분임 회장은 지난해 4월7일 서울 강남구 논현문화센터 대강당에서 50년 만에 압구정 도당굿을 살려내 재현하면서 전통을 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천상선녀 이분임은 누구? 경남 합천 출신인 이분임 회장은 부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한때 독실한 천주교 신자이기도 했다. 서울로 시집와서 1990년 신의 부름을 받고 무녀가 됐다. 신내림을 받기 전 신내림 선생을 찾아갔다가 그 자리에서 손님 점을 봐줬는데 그 손님이 지금도 찾아오고 있다고 한다. 치유은사를 받아 아픈 사람들의 병을 고쳐주는데 신통력을 인정받은 이 회장은 “아픈 사람이 병이 나아 살아나고 찾아오는 손님이 성공하고 출세했을 때 특별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천상선녀를 몸주신으로 모셨기에 별호 역시 천상선녀다. 이 회장은 1990년대 중반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태양과 땅의 기운을 받는다’는 의미를 담은 ‘양지암’을 열었다. 이분임 회장은 무녀가 갖춰야 할 교양과 재주를 배우기 위해 노력하고 공부하는 무당이다. 무당 일을 하면서 대학을 다닌다는 게 쉽지 않은 현실이다. 하지만 그녀는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쉰을 훌쩍 넘긴 나이인 지난 2011년 관동대를 당당히 졸업했다. 졸업식 때 총장상까지 받았다. 물론 무녀로서의 배움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굿의 명인이 있는 곳은 전국 어디든 찾아다니며 배웠다. 그 결과 중요무형문화재 104호로 지정된 서울 새남굿을 이수해 지난 2007년 전 과정을 시연했다. 국립무용단 바리데기 공연 때 새남굿 시연을 시작으로 ‘대한민국 전통연희축제’ ‘광화문 아트홀 개관기념 공연’ ‘구리도당굿’ 등 수많은 공연현장에서 자문과 시연을 보임으로써 명성을 얻었다. 공부하고 연구하는 무녀로서 주목을 받으면서 중앙대 민속학과와 중앙대대학원 국악과에 초청돼 강연까지 했다. 이 특강에서 이분임 회장은 무속론을 강연해 무녀로서 민족종교인 무교를 바로 알리는 데 공헌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이분임 회장은 전통의 맥이 끊긴 압구정 도당굿을 지난해 재현해 무속학자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문헌에만 남아 있는 압구정 도당굿이 사라진 것을 안타까워하다가 스스로 사재를 출연해 이를 완벽하게 복원했던 것이다. 그녀는 명맥을 잇기 위해 ‘압구정도당굿보존회’를 결성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2012년) 11월18일 이분임 회장은 무당으로는 처음으로 광화문광장에서 국태민안 천신굿을 펼쳐 학계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광화문 국태민안 천신굿은 무속사에 한 획을 그은 공연으로 무속계는 평가하고 있다. 광화문광장이 조성된 뒤 여러 공연이 있었지만 굿은 제대로 공연한 적이 없었다. 무녀가 단독으로 광화문에서 굿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분임 회장의 노력과 정성이 결실을 맺어 무속인 처음으로 광화문광장에서 무속사에 한 페이지가 될 굿판을 펼침으로써 무속인들에게 용기와 자긍심을 심어줬던 것이다. 광화문에서 올린 천신굿 공수에서 이분임 회장은 박근혜 당시 후보가 3% 정도의 표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고 예언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3.6% 득표 차로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공수가 적중해 그날의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 화려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이분임 회장은 늘 겸손함과 소박함을 잃지 않는다. 불쌍한 이웃과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한줄기 빛이 되고 필요할 때 손을 잡아줄 수 있는 무당으로 남는 게 그녀의 소망이다. penfree@naver.com <저작권자 ⓒ 사건의내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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