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저가항공사로 출발한 진에어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최근 출범 9주년을 맞은 진에어는 국내 저가항공 시장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3세 경영이 시작된 가운데, 조현민 진에어 부사장의 마케팅 능력도 주목받고 있다. 이와 더불어 안정적인 경영성과를 올리고 있는 진에어의 상장 가능성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편집자 주>
대한항공 자회사로 출범…한진칼 100% 지분 계열사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진에어, 상장 검토 중” 언급
조현민 부사장, 젊은층 공략하는 독특한 마케팅 화제
중대형 비행기 업계 최초도입…비수기 적자 해소해야
▲ 출범 9주년을 맞은 진에어는 국내 저가항공 시장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사진=진에어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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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내막=임대현 기자] 진에어는 지난 2008년 1월 대한항공의 자회사로 출범한 저가항공사다. 진에어는 올해로 출범 9주년을 맞이했다. 저가항공 시장이 날로 성장함에 따라 진에어도 날로 발전해왔다.
주력 항공기는 ‘B737-800’ 기종으로 모회사인 대한항공에서 가져와서 투입중이며, 제2의 허브공항인 제주국제공항에는 주 60여 편을 운항한다. 국제선도 마카오, 괌, 방콕, 클라크, 세부, 비엔티안, 삿포로, 나가사키, 오키나와, 치앙마이, 하노이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국내 저가항공사 중 처음으로 중·대형 항공기 ‘B777-200ER’을 도입해 장거리 노선을 운영하는 등 시장의 혁신도 이끌고 있다. 진에어는 현재 22대의 항공기를 운용하고 있으며, 저비용을 기반으로 건실한 경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15년 3월 말부터 ‘코드셰어’를 실시하게 되면서 대한항공에서 상당한 지원을 받고 있다. 정비, 급유, 케이터링 등 모든 지상조업 서비스들을 대한항공에서 지원받는다. 대한항공은 진에어와 좋은 경쟁자이면서도 협력자인 것이다.
대한항공을 소유한 한진그룹은 지난 2015년 11월 지배구조를 정리하는데, 이로 인해 진에어는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진에어는 한진그룹의 알짜 자회사로 불리는데, 아직 상장을 하지 않은 상태다.
상장은 언제쯤?
한진그룹은 최근 3세 경영시대를 열었다. 지난 1월6일 한진그룹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총괄 부사장이 15년간의 경영 수업을 마치고 사장으로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다고 밝혔다. 조 사장은 지난해 초 대한항공 부사장에서 총괄 부사장으로 선임된 후 1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룹 측은 “조 사장은 회사의 실적 개선을 이끌고 조직을 젊고 역동적인 분위기로 쇄신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원태 사장은 인하대 경영학과와 서던캘리포니아대 MBA(경영학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그는 2003년 8월 한진정보통신의 영업기획 담당 차장으로 입사했다.
진에어는 계속해서 상장 가능성이 대두되는 상황이었다. 한진칼은 진에어의 상장 가능성이 커질 때마다 주가가 오르는 모습도 보였다. 역시, 조 사장의 취임 이후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진에어의 상장 여부다.
조원태 사장은 진에어 상장에 대해 확답을 내놓진 않았다. 그러나 지난 1월20일 서울 여의도 63시티에서 열린 ‘2017년 항공 가족 신년인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진에어) 내부사정 때문에 안 좋아져서 지연되고 있긴 하지만, (상장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진에어 상장여부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원태 사장은 “시기는 아직 알 수 없다”면서 진에어에 대한 명확한 언급을 피했다. 그러면서 “올해 급선무는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을 낮추는 데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진에어는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저가항공사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한진해운 사태 등 한진그룹이 재무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진에어를 상장할 것으로 전망해 왔다.
대한항공에 대해 조 사장은 “올해 매출은 환율 등 환경이 어려워 작년보다 안 좋을 것”이라면서도, “진에어도 올해는 보수적으로 계획을 잡았으며 지금부터는 안정적인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는 주로 항공기 쪽으로 할 것”이라며 “(항공 업황이)녹록치 않은 상황이지만, 항공기 투자라는 게 10년 전부터 계속하는 것이고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원태 사장의 어두운 전망에도 불구하고 진에어가 상장할 것이라는 기대는 커지고 있다. 진에어의 영업이익이 점차 늘어나며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시점에, 그룹은 자금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상장이 유력한 이유 중 하나는 진에어의 지분이 100% 한진칼에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진칼은 오너일가가 약 25%의 지분을 갖고 있다. 진에어가 상장하면 막대한 자금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이미 지난해 11월 상장한 저가항공사 제주항공을 통해 진에어의 가치를 유추해 볼 수 있다. 제주항공은 상장 당시 448.5대1의 공모주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당시 공모가 기준 제주항공의 시가총액은 7772억 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제주항공과 진에어의 규모를 비슷하게 유추하고 있다.
진에어는 지난해 처음으로 현금배당을 한 바 있다. 당시 규모는 108억 원 규모였다. 이는 2015년 매출이 급격히 증가하며 현금성 자산이 대폭 늘어난 것이 기초했다.
