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 의미 ‘왜곡·변질’된 내막

진실공방·무고·펜스룰…“피해자만 웁니다”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03/18 [13:55]

미투 운동, 의미 ‘왜곡·변질’된 내막

진실공방·무고·펜스룰…“피해자만 웁니다”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03/18 [13:55]

미투 운동이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반발 기류도 커지고 있다. 일부 폭로 사례에서 진실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고, 이중 몇몇은 무고의 가능성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는 미투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대부분 연예인 또는 정치인 등 인지도가 높고 인기를 먹고사는유명인 이어서, 이미지 피해가 큰 것도 한 몫하고 있다. 때문에 일부 남성들 사이에서는 업무외적으로는 여성과 만남을 최소화 한다는 일명 펜스룰미투를 방어한다지만, 이 역시 여성들의 유리천정을 강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오는 실정이다. 결국, 왜곡된 미투 운동흐름으로 인해 남녀 불문하고 피해자들이 나오는 것이다.

 


거센 미투 바람 속 마녀사냥 증가진실 공방도 늘어

폭로 속 섞여있는 무고의혹무죄추정의 원칙 지켜야

사이에서 번진 펜스룰유리천장 강화 우려돼

미투 왜곡 바로 잡기 나선 여성계성폭력 인식 개선

 

▲ 지난 3월12일 국회 정론관에서 자신의 성추행 의혹해명에 나섰던 정봉주 전 의원. 언론사 ‘프레시안’과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는 정 전 의원은 현재 ‘무고’ 가능성도 크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김상문 기자>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는 미투(Me too·나도 성범죄 피해자)’ 바람에 역풍이 불고 있다. 가해자로 지목된 일부 인사들이 허위 폭로라며 되레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하는 등 미투 폭로를 진실공방으로 몰고 가는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한 영향이 크다.

 

특히 제자 성추행 혐의로 검찰 소환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배우 고 조민기씨 사건을 계기로 일부 네티즌들이 가해자를 옹호하는 반응을 보이면서 온라인상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폭력이 손쉽게 자행되온 잘못된 사회구조가 바뀌기 전까지는 미투 운동을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며 왜곡·축소 움직임에 우려를 나타냈다.

 

진실 공방전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은 지난 37일 정봉주 전 의원이 7년 전 한 여성을 성추행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정 전 의원이 해당 여성을 만난 사실도 성추행 한 사실도 없다고 반박한 뒤 프레시안 측이 재반박을 하면서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래퍼 던말릭(22·문인섭)도 미성년자 팬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에 휩싸였지만 지난 213더는 억울한 성범죄자로 남을 수 없다며 피해 여성과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하며 진실공방에 불을 지폈다.

 

앞서 지난 39일엔 조씨가 경찰 소환 조사를 사흘 앞두고 자신의 자택 지하 창고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조씨는 청주대 연극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중 학생들을 상습 성추행했다는 피해자의 폭로가 나오면서 경찰 조사를 받아왔다.

 

이에 일각에선 미투 운동이 지나치게 과열됐다며 미투 운동 자체에 대한 비난이 나오기 시작했다. 미투 운동의 부작용으로 조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한 시민은 조씨의 성범죄에 분노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여론재판으로 개인적인 문자메시지를 공개해버리는 것은 너무했다무죄추정의 원칙상 수사에 들어가서 유죄판결이 날 때까지 언론은 보도를 자제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실제 조씨의 성추행 혐의를 폭로했던 배우 송하늘(25)씨의 페이스북에도 악성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과 검찰에게 신고할 것을 SNS에 폭로해 사람을 궁지에 몰리게 했다는 내용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당사자들은 언젠가 그 벌을 받기 마련인데 세상에 다 폭로해서 한 사람을 죽게 하는 것은 못된 짓이다. 죄책감을 가지고 살라2차 가해 댓글도 있다.

 

앞서 송씨는 지난달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청주대 연극학과를 졸업하고 이제 막 대학로에 데뷔한 신인 배우라며 재학시절 조씨는 자신의 오피스텔로 불러 술을 마시게 한 뒤 신체를 만졌다고 폭로했다.

 

반면 조씨의 사망이 미투 운동의 반작용 때문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직장인 김모(28)씨는 조씨가 사망을 택한 것은 미투 운동 때문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책임을 질 자신이 없어 도피한 것일 뿐이라며 용기 있게 폭로에 나선 피해자들이 앞으로 꽃뱀이라는 등 괜한 음모론에 휩싸이는 게 아닐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 직장인도 조씨는 이미 학교에서 성추행 사실이 인정돼서 면직처분을 결정한 상태였는데도 혐의를 부인했다학교 역시 사법 처리를 의뢰하지 않고 일을 조용히 덮으려고 하면서 폭로가 나오고 일이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학교가 미온적 태도를 보이지 않고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섰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고 피해자

 

성폭력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미투가 사회 전방위에 걸쳐 확산되는 가운데, 가해자로 지목된 유명인을 향한 즉각적인 분노를 보는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수사기관에서 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정서법에 근거해 섣불리 범죄자로 낙인 찍을 경우, 무고로 인한 피해자의 상처가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다.

