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통합선언 바라보는 야권의 복잡한 시선

정계개편 시작되는 연초, ‘野 이합집산 방정식’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7/12/22 [10:35]

안철수 통합선언 바라보는 야권의 복잡한 시선

정계개편 시작되는 연초, ‘野 이합집산 방정식’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7/12/22 [10:35]

바른정당과의 통합 조율을 하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드디어 승부수를 던졌다. 전당원 투표로 당 대표직에 대한 재신임을 묻고, 신임된다면 통합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호남계 등 반통합파에 반발에 대한 정면돌파 의지로서, 자신의 지분이 큰 최고위원회를 무난히 통과한 후, 당원 투표로 승부를 보겠다는 심산이다. 이같은 안철수 대표의 선언에 그간 통합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피력하던 통합대상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만, 제 3당이 비대해지는 상황에서 제 1야당인 자유한국당과 홍준표 대표는 이삭줍기를 기대하는 모습을 보여, ‘안철수 통합 선언’의 충격파는 2018년 초를 뜨겁게 달굴 것으로 예상된다.

 


 

안철수 대표 전당원 투표로 바른정당과 통합선언 던져

극심한 당내 반발…호남계 중심으로 安 보이콧 움직임

화답하는 유승민…교섭창구 지정하며 속도올리기 시작

무덤덤한 홍준표?…바른정당 내 반대파 이삭줍기 기대

 

▲ 안철수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해 ‘전당원 투표’로 신임여부를 묻겠다며 승부수를 던졌다. <사진=김상문 기자>  

 

[사건의 내막=김범준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전당원 투표를 거쳐 바른정당과 통합한다는 로드맵을 공식 발표한 데 대한 후폭풍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안 대표는 지난 12월20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통합문제에 대한 전(全)당원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히면서 “통합에 대한 찬반으로 대표에 대한 재신임을 묻겠다”고 선언했다. 통합에 대한 당내 반대 여론을 정면돌파하기 위해 통합과 재신임을 연계하는 승부를 던진 것이다.

    

극심한 당내 반발

 

이에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당이 통합 찬성파와 반대파로 완전히 갈라진 가운데 양측은 장외 공방전을 펼치면서 극심한 갈등을 표출하고 있다.

 

통합에 반대하는 호남권 중진 의원은 전당원 투표 실시로 통합을 묻는다는 안 대표 제안을 “편법”이라 규정하며 “과거에 유신 때 통일주체국민회를 만들어 찬성하게 만들어 놓고 국민들이 다 찬성했다는 식의 절차에 비견할 수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 안 대표와 더불어 통합을 추진하는 의원들은 “전당원투표는 당의 실제적 주인인 당원들의 의사를 확인해 보자는 것”이라며 맞섰다.

 

호남권 중진 의원들은 안 대표가 통합 기자회견을 발표한 이후 전당원 투표와 안 대표의 자질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으며 “합당을 하고 싶으면 당을 나가서 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지원 전 대표는 안철수 대표가 통합 로드맵 발표 기자회견 뒤 의원총회에 불참한 데 대해 “어려운 일 있을 때 도망쳐 버리면 대통령 감이 되겠느냐”며 “도(逃)철수”라고 했다. 그는 또 “구태정치, 기득권정치를 끝내야 한다”는 안 대표의 발언에 대해 “3당 야합을 해서 집권한 불행한 우리 정치사를 다시 반복하려고 하는 안 대표가 신태(新態)다. 신태가 구태보다 훨씬 나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정동영 의원은 “전당원투표 보이콧 운동을 펼치기로 했다”며 안 대표를 두고서는 “골목 독재자”라고 지적했다. 천정배 의원도 “당무위원인 의원들과 많은 합당을 반대하는 분들이 그야말로 총력을 다해서 저지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통합 찬성파 의원들은 호남권 의원들의 논리가 “억지”란 점을 부각하며 맞섰다. 안 대표 비서실장인 송기석 의원은 구태정치를 끝내야 한다는 안 대표 발언에 대해 “(호남권 의원) 전체를 다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당을 살리기 위한 혁신을 논의하고 있는데 그게 마치 야합이나 적폐 또는 ‘호남 버리기’로 개념규정을 하니까 ‘그런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관영 의원은 바른정당과의 통합 후 자유한국당과 통합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일부 호남권 의원들의 주장에 대해 “반대를 선동하기 위한 억지”라며 “바른정당 내에서 한국당과 꼭 2단계로 통합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면 그 사람들은 먼저 나가라고 한 뒤 중도세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사람들만 남아아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기부정의 반복

