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증폭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고’

연이은 의료과실 참사…‘항생제 남용됐나?’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7/12/22 [10:13]

논란 증폭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고’

연이은 의료과실 참사…‘항생제 남용됐나?’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7/12/22 [10:13]

태어난 아기들이 병원 밖 세상 빛을 보지 못하고 병원에서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한 명의 아기가 아니라 하루에 4명의 신생아가 사망한 것이다. 게다가 이 아기들 중 3명이 세균에 감염되어 사망했다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병원 측 부주의에 의한 의료사고 가능성이 사실상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해당 사고가 발생한 이대목동병원의 경우 ‘우수의료기관’으로 선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의료사고가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세균 성분 검출돼…사인분석 1월 지나야 나올 듯

신생아실에 드문 세균…주삿바늘·수액오염 가능성

본격 수사 돌입…신생아 중환자실·전산실 등 대상

연이은 의료사고…‘수액벌레·엑스레이 오진료’까지

 

▲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4명이 같은날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KBS 뉴스 캡처>

 

[사건의 내막=김범준 기자]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지난 12월16일 이대목동병원에서 숨진 신생아의 사망원인을 특정할 수 없다는 소견을 밝힘에 따라 최종 사인분석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질병관리본부가 이대목동병원에서 숨진 신생아 4명 중 3명이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는 역학조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이들의 사망원인을 찾는 데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망원인은 세균?

 

질병관리본부는 사망한 신생아 3명이 사망 당일 시행했던 혈액배양검사에서 항생제 내성이 의심되는 세균인 ‘시트로박터 프룬디’(Citrobacter freundii)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병원 측이 사망한 3명의 신생아한테 특정 증상이 나타나자 자체적으로 혈액을 뽑아 검사를 시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나머지 1명은 당시 검사를 할만한 증상이 없어 혈액을 채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람 음성균’에 속하는 시트로박터 프룬디는 정상 성인에 존재하는 장내 세균이지만 드물게는 면역저하자에게 병원감염을 일으킨다. 호흡기, 비뇨기, 혈액 등에 감염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병원에서는 항생제 오남용으로 인한 내성이 잘 발생해 주로 의료관련 감염으로 전파되는 특징이 있다. 신생아에게 항생제가 남용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 균은 신생아의 경우 장관에 잘 서식한다. 의료진의 손을 통해 이 균이 전파돼 감염이 발생했던 사례도 몇 사례 보고된 바 있다.

 

이 균이 속한 그람 음성균은 면역력이 떨어진 중증 질환자나 신생아에게 인공호흡기 관련 폐렴과 요로 감염 등의 2차감염을 일으킬 수 있어 철저한 감시와 처치가 요구되는 세균이다. 살모넬라균, 이질균 등도 그람 음성균에 속한다.

 

그람 음성균은 환자와 방문객들로 북적이는 병원에서 종종 발견된다. 국내 연구팀이 2012년 서울과 경기지역의 6개 유명 대학병원 로비에서 세균 오염도를 측정한 조사에서는 그람음성균이 전체 76개 시료 중 84.2%(64개)에서 검출됐을 정도다.

 

여기에다 이번에 숨진 아이들은 모두 면역력이 떨어지는 미숙아 상태였고,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점으로 볼 때 이런 세균 감염이 충분히 사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럴 경우 신생아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질환으로는 폐렴이나 패혈증 쇼크 등을 추정해볼 수 있다. 병원 내 감염 가능성도 제기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산후조리원에 입원한 신생아들한테 폐렴 증상이 집단으로 발생해 사망위험을 초래한 사례가 수차례 있었다. 또 세균 감염으로 미숙아의 폐가 기흉처럼 급작스럽게 터져 사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게 관련 전문의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미숙아의 특성상 면역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특정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감염으로 발생하는 ‘패혈증 쇼크’도 추정해볼 수 있다.

 

그러나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숨진 4명 중 3명의 미숙아에게서만 확인됐고, 4명이 81분 새 동시다발적으로 숨진 점을 세균 감염만으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의과대학 교수는 “면역력이 떨어진 미숙아 상태에서는 어떤 균종이든 세균 감염 자체가 아이한테 치명적일 수 있다”면서 “하지만 아직은 최종 혈액배양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만큼 4명 모두에 대한 검사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이날 육안 관찰 소견만으로는 사망 원인을 특정할 수 없다는 1차 부검 소견을 발표하면서 세균 감염이 원인이 아닐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과수는 지난 12월18일 브리핑에서 “조직 현미경 검사 및 각종 검사 결과 등을 종합해야만 사인을 규명할 수 있다”면서 “사람마다 면역 상태도 다르고 몸 상태도 다르기에 동시에 사망한 원인을 감염균으로 본다는 것은 의료인으로서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국과수가 세균 감염이 원인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이에 따라 사망 신생아의 최종 사인이 확인되기까지는 1개월 가량의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부검 과정에서 채취한 소·대장 내용물과 체액 등에 대한 조직검사는 물론 중환자실에서 수거된 약품 감정과 오염 여부 검사도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대목동병원은 사망 원인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 만큼 관계당국의 추후 조사결과를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또 별도로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역학조사팀을 가동키로 했다.

