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조현민으로 촉발된 ‘대한항공 오너리스크’

“견제 없는 회장님 일가 ‘갑질 폭주’ 누가 막나요”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04/22 [11:18]

한진, 조현민으로 촉발된 ‘대한항공 오너리스크’

“견제 없는 회장님 일가 ‘갑질 폭주’ 누가 막나요”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04/22 [11:18]

지난 몇 년간 ‘갑질’ 문제는 우리나라 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였다. ‘을’에 대한 ‘갑’에 횡포가 전방위적으로 폭로되면서 연루된 기업들은 큰 이미지 피해를 입었고, 재발방지 대책을 만드는데 노력을 쏟아온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갑’ 수준을 아득히 초월한 ‘슈퍼 갑’인 재벌 오너가들의 갑질은 없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최근 이 분야(?)에서 독보적 모습을 보이는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갑질이 바로 그렇다.


쏟아지는 폭로…오너 일가족 모두에게 번지는 갑질 논란
이미지 손상 불구 경영복귀 시간문제?…오너리스크 커져
사실상 없는 견제장치…오너가 전횡 막을 상법개정 시급
분노커져가는 국민들…국적기 및 상표권 박탈 요구 봇물

 

▲ 조현민 전 전무의 갑질로 촉발된 ‘오너家 갑질 문제’로 인해 대한항공이 흔들리고 있다. <사진출처=KBS 뉴스 캡처>

 

조현민 대한항공 광고담당 전무가 촉발시킨 ‘갑질’ 논란으로 회사가 총체적 난국에 빠져들었다. ‘물벼락 사건’은 경찰의 정식 수사로 전환됐고, 국토교통부는 미국 국적인 조 전무가 진에어 등기임원으로 불법 재직했다는 의혹을 조사하고 나섰다.


여기에 조양호 회장의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등 그룹 총수 일가가 운전기사와 가정부 등에게 상습 폭언을 해왔다는 의혹, 대한항공 항공기를 통해 고가 명품을 불법 반입했다는 의혹 등 조 전무 개인을 넘어 총수 일가 전체로 이슈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쏟아지는 폭로


지난 4월16일 직장인 익명 게시판 애플리케이션인 블라인드에는 이명희 이사장이 마주치는 모든 사람에게 폭언과 욕설을 하고, 운전기사 얼굴에 침을 뱉거나 폭행을 했다는 의혹글이 올라왔다.


이후 일부 언론에서 이명희 이사장에게 욕설 등 갑질을 당했다는 전직 운전기사의 인터뷰 기사가 나오는 등 직원들을 향한 총수 일가의 구조적인 갑질 행태가 연일 폭로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물벼락 갑질에 이어 조 전무가 욕설과 고함을 지르는 음성 파일이 공개된 이후 대한항공 내부 직원들로부터 총수 일가의 갑질 행태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대한항공에서 7년 동안 기장으로 근무한 직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조 전무가 본사 6층에 근무하면서 일주일에 두세차례 고성을 질렀다”며 “대한항공 직원이라면 총수 일가가 항상 그래왔다는 걸 너무 다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조 전무뿐 아니라 총수 일가가 비행기를 타는 날이면 온 부서가 비상이 걸린다”며 “회장님이 탄 비행기가 지연이 될까 봐 비행중인 기장에게 계속 메시지를 보내 비행에 지장을 주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땅콩 회항 이후 직원을 존중하고 소통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말 뿐이었다”며 “총수 일가 한마디에 임직원이 꼼짝 못하고 벌벌떨고 금수저에게 부당한 일을 당해도 아무 말 못하는 구조적 문제”라고 꼬집었다.


10년 넘게 기장으로 근무했던 또 다른 직원도 “조현민 사건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라며 “회사 내에서 오너 일가가 거의 공산국가처럼 자기들이 원하면 뭐든 다 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고 말했다.