 

이처럼 안철수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관철하기 위해 재신임카드를 꺼내면서 재신임 자체에 대한 그의 달라진 입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제로 안 대표는 2년 전인 2015년에는 정당의 대표가 재신임 카드를 꺼내드는 것에 반대했던 것이다.

 

일례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2015년 9월 혁신위원회의 공천혁신안을 관철하기 위해 재신임투표를 꺼냈고, 이에 안철수 대표는 “정당에서 재신임투표를 한 전례가 있었는지 모르겠다”면서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안 대표는 당시 재신임투표 반대의 이유로 “사실 혁신안이 통과된다고 해서 당이 혁신적으로 바뀌고 총선승리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아무도 보지 않는다”면서 “핵심적 문제 해결을 위한 승부를 거는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동떨어진 사안에 승부를 거는 것 자체가 옳지 않다. 극심한 분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평화개혁연대’ 등 통합반대파는 현재 안 대표가 과거 말했던 것과 같은 이런 논리로 안 대표의 전당원 투표를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안 대표 측은 “당내에서 재신임 요구가 먼저 나와 그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그때와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선거연대나 통합에 대한 안 대표의 입장도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현재는 국민의당 대표로 야권의 정계개편을 주도적으로 모색하고 있으나 지난 2016년 총선 때는 “광야에서 죽어도 좋다”면서 독자노선을 완강하게 고수했다.

 

당시 안 대표는 2016년 3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의 야권 통합 제안에 대해 “원칙 없이 뭉치기만 해서는 더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고 반대한 것은 물론 수도권 지역 등의 부분적 선거연대도 거부했다.

 

이와 함께 안 대표는 국민의당 대선 후보였던 올 4월에도 “인위적인 정계개편은 시도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선거연대와 통합에 대한 과거 안 대표의 반대 논리 역시 현재 통합반대파가 내세우는 주장과 일치한다는 분석이다. 통합반대파는 그동안 줄기차게 바른정당과의 정체성 차이를 이유로 원칙 없는 통합을 해선 안 된다고 주장해 왔다.

 

입장 변화에 대해 안 대표 측은 “당시 민주당의 프레임은 야권이 분열하면 새누리당이 승리할 것이란 이유로 우리를 공격한 것인데 결과적으로 당시에는 독자노선으로 성공했다”면서 “거대 양당의 기득권 구태정치의 부활이 예견되는 지금은 중도를 확장해 다당제를 지키는 것이 시대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 안철수 대표의 통합선언에 대해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교섭창구를 지정하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이를 바라보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무덤덤한 반응이지만, 내심 이탈파에 대한 ‘이삭줍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사진=김상문 기자> 

 

공 넘겨받은 유승민

 

안철수 대표의 전당원투표 승부수에 대해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도 움직임을 시작했다. 바른정당이 당을 대표해 국민의당과 구체적인 통합 논의에 나설 교섭창구를 지정하는 한편 공식 통합기구 마련을 위한 내부 논의에 들어가는 등 통합 엔진에 본격 시동을 걸은 것이다.

