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네거티브 격화된 까닭

가족 공격하는 원수?…“검증은 하고 가야지?”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7/04/14 [17:03]

문재인-안철수 네거티브 격화된 까닭

가족 공격하는 원수?…“검증은 하고 가야지?”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7/04/14 [17:03]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간의 네거티브 공방전이 가열되고 있다. <사진=SBS 뉴스 갈무리>     © 사건의내막

 

박근혜 파면으로 시작된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국민의당 안철수 대통령 후보 간 ‘검증’이라는 이름 아래 사활을 건 ‘네거티브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양측은 날마다 서로의 정책은 물론 후보와 후보의 가족, 주변인사들의 과거 행적 등을 분석해 엎치락뒤치락 날선 공방을 주고받고 있는 것이다. 선거 때 네거티브는 ‘양념’같은 거라 하지 않을 순 없다지만, 갈수록 치열해지는 전쟁에 이후 민주진보 진영에 ‘분열’만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편집자 주>

 


 

 

치열해진 네거티브 혈투…자녀 논란부터 정책 공방전까지

심화되는 감정싸움…‘말실수 공격’과 ‘이미 검증된 사실’도

도 넘은 검증에 양측 남는 상처 심각…‘보수만 어부지리?’

감정의 골 깊어지는 文·安…향후 ‘국정운영’ 쉽지 않을 듯

 

[사건의 내막=김범준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측이 연일 ‘네거티브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양강 구도로 재편된 대선에서 양측의 신경전은 불가피하다는 해석도 있지만 지나친 감정싸움으로 ‘네거티브 수렁’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네거티브 혈투

 

양측은 지난 4월11일 문 후보가 제안한 ‘5+5 긴급안보비상회의’를 놓고도 설전을 벌였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문재인 후보, 호들갑을 떨면 안 된다”며 “과거 군사정권이 하던 북풍(北風)을 민주당 대선 후보가 일으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자 윤관석 공보단장은 논평에서 “박 대표의 문 후보 폄하 발언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정치쇼’라고 한 것과 너무나 흡사하다”며 “두 정당이 아직 국정을 이끌 준비가 전혀 안 돼 있음을 자인한 셈”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4월12일에는 문 후보 측에서 안 후보의 이른바 ‘유치원 발언’ 논란을 비롯해 안 후보 부인인 김미경씨의 서울대 특혜채용 의혹, 안랩의 꼼수 지분 강화 의혹 등을 제기했다.

 

안 후보 측은 이에 대해 적극 방어하는 한편, 문 후보가 앞서 발표한 정책공약들과 문 후보의 아들 준용씨의 취업특혜 의혹 등으로 맞받았다. 아울러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구 여권 또한 준용씨의 논란에 함께 힘을 실었다.

 

문 후보 측은 이날 안 후보의 유치원 발언 논란에 화력을 집중했다. 안 후보는 전날인 4월11일 “대형 병설 유치원 신설은 자제하고 사립유치원은 독립운영을 보장할 것”이라고 했다가 주변 소음 때문에 ‘단설’이 ‘병설’로 들린 것이라고 해명했는데, 문 후보 측은 이 또한 ‘실언’이라며 비판했다.

 

문 후보 측은 선거대책위원회 성평등본부 명의로 성명서를 내 “학부모들이 가장 보내고 싶어하는 곳이 ‘단설’ 유치원인데 안 후보는 국공립 단설 유치원 신설을 자제하겠다는 건가”라고 꼬집었다.

 

뒤이어 성평등본부 수석부본부장인 남인순 의원이 문 후보의 국가돌봄시스템 공약을 강조하는 자료를 통해 비판을 가했다. 홍익표·유은혜 수석 대변인도 줄줄이 관련 브리핑을 내고 정책능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완전히 오해”라면서 “독립운영권을 보장한다는 것은 공교육 체계 속에서 지금보다 체계적인 관리감독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뜻”이라고 했지만, 이에 반박하는 발언들을 연이어 내놓은 것이다.

 

문 후보 측은 이와 함께 안 후보 측이 앞서 해명했던 안 후보의 부인 김미경 씨의 서울대 특혜채용 의혹에도 집중포화를 날렸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미경 씨가 서울대와 카이스트에서 각각 채용계획이 수립도 되기 전, 이미 채용지원서와 관련 서류를 작성해 놓았다며 안 후보와 ‘1+1 특혜채용’이 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날은 먼저 서울대 특혜채용 의혹을 밝힌다면서 안 후보와 김씨가 2011년 당시 각자 지원한 전임교수 특별채용 계획이 각각 3월18일, 4월19일에 수립됐는데, 김씨가 서울대에 제출한 채용지원서는 3월30일에 기작성됐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재두 국민의당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학력과 경력에서 견줄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김 교수는 뛰어난 학자”라며 “민주당은 문 후보 대세론이 붕괴됐다고 멘탈까지 붕괴되어서야 되겠나. 자중자애하라”고 받아쳤다.

