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지방선거-당 대표직’ 연계 속내

재신임 후 총선 공천까지?…‘대선 플랜’ 시작됐다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04/18 [09:22]

홍준표, ‘지방선거-당 대표직’ 연계 속내

재신임 후 총선 공천까지?…‘대선 플랜’ 시작됐다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04/18 [09:22]

최근 자유한국당 사당화 논란 한복판에 있는 홍준표 대표가 이번에는 지방선거 승패여부에 자신의 당 대표직을 걸었다. 하지만 이같은 홍 대표의 ‘당 대표직 걸기’를 숭고하게 보는 정치권 관계자는 없는 모양이다. 대부분 ‘정치적 꼼수’가 숨어있을 것이다라는 게 대체의 분석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 대표로 다시 뽑힌다면, 후에 있을 2020년 총선과 그 이후 있을 대선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대권 재도전 계획’이라고 평하고 있다. 즉, 이번 ‘지방선거 승패’보다는 ‘당권 싸움’에 골몰한다는 비판이다.


광역단체장 후보 공천 마무리하며 ‘지방선거’ 모드 돌입
‘종북·좌파’ 색깔론에만 골몰…승리 도움 안된다는 분석
선거성패에 당권 걸어…패배 후 조기전당대회 출마하나
총선 공천까지 영향력 행사가 목표?…대권 재도전 플랜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방선거 성패에 당 대표직을 걸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그 의도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는 상황이다. <김상문 기자>  

 

자유한국당이 원내 정당 가운데 가장 먼저 6.13 지방선거 공천 작업을 매듭짓고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다만 문재인 정부를 ‘사회주의 체제 변혁’을 시도하는 좌파정권으로 낙인찍고 정권심판론을 들고 나선 한국당의 선거 전략이 얼마나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지방선거 돌입


한국당은 지난 4월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지방선거 후보자 출정식’을 열고 승리 의지를 다졌다.


선거 사령탑인 홍준표 대표는 이 자리에서 “‘자유대한민국을 지킵시다’는 지난 대선 구호였고, 이번 지방선거 구호로도 변함 없다”며 이번 선거를 여야 이념대결로 치르겠다는 뜻을 재천명했다.


홍 대표는 “지난 탄핵대선에서 탄생한 이 정권의 본질은 민주노총,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여연대, 주사파(주체사상파) 이렇게 네 세력이 연합한 좌파연대정권”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우리와 반대 입장의 사람들은 색깔론으로 분칠하지만 색깔론 아닌 본질론”이라며 “그 사람들이 주축이 돼 대한민국을 사회주의 체제로 변혁을 시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 탄핵으로 탄생한 좌파정부가 대한민국 사회 전체를 좌파일변도로 몰고 가는 걸 심판하는 길은 선거밖에 없다”며 “아스팔트 누벼도 자유대한민국을 지킬 수 없다. 우리를 지지하는 분들을 전부 모시고 투표장에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지도부와 후보들은 ‘정권심판’을 입에 올렸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우리가 잘하면 국민들은 한국당 투표로 정권의 경제파탄과 독단, 전횡을 심판할 것”이라고 했고, 이인제 충남지사 후보도 “지방선거는 문재인정권에 대한 심판의 전쟁”이라고 했다.


홍 대표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우위를 보이고 있는 데 대해 불신을 드러내며 “절대 불리하지 않은 선거”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당 내부엔 온도차가 있다. 좌우 이념대결 프레임은 집토끼 지키기에만 효과 있을 뿐, 확장성을 키우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다.


중앙당 공천관리위원장인 홍문표 사무총장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좌·우파 구도는 보수층 결집에 조금은 도움이 될지 몰라도, 근본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했다.


대구경북(TK) 지역의 한 의원도 “자꾸 고루한 이념 얘기를 하는 게 도움이 되는지 고민이 있다”고 했고, 수도권 한 의원은 “선거가 55 대 45 싸움으로 간다고 보면 중도층을 잡아야 하는데 북한, 이념 얘기만 해서야 되겠나”라고 우려했다.


