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미투 몰락의 나비효과, ‘김경수·임종석’

86세대 대권주자 공석?…떠오르는 정치 다크호스들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04/08 [12:55]

안희정 미투 몰락의 나비효과, ‘김경수·임종석’

86세대 대권주자 공석?…떠오르는 정치 다크호스들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04/08 [12:55]

차기 최유력 대권주자였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사실상 몰락한지도 한 달여가 됐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범죄 혐의에 대해 다퉈볼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 영장이 두 번이나 기각되는 등 법정 공방전을 벌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전 지사가 정치적 부활을 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젊고 산뜻했던 이미지는 성추문으로 무너져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은 언제나 대체재를 찾는다는 말처럼 안 전 지사의 빈 자리도 채워져 갈 것이다. 그것이 곧 안희정 전 지사 미투 몰락의 나비효과.

 


기각된 안희정 성폭행 영장혐의 다퉈볼 여지 있어

회복 어려운 이미지무너진 정치입지에 측근 허탈

법적공방전 장기화 될 것정치 인생 끝났다고 봐야

86대표 대권주자의 몰락떠오르는 김경수·임종석

 

▲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두 번 연속 기각되면서, 법적 공방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김상문 기자> 

 

성폭행 등 혐의를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또다시 기각되면서 그 배경과 향후 수사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영장은 기각

 

서울서부지법 박승혜 영장전담판사는 지난 45일 오전 130분쯤 범죄 혐의에 대해 다퉈 볼 여지가 있고, 피의자가 도망할 우려가 있다거나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하고 있다는 점에 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기록이 삭제된 김지은씨(33)의 업무용 휴대전화를 추가 복원하는 등 증거인멸 정황을 보강하고 사안이 중대하다는 점을 강조해 영장을 재청구했지만 법원의 판단을 뒤집진 못했다.

 

검찰은 첫 영장 기각 후 증거인멸 우려나 사안의 중대성을 입증하는 데 주력해왔다. 법원이 영장 기각 사유를 밝힐 때 혐의를 다툴 여지등을 언급하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혐의 소명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영장을 재청구한 이유도 안 전 지사의 혐의를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를 새롭게 확보했다기보단, 증거인멸 우려나 2차 피해 등 구속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제반증거들을 추가로 확보했기 때문이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검찰이 제출한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 관계자 진술 등 제반 증거에 비춰볼 때 안 전 지사가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하고 있다는 소명이 부족하다고 봤다.

 

검찰이 영장 기각 닷새 만에 혐의를 추가하지 않고 안 전 지사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하자 일각에서 검찰이 그만큼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스모킹 건은 없었던 셈이다.

 

또한 법원은 안 전 지사 혐의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혐의를 다퉈야 하는 상황에서 피의자를 구속하면 방어권을 과하게 제한한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한 법조인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혐의로 영장을 청구하는 사례가 흔치 않기 때문에 기각된 게 이상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또 영장이 기각된 건 법원이 단순 불륜일 가능성을 본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또다른 법조인도 법원이 1차 영장 기각 때 범죄 소명 수준을 언급하지 않았다하지만 서면심사를 하는 대신 출석을 요구한 점에 비춰볼 때 판사가 범죄혐의에 대해 의문을 품은 게 아닌가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2차 영장 심사 때도 검찰이 얼마나 보강수사를 해서 범죄 혐의를 소명했는지가 핵심 관건이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안 전 지사가 혐의를 부인하는 만큼, 혐의가 충분히 소명됐다면 구속 필요성이 인정됐을 것이란 설명이다.

 

앞서 법조계에선 검찰이 재청구 때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직원 A씨 관련 혐의를 추가해 범죄의 상습성을 강조하리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검찰은 “2차 고소사건은 좀 더 수사를 진행한 다음 결정할 계획이라며 포함하지 않았다.

 

한 변호사는 검찰이 1차 고소건 하나만 갖고 바로 영장을 재청구한 것은 성급했던 것 같다“2차 고소건을 포함해 청구했다면 법원이 보다 부담을 가졌을 것이라는 소견을 밝혔다.

 

안 전 지사 영장이 두 차례 기각되면서 검찰이 수사 동력을 잃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한 법조인은 영장이 기각되면 피의자들이 법에 의해 혐의가 벗겨졌다며 더 강력히 혐의를 부인하는 경우가 많다주변인들이 조사를 임하는 태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다만 영장이 기각됐다고 해서 안 전 지사가 무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강간이 아닌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이란 혐의 특성에 따른 것이고, 기각이 됐으니 검찰도 보강수사를 더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탈한 측근들

 

이처럼 영장 기각에도 불구하고 안희정 전 지사의 피의자 신분엔 변함이 없다.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에서 피의자로 전락한 것이다. 이를 바라보는 안 전 지사의 측근과 참모들은 지금 어떨까?

 

안 전 지사의 참모그룹은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꾸려진 캠프를 보면 확인할 수 있는데, 참여정부 인맥에 기반을 두고 있다. 특히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금강팀 멤버들이 있다. 금강팀이라는 이름은 안 전 지사가가 사무국장으로 일했던 지방자치실무연구소가 서울 여의도 금강빌딩에 있었던 것에서 유래했다. 그리고 고대 동문, 전문가 그룹 등이다.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 여택수 전 청와대 행정관 등도 안 전 지사를 도왔고, 현역 의원들은 김종민, 조승래, 박완주, 정재호, 백재현 민주당 의원 등이 안 전 지사를 캠프에서 도왔다.

