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상회담 중재외교, 트럼프-김정은 흔든 내막

노련한 협상가의 중재력…美 경계 풀고 北 문을 열다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04/17 [09:19]

문재인 정상회담 중재외교, 트럼프-김정은 흔든 내막

노련한 협상가의 중재력…美 경계 풀고 北 문을 열다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04/17 [09:19]

문재인 대통령 당선 당시 외신의 평가는 ‘협상가’(THE NEGOTIATOR)였다. 극단으로 치닫는 동아시아 정세에서 균형을 맞추는 중재력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외신의 평가는 맞아떨어져서 1년도 안되는 사이 남북정상회담을 결정지었고, 북미정상회담까지 다리 놓는 엄청난 성과를 냈다. 이로인해 그간 거만했던 일본의 태도가 180도 바뀌어 14년 만에 외교장관 현충원 참배라는 ‘눈치외교’를 시작했고, ‘사드 파문’으로 냉랭했던 중국역시 유화적인 제스쳐를 취하는 중이다. 게다가 동아시아 외교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북한의 ‘비핵화 의지’까지 확인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외교’가 빛을 발하고 있는 중이다.


빛나는 중재외교…북미정상회담 회담까지 중재한 협상
남북정상회담 합의수준 고민…트럼프에게 성과 나눠야
남남갈등 관리 시작…보수 측 우려 인정하며 의견경청
이산가족 협의 개시…‘개성공단·금강산 관광’도 본격화

 

▲ 남북정상회담을 성시시키고, 북미정상회담의 다리를 놓은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외교가 성과를 발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이끈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외교’가 나날이 빛을 발하고 있다. 살얼음판을 걷던 남북관계에서 김정은과의 정상회담 성사조차 엄청난 성과지만 특히 김정은-트럼프와의 북미 정상회담은 동아시아 정세의 결정적 분수령이 될수 있을정도로 커다란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정상회담은 1948년 남북에 두 개의 정부가 들어선 지 70년, 1953년 6.25 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5년간 지속되고 있는 분단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외교적 사변”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빛나는 중재외교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다양한 형태의 양자와 다자 정상외교를 거치면서 북미대화를 성사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을 미연에 방지하고 항구적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북미 직접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문 대통령의 중재외교는 취임 한 달여 만인 지난해 6월30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부터 시작됐다. 대북 강경론자인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제재와 압박 기조에 발 맞춰, 북한을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압박과 외교적 해법을 동시에 구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거듭된 핵·미사일 도발에 강한 불쾌감을 표시하며 ‘최대한의 압박’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외교적 해법을 포기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11차례에 걸친 전화통화와 세 차례 정상회담을 이어가며 북미대화에 나설 것을 끊임없이 주문했기 때문이다. 또한 뒤에서는 한미 간 외교라인의 끊임없는 대화도 주요했다는 평가다.


이사이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원칙을 지키라는 이야기와 함께, 지속적인 평화 메시지 및 유화 제스쳐를 보내면서 대화의 문을 열 것을 촉구했다.


이같은 문 대통령의 중재 노력이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은 평창 동계올림픽이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자신의 특사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통해 전달한 평양방문 초청 의사를 수락하면서 폐막식에 참석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통해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 나서달라는 뜻을 전했다.


이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수석으로 하는 대북특사단을 곧바로 평양에 보내 판문점에서의 남북 정상회담에 합의하면서 다시 한 번 비핵화를 설득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선대의 유훈’을 거론하며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밝히고, 북미대화에 응하겠다는 뜻을 피력하면서 우리 특사단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흔쾌히 김 위원장을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전한 뒤 “김 위원장을 만나보니 솔직히 얘기하고 진정성이 느껴졌다”며 “우리 판단을 믿고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설득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즉석에서 “좋다, 만나자”고 말했다. 