정권심판론도 정권 출범 1년만에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야권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을 보면 아직 촛불민심이 견고해보인다”며 “친박청산 등 한국당은 확실히 변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한 상태잖나. 아직은 ‘누가 누굴 심판하겠다고 드나’ 하는 여론이 클 것”이라고 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세월호 사건 후 치러진 2014년 지방선거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정치선거’를 치렀지만 졌고, 2010년엔 천안함 때문에 정치선거로 몰았던 한국당이 민생선거로 접근한 민주당에 졌다”며 “민생, 지역이슈를 적극 부각하면서 선거에 임하는 게 한국당에 플러스 요인”이라고 조언했다.

 

대선과 판박이?


이처럼 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역단체 공천을 사실상 마무리한 홍준표 대표의 지방선거 전략이 후보로 직접 뛰었던 지난 대선과 판박이다. 외연확장보다는 골수 지지층을 결집하는 것으로 당세 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모습이다.


우선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정여론 조성으로 반 탄핵세력에 지지를 호소하는 것이 지난 대선과 유사하다. 홍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의 선고가 내려진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돈 1원 받지 않고 친한 지인에게 국정 조언 부탁하고 도와준 죄로 파면되고 징역 24년 가는 세상”이라며 “자기들은 어떻게 국정 수행하고 있는지 국민들이 두 눈 부릅뜨고 있다.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썼다.


지난 대선 당시 투표일 직전 박 대통령의 구속 집행정지를 주장하는 등 박근혜 마케팅을 시도한 것과 비슷한 모습이다. 반 탄핵세력의 결집과 함께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적극적으로 나선, 또 다른 ‘보수’ 바른미래당과 차별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문수, 이인제, 김태호 등 ‘친박인사’를 전략공천한 것도 동일 선상이다. 서울시장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김문수 전 경기지사의 경우 탄핵반대를 위한 태극기 부대에 선봉에 섰으며, 충남지사 후보로 정해진 이인제 전 의원은 탄핵은 원천 무효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태호 전 경남지사 역시 친박성향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영남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도 지난 대선과 유사하다. 홍 대표는 지난 대선 공식 선거운동기간 중 5명의 대선 후보 중 영남을 가장 많이 방문했으며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보다도 2배가까이 영남권 방문횟수가 많다. 이번 지방선거도 영남에 집중하는 모습은 비슷하다. 홍 대표는 지난 1월 “서울시장은 내어줘도 회복할 기회가 있지만 대구시장은 내주면 한국당은 문을 닫아야 한다”며 “대구시장은 한국당으로서는 내줄 수 없는 그런 자리”라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전략이 지방선거 후 야권 주도권을 쥐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고 보고 있다. 전통적인 보수텃밭인 영남에서 당선자를 내고, 민주당의 우위가 예상되는 지역에서 확실한 2등을 하겠다는 것이다. 박상명 정치평론가는 “홍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당시여론으로 대통령에 당선되기는 어렵다고 보면서, 최소한 문재인 대통령의 대항마가 돼야 제1야당을 하고 이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며 “이번도 비슷하다. 이번 선거에서 바른미래당의 안철수 영입위원장에게 밀리면 더이상 목소리를 낼 수 없다고 보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또 “그나마 표를 모을 수 있는 인물들을 내세우면 1등은 못해도 적어도 2등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은 외연확대보다 기존 한국당의 지지세력인 강경보수를 끌어모아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역시 “최소한 동부 벨트를 이기겠다는 전략으로 한쪽은 버리고 한쪽을 취하겠다는 것”이라며 “홍 대표가 변화한다고 해도, 당내 인적 구성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한국당의 전략은 그것 외에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 4월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당 지도부, 주요 광역단체장 및 기초단체장 후보자들과 당원들이 참석한 지방선거 후보자 출정식에서 홍준표 대표가 연설하고 있다. <사진제공=자유한국당>  

 

당권 잡기 작전


이처럼 보수 주도권을 잡으려 ‘2등 전략’을 시작했다는 홍준표 대표는 지방선거에서 6곳을 얻지 못하면 사퇴하겠다는 말을 던진 바 있다. 단순한 해석이라면 지방선거를 패배하면 ‘백의종군’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그러나 최근에 당권에도 도전하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에 “(조기 전당대회 출마 여부는) 결과가 나오고 보는 것이다. 그때 가서 질문하라”고 입을 닫았다. 지방선거 이후 거취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보인 것이다.