 

이대병원 홍보실 관계자는 “사고 원인 조사의 객관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이대목동병원 소속 의료진을 배제한 채 역학전문조사팀을 구성했다”며 “역학전문조사팀에 분야별 전문가가 모여 있는 만큼 병원 측에서 수시로 자문할 예정이고, 질병관리본부·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 당국과도 유기적으로 협조해나가겠다”고 밝혔다.

    

▲ 이번 사고가 발생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사진=KBS 뉴스 캡처>  

 

우수 의료기관

 

이처럼 이대목동병원에서 사망한 신생아 4명 중 3명의 혈액에서 모두 항생제 내성균 ‘시트로박터 프룬디’가 검출됨에 따라 병원 내부 감염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더욱이 이대목동병원은 복지부의 의료기관 평가에서 감염관리 분야 우수 인증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조사결과에 따라서는 인증체계의 신뢰마저 흔들릴 전망이다.

 

지난 12월19일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의료기관 평가인증현황 및 결과에 따르면 이대목동병원은 감염관리 분야 51개 조사항목 중 50개에서 ‘상’(上) 또는 ‘유’(有)를 받았다.

 

대부분의 세부 항목에서 감염관리가 기준 이상을 충족했거나 관리 체계를 구축했다는 뜻이다. 나머지 1개 항목도 ‘중’(中)으로 평가받아 이대목동병원의 감염관리는 사실상 우수한 것으로 인증받았다.

 

복지부와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의료기관의 신뢰성과 인증참여 저하 등이 우려돼 해당 항목에 대한 세부 결과는 공개하지 않는다.

 

이처럼 감염관리가 우수하다는 평가와는 달리 사망 신생아 4명 중 3명이 병원 내 감염으로 의심되자 의료계 안팎에서는 감염 경로와 감염원을 놓고 추측이 무성하다.

 

시트로박터균은 정상 성인의 장내에 존재하는 세균이지만 드물게 면역저하자에서 병원 감염으로 발생한다. 호흡기·비뇨기·혈액 등에 감염을 유발하며, 항생제가 잘 듣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 토양, 음식, 동물이나 사람의 대장과 소장에서 흔히 발견될 수 있지만 사람 간 전파는 주로 환자, 의료진, 의료기구 등 의료 관련 감염으로 이뤄진다.

 

전문가들은 이 균이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나온 데 대해 의아스럽다는 반응이다. 이 균 자체가 성인 중환자실에서나 간혹 발견될 정도로 희소하기 때문이다.

 

한 대학병원 소아과 교수는 “시트로박터균은 소아에게 감염되면 수막염을 일으키거나 뇌세포에 손상을 줄 수 있다”면서 “역학조사를 통해 이 세균을 매개한 게 의료장비인지, 사람인지 등을 추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소아과 교수는 “3명의 신생아가 동시에 같은 균에 감염됐다면 오염된 주삿바늘이나 수액 등의 병원 내 감염을 먼저 의심해볼 수 있다”면서 “다만, 동시다발적으로 4명이 한꺼번에 숨진 부분을 시트로박터균 감염만으로 설명하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설왕설래하고 있는 감염원과 감염 경로는 해당 균의 유전자 분석결과가 나와야 명확해질 전망이다. 만약 분석 결과 3명에게서 검출된 균의 유전자까지 모두 동일하다면 같은 감염원에서 감염됐다는 쪽으로 무게가 실린다.

 

이럴 경우 이대목동병원은 병원 내 감염관리는 물론 신생아 중환자실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에 경찰은 이대목동병원을 압수수색하며 정확한 사인조사를 시작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광수대)는 12월19일 오후 2시께부터 신생아 사망사건이 발생한 이대목동병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있다.

 

이번 압수수색은 광수대 의료사고전담팀원 13명과 질병관리본부가 합동으로 실시했다. 경찰은 신생아 중환자실과 전산실 등을 압수수색해 인큐베이터, 약물 투입기 등 의료기구와 의무기록, 처방기록 등을 확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전날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사망 환아 4명에 대한 부검을 실시했다.

 

국과수는 이날 낮 12시쯤부터 오후 7시쯤까지 부검을 실시한 뒤 1차 소견 발표에서 “육안 관찰 소견만으로는 사망 원인을 특정할 수 없었다”며 “사망한 신생아들은 조직현미경검사와 각종 검사결과 등을 종합해야 사인을 규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향후 부검에서 채취한 검사물과 현장 역학조사 검체들에 대한 질병관리본부 결과를 종합해 사인을 규명할 예정이다. 또 신생아 중환자실 현장 수거 약품과 오염여부 등에 대해 감정을 실시하고 인체조직에 대한 병리학적 검사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국과수와 경찰, 보건당국은 긴밀한 공조체제를 유지하면서 현장 재조사와 병리학적 검사를 진행하는 한편 당시 신생아 중환자실에 있던 의료진을 소환해 의료과실이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국과수의 부검 결과는 약 1달 뒤에 발표된다.