‘땅콩회항’의 피해자 대한항공 박창진 전 사무장도 지난 4월17일 기자회견을 열고 “항공재벌들의 갑질이 계속되는 이유는 내부적으로 사주 일가의 독단을 견제할 시스템이 없고 민주적 노조가 없기 때문”이라며 조 전무의 처벌을 촉구했다.
이처럼 내부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대한항공 측은 연이어 터지는 총수 일가 리스크에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 조현민 전 전무의 갑질을 폭로하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출처=KBS 뉴스 캡처>     © 사건의내막

 

치닫는 오너리스크


이처럼 대한항공 조현민 전무의 ‘물벼락 갑질’ 후폭풍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와 처벌은 물론, 앞으로는 능력도 인성도 떨어지는 재벌 3세들이 극소수의 지분만 가지고 대기업 경영을 떡 주무르듯 하게 둬선 안 된다는 여론도 덩달아 커지는 상황이다. 대한항공이 이번에는 ‘오너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막을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대한항공의 오너 자제 갑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4년 12월 조현민 전무의 언니인 조현아 당시 대한항공 부사장이 ‘땅콩 회항’ 사건을 일으켰을 때 조양호 회장은 직접 나서 “제가 교육을 잘못 시켰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조양호 회장은 한 달 뒤인 지난 2015년 1월 신년사를 통해 “사내외의 덕망 있는 분들을 모셔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소통위원회’를 구성하고, 경계 없는 의견 개진을 통해 기업 문화를 쇄신하겠다”고 후속 대책도 밝혔다. 그러나 차일피일 미루다 아예 소통위원회 자체를 없던 일로 만들어버리면서, ‘소통’ 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대한항공은 대신 사내 익명게시판인 ‘소통광장’을 만들었다. 그러나 3년여가 지난 지금 익명게시판이 대한항공의 수직적이고 비합리적인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도 존재하지만, 상당수는 의문을 표하고 있다.


대한항공 일가의 ‘갑질’에 대해 근본적으로는 조양호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직원과 고객을 보는 태도가 문제라는 지적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로 조 회장은 지난 2016년 3월 대한항공 부기장 김모씨가 올린 페이스북 글에 조종사 비하 댓글을 달았다. 김씨가 비행 전 조종사의 업무 절차를 설명한 글에 조 회장은 “전문용어로 잔뜩 나열했지만 99%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기계가 다 해주는 비행기 조종은 자동차 운전보다 쉽다.”고 반박글을 단 것이다.


심지어 조 회장은 “과시가 심하다. 개가 웃는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재벌 회장이 자기 회사 직원의 글에 실명으로 직접 원색적 표현을 써가며 댓글을 달았을 리 없다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확인 결과 댓글을 남긴 건 조 회장이 맞았다.


그리고 현재 쏟아지는 폭로에 의하면, 직원들이 일가에 대해 사소한 실수라도 저지르면 ‘인사조치 불이익’이 남발되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태도가 이어져왔다.


이렇게 직원에겐 가혹하면서도 조 회장은 잘못된 행동으로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유무형의 손실을 끼친 자식에겐 관대했다. ‘땅콩 회항’ 사건으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판결을 받은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집행유예 기간이 채 끝나기도 전인 지난 3월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했다.


‘물벼락 갑질’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조현민 전무는 현재 대기발령 상태다. 향후 사법 처리가 되면 직을 내놓고 회사를 떠날 가능성이 높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니처럼 슬그머니 경영에 복귀할 거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실제로 대한항공노동조합, 대한항공조종사노동조합, 대한항공조종사 새 노동조합 등 3개 노조는 물론이고 정치권에서도 조 전무에 대한 전방위적인 사퇴 압박이 거세지자 ‘대기 발령’이라는 카드로 급한 불을 먼저 끈 모양새다.


하지만 대한항공 노조 측은 “조 전무의 대기발령 조치는 눈 가리고 아웅”이라며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본사 대기발령은 며칠 있다가 해제할 수도 있는 조치”라며 “경영 일선 사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현재까지 제기된 갑질 의혹을 경찰에 고발하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응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3개 노조는 현재 ▲조 전무의 즉각적 사퇴 ▲직원들과 국민들에게 사과 ▲재발 방지 약속을 한 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다.