이 때문에 홍준표 대표가 내놓은 일련의 발언들이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홍 대표가 지방선거 후 조기 전당대회를 시사하는 듯한 말을 쏟아내면서, ‘대권 재도전 플랜’이 가동되기 시작했다는 설에 설득력이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권 재도전 플랜’이란, 요컨대 지방선거에서 6석을 얻지 못하면 홍 대표가 사퇴한 후,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재신임’을 묻는 형식으로 당대표직에 복귀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 홍 대표 임기는 2020년 7월까지 연장되므로, 2020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물론, 2020년 총선 공천권은 곧 ‘2022년 대선’으로 가는 직행 티켓을 의미한다.


홍 대표가 다시 한 번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제기된 것은 지난 3월이다. 3월 20일, 몇몇 한국당 중진 의원들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서울시장 후보조차 내기 어려운 상황에 대해 홍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홍 대표가 서울시장에 직접 출마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한 것이 발단이었다. 연이은 인재 영입 불발에 대해 당대표와 인재영입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홍 대표가 ‘책임지는’ 의미로 서울시장에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러자 홍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들의 목적은 나를 출마시켜 당이 공백이 되면 당권을 차지할 수 있다는 음험한 계책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지방선거가 끝나면 어차피 다시 한 번 당권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때를 대비해 당원들과 국민들의 마음을 사는 헌신하는 정치를 하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지방선거가 끝나고 다음 총선 때는 당원과 국민의 이름으로 그들도 당을 위해 헌신하도록 강북 험지로 차출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7월 당대표로 선출된 홍 대표 임기가 2019년 7월에 끝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음 총선’에 대한 언급은 사실상 당대표 재도전 의사를 밝힌 것이나 다름없었다.


중진들도 즉각 반발했다. 정우택 의원은 3월22일 국회에서 중진간담회를 갖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좋은 결과가 안 나오면 (홍 대표) 스스로 물러나고 전대를 열겠다는 계산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깔려 있다”며 “모든 것을 걸고 지방선거 승리를 이끌어야 하는 당 대표가 총선 공천권까지 행사하겠다는 마각을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기준 의원 역시 3월29일 열린 간담회에서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다시 대표직을 맡아 다음 총선까지 공천권을 행사하려는 것 아니냐”며 “홍 대표가 전대를 위해 일단 대표직을 내놓겠다는 취지의 말을 하고, 거기다 우리 중진들을 다음 총선 때 험지에 차출하겠다고 했는데 이것이야말로 그런 의미 아니겠냐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당 최고위원회 3석이 공석인데 아직도 최고위를 선출하지 않는 게 조기 전대 위한 명분으로 삼으려는 것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대권 재도전 플랜’ 이야기는, 4월 5일 홍 대표가 “광역단체장 6곳을 사수하지 못하면 사퇴하겠다”고 밝히면서 재점화됐다. 여론조사상 6곳 승리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에서, 당대표직 사퇴를 약속한 것은 ‘지방선거 이후’를 내다본 포석이라는 분석이 제기된 까닭이다. 여기에 홍 대표가 조기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확답을 피한 것은 이런 의심에 기름을 부었다.

 

대권 재도전 플랜


한국당 관계자는 “지금 한국당 내 최대 계파는 친홍 이라고 봐야 한다”며 “당무감사를 통해 새로 임명한 당협위원장들은 물론이고, 바른정당 복당파 중심의 구 친이계까지 다 홍 대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말 조기 전대를 할지 안 할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조기 전대가 열리고 홍 대표가 출마한다면 (차기 당대표 역시) 홍 대표 차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 홍 대표가 다시 한 번 당권을 장악하는 데 성공한다면, 홍 대표의 임기는 2020년 7월까지 연장된다. 제21대 총선은 2020년 4월로 예정돼 있다. “다음 총선에서 중진들을 강북 험지로 차출하겠다”는 홍 대표의 공언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대권 재도전 플랜’이 필요조건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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