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안철수 서울시장 빅뱅, 지방선거판 뒤흔드는 내막

시작된 후보단일화 게임…‘박원순 꺾을 자 누구인가?’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04/09 [09:34]

박원순·안철수 서울시장 빅뱅, 지방선거판 뒤흔드는 내막

시작된 후보단일화 게임…‘박원순 꺾을 자 누구인가?’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04/09 [09:34]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의 의미는 상당히 크다. 타 지역에서 참패했다고 해도 서울시장을 얻는다면 선방이라고 볼 수 있고, 반대로 다른지역을 휩쓸었다고 해도 서울시장을 뺏긴다면 찝찝한 승리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그간 서울시장 선거는 치열하게 진행되어 왔고, 승리한 후보자는 대권주자 1순위에 등극해왔다. 이번 역시 이와다르지 않다. 여권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3선을 노리고 있고, 이에 대항해 박영선·우상호 등의 무게감 있는 중진이 대기하고 있다. 야권에서도 전 경기지사인 김문수와 대권주자인 안철수가 서울시장 직을 노리면서, 치열한 3파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흔들리지 않았던 민주당 경선판변수는 결선투표제

안철수 출마선언 한 놈만 때린다타 후보 패싱

올드보이 김문수 출마야권 단일화는 사실상 없다?

경선·본선 첩첩산중 박원순文心으로 3선 등극하나

 

▲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오른쪽)이 서울시장에 출마하면서, 박원순 시장과 빅뱅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상문 기자>  


지방선거의 꽃으로도 불리는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여야 후보자들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정권교체 이후 변함없이 지지율 고공행진을 유지하는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아직 후보자가 결정되지 않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가은데 박영선·우상호 의원이 맹추격하는 모양새다. 반면 인물난에 허덕였던 야권에서는 일찌감치 후보자가 확정되는 분위기다. 자유한국당에서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바른미래당에서는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이 출마를 확정지었다.

 

전체적 판세

 

민주당 경선과 관련해서는 당 지도부가 결선투표 도입하면서 현재 박원순 시장에게 크게 뒤지고 있는 박영선-우상호 후보에게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남북회담이나 개헌 등 굵직한 이슈들이 여론을 선점하면서 경선판이 달아오르지 않는 점이 박 시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형국이다.

 

박 시장 측은 최대한 조용한 경선을 치르며 승기를 확실히 잡으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반면 추격자의 입장에 선 박영선, 우상호 의원 측은 바른미래당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의 등판을 이용해 경선판을 흔드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당시 안철수에게 신세를 진 적이 있는 박 시장이 안 위원장과 본선에서 대결할 경우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해 자신들이 적격한 후보임을 자처하고 있다.

 

박영선 의원은 지난 41일 안 위원장이 이명박 정부 시절 포스코 이사로 있으면서 동양종합건설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다시 꺼내들어 해명을 요구했고, 우 의원은 지난 330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안 위원장이 국민의당을 바른정당에 갖다 바쳤다고 비판한 이후 안철수-우상호 맞대결 구도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박 의원과 우 의원의 이런 행보는 모두 안 위원장과의 경쟁에서 이른바 꿀릴게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박 의원과 우 의원은 후보 단일화를 통해 경선 막판 변수를 만들 가능성도 열어 두고 있다.

 

인물난에 허덕이던 자유한국당이 꺼내든 카드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다. 홍준표 대표는 막판까지 진통을 겪은 서울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 “(서울시장 후보에) 김문수 전 경기지사로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지난 45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하고 김 전 지사를 서울시장 후보로 차출하는 데 대해 국민공천배심원단이 의결했으므로 이제 마지막 절차를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지사는 경기도지사를 8년 간 지내며 풍부한 행정경험을 가졌다는 게 큰 장점이다. 또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한때는 대권 후보에 이름을 올렸던 만큼 인지도가 높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태극기집회에 참여하는 등 극우 행보를 보인 데다, 서울에 정치적 기반이 약한 점 등은 약점으로 분석된다.

 

2016년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에 출마했다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패배해 정치적 입지가 좁아졌던 부분도 김 전 지사에게는 불리한 요소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이리저리 지역을 옮겨다니는 철새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김 전 지사가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의미 있는 선거 결과를 낸다면, 좀처럼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찾지 못하는 한국당에서도 분위기를 반전시는 기회를 잡게 될 수 있다.

 

한국당은 김 전 지사를 통해 보수성향이 강한 지지자들을 결집하면서도 김 전 지사의 행정 경험과 노동운동가 출신인 점을 부각해 중도 표심을 끌어오려는 전략 등을 고민하고 있다.