2015년에 진에어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227억 원으로 전년 대비 73% 늘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613억 원, 297억 원을 기록했다. 흑자행진도 지속되고 있다.
당시 진에어의 배당 규모는 업계 최대였다. 업계 1위로 불렸던 제주항공도 진에어보다 낮은 103억6270만 원을 배당했고, 아시아나항공 계열사인 에어부산은 50억 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알찬 성장 이뤘다
지난 1월20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 진에어 본사에선 ‘창립 9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이날 최정호 진에어 대표는 “모든 임직원 여러분 덕분에 9년간 외형적으로도 내면적으로도 알찬 성장을 이뤘다”면서 “내년은 10주년이 되는 만큼 올해는 내실을 더 다지자. 튼튼하고 존경받는 기업이 되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임직원 모두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바른 방향성을 갖고, 긍정적인 마인드와 진취적인 자세로 몇 단계 진일보한 모습을 갖추자”면서 “그래서 모두가 행복하고 자랑스러운 진에어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모범직원 표창 △장기근속자 표창 △신입사원 축하공연 등으로 구성됐으며, 내부적으로 간소하게 진행됐다. 이날 기념식은 최 대표와 조현민 진에어 부사장 등 임직원 100여 명이 참석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저가항공사가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월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등록된 항공기는 지난해 12월 말을 기준으로 총 761대로 전년 대비 37대(5.1%)가 증가했으며 올해도 41대가 도입될 예정으로 조만간 800대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1961년 3월 항공법에 따라 최초 9대의 항공기를 등록한 이래 54년 만에 85배로 증가한 수치이다.
항공기 분포를 보면, 운송용 348대(45.7%), 비사업용 208대(27.3%), 항공기사용사업 172대(22.6%), 소형항공운송사업 33대(4.4%)순이었다. 지난해 가장 많이 증가한 것은 운송용 항공기로 21대가 증가했으며 이 중 저가항공사가 20대를 새로 도입한 것으로 나타나, 저비용항공사의약진이 두드러진다.
저가항공사가 도입한 기종은 B737-800, A321-200으로 주로 동남아, 일본 등 단거리 노선에 운항하는 항공기다. 제주항공이 4대를 도입했고, 이스타항공(4대), 티웨이 항공(4대), 진에어(3대), 에어서울(3대), 에어부산(2대)도 잇따라 운송용 항공기를 도입했다.
항공사의 자료에 의하면 B737 1대를 도입할 경우 평균적으로 약 38명의 직접기술 운용인력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고 작년 항공기 도입으로 525명 이상의 고용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항공사가 국내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에도 항공기가 총 41대가 도입될 예정이다. 특히, 보잉·에어버스사가 제작한신형 B787-9, CS-300, A350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동체가 알루미늄 합금 대신 탄소복합특수소재로 만들어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여 연료효율도 높이고, 항속거리도 증대되고 건조한 기내습도도 증가돼 승객들에게 쾌적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토교통부는 앞으로 항공기 등록 민원인의 편의를 증진하기 위해 방문접수 대신 등기우편, 팩스로 가능할 수 있도록 신청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내용을 담은 항공기등록령·등록규칙개정안을 마련하고 오는 3월30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 조현민 진에어 부사장은 최연소 대기업 임원으로 유명하다. <사진=진에어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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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에어 이끄는 조현민
진에어의 성공가도 이면에는 조현민 부사장의 남다른 애정이 숨어있다. 조 부사장은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차녀로 지난해 7월 조직개편 당시 마케팅본부장을 맡고 있다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담당하고 있는 마케팅본부장 직무는 그대로 유지했다.
한진그룹 3세 경영진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면서 동시에 조현민 부사장도 진에어 경영에 적극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개편 당시 한진그룹은 “이번 임원 인사 및 조직 개편은 더욱 치열해지는 저가항공사 경영 환경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정비 등 항공 안전에 대해 더욱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시스템 관리 능력 확충에 초점을 맞췄다”라고 설명했다.
조현민 부사장은 진에어 출범과 동시에 마케팅 업무를 맡아왔다. 지난 4주년엔 직접 승무원 체험에 나서기도 하며 소탈한 모습을 보여줬다. 게다가 진에어란 이름을 알리기 위해 국내 e스포츠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젊은층에게 더욱 유명한 기업인이 됐다.
