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라면’ 불매운동 번지는 내막

소매점 공급가 장난질에 “농심라면 안 팔아!”

김현일 기자 | 기사입력 2012/02/14 [11:16]

‘농심라면’ 불매운동 번지는 내막

소매점 공급가 장난질에 “농심라면 안 팔아!”

김현일 기자 | 입력 : 2012/02/14 [11:16]

소비자가 6% 소매점가 13% 라면값 ‘꼼수 인상률’에 반발

중소 수퍼마켓 업주들 안 팔기 운동…누리꾼들도 불매운동

▲ 대한민국 대표 라면 회사 ‘농심’이 신년벽두부터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일부 수퍼마켓 등 중소상인들이 농심의 라면 가격 인상에 반발,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어서다.     © 펜그리고자유 자료사진

취재/김현일 기자
대한민국 대표 라면 회사 ‘농심’이 신년벽두부터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일부 수퍼마켓 등 중소상인들이 농심의 라면 가격 인상에 반발,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어서다. 한때 ‘쥐머리 새우깡’과 ‘애벌레 라면’ 파동으로 궁지에 몰렸던 농심이 또다시 수난시대를 맞은 것이다.

중소형 마트와 편의점 등 중소상인들로 구성된 모임인 인터넷 카페 ‘좋은 수퍼 만들기 운동본부’에서는 지난 1일부터 1월12일까지 ‘농심 상품 치우고 안 팔기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동네 수퍼마켓에 공급되는 농심 대리점의 라면 가격 인상률이 소비자가격 인상률의 2배가 넘는다는 이유에서다.

‘좋은 수퍼 만들기 운동본부’ 엄대현 대표는 인터넷 카페 대문에 올린 공지글을 통해 “정부에 책임 미루고 대리점에 책임 미루는 비양심 기업 농심,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막가는 조폭 조직”이라면서 “정부와 대기업은 말로만 동반성장·상호협력 하지 말라.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지난해 11월 라면류 소비자가격을 50원 인상함에 따라 지역 대리점에 인상된 가격의 공장도가격을 통보하고 수퍼마켓에 납품을 시작했다는 것.

이 과정에서 농심은 신라면 등의 권장소비자가격은 6%대로 올렸지만 지역 대리점의 신제품 출고가는 13% 이상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중소형 수퍼마켓 상인들은 인터넷 카페를 통해 1월12일까지 ‘농심 상품 치우고 안 팔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전국 수퍼마켓 상인들이 만든 회원수 2만여 명의 이 인터넷 카페에서 ‘농심 상품 치우고 안 팔기’ 운동을 진행하는 까닭은 농심이 지난해 11월 라면값 인상 과정에서 보인 불공정한 행태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다.

이 커뮤니티는 농심을 ‘비양심적 기업’으로 규정하며, 회원들이 자율적으로 대리점 반품을 진행하고 농심 제품을 단계적으로 매대에서 철수시켜 줄 것을 독려했다.

농심은 지난해 11월 라면값을 전격 인상했는데 최종 소매점이 대리점 등에서 매입하는 가격의 인상폭이 권장소비자가 인상폭의 2배를 넘어서면서 상인들의 반발을 초래했다. 예를 들어 안성탕면의 개당 권장가가 650원에서 700원으로 6% 인상됐는데 소매점 매입 가격은 13.9% 올랐으며, 신라면의 경우도 소비자가가 730원에서 780원으로 7.1% 오른 사이 매입가는 12.2%나 뛰었다.

이 때문에 마진율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자 상인들은 폭발했다. 일부 동네수퍼 주인들은 매장 입구에 “원가를 98원 올리고 소비자가는 50원 올려 차액 부분을 소매 업체에 전가하는 농심의 비양심적 행태에 항의해 잠시 판매를 중단키로 했다”고 안내장을 붙여놓기도 했다.

한 수퍼마켓 관계자는 “농심이 눈에 보이는 소비자가격은 인상폭을 억제한 대신 공장도가격은 원하는 만큼 올리고 중간유통 상인 대리점 공급 가격은 모른 척했다”고 비판했다.