주목할 대목은 문 대통령의 이번 중재외교가 북한의 최고지도자와 트럼프 미 대통령을  직접 연결하는 ‘정상 채널’을 활용했다는 점이다. 이에대해 한 외교전문가는 “한국 특사단이 김정은 위원장의 특별메시지를 직접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은 동서고금 외교사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이는 미국의 백악관과 북한의 노동당사 사이에 핫라인이 가동되는 효과를 발휘했다”고 높게 평가했다.

 

▲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간의 북미정상회담은, 동아시아 정세를 획기적으로 바꿀수 있는 중요한 회담이 될 전망이다. <사진출처=KBS 뉴스 캡처>

 

문재인의 고민


이처럼 오는 4월27일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중재자를 자처한 문재인 대통령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5월 말이나 6월 초에 열릴 북·미 정상회담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남북 정상회담의 합의 수준을 정하는 것이 고민이다.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 비핵화 선언 외에 평화협정 체결을 통한 항구적 평화체제 수립과 같은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합의를 이루면 북·미 정상회담은 김빠진 회담이 될 수 있다. 알맹이 없는 ‘부실 회담’을 하면 중재자로서의 영향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남북 정상회담의 합의 수준을 조정해야 한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가까워져 올수록 한국에 대한 미국의 경계심도 표면화돼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4월8일(현지시간) 미국 관료가 “판문점 등 한국 내 장소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하는 데 경계심이 있다. 한국인들이 (북·미 사이에서) 너무 많은 중재자 역할을 하려 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동아시아 정세 전문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비핵화 회담의 성과와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하고 싶어 한다”며 “남북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가 만족할 회담을 위해 한·미 양국은 물밑 대화를 하며 정상회담 의제 범주 가이드라인을 정교하게 짜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미국으로부터 긴밀하게 (북·미 정상회담) 진행 상황을 전달받고 우리 쪽 의견도 전달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통일연구원 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입을 통해 비핵화 의지의 선언적 말을 듣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비핵화와 체제 안전보장을 교환하는 ‘빅딜’은 북·미 정상회담 몫으로 남겨 미국에 상당 부분의 성과를 넘겨주는 식의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국 가장 주목되는 것은 북미 정상회담의 성패를 가를 ‘의제’에 대한 한미간 의견 조율이다. 대미 외교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현 시점에서 청와대-백악관을 잇는 ‘핫라인’ 이외에 외교부와 국무부를 중심으로 실무적 외교채널이 전면적으로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중재외교의 끝은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인 완결이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데 주력하면서 중재외교를 이어갈 전망이다.

 

보수의견도 경청


북한 및 주변국의 상황을 정리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내부단속이다. 특히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관계에 대해 국론분열이 극심하면 모처럼의 ‘통일기회’를 날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대화파가 중심인 진보 라인 뿐만아니라 제재를 외치는 보수 라인의 의견도 경청해서 반영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12일 “국민들의 공감과 지지가 있어야만 남북 관계를 풀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원로자문단과 오찬 간담회를 하고 “오늘날 남북 관계는 정부가 독단으로 풀어갈 수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앞장서서 국민과 소통하겠지만, 원로자문위원들께서도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데 많은 역할을 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의 속도를 조절해 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보수층의 우려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문 대통령이 1·2차 남북정상회담에 참여했던 원로자문단을 공식적으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문단에는 임동원·정세현·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등 2000년과 2007년 앞선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주역 등 21명이 포함됐다.


자문단 좌장 격인 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명예이사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문재인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김대중정부가 사실상의 통일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평가했다. 임 이사장은 “김대중정부가 화해 협력 정책을 통해 남북이 평화 공존하며 정치적 통일은 되지 않았지만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는 통일이 된 것과 비슷한 사실상의 통일을 위해 노력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00년 6·15의 경험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정상회담 전의 예비회담은 꼭 필요하다”며 “합의문의 초안을 예비회담 때 북에 미리 전달했더니 북으로부터 회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는 말을 들었다”고 조언했다.