 

논란의 핵이었던 바른미래당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은 지난 44일 출마를 공식화하고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안 위원장은 일단 민주당 경선에서 1위를 달리는 박원순 시장과의 대결이 성사될 경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박 시장에게 야권의 후보자리를 양보해 박 시장이 당선된 만큼 자신과의 경쟁에서 박 시장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을 하고 있다.

 

안 위원장의 출마는 또 보수의 적자(適者)를 놓고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간 경쟁하는 상황과도 맥이 닿아 있다.

 

안 위원장이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와 함께 바른미래당 창당을 시도할 때부터 여의도 정가에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보수의 대권 후보로 자리를 굳히려 한다는 관측이 나왔었다.

 

결국 안 위원장이 제1야당인 한국당 김 전 지사와의 경쟁에서 승리한다면 그만큼 보수의 대권 후보로 성장하는 기회가 될 수 있고, 이와함께 바른정당도 한국당과의 경쟁에서 한발 앞서 나갈 수 있게 된다.

 

▲ 출마선언 하는 안철수. <김상문 기자>

 

야권 단일화

 

이처럼 안철수 위원장이 출마선언하면서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 판도는 1995년 제1회 지방선거 이후 23년 만에 3파전 양상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원순-박영선-우상호, 세 후보 가운데 한 명과, 사실상 한국당 후보로 확정된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맞붙는 3파전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결국 민주당과의 양자대결 혹은 한국당 후보까지 포함된 3자대결 등 구도가 어떻게 짜이는지는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안 위원장 등판으로 야권의 후보 단일화 방정식은 복잡해졌다. 야권에선 강력한 여당 앞에 야권이 분열된 상태로 서울시장 선거가 치러지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모두 겉으로는 후보 단일화를 위한 야권 선거연대에 부정적이다. 그러나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는 서울시장 선거 기간 내내 판세를 뒤흔들 초대형 변수로 거론될 전망이다.

 

특히 안 위원장이 출마 선언에서 표는 한 곳으로” “야권의 대표선수를 주장한 것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인위적인 후보 단일화보다 야권 지지자들의 전략적 투표를 통한 표의 단일화를 내세운 것이다. 안 위원장은 일단 야권 지지자들의 안철수 쏠림현상을 기대하면서 후보 단일화에 거리두기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른미래당의 한 의원이 출사표를 방금 던진 후보가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쳐야지 처음부터 단일화 얘기를 꺼낼 수 있겠느냐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당은 안 위원장의 지지율 추이를 보며 후보 단일화 전략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서울시장 선거 후보 단일화 성패는 안 위원장의 지지율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후보 단일화 요구는 계속 터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야권 선거 연대를 제기했던 정진석 한국당 의원은 강력한 대여 진지 구축은 야권의 책무라며 이를 위한 방법으로 야권 선거 연대를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광역단체장 후보를 중심으로 표심이 결정되곤 하는 지방선거의 특성상 서울시 소속 구청장, 서울시의회 및 구의회 의원들 간 전면적인 야권 연대가 성사되지 않는 한 후보 단일화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안 위원장 자신도 한국당은 싸워 이겨야 할 대상이라며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야권 대표 후보로 자리매김해 표심에 의한 사실상의 단일화효과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방선거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의한 대선실시 이후 첫 선거인 점도 야권연대보다 각자 출마에 방점이 찍히는 대목이다. 탄핵 찬성 세력이 주류인 바른미래당과 탄핵 반대파가 핵심인 한국당 간 정치적 결산을 놓고 벌이는 대결의 성격을 띤다.

 

무엇보다 후보 단일화가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바른미래당 의원은 괜히 한국당과 후보 단일화를 했다가 적폐 연대 프레임에 걸려 중도층 표가 날아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당 고위 관계자도 김문수 한국당 후보의 중도 포기 가능성은 전혀 없다“116석의 제1야당이 30석의 정당(바른미래당)과 단일화를 하겠느냐고 말했다.

 

박원순 vs 안철수

 

여기서 현역 시장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고공지지율로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는 박원순 시장과 타 후보와의 관계에 관심이 쏠린다.

 

7년 전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서로를 끌어안았다. 2011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96일 지지율 50%를 넘나들며 강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떠올랐던 안 원장은 5% 안팎에 불과했던 박 이사에게 아무 조건없이 선뜻 후보 자리를 양보했다. 이를 두고 아름다운 합의라고 칭한 것은 바로 박 이사였다.

