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가 실종상태? ‘거주 불명자’

사연 다양한 거주 불명…‘나라가 포기한 사람들’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7/08/30 [17:42]

국민 1%가 실종상태? ‘거주 불명자’

사연 다양한 거주 불명…‘나라가 포기한 사람들’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7/08/30 [17:42]

명백한 대한민국의 국민이지만, 정부가 거주지를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생사도 파악하지 못한 인구들도 존재한다. 대체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노숙인들이라고 생각하지만, 제법 많은 수의 노인들도 ‘거주 불분명’자로 분류되어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통계의 오류’를 이용해 허위 출생신고 및 죽은 사람 내세워 복지혜택 누리기도 하는 부도덕 행위까지 횡행하고 있어, ‘거주 불분명자’들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인 추적이 필요한 상황이다.

 


 

투명인간과 다름없는 46만명…노숙인 및 고령층이 다수

복지 사각지대…기초노령연금 수령여부 몰라 방치 태반

범죄 주요 표적…‘현대판 노예’의 대다수 ‘거주 불분명’

혈세 빼먹는 서류국민도…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 거주불명인들은 주로 저소득 노년층에서 많이 나타난다. <사진=KBS 뉴스 캡처>    

 

[사건의 내막=김범준 기자] 지난 2016년 기준 정부의 인구총계 자료를 살펴보면 거주불명자가 46만명2000명에 달한다. 국민 100명 중 1명에 해당하는 국민이 거주불명자로 등록된 채 국가의 보호와 관리를 받지 못하고 사실상 방치된 것이다. 문제는 정부와 지자체는 “거주불명자들을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며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이다.

    

투명인간 국민

 

행정자치부의 인구 통계에 따르면 재외국민을 포함해 지난 1월말 현재 전체 국민은 5170만4332명이다. 이 중 0.9%인 46만1974명(40만290세대)이 거주불명자로 분류된다.

 

2009년 4월 1일 주민등록법이 개정돼 주민등록 무단전출자 말소제도가 폐지되면서 2010년 10월부터 주민등록말소자 모두 거주불명자로 일괄 전환됐다. 이들은 주민등록이 남아 있는 만큼 당연히 인구 통계에 포함된다.

 

행자부와 각 지자체는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거주불명자는 대부분 무단전출자”라고 밝혔다. 채무, 범죄, 가정문제 등 다양한 개인 사정으로 인해 이사하고도 기간 내 전출입 신고를 하지 않거나 고의로 숨어 사는 국민이라고 설명한다.

 

실제 2006년 한 연구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주민등록말소자의 80∼90%가 개인 간 채권·채무 등 신용불량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같은 설명이 모든 거주불명자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거주불명자의 연령대를 보면 0∼9세 2308명을 포함해 미성년자인 19세 이하가 1만3469명에 이른다. 100세 이상도 1만3113명이나 포함돼 있다.

 

이들이 채권·채무 등으로 ‘무적자’ 생활을 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쉽지 않다. 이들의 안전에 우려가 커지는 이유이다.

 

무엇보다 100세가 넘은 고령자들의 경우 사망한 사람도 적지 않으리라고 추정된다. 한 주민센터의 공무원은 “100세 이상 거주불명자 중 상당수는 이미 사망하셨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 기관은 거주불명자 중 무허가 요양시설이나 복지·의료시설 등에서 생활하는 고령자들도 적지 않으리라고 보고 있다.

 

행자부는 현재 거주가 확인된 국민 중 전국 최고령자는 118세라고 밝혔다. 하지만 거주불명자를 포함하면 주민등록이 남아 있는 전국 최고령자 나이는 이보다 훨씬 많아진다. 경기도 성남시에 주소가 있는 한 거주불명자는 1885년생, 올해 132세이다.

