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맺은 육사생도…퇴학감? 부당?

법원, “육사생도 약혼녀와 성관계…퇴학시킨 건 부당하다”

취재/이상호 기자 | 기사입력 2013/07/22 [13:22]

성관계 맺은 육사생도…퇴학감? 부당?

법원, “육사생도 약혼녀와 성관계…퇴학시킨 건 부당하다”

취재/이상호 기자 | 입력 : 2013/07/22 [13:22]
퇴학처분 부당판결에 육사 항소 뜻…성관계 사건 이후 군 내부서도 논란

법원이 ‘약혼녀와 성관계’를 이유로 육군사관학교 측이 생도를 퇴교시킨 것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1심 판결을 내린 것을 놓고 군 내부에서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법조계와 관련 시민단체는 이번 판결 내용을 대체로 환영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역 장교 등 군 일각에서는 ‘엘리트 장교 양성이라는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시대가 바뀐 만큼 관련 규정도 시대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육군사관학교는 항소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판결은 육군사관학교의 교칙 규정의 변화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목된다.
법원에 따르면 육사 4학년 생도인 A씨는 지난해 11월 졸업 및 소위 임관 한 학기를 남기고 퇴학처분을 받았다. 주말 외박 당시 원룸에서 여자친구를 만나 사실상 동거생활을 하며 수차례 성관계를 가져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고, 이에 대한 자발적 양심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A씨는 2012년 1월경 자신의 어머니 명의로 원룸을 얻은 뒤 주말마다 외박을 나가 원룸에서 여자친구와 생활했다. 그러다 “외박 시 이성친구와 함께 원룸에 출입하는 사관생도가 있다”는 민간의 제보로 적발된 것.
육사는 현재 3금제도(금주·금연·금혼) 위반자를 징계하고 있으며, 이 규정을 위반했을 때는 자발적으로 양심보고를 하고 자율적으로 벌칙을 정해 반성의 시간을 갖게 했다.
A씨는 “여자친구와 결혼을 전제로 2년 가까이 사귀었고, 서로 동의하에 학교 밖에서 성관계를 한 게 무슨 잘못이냐”고 항변했다. 이에 육사 측은 A씨가 ‘성관계 성희롱 임신 동거 등 도덕적 한계를 위반하는 행위는 성군기 위반행위로 강력하게 처벌받을 수 있다’고 명시한 생도 생활예규(35조6항)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양심보고에 대해서도 A씨는 ‘여자친구와의 성관계는 지극히 사적인 일인데 일일이 보고하는 건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다’고 주장했지만 육사 측은 ‘양심보고 제도는 사관생도의 도덕적인 용기를 기르기 위해 만든 제도로 이를 어긴 건 육사 생도로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정직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양심보고 역시 예규 22조에 명시된 육사 생도가 지켜야 할 의무사항이다.
육사는 1951년 이후 지금까지 교내 예규에 ‘3금 제도’를 두고 있다. 다만 남자생도든 여자생도든 성관계를 하거나 술을 마셨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퇴학당하는 건 아니다. 양심보고 의무를 이행했는지, 다른 위반 사항은 없었는지 등을 자문기구인 교육운영위원회가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학교 측이 처분 수위를 최종 결정하는 구조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문준필)는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와 성관계를 했다는 이유로 퇴교 처분을 받은 육사 생도 A씨가 육사 측을 상대로 낸 퇴학처분 무효소송에서 “퇴학처분을 취소한다”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7월14일 밝혔다.
재판부는 “국가가 내밀한 성생활 영역을 제재의 대상으로 삼아 간섭하는 것은 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A씨가 성관계를 맺은 것은 개인의 내밀한 자유 영역에 속할 뿐 성군기를 문란하게 하거나 사회의 건전한 풍속을 해친다고 보기 어려워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또 “생도가 양심의 가책을 받았을 때 자발적으로 보고토록 한 것은 헌법상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고 이를 어겼다고 징계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징계 사유 중 사복착용금지 규정 위반만 인정하고 “퇴학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육군 관계자는 “금혼규정을 어긴 것도 문제지만 거짓말을 한 것이 더 문제”라며 “거짓말은 즉각 퇴교에 해당하는 규정 위반인데 재판부가 이 부분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며 항소할 뜻을 분명히 했다.
육군 내부적으로도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경기도 전방부대에 근무하는 김모(42·여)소령은 “민간인인 판사의 입장에서는 ‘금혼규정’이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며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재판부는) 장교 양성이라는 육군사관학교의 존재 목적을 한 번 더 고려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B(46·학군)중령은 중국 전국시대 위나라 오기 장군이 종기로 고생하는 병사의 고름을 입으로 빨아내 치료한 ‘연저지인’ 고사를 인용하며 “강하면서도 따뜻한 품성을 갖춘 장교를 키우기 위해 다양한 제약을 하는 것인데 이를 법원이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C(30·육사)대위는 “요즘엔 대부분이 외동아들 아니냐”면서 “자제력이 없는 장교에게 하나밖에 없는 귀한 아들을 맡길 국민이 어디에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장교의 품성’이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면 사관생도뿐 아니라 현역 고위 장교들도 마찬가지 아니냐는 지적이다.
D(43·학사)소령은 “몇 년 전 군부대 내부에 룸살롱을 운영했다가 논란이 됐던 사례도 있지 않느냐”면서 “군 고위층부터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25·3사)중위도 “금주규정만 해도 과거에 비해 상당히 완화됐지 않느냐”면서 “완전한 폐지는 어렵겠지만 금혼규정 등 3금제도 자체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비역 중위인 김모(40·특임)씨는 “과거에 필요성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현재도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면서 “완전 폐지는 아니더라도 상황에 따라 탄력적인 운영을 거부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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