 

기성 정치권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아름다운 합의는 이후 아름다운 양보라는 말로 재탄생했다. 그렇게 박 이사는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서 현재 재선 시장이 됐고, 안 원장은 서울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아직 더불어민주당의 후보가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박 시장과 안 위원장의 격돌 가능성이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양측의 신경전도 이미 가열되기 시작했다. 안 위원장은 출마 선언문 앞머리에서 “7년 전 가을, 저 안철수에게서 희망을 찾고 싶어 했던 서울시민의 열망에도 답하지 못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당시를 상기시켰다.

 

안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서는 “7년 전에는 잘하실 것이라고 믿고 양보한 게 사실이지만 지금껏 서울이 제대로 변화해야 하는 시기를 많이 놓쳤다면서 제가 다시 제대로 발전하고 변화시키겠다는 각오로 나섰다고 강조했다.

 

양보를 직접 언급하며 박 시장을 가상의 적으로 정조준한 셈이다. 출마 선언 장소를 서울시청 바로 앞인 서울시의회로 정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박 시장도 안 위원장에게 견제구를 날렸다. 박 시장은 전날 서울시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시에는 이명박 정부의 독선에 우리가 맞서는 민주개혁진영의 동지로 함께 했던 것이라며 세월이 흐르면서 당적도 달라지고, 가는 방향도 달라지고 서로가 다른 곳에 서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또 이런 상황에서 그런 것(양보)을 시민이 이야기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면서 결국은 누가 시민의 삶을 잘 챙기고, 서울의 미래를 잘 이끌어갈지 시민이 판단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박 시장의 얘기대로 동지였던 양측은 7년간 상반되는 정치 행로를 걸었다. 박 시장은 민주당 소속으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내가 가장 적절하다고 자임하고 있는 반면 안 위원장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낭떠러지로 자신을 인도한다며 현 정권와 분명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 사실상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로 정해진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김상문 기자> 

 

박원순 vs 김문수

 

이처럼 묘한 인연을 공유하고 있는 안철수 위원장 만큼이나 김문수 전 지사와의 관계도 예사롭지 않다.

 

김 전 지사와 박 시장의 인연은 3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전 지사는 5공 시절인 1985년 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과 함께 정치적 노동운동을 위한 서울노동운동연합’(서노련) 핵심 조직원으로 활동했다.

 

서노련은 개별기업의 노조결성과 투쟁을 지원하며 전두환 정권의 폭압정치를 폭로하는 정치투쟁을 벌였다. 김 전 지사는 198653일 인천에서 열린 신민당의 개헌추진위원회 현판식 투쟁에 적극 참여한 일로 구속돼 26개월간 옥고를 치렀다.

당시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박 시장은 김 전 지사의 변호인단 중 한명으로 활동했다. 박 시장은 재판부를 완전히 압도하는 모습이었다고 김 전 지사의 당시 모습을 회상하기도 했다.

 

김 전 지사는 1994년 창당한 보수진영의 민주자유당에 입당하면서 노동운동과는 정반대의 정치적 행보를 걷기 시작했다. 노동운동 시절의 입장을 완전히 바꾸고 한나라당에서 줄곧 활동해왔다. 김 전 지사는 지난 200417대 총선 때 시민운동가로 활동 중인 박 시장을 두 번이나 찾아와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했지만, 박 시장은 정치에 뜻이 없다며 이를 거절했다.

 

김 전 지사와 박 시장은 2011년 서울과 경기도 광역자치단체장으로 다시 만났다. 재보궐 선거로 당선된 박 시장은 김 전 지사를 정치선배로 예우하며 버스요금 인상,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건설, 서울과 경기도 지자체 간 다양한 현안을 논의했다.

 

7년이 흐른 지금, 김 전 지사는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한다. 경기도지사에서 물러난 후 대권 도전, 고향인 대구 출마에 이어 서울시장에 출마를 결심했다. 인물난으로 고심하던 제1야당 한국당이 꺼내든 마지막 카드다.

 

김 전 지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태극기 부대를 중심으로 보수결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지사는 우선 주소지를 대구에서 서울로 옮겨야 한다. 이와 관련, 안철수 후보는 지금 서울에 살지 않는 분이 갑자기 나오는 것은 서울시민에 대한 아주 큰 실례라고 일찌감치 견제구를 날렸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출마하기 위해서는 선거일 기준 60일 이전에 주소지를 옮기면 된다.

 

penfree1@hanmail.net

에스 18/04/11 [14:00] 수정 삭제
  기사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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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영 18/04/11 [14:08] 수정 삭제
  이번 지방선거는 제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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