    

▲ 사고에 대해 브리핑 하는 이대목동병원 임원들. <사진=KBS 뉴스 캡처>

 

장례 치른 아기들

 

이처럼 이대목동병원에서 치료받다가 잇따라 숨진 신생아 4명의 발인이 지난 12월19일 오전 조용히 치러졌다.

 

변변한 빈소도 차려지지 못했다. 한국은 관례상 아기의 장례식에 별도의 빈소를 차리지 않는다. 이에 따라 지난 12월16일 밤 81분 사이 잇따라 사망한 이들은 병원 안치실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실을 거쳐 곧바로 화장터로 향해야 했다.

 

이대목동병원은 이날 오전 6시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순차적으로 숨진 신생아의 발인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첫 번째 발인은 오전 6시25분쯤 A환아(생후 1개월1주)부터 치러졌다. 지난 16일 오후 10시31분 1차 심폐소생술(CPR) 끝에 마지막으로 사망한 신생아였다.

 

오전 8시5분에는 생후 24일에 불과했던 B환아(16일 오후 9시32분·세 번째 사망)의 발인이 이어졌다. 두 신생아의 시신은 각각 서울추모공원과 경기도 청아공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오전 10시25분쯤에는 생후 9일 만에 숨진 C환아(16일 오후 9시10분·두 번째 사망)의 세 번째 발인이 진행됐다. 일찌감치 장례식장 운영사무실을 찾은 C환아의 아버지는 초점을 잃은 표정으로 의자에 앉다가 일어서길 반복했다.

 

이내 굳은 표정으로 안치실로 향한 그는 10분 뒤 은색 상자에 쌓인 C환아의 시신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장례식장 앞에 대기하던 운구차로 상자를 옮긴 아버지는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듯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한 채 상자를 하염없이 바라봤다.

 

결국 병원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운구차에 오른 그는 끝내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 병원을 출발한 C환아의 시신은 인천 가족공원에서 화장한 뒤 경기도 고양시 청아공원에 안장된다.

 

이어 오후 1시에는 지난 12월16일 오후 6시4분 첫번째로 사망한 D 환아의 마지막 발인이 치러진다. D환아는 발인을 거쳐 경기도 벽제중앙추모공원으로 향하게 된다.

    

연이은 실수

 

한편, 이같은 영아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이대목동병원에 대한 국민들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이대목동병원에서는 간호사가 폐결핵 확진을 받고 수액에서 날벌레가 발견되는 등 관리부실 사례가 여러차례 지적됐다.

 

아직까지 사망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번 사고의 경우도 병원내 감염을 일으키는 주요 세균인 ‘시트로박터 프룬디 균’이 검출되면서 병원내 관리 부실에 무게가 실리고 있어서다.

 

12월19일 보건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이 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던 간호사 A씨가 결핵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정기건강검진을 받던중 결핵발병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따라 서울시와 양천구보건소는 당시 입원해 있던 신생아 166명과 직원 50명에 대해 역학조사를 실시해 영야 2명과 직원 5명에서 잠복결핵을 확인했다.

잠복결핵은 결핵균에 감염은 됐으나 아직 발병하지 않은 상태로, 하지만 감염후 1~2년내 5%, 평생에 걸쳐 5% 등 10%가 결핵환자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부모들을 불안케 했다.

 

이대목동병원에선 또 지난 9월 생후 5개월 영아에게 투여되는 수액에서 벌레가 발견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조사에 착수해 제조과정에서 완제품 검사가 제대로 안된 사실을 밝혀냈지만 아기에게 수액을 맞히기전 제품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병원측도 과실을 피하기 힘들었다.

 

이 병원은 지난 2014년 6월 뒤바뀐 엑스레이(X-ray)로 환자 수백명을 진단한 사실이 밝혀져 공식사과하기도 했다.

 

문제의 환자들은 2013년 12월30일부터 2014년 4월24일까지 이비인후과, 소아과, 내과, 가정의학과 등 4개 진료과를 찾은 578명으로 이들의 코 X-선이 방사선사의 실수로 좌우가 바껴 전산시스템에 입력됐고 주치의들은 좌우가 바뀐 X-선 영상으로 잘못된 처방을 내렸다.

 

이대목동병원에서 연달아 사고가 발생하면서 이를 질타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이대병원의 한 환자는 “무서워서 치료받겠나”며 “보이기식 말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변해야 떨어진 환자들의 신뢰감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내원객은 “이대목동뿐아니라 모든 병원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며 “병원에서 병을 얻는다는 말처럼 정부차원에서 병원시설에 대한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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