조 부사장은 지난 2010년 대한항공 스타리그를 직접 후원하면서 e스포츠와 직접적인 연관을 맺었다. 저가항공 주요 타깃인 젊은층을 공략하기 위해 게임대회를 스폰서한 것이다. 이때 사상 최초의 항공사 격납고 결승전, 중국 상하이 동방명주 결승전을 만들어내면서 한국 e스포츠의 격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잠시 동안 e스포츠와 떨어져 지냈던 조 부사장은 2013년 네이밍 후원을 시작하면서 전격적으로 복귀했다. 한국e스포츠협회가 운영하고 있던 ‘스타크래프트2’ 팀인 제8게임단을 후원했고 ‘리그오브레전드(LoL)’ 팀까지 함께 후원하기로 결정하면서 e스포츠와 다시 인연을 맺었다.
e스포츠에 무한한 애정을 보이고 있는 조현민 부사장은 최근 e스포츠 기자단과 만나 인터뷰를 갖기도 했다. 인터뷰에서 조 부사장은 e스포츠 종주국임을 자부하지만 몇 년 전부터 세계 각국으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 한국의 현실을 개선시키기 위해 내부 설득부터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한항공의 임원진을 만날 때마다 e스포츠와 게임의 산업적인 효과를 설명하고 있고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현장에 함께 가려고 노력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조현민 부사장은 “2014년 한국에서 ‘LoL 월드 챔피언십’이 열렸고 대한항공이 후원사로 나섰을 때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에 임직원들과 함께 갔다”면서 “열광하는 젊은 세대들을 보면서 e스포츠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갖더라”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e스포츠 팬들을 위한 관광 상품도 준비 중이다. 진에어는 제주에서만 중국의 시안, 상하이로 운항하고 있지만 김포나 인천에서 중국으로 가는 노선권이 주어진다면 중국의 젊은 e스포츠 팬들을 대상으로 관광 코스를 만들 계획도 세우고 있다. 조 부사장은 “항공사인 진에어만이 할 수 있는 글로벌 마케팅 활동이 다양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생기고 현실이 뒤따라주는 대로 e스포츠에 접목시킬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조 부사장은 ‘31세 최연소 대기업 임원’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게다가 동화작가라는 특이한 이력도 갖고 있다. 그는 원고를 들고 직접출판사를 찾아다니며 도서 출판을 위해 애썼다고 말했다.
▲ 진에어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을 활발히 진행한다. <사진=진에어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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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부사장의 마인드 때문인지, 진에어는 독특한 마케팅으로 주목받고 있다. 진에어는 어린이, 대학생, 게임유저 등을 대상으로 재미난 마케팅을 진행했다. 이 같은 모습은 진에어의 주 고객층인 젊은층을 공략하기 위한 방안으로 보인다.
지난해 진에어는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 승객이 실제 기내에서 객실승무원 업무를 경험해볼 수 있도록 하는 체험 행사를 진행했다. 당시 행사에 참여했던 어린이는 진에어 객실승무원으로부터 항공기와 객실 서비스에 대해 소개받고, 객실승무원 유니폼 착용해 기내 방송 체험 등을 했다.
진에어는 ‘키자니아 부산’에 어린이 승무원 교육센터를 오픈하기도 했다. 진에어는 키자니아 승무원 교육센터를 방문한 어린이에게 보잉 737 기종의 실제 비행기 동체에서 객실승무원과 운항승무원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참가 어린이는 공항 탑승수속 카운터로 꾸며진 메인 게이트에서 입국 수속을 마친 후 객실승무원 또는 운항승무원으로 변신한다. 객실승무원이 된 어린이는 기내 방송과 안전 교육을 받은 후 기내식 서비스를 체험하고, 운항승무원이 된 어린이는 비행 안전교육을 받은 후 모의 비행장치를 통해 비행기 조종을 체험할 수 있다. 또 비상탈출 슬라이드를 통해 비상탈출 훈련도 체험한다.
진에어가 꾸준히 운영하고 있는 대학생 항공 마케팅 참여 프로그램 ‘그린서포터즈’도 인기다. 진에어는 지난 1월18일 서울 등촌동에 위치한 본사에서 그린서포터즈의 18기 발대식을 진행했다. 진에어 그린서포터즈는 항공 마케팅 전문가를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예비 마케터로서 실질적인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18기 그린서포터즈는 오는 4월말까지 약 4개월간 활동하게 되며, 온·오프라인 마케팅 기획 및 실행, 온라인 콘텐츠 개발, 국내외 진에어 취항지 탐방을 통한 항공 서비스 체험 등 다양한 개인 및 팀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진에어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포켓몬’을 통한 프로모션도 진행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에어는 홈페이지 및 SNS 등 온라인을 비롯해 국내 주요공항, KAL 리무진 버스, 국제선 항공기 기내 등을 무대로 포켓몬을 활용한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진에어는 최근 ‘포켓몬 찾기’ 스페셜 특가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이번 특가 프로모션은 인천~비엔티안, 나리타, 오사카, 하노이, 부산~기타큐슈, 세부 등 다양한 노선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진에어의 ‘포켓몬 찾기’ 스페셜 특가 프로모션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포켓몬 콘텐츠를 일본, 동남아 등에서 만나고 싶어 하는 고객들에게 보다 합리적인 항공 여행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기획됐다.
비수기 극복해야
진에어는 다른 저가항공사와 달리 중·대형기 기종을 바탕으로 장거리 노선에 뛰어들었다. 이는 좌석공급량이 커 성수기에는 큰 수익을 낼 수 있지만, 공급량 대비 여객수가 적은 비수기에는 빈 비행기를 띄우며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따라서 진에어는 성수기와 비수기의 편차를 줄이는 것이 관건인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