 

문제는 거주불명자 제도가 개선되지 않고, 또 행정 기관이 이 거주불명 주민의 생사를 파악하지 않는다면 주민등록 시스템에는 향후 150세를 넘어 200세가 넘는 국민도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주민등록 관리 부실의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한동안 노숙 생활을 한 A 씨는 사망자로 처리돼 있다가 최근 주민등록을 부활시켰다. 이처럼 노숙자들 상당 수가 주민등록이 말소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사례는 전국적으로 적지 않으리라고 추정되지만, 정부는 실태를 파악조차 못 하고 있다. 정부의 허술한 주민등록 관리는 다양한 문제를 낳는다. 우선 국가 선거업무에 영향을 준다. 거꾸로 거주불명자로 등록되면 설령 200세가 넘어 사망이 확실시되더라도 투표권이 부여된다. ‘사망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투표율 등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한 주민센터의 공무원은 “사망신고가 제대로 되지 않거나 행정착오 등으로 사망자의 주민등록 말소가 이뤄지지 않으면 당연히 선거인 명부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거인 명부에 이름이 올라 있다고 해서 거주불명자들의 선거권이 보장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지난 2014년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14년 9월30일 기준 투표권 있는 19세 이상 거주불명자 46만1000여명이 읍면동 주민센터로 주소가 등록돼 있었다. 하지만 같은 해 6월 실시된 지방선거 당시 선거관리위원회가 읍면동 주민센터 거주불명자들에게 보낸 선거공보물은 31만1000여명 뿐이었다.

    

복지 사각지대

 

때문에 살아 있을 많은 거주불명자가 선거권을 보장받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초노령연금 등 각종 복지 정책의 구멍도 우려된다.

 

2013년 6월 감사원이 발표한 보건복지부 대상 감사 자료를 보면 기초노령연금 지급 대상 거주불명자 32명을 조사한 결과 20명이 노령연금제도의 내용 자체를 모른다고 응답했다. 거주불명자라는 이유로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된 국민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고령의 나이를 감안하면 이미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만에 하나 살아있다면 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거주불명자에 대한 사회보장 서비스 제공이 미흡하다는 지적은 이미 수년 전부터 제기됐다. 감사원은 지난 2013년 4월, ‘고령사회 대비 노인복지시책’에 대한 감사 결과를 보건복지부에 통보했다.

 

감사 결과 거주불명등록제 시행 후인 2010년 1월부터 2012년 8월까지 거주불명 등의 사유로 사회보장급여가 중지된 사람이 2294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12년 8월 말 기준, 거주불명자 49만3224명 중 3만3738명이 건강보험에 가입된 것을 확인했으나 이 중 1.4%(473명)만이 기초노령연금(기초연금) 등 사회보장급여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자료에서 “거주불명자 가운데 기초노령연금 수급 대상인데도 연금을 받지 않고 있는 사람들을 임의 선정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 32명 중 20명(62.5%)은 제도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며 “제도 설명 후 신청 의사 확인 결과 84.4%(27명)가 신청을 희망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건강보험에 재가입한 거주불명자를 대상으로 사회보장급여 신청을 안내하는 등 방안을 마련할 것을 보건복지부에 통보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기점으로 1년에 한 차례씩 국민연금공단과 함께 거주불명자 전수조사를 벌이기 시작했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 지난해 전수조사를 벌인 3개월 동안 실제로 찾아내 기초연금을 지급한 거주불명자는 600여 명에 그쳤다.

 

같은 기간 기초연금 수급대상인 65세 이상 거주불명자가 8만2천여 명인 점을 고려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노령연금 수급요건을 충족했는데도 청구하지 않아 그냥 쌓여 있는 미지급금은 810억에 이른다.

 

노령연금 이외에 유족연금·사망일시금 미지급금도 120억원이다. 연금공단은 홈페이지에 ‘못 받은 국민연금 찾아가세요’라는 코너를 운영하고 명절을 앞두고는 관할 지자체와 합동으로 홍보활동도 벌인다.

 

그러나 실제로 얼마나 찾아갔는지는 최신 통계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2년 6월 기준 65세 이상 거주불명자 7만8642명 중 실제 기초노령연금 수혜자는 186명(0.2%)에 이른다.