 

현역 의원들의 상실감은 크다. 주로 충남권 의원들이나 안 전 지사와 동고동락했던 의원들로 주로 초·재선 의원이 중심이다. 3월 전만 해도 정치권 안팎에서는 안 전 지사가 지사직을 그만둔 뒤 당권에 도절할 가능성을 내다봤다. 안 전 지사가 당권을 잡을 경우 안 전 지사가 구심점이 돼 안희정계의원들이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이제는 재·보궐 선거로 원내에 입성한다거나 당권 도전 등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안 전 지사를 지지했던 국회 관계자는 허탈하다고 표현했다.

 

안 전 지사를 지근거리에 도왔던 인사들은 지사직 사퇴로 구심점이 사라지고 하루아침에 자리도 잃었다. 안 전 지사를 최측근에서 모셨던 윤원철 정무부지사와 비서실장 등 정무라인은 안 전 지사의 지사직 사퇴와 함께 36일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안 전 지사 파문으로 정치적 입지에 타격을 입은 인물도 있다. 바로 안 전 지사의 친구라고 자칭했던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이다. 안 전 지사 후임으로 충남도지사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안 전 지사의 낙마에 더해 개인사 문제까지 겹쳐 결국 출마를 접었다. 박 전 대변인은 지난 315일 개인 문제와 관련해 당 최고위원회에 충분히 소명했고 최고위원회는 제 소명을 모두 수용했다. 최고위원회의 수용으로 저의 당내 명예는 지켜졌다고 판단한다면서 이제 법의 심판으로 외부적 명예를 찾고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히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안 전 지사를 물밑에서 도왔던 인물들 역시 구심점을 잃은 모습이다. 안 전 지사의 측근 중 한 명은 안 전 지사의 몰락에 대해 아무런 계획도 없고, 특별한 계획을 세울 수 없을 정도로 황망하고 허탈하다고 말했다. 최측근이면서도 안 전 지사의 그간 행동에 대해 잘 몰랐고 이 때문에 조언을 해주지 못한 점 때문에 심적으로 괴로워하는 측근도 있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그런 행동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안 전 지사 지지자들의 허탈감이 크다. 안 전 지사의 트위터 지지모임인 팀스틸버드는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의혹이 제기된 이후 35일 밤 안 전 지사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팀스틸버드는 성명문을 통해 민주주의 절차와 시스템을 중시하는 그를 믿었습니다. 그러나 보도를 통해 그의 철학과 가치는 모두 허위임이 명백해졌습니다라며 팀스틸버드 운영진은 이번 사건에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곁에 서겠습니다라고 선언한 뒤 안 전 지사를 떠났다.

 

▲ 떠오르는 86세대 정치인.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김상문 기자>  

 

정치인생 연장은?

 

이처럼 법원에 의해 기각되면서 성폭행 혐의에 대한 법적공방을 이어갈 상황이 높아졌다. 이에 안희정 전 지사가 정치인생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 것인지 가능성에도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안희정 전 지사는 차기 혹은 차차기 대권 주자로 꼽혀왔던 인물이었던지라 정계는 물론이고 대중 사이에서도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상당수의 정치 전문가들은 안희정 전 지사 구속 여부와 관련 없이 그의 정치인생이 끝났다고 내다보고 있다.

 

안 전 지사와 마찬가지로 과거 친노계의 유력 대권주자였던 유시민 작가는 정치복귀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315일 시사토크쇼 썰전에서 유 작가는 안희정 전 지사가 메시지를 3번 냈다. 그것으로 미루어서 이 사람이 성폭행 의혹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짐작해볼 수 있다면서 처음엔 충남도민들과 국민들에게 죄송하다 했고, 그다음엔 가족과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그리고 세 번째는, 검찰청에 들어갈 때 피해자 김지은 씨에 대해서 언급이 없었는데, 나오면서는 김지은 씨에 대해 열심히 하는 자기 참모였다라고 말했다. 이런 걸로 미루어보면, 안희정 전 지사는 범죄였다는 걸 인정 안 한 거 같다.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추행은 형법과 성폭력 특례법에 있는데, 둘 다 인정을 안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에 자진 출두한 건, 자신이 유죄를 받든 안 받든 재판을 빨리 받고 싶은 거다. 그건 정치적인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안희정 전 지사는 정치인으로서 정치 인생은 끝났다고 봐야 하지만, 도지사였고, 대권 주자였고, 그 당이 여당이 됐고, 문 대통령과도 가까운 사이다. 한편으로는 피의자의 권리를 가지고 법리적으로 싸우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인이었던 사람으로서 정치적 책임을 지려 한다. 이건 나중에 법정 공방이 치열하게 오래 갈 거 같다고 내다봤다.

 

떠오르는 잠룡

 

이처럼 안희정 전 지사의 몰락은 측근들과 지지자들은 물론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모두에게 충격을 가져다 줬다. 젊고 산뜻한 이미지의 젊은 유력정치인의 갑작스러운 몰락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의 선구주자였던 안 전 지사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컷기 때문에 상실감은 또한 컷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안 전 지사의 몰락의 나비효과일까?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86세대정치인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있다.

 

임종석 실장의 경우 대통령 비서실장이란 직위 자체가 조력자 역할을 극대화하는 면이 있지만 남북 문제 등 대통령의 국정을 나눠 맡고 청와대에 대한 국민들의 친밀감을 높여주는 소통의 매개가 되는 등 실질적인 대통령의 파트너로 비춰지면서 그의 정치적 역량에 대한 평가도 덩달아 높아지는 양상이다.

 

김경수 의원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자 문 대통령 대변인으로 묵묵히 참모 역할을 해오면서 희생과 헌신을 인정받아왔다. 한 정계 관계자는 경남지사 출마로 차기 대선주자로 올라선다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정치를 한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과 가장 닮은 정치인이라고 평했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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