 

양측은 안랩 주식 문제를 놓고도 맞붙었다. 박범계 민주당 선대위 종합상황본부 2실장은 선대위에 합류한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와 함께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안랩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발행목적 및 가격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들은 안 후보가 자금조달 목적이 아닌 지배주주의 지분율 유지 또는 이를 높이기 위해 BW를 발행한 정황이 보이고, 이에 따라 안 후보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총 1196억원의 부가 형성됐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김유정 국민의당 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이 사안은 이미 2012년도에 강용석 전 의원이 제기했다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혀졌던 사안”이라며 “문 후보는 더 이상 저급한 흑색선전 재활용을 중단하고 정책과 비전 경쟁에 나서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 측은 이외에 문 후보가 전날인 4월11일 발표한 가계 통신비 절감정책과 관련 “과거 단통법에 찬성했던 문 후보가 대선을 앞두고 이제 와 단통법을 개정한다는 발표에 놀랄뿐”이라며 공격을 가하기도 했다.

 

특히 문 후보의 아들 준용씨의 한국고용정보원 취업특혜 의혹에 세게 불을 지폈다. 안 후보 측 김유정 대변인은 문 후보 측이 지적한 안 후보의 딸 설희 양의 재산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문 후보는 준용씨의 취업·휴직·퇴직비리 3종 세트에 해명은 커녕 고소고발의 적반하장 카드를 빼들었다”고 지적했다.

 

김경록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설희 양의 재산문제에 대해 최초 의혹을 제기한 전재수 민주당 의원을 겨냥 “문 후보의 최측근인 전 의원이 3만 달러로 어떻게 등록금, 생활비를 내고 돈을 모으냐고 하는데 그렇게 자신있으면 의원직을 걸고 의혹을 제기하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 지난 4월12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대한민국, 어떻게 바꿀 것인가!’란 주제로 열린 2017 한국포럼자리에 참석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악수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서로 거의 쳐다보지 않는 등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을 드러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사건의내막

    

심화되는 감정싸움

 

이같은 문재인 후보측과 안철수 후보측 간의 네거티브 공세는 나날이 심화되어 결국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는 형국이다. 양측의 가족 비위 의혹을 넘어 사사로운 행동까지 네거티브의 대상이 되가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후보의 아들 문준용 씨가 취업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은 과거 새누리당을 위시한 여권에서 먼저 제기했지만 최근 턱밑까지 지지율이 치솟은 안철수 후보 측도 거센 검증을 퍼붓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은 지난 4월10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문 후보 아들인 준용씨의 취업 특혜 의혹이 아직도 해소되지 않았다”며 “규정과 달리 취업 관련 공고기간이 6일밖에 안 됐고, 한국고용정보원은 나중에 기관주의처분까지 받았다”고 공격했다.

 

이 의원은 ▲연구직 채용에 동영상직 지원 ▲지원서에 직렬 미기재 ▲이력서 상 수상경력 말바꾸기 등을 근거로 취업 자체에 '보이지 않은 손'이 작용했다는 의혹을 다시 제기했다. 주승용 원내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제2의 정유라 특혜다. 문 후보는 버티면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고 직접 해명하라”며 공세를 이어갔다.

 

다른 최고위원들도 “프라이버시 문제가 아니라 권력형 비리 문제”(김영환), “면티 하나 걸쳐도 취업하는 건 정유라, 최순실로 끝내야”(손금주)한다며 적극 거들었다.

 

원내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문 후보 아들의 특혜 의혹을 제기하면서 “비방전이 아니라 비전으로 경쟁하자. 국민의당과 안철수 후보는 겸손하게 국민만 보고 뚜벅뚜벅 가겠다”고 한 박지원 대표의 발언은 무색해질 수 밖에 없었다.

 

상황은 민주당도 마찬가지였다. 전재수 의원은 “안철수 후보는 2014년에 고위공직자 재산등록을 하면서 따님의 재산공개를 거부했다”며 “고지거부를 하려면 안전행정부 지침에 따라 세대분리를 해야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안 후보는 2015년도에 ‘고위공직자는 더 높은 도덕적 잣대가 필요하다’며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는데 본인이 제대로 해명하지 않는 것은 큰 문제”라며 몰아세웠다.