 

미투 폭로로 한국사회의 처참한 민낯이 드러난 상황에서 대다수 여론은 가해자로 지목된 유명인을 즉시 비판하고 사회 활동을 일체 중단하고 자숙 기간을 가질 것을 요구하는 쪽으로 쏠린다. 권력의 상하 관계에서 절대적 약자의 위치에 놓인 피해자들이 여론만을 믿고 피해 경험을 고백하는만큼 즉각적인 보도와 뒤따르는 비판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그러나 미투 폭로가 양적으로 팽창하는 과정에서 무고 사례가 나오자 수사기관의 조사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지는 인격살인은 경계해야한다는 자중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확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과도한 비난을 삼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무고죄 형량을 높여 무고한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보인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재된 무고죄의 형량을 늘려주세요청원글은 7일까지 29000명 가까이 서명했다. 한국 사회 전분야에서 일상화 된 성폭력 사건과 비교하면 양적으로 사례가 많지는 않지만 무고로 인한 피해자들의 고통 역시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이라는 주장이다.

 

해당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무분별한 폭로로 인격살인을 당한 유명인들의 실제 사례다. 배우 곽도원 씨는 지난 224일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게시된 글을 통해 과거 극단 시절 성희롱을 했던 가해자로 지목돼 수일간 홍역을 치렀다. 곽 씨는 작성자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7~8년 전 이미 극단을 나와 영화 황해를 촬영 중이었음이 증명돼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수년간 고통에 시달리다 자살까지 기도하는 피해자도 있다. 최근 고은 시인의 성폭력 목격자로 나선 시인 박진성 씨는 지난 2016년 트위터 글을 통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후 무혐의가 나오면서 1년간 법정 싸움을 벌였다. 해당 기간 동안 박 씨는 출판사로부터 출판을 거부 당하며 시인으로서도 사형선고를 받았다.

SNS에 올라온 폭로글이 피해자의 신원이나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않고 즉시 기사화 되는 보도양상 역시 무고를 양산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적극적인 확인절차 없이 기사화된 폭로글은 향후 무고로 밝혀질 경우 문제의 소지가 될 가능성도 있다.

 

미투 운동의 진행 양상이 성폭력 피해 폭로가 나오면 언론이 우선적으로 보도하고 비판 여론에 발맞춰 공권력이 개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만큼 보도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여성의 날 기념사를 하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사진출처=MBC 뉴스 캡처>

 

번지는 펜스룰

 

이처럼 사회 각계에서 미투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조직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혹시나 모를 성폭력을 방지하기 위해 회식 자리를 줄이고 신체적 접촉은 물론 오해의 소지가 있는 농담도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다.

 

직장인들의 목소리를 종합하면 쓸 데 없이 말 섞지 말고 회사에선 일만 하자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술을 곁들인 회식자리에서는 성폭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더욱 조심하는 분위기다.

 

이에 성폭력 방지는 물론 회식 자리가 부쩍 줄어 가정일에 더 신경쓸 수 있다며 긍정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 식품회사에 다니는 A 과장은 우리 회사는 얼마 전부터 회식은 오후 8시 이전까지, 1차로 끝내는 것이 원칙이라며 “‘시선강간도 성희롱으로 인정해 제재를 할 정도로 성폭력 문제에 관해서는 상당히 엄격한 편이라고 말했다.

 

시선강간이란 눈으로 만지듯 타인의 신체를 위아래로 훑어보거나 한 부위를 빤히 쳐다보는 등의 행동을 뜻한다.

 

A씨는 처음엔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었는데 긴장이 풀리고 안일하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사고가 날 수 있으니 기준이 빡빡한 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예뻐보여서 외모에 대한 칭찬을 했더라도 상대방이 들어서 기분이 나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닫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런 시도가 사내 성폭력 방지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지만 의식의 전환이 동반되지 않고서는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그저 남성과 여성 사이에 물리적 장벽만을 쌓는 데 그칠 뿐 아니라 여성을 사고가 날 수 있는 대상으로 객체화함으로써 오히려 성 평등과 멀어지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

 

한 회사의 간부는 미투 운동 이후 여직원들과는 회식을 1차까지만 하고 남자들끼리만 따로 2차를 가고 있다고 밝혔다.

 

거나하게 취하기 전에 여성들은 집으로 돌려 보내고 남성들끼리만 다시 친목을 다진다는 것이다. 여성 직원들을 배제하는, 이른바 펜스룰이다. “아내 이외의 여자와는 절대로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발언에서 따온 말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일부 남성들 사이에서는 그러니까 여성은 채용하면 안 된다”, “남자끼리 일 하면 문제가 없다등의 극단적 주장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는 성폭력을 사전에 방지한다는 명목 하에 오히려 성차별적 문화를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미투 운동에 역행하는 결과를 불러온다.

 

이를 두고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NS당황한 일부 관리직 혹은 남성 직원들이 예방책이랍시고 채용이나 업무 등에 여성을 배제하거나 차별하는 불법적 행위들을 한다고 한다이는 그들이 여성 가까이에 있으면 성폭력을 해 왔고 할 수 있는 잠재적 성범죄자임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투 왜곡 경계

 

한편, 여성 시민단체들은 미투 운동에 대한 왜곡·반격을 우려해 범시민행동을 꾸렸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28개 여성단체는 지난 315미투운동과 함께하는 범시민행동을 출범해 미투 운동에 대한 반격에 맞서 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개선할 계획이다.

 

이들은 일각에서 미투 운동이 정치공작에 이용될 수 있다는 음모론을 제기하는 등 미투 운동의 본래 취지를 왜곡하고 이용하려 하고 있다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개선하고 성폭력 사건 해결의 걸림돌이었던 법제도 개혁과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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