    

▲ 거주불명인의 대표격인 노숙인들은 각종 범죄의 표적이 되어 있다. <사진=PIXABAY>  

 

범죄 표적된 그들

 

무엇보다 거주불명자들이 각종 범죄에 희생됐거나 노출될 위험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역시 크다. 최근 일어난 범죄 사례들을 보면 거주불명자들이 범죄 표적이 된 경우나 반대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지난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충북 청주 축산노예 사건은 실종으로 행방불명된 40대가 무려 19년에 걸쳐 무임금 강제노역에 시달린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지적장애인 고모씨는 20년 전인 1997년 충남 천안의 한 양돈농장에서 일하다가 영문도 모른 채 소 중개인의 손에 이끌려 청주시 청원구 김모씨 농장으로 오게 됐다.

이곳에서 그는 2평 남짓한 축사 창고 옆 허름한 쪽방에서 생활하며 소똥을 치우고, 여물을 챙겨주는 강제노역에 시달렸다.

 

하루 12시간에 달하는 고된 노동에 동원되면서도 대가는 받지 못했다. 품삯은 고사하고 일을 못 하면 끼니를 거르기 일쑤였고 심지어 매질도 당했다.

 

그가 생활한 쪽방은 축사와 불과 3m도 안 떨어져 소똥 냄새가 진동했고, 바닥에 깔린 전기 패널의 온기만으로 겨울을 나야 했다.

 

이런 악몽 같은 시간은 지난해 7월1일 밤 축사를 나온 고씨가 경찰에 발견되면서 비로소 끝이 났다.

 

지옥으로 끌려온 지 꼭 19년 만이다. 고향집과 이 축사는 불과 18㎞ 거리로, 자동차로 20여분 걸리는 집까지 돌아오기까지 무려 19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고씨가 우연히 비를 피하려고 들어간 공장에서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다면, 그의 강제노역은 죽을 때까지 계속됐을 수도 있다.

 

20년 전 고씨 어머니는 경찰에 실종(미귀가) 신고를 했지만 아들을 찾지 못했다. 어머니는 “언제든 돌아올 아이”라며 고씨의 주소지를 청주 오송읍 예전 집으로 해놨다. 이로 인해 고씨는 공식적인 거주불명자는 아니었지만, 주민등록상 거주지가 실 거주지와 불일치한 상태였다.

 

우리 사회가 몰랐던, 정부는 파악조차 하지 못했던 이 거주 불일치자는 19년을 범죄 피해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고씨 외에도 범죄 표적이 되는 거주불명자 사례는 범죄에 노출된 노숙자들에게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지난 2월28일엔 서울 영등포역 인근에서 노숙인끼리 싸움이 일어나 40대 남성이 숨졌고, 지난 2월16일 광주광역시에서는 식당에서 얻어온 밥을 노숙인끼리 나눠 먹으면서 자신만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40대 노숙인이 60대 노숙인 잠자리에 불을 놓아 중상을 입히는 사건도 있었다.

 

노숙인뿐만 아니라 거주불분명자들은 상대적으로 범죄에 노출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5월 경기 안산 대부도 토막살인 사건인 조성호 사건의 피해자 최모(당시 40세)씨 역시, 주민등록상 주소지는 인천 소재 어머니 집이었다.

 

이 때문에 강력범죄를 수사하는 경찰들의 경우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거의 신뢰하지 않는다고 한다. 강력범죄에 연루된 사람들 중 상당수는 주민등록상 주소지와 실제 거주지가 맞지 않는, 제도권 밖 사람들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경제적 문제 등으로 인한 가족해체가 거주불명으로 이어지고, 이 문제가 거시적으론 당사자들을 가해자 혹은 피해자 역할로 ‘범죄 사각지대’에 내몰고 있다고 진단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거주불명자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를 단 한번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내막을 정확하게 알 순 없다.