이날 오찬에선 자문단의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참여정부에서 각각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위원은 DMZ에 있는 GP의 무기 철수, 평양과 서울의 대표부 설치도 건의했고, 이 교육감은 “남북이 절실히 원하는 걸 미국에 전달해야 하는데, 그것은 종전선언”이라고 건의했다.


이홍구 전 총리는 “내년이 임정 100주년이다. 3월1일이든, 4월11일이든 남과 북이 한민족으로서 함께 느낄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으면 한다”며 “주변 강대국들 사이에서 지금까지의 모습처럼 부드러운 리더십을 보여주는 협상가가 되길 바란다”고 덕담했다.


김정수 한국여성평화연구원 원장은 “남북의 영부인들이 여성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한반도 아동권리를 신장하는 등의 공동 프로그램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는 “과거에는 정상회담 자체가 성과였지만, 지금은 남북회담에서 비핵화 의지를 끄집어내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북·미 간) 여전히 간극은 존재한다”며 “이를 좁히는 것이 우리의 과제일 텐데 계속 이어질 다양한 양자·다자 회담 시에도 원로자문단의 경륜과 지혜를 널리 구한다”고 답했다. 정부 당국자는 “자문단 회의를 1회성이 아니라 남북 정상회담 이후에도 한반도 상황관리를 위해 계속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 당선 당시, ‘협상가’라고 칭했던 타임지. <사진출처=타임지>

 

이산가족 상봉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2년6개월째 중단된 이산가족 상봉이 재개될지 주목된다.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지난 2015년 10월 북한 금강산에서 2차례에 걸쳐 진행된 이후 2년 넘게 열리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월9일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를 위한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2월 설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진행하자”고 선제적으로 제안했으나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당시 고위급회담 북한 측 단장으로 나온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은 남북관계 진전 상황을 전제로 당장은 논의가 어렵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지난 2016년 4월 중국 내 북한식당 종업원 집단탈북 사건 발생 이후 이산가족 상봉 재개의 조건으로 탈북 여성 종업원의 송환을 요구해온 터라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전환이 없는 상황에서 수용하기 어려웠을 거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산가족 상봉 재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문재인의 한반도정책’에서 “이산가족 문제는 어떠한 정치적 고려보다 우선하여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밝혔다.


무엇보다 시간이 많지 않다.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의 이산가족 등록현황을 보면 지난달 31일까지 등록한 이산가족은 13만1531명이며 그중 생존자는 5만7920명으로 절반이 채 안 된다. 생존자 또한 70세 이상이 4만9969명으로 86.2%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이산가족 상봉의 조속한 재개를 위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기적으로는 6·15남북공동선언 행사나 8·15 광복절, 추석 등을 계기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금강산 면회소 등의 시설을 활용한 상시 상봉, 영상편지 교환, 성묘방문 등 다양한 방식이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북한 측 또한 올해 1월 이후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특별사절단이 상호 방문하고, 관계 개선의 분위기 속에서 정상회담이 열리게 되는 만큼 이산가족 상봉 재개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 거라는 관측이다.

 

개성공단·금강산관광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문제는 상황이 다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결론 내기가 어려울 거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금강산관광의 경우 2008년 7월 한국인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으로 중단됐다. 개성공단의 경우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로 2016년 2월 가동이 중단되고 결국에는 폐쇄됐다.


더 큰 걸림돌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해 남북 합의만으로는 이 문제를 결정할 수 없는 구조라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 가동 중단 결정 당시 개성공단에 들어간 자금이 북한 핵 개발에 이용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반박이 없지는 않았으나 북한의 거듭된 핵무력 고도화 도발과 이에 따른 국제사회 제재 수위 증가로 개성공단은 국제사회 대북제재의 직간접적 영향권에 들었다. 금강산관광 대금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자금으로 흘러간다는 의혹도 있었다.


정부 또한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러한 여론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문제의 경우 기본적으로 북한 비핵화 문제가 우선적으로 진전돼야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오기도 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인 지난 4월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실성과 실현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한 점에 비춰볼 때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문제에 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할 거라는 전망이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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