예를 들어 너구리 40개들이 1상자를 대리점이 수퍼에 공급하는 가격은 2만3300원에서 2만5560원으로 9.9%가 올랐다. 신라면 1상자는 2만1000원에서 2만3700원으로 12.8% 상승했다. 반면 너구리와 신라면의 소비자가격 인상률은 각각 7.7%와 6.8%에 불과했다.

물가상승률 7%를 맞추기 위해 소비자가격은 7% 수준으로 맞췄지만 대리점 납품가는 10% 이상 올린 것이다.

이렇듯 동네 수퍼마켓 주인들이 농심의 불공정 행태로 ‘제품 판매 거부’ 단체 행동에 들어간 것에 대해 누리꾼들의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수퍼 주인님들, 잘하셨습니다, 비양심적인 기업들은 불매로 혼내줘야 합니다”, “농심의 부도덕성은 뿌리가 깊다, 불매운동으로 소비자의 무서움을 알아야 한다”, “잘됐네. 이 기회에 독점 횡포기업 쥐 잡듯이 잡아버립시다. 구멍가게 사장님들 ~ 당신들 뒤에는 국민들이 있어요. 힘내세요!” 등의 지지 댓글을 쏟아냈다.

한 누리꾼은 “함께 윈윈 하는 마인드 없이 이제 기업도 존재할 수 없다, 21세기에 맞는 기업경영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구시대적 경영은 모두에게 배척되고 외면당할 것이다, 변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외에 “신라면 블랙으로 바가지 씌우고 과장광고에 징계까지 받았죠? 박지성·장혁 내세워 비싼 광고 찍어 그 가격 소비자에게 전가시킨다는 것 다 알고 있습니다”, “농심은 장삿속이 너무 심하다. 형제 기업인 롯데의 행태를 그대로 따라 한다, 소상공인들이 그동안 받아왔던 불공정거래행위에 이제서야 들고 일어난 듯하다. 이 기회에 확 뒤집어 엎어야 한다”, “대한민국 서민들아 단체 행동에 나서면 기업도 꼼짝 못한다. 수퍼 사장님들 파이팅입니다. 이 판에 쪽바리 기업 농심·롯데 불매운동 계속 진행해서 소비자와 수퍼 주인들이 무서운 것을 보여주세요” 등의 의견이 이어졌다.

트위터에도 “악덕 기업은 안 사주는 것이 정답…그러고 보니 농심 안 사먹은 지 참 오래됐네, ㅋㅋ” “원가를 98원 올리고 소비자가는 50원 올려 차액 부분을 소매 업체에 전가…가카새끼 먹자”, “라면 업계의 가카 ‘농심’, 제발 탄핵!” 등의 비판글과 함께 리트윗이 이어졌다.

하지만 농심측은 ‘농심 상품 치우고 안 팔기 운동’과 누리꾼들의 질타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공장도 가격은 전국적으로 동일하며, 각 지역 대리점 등에서 소매 유통 마진이 결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매업자들의 반발이 심해지면서 일부 매장은 기존 마진율에 따라 단가 조정이 다시 이뤄지기도 했다. 하지만 수퍼마켓 주인들은 농심이 공식적인 사과나 해명 없이 문제를 덮으려고만 한다며 ‘안 팔기’ 단체 행동에 돌입했다. 농심은 라면시장의 70% 가까이를 차지하는 사실상 독과점 업체로 그간 높은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수퍼마켓 주인들에게 ‘절대 갑’으로 군림해온 것이 이번에 폭발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농심 라면에 대한 ‘판매 거부’ 투쟁 소식이 알려진 지난 1월4일과 5일 농심의 주가는 푹 주저앉았다. 1월4일 코스피 시장에서 농심 주가는 전일 대비 1500원(0.62%) 내린 24만1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일부 수퍼마켓에서 진행하고 있는 농심 라면에 대한 판매거부 운동 여파로 농심은 약세를 보인 반면 삼양식품과 오뚜기의 주가는 상승세를 보였다.

이 밖에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원가 부담과 판관비용 증가로 영업이익까지 둔화될 것이란 전망까지 더해져 농심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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