 

문 후보 캠프의 윤관석 공보단장도 논평을 내고 “입만 열면 자수성가했다고 주장하는 안 후보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고 공세를 가했다.

 

가족문제 뿐 아니라 정책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상대측 공약을 일축하거나 흠집내기도 비일비재하다. 문 후보가 지난 4월9일 연 10조원의 공적재원을 투입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 공약을 발표하자, 국민의당은 바로 다음날 ‘이명박 뉴타운 2탄이 우려된다’는 논평으로 공격했다.

 

반대로 안 후보가 지난 4월10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살리는 것은 기업과 민간의 몫”이라고 밝히자, 민주당은 당일 ‘안철수의 국가재난 수준 일자리에 대한 안이하고 한가한 인식 안타깝다’는 논평으로 맞받았다.

 

민주당은 국민의당 목포시의원들이 세월호 촬영금지 구역에서 일명 ‘인증샷’을 찍다가 논란이 되자 “국민의당은 미수습자 가족들께 머리 숙여 용서를 구하고 당 차원의 조치를 취하라”고 압박했지만, 하룻만에 민주당 의원과 시의원들도 ‘인증샷’을 찍은 사실이 드러났다.

 

국민의당 역시 안 후보가 전주에서 조직폭력배와 사진을 찍고, 경선에서 신천지 신도들이 가입했다는 언론의 의혹제기에 “민주당은 네거티브를 중단하라”고 대응했지만 국민의당 내부고발임이 드러났다. 안 후보와 사진을 찍은 사람 가운데 4명이 경찰의 관리대상에 오른 조폭이라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모두 네거티브를 자제하고 정책경쟁을 벌이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상대 후보에게 부정적인 이미지 만큼 대중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것도 흔치 않다.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네거티브 공방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상대 후보에 대한 결정적인 한방이 나오기도 하고, 만회하기 힘든 헛발질이 나오기도 한다. 아직 문 후보 측이나 안 후보 측에서 한 방이나 헛발질은 나오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어쩔 수 없는 싸움?

 

이처럼 문재인 후보측과 안철수 후보측이 네거티브를 퍼붓는 강도가 도가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어쩔수 없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문 후보 측은 지난 4월9∼11일 사흘간 총 16건의 네거티브 논평을 내며 안 후보를 향해 융단폭격을 퍼붓고 있다. 미국에 유학 중인 안 후보의 딸 안설희 씨의 재산공개 거부 이유, 국민의당 경선 과정에서 벌어진 ‘차떼기’ 동원 의혹, 안 후보가 규제프리존 특별법 통과에 찬성 입장을 밝힌 부분 등을 공격 포인트로 삼고 있다. 또한 부인 김미경 씨의 서울대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공세모드에 돌입했다.

 

안철수 후보 측도 이달 들어 ‘최순실 엄마가 아니라 미안하고, 문재인 아빠가 아니라 미안하다’ 등의 논평을 통해 문 후보 아들 준용씨의 특혜채용 의혹을 집중 공격했다. 대변인들이 지난 4월9∼11일 발표한 네거티브 논평은 17건에 달한다.

 

문 후보 측의 공격은 안 후보의 지지율 급상승에 대한 반격 성격이 짙다. 대선 후보 선출 이후 갈 곳을 잃고 떠도는 중도·보수층 표심을 묶어두려는 전략이다. 안 후보가 갖고 있는 ‘정직하고 깨끗한 이미지’에 타격을 줘 안 후보를 지지하는 흐름이 실제 투표까지 이어지지 않게 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국민의당이 경선 국면에서 ‘문모닝’(아침마다 문 후보를 비판한다는 뜻)으로 문 후보를 흠집낸 것에 대한 반감도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문 후보 측 내부에선 2012년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당의 결정을 받아들여 박근혜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를 중단했던 것을 패배 요인으로 꼽는 목소리도 나온다.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기에 너무 태평하게 굴었다는 자성론이다.

 

하지만 네거티브 난타전이 거세질수록 선두 주자인 문 후보가 입는 상처가 더 크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큰 형님 리더십’과 정책 우위로 인한 준비된 후보를 내세웠던 문 후보가 뒤늦게 네거티브전에 뛰어들면서 남은 한 달간 우왕좌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당은 초반의 파상공세로 ‘문재인 대세론’ 흔들기에 성공했다고 보고, 네거티브 속도 조절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안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와 대등한 지위에 올라선 만큼 ‘과거 대 미래’ 구도를 통한 정책 대결로 선거 흐름을 옮긴다는 전략이다. 정치권에서는 네거티브 공방전이 치열해질수록 야권 주도의 대선 흐름이 ‘감동적 정권교체’가 아니라 ‘야권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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