 

다만 거주불명자들은 경제적인 문제로 채무를 회피하기 위해 또는 가정불화 탓에 거주지를 옮긴 뒤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일 것으로 추정된다.

 

빈곤이나 가정불화가 거주불명으로 이어지고, 거주불명자가 범죄 사각지대에서 가해자 혹은 피해자로 범죄에 노출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한 경찰관계자는 “제도권에서 제외된 거주불명자들은 사회 양극화에 따른 소득불균형에 한계계층으로 몰려 범죄 유혹에 빠지기 쉽고, 반면 신분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범죄를 당해도 신고하지 못하는 입장에 처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악용되는 ‘서류국민’

 

이같은 거주불명자 문제는 강력범죄 뿐만 아니라 사망 신고 지연에 따른 기초연금 등의 부적정 지급 사례도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부실한 통계 때문에 복지재정이 새는 경우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바른정당 홍철호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사망자에게 지급된 기초연금은 2013년 2억8000여 만원(2054명), 2014년 2억여원(1263명), 2015년 2억1000여 만원(1004명) 등이다.

 

이 기간 소득·재산 초과자, 재소자 등에게 지급한 액수까지 합치면 부적정 지급액은 70억원을 넘는다.

 

2004년 1월 어머니 사망 사실을 숨기고 11년간 전몰군경 유족 보훈급여 1억6000만원을 부당 수령했다가 적발된 이모(70)씨가 최근 수원지법 여주지원에서 징역 1년 2월의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은 각종 복지 수당과 지원금의 경우 신청해야 지급하는 ‘신청주의’ 행정이어서 대량 누수는 사전에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는 각 지자체에서 확보한 거주불명자 명단을 이용해 조사를 벌이다 보니 한계점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모집단 자체가 거주불명자이다 보니 접촉 자체가 어렵고, 연락이 닿아도 가족문제, 채무관계와 같은 개인 사정으로 자신을 드러내길 꺼리는 경우가 많다”며 “사망이나 해외 이주 등 행정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거주불명자로 등록된 이들은 찾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 각종 사연으로 거주불명인이 된 사람들에 대해 정부는 적극적으로 찾아나서야 한다. <사진=KBS 뉴스 캡처>    

 

적극행정 나서야

 

이처럼 거주 불명 인구가 46만 명을 넘어 국민 100명당 거의 1명꼴에 이른 가장 큰 이유는 신고에 의존하는 행정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주민의 거주 실태를 파악하는 주민등록 사실 조사는 분기마다 이뤄진다. 읍면동 단위로 통장 등이 나서 주민등록에 기재된 내용과 실제 주민의 거주 사실을 대조한다. 그러나 주민센터 직원은 거주 불명자들의 소재를 파악하려 해도 전입 담당 직원이 대부분 단 한 명에 불과해 업무부담이 크고 현실적으로 힘든 방법이라고 호소한다.

 

한 주민센터 관계자는 “사실 조사를 나갈 때 통장에게 업무를 분담하고 거주지가 확인이 안 되는 곳이 있으면 직원이 직접 나가기도 한다”면서 “거주 불명자들의 소재를 일일이 파악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장 인력이 달리는 상황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도심과 농촌 지역 거주 불명자 수가 많이 차이가 나는데도 불구하고 주민센터 인력은 대부분 비슷하다”면서 “일률적인 인력 배분을 수요에 따라 배치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주민등록 인구에 포함된 거주 불명자도 엄연한 우리나라 국민이다. 신고를 바탕으로 작성되는 행정자료라서 현실과 어느 정도 괴리가 있다 해도 “신고가 없으면 소재를 파악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행정 당국의 입장은 그동안 거주 불명자들의 소재파악에 사실상 손을 놓다시피 한 정부의 태도를 대변한다.

 

국가의 주인인 국민의 소재파악이 제대로 안 되고 심지어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각지대 놓인 국민을 단 한 명이라도 찾아내겠다는 정부의 의지와 태도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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