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엑소더스’ 위협... 투자도 줄여

이상호 | 기사입력 2013/07/01 [09:39]

재계, ‘엑소더스’ 위협... 투자도 줄여

이상호 | 입력 : 2013/07/01 [09:39]

규제·사정 불만에 비관론 과잉
“경제 볼모로 협박” 지적도 받아

 
글로벌 기업들이 ‘포스트 차이나’로 지목하고 있는 베트남. 투자 매력이 떨어진 중국을 대신해 우리 기업들의 새로운 생산 거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왜 베트남일까? 베트남의 월평균 인건비는 180달러. 1990달러인 우리의 1/10 수준이다. 반면 베트남의 주당 법정근로시간은 48시간. 우리는 40시간으로, 적게 받고 많이 일하고 있다. 생산성도 나쁘지 않다.
삼성전자 구미 공장에선 노동자 한명이 한 달에 만드는 휴대전화가 104대. 베트남은 89대로 86% 수준이다. 기업들은 한국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로 높은 생산 비용과 낮은 노동 생산성을 든다.
재계가 기업의 해외이전, 즉 경제 엑소더스와 투자 위축 우려를 내세워 경제민주화 규제 움직임 등에 반발하면서 경제계 안팎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경제 엑소더스, 경기침체 장기화 등 비관론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국회의 경제민주화 입법 논의가 시작된 이달 초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적극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전경련이 지난 6월 26일 개최한 ‘경제엑소더스 가능성 및 대책’ 심포지엄에서도 기업에 대한 각종 제도적 부담 등이 지속될 경우 생산시설의 해외이전이 확대돼 국내 산업의 생산 및 국민소득의 감소로 연결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주류를 이뤘다.
전경련은 지난 4일에는 ‘한국경제의 엑소더스가 우려되는 7가지 징후’라는 보고서도 냈다.
전경련은 “경제성장의 주요 동인인 기업들이 한국경제를 이탈할 경우 우리 경제의 구조적 침하가 가속화하면서 저성장 구도가 더욱 심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또 올해 하반기에는 경기가 점차 회복될 것이라는 국책기관의 예상과 달리 재계 연구기관들은 국내 경기 회복이 불투명할 것이라며 경제성장률 및 경기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전망을 속속 내놓고 있다.
실제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고 있다는 분석 자료도 나오고 있다.
재계 단체 고위 관계자는 “대다수 대기업이 경제민주화 규제를 둘러싼 불확실한 국내 여건 때문에 눈치를 보면서 올해 투자계획을 거둬들이거나 보류한 상태”라며 “투자 보류는 대외비여서 개별사안을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통상 90∼120%에 이르는 연초 투자계획 이행실적이 올해는 90%를 크게 밑돌 것이 확실하다”고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그는 “‘쓰나미’ 같은 경제민주화 규제 움직임에 대해 기업 총수들은 이젠 자포자기 상태”라면서 “아무리 좋은 투자를 해도 사업 늘리는 자체를 부도덕한 일로 몰아가는 현상황에 대한 기업 총수들의 불만이 엄청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재계 사정에 정통한 경제단체 관계자의 이런 발언은 기업에 대한 전방위 사정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수세에 몰린채 숨을 죽이고 있던 재계가 경제민주화 추진에 대해 그동안 쌓인 불만을 토로하며 사실상 나름의 방법으로 반기를 든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는 “기업들로선 국내 투자 말고 해외 투자라는 대안이 있다는 사실을 정부와 정치권이 애써 모르는 척 하는 것 같다”며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포기하고 해외투자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전했다.
정부에 대한 불만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정권 초기여서 대놓고 말하지는 못했지만 경제살리기와 경제민주화 사이에서 방향을 정하지 못하는 정권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시그널을 주고 현오석 부총리가 기업살리기를 외쳤지만 그 뿐이다. 정부당국이 이에 맞춰 실행방안을 내놓아야 할텐데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재계는 연일 경제민주화법과 노동법안 등에 기업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기업의 경영부담 가중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대기업 161곳, 중소기업 147곳 등 308개사의 인사담당 부서장을 대상으로 ‘6월 임시국회 쟁점 노동법안에 대한 기업 의견’을 조사한 결과 87.1%가 ‘경영부담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방위적인 비관론 전파에 대해 일각에서는 재계가 지나치게 미래 한국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경제개혁연구소 위평량 연구위원은 “재계가 경제민주화 법안을 좌절시키기 위해 근거없는 논리를 갖고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며 “기업들은 한국 경제의 저성장 기조와 세계적 경기침체 영향 때문에 투자를 줄이는 것이지, 경제민주화 규제 때문에 투자를 줄이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위 연구위원은 또 “경제 엑소더스도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며 “기업들이 해외 공장을 두는 이유도 현지 소비시장이 가깝다는 등 여러 장점 때문이지 국내 규제를 피해 해외로 나간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들은 1990년대 중반 중소기업들의 경영난이 계속돼 재벌개혁이 논의될 당시 재계가 고임금·고금리·고지가·고물류비·고규제·과소비 등 6가지 장벽이 기업활동을 저해하고 있다며 본사를 해외로 옮기겠다고 압박했던 일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당시 재벌들이 개혁을 거부했던 결과가 바로 1997년 외환위기”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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