 

전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전당원투표라는 승부수를 던지자 ‘공’을 넘겨받은 바른정당이 실질적인 통합 움직임에 나서며 국민의당 통합파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안 대표가 구태정치와 결별하고 미래를 위한 개혁정치를 하겠다는 통합결단을 내렸다”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회의에 앞서 비공개로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국민의당과의 통합 논의를 가속할 방안이 논의됐고, 오신환·정운천 의원을 투톱으로 하는 교섭창구를 즉각 열기로 했다.

 

두 의원은 유승민 대표 체제가 중도보수대통합을 내걸고 출범한 이후 쭉 국민의당과의 통합 논의를 위한 당내 메신저 역할을 해왔다.

 

당 핵심 관계자는 “당 대 당 통합에 앞서 양당이 설치할 통합기구 설치 등도 서서히 논의되고 있다”며 “교섭창구로 나설 두 의원에게 통합과 관련한 로드맵을 국민의당과 조율하도록 일임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유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당에서도 창구를 이제는 정해주길 바란다”며 공식적인 교섭창구 마련을 재촉하기도 했다.

 

바른정당은 유 대표의 공언대로 이르면 연내에 통합 로드맵 구축을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당의 내부 갈등이 정점에 이른 만큼 시기는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안 대표는 연내 전당원투표를 마무리하겠다지만, 반대파 측에서는 안 대표에 대한 불신임 주장과 함께 통합절차를 실력으로 저지하겠다는 태세까지 보이는 상황이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국민의당 호남 일부 의원 배제론도 향후 통합 속도를 올리는 데 적잖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바른정당은 굳이 이들의 실명까지 거론하지는 않지만, 통합 논의 과정에서 분당 혹은 탈당 등을 거치며 이들이 자연스럽게 ‘이탈’하기를 바라는 눈치다.

 

당 관계자는 “누구는 와라 누구는 오지 말라고 할 문제는 아니다”라면서도 “통합의 배에 오르려면 우리와 함께하려는 적극적인 마음과 자세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삭줍기 홍준표

 

이같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시계가 빠르게 돌아가자 자유한국당은 바른정당 의원들의 추가 복당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대외적으로 한국당과 바른정당 간 통합 논의는 거의 멈춘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과정에서 소속 의원들의 이합집산이 본격화하면, 바른정당 일부 의원들의 한국당 복당 문제도 맞물려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 상황을 지켜보는 한국당 내부에서는 바른정당 의원들의 3차 복당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한 핵심 당직자는 통화에서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당대당 통합이 이뤄지더라도 지역구 정서나 개인 성향상 국민의당으로 못 가는 사람들이 분명 있다”면서 “이합집산 과정에서 한국당으로 돌아오는 의원들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당 지도부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 통합 추진 과정에서 자당으로 넘어올 수 있다고 보는 바른정당 의원 수는 2∼3명 정도다. 다만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위해 승부수를 띄운 국민의당 안 대표와 달리 한국당 지도부가 대외적인 정치적 제스처를 취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크지 않아 보인다.

 

또 다른 핵심 당직자는 통화에서 “이미 지도부에서는 바른정당에 문을 열어놨다고 했고, 이미 1·2차에 걸쳐 한국당으로 건너온 의원들도 주요 역할을 하고 있지 않느냐”면서 “추가 복당은 바른정당에 남은 의원 본인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특히 그동안의 한국당·바른정당 지도부 발언들을 살펴보면 양측의 공개적 통합 논의는 사실상 교착상태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는 전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분위기상 사실상 우리 바른정당을 없애려고 그러는 게 한국당인데 그런 정당과 통합을 위한 진지한 대화를 한다는 게 어려웠다”고 밝혔다.

 

바른정당에서 한국당으로 돌아와 원내사령탑에 오른 김성태 원내대표는 “바른정당에 샛문만 여는 것이 아니라 대문을 열어서 보수대통합의 길을 추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홍준표 대표는 한국당 재입당을 희망하는 바른정당 인사들에 대해 “샛문은 열려있다”고 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긴 했으나, 내심 입당을 바라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정계의 분석이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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