 

견제장치 없나


이같은 사주일가의 전횡이 제왕적 권력에서 나오는 만큼 이에대한 견제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 핵심은 자격미달의 사주일가를 경영전면에서 배제시키는 것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시민위원장은 지난 4월18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아무런 능력도 도덕성 검증도 안된 함량미달인 사람이 사주라는 이유로 경영진이 되는 것이 문제”라며 “부당채용이나 회사에 손해를 끼쳐 실형을 선고받을 때 강력한 조치가 이뤄지도록 상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노조가 추천하는 노동이사제 도입이나 재벌 오너로부터 자유로운 독립적 사외이사 확충을 통해 이사회의 견제기능을 강화하는 것도 시급히 검토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진그룹 3세 경영진의 갑질 파문을 계기로 야당에서도 무자격 자녀들의 경영권 배제를 추진하고 나서 제도개선 기대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이번사건을 계기로 국회에서는 ‘땅콩 회항’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를 늦추고, ‘물벼락 갑질’ 사건을 벌인 조현민 전무를 항공사 경영에서 배제하게 하는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 조현민 대한항공 광고담당 전무가 촉발시킨 ‘갑질’ 논란을 소개하는 외신. <사진출처=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국적기 박탈?


한편, 오너가의 갑질에 대한 실질적 사과나 재발방지책 없이 ‘일시적 후퇴’만 반복하고 있는 총수일가에 대해 전 국민적 공분은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대한항공의 국적기 자격을 박탈하라”는 국민청원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2014년 ‘땅콩 회항’ 사건에 이어 ‘물벼락 갑질’로 나라 망신시키는 것을 더는 보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같은 취지에서 회사 이름에 포함된 ‘대한’과 ‘Korean’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회사 로고에 있는 태극 문양도 빼도록 해야 한다는 청원도 쇄도하고 있다.


이 같은 요구는 과연 실현 가능할까? 항공정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설명을 종합하면 ‘국적기 자격’ 박탈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적기라는 것은 특별한 자격이 아니다. ‘국적 항공기’의 준말로, 법률·행정적으로 사용하는 구속력 있는 의무나 혜택은 없다. 단지, 외국 항공기와 구분하기 위해 편의상 사용하는 말이다.


국적기는 ‘국적사’에 속한 항공기를 뜻하는 데, 국적사 또한 국내에서 항공운송면허를 받은 항공사를 뜻하는 용어다. 대한항공뿐 아니라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에어부산 등 6개 저비용항공사(LCC)도 모두 국적사다.


따라서 대한항공을 국적사에서 박탈하는 것은 국토부가 대한항공의 국내·국제항공운송면허를 취소할 때에야 가능하다. 항공운송면허가 취소되면 대한항공은 모든 항공 영업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 항공운송면허 박탈은 항공 관련법이 정한 면허 박탈 사유에 해당해야 가능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대한항공이 면허를 박탈당할 만한 특별한 사유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회사 이름에서 ‘대한’, ‘Korean’을 빼거나 로고의 태극 문양을 삭제하는 것도 대한항공의 자발적 선택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정당하게 상표권 등록을 마친 민간기업의 사명과 로고를 정부가 강제로 사용하지 못하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외에도 대한방직, 대한전선, 대한제강, 대한해운 등 많은 회사가 ‘대한’을, 한국타이어, 한국철강, 한국콜마 등이 '한국'을 자발적 선택에 따라 회사명에 사용하고 있다.


로고에 들어간 태극 문양도 기존 판례에 따라 문제 삼기 어렵다. 상표법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국기·국장과 유사한 상표’는 상표등록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역시 제한적이고, 태극기가 아닌 태극·괘 문양은 동양사상에서 나온 것으로 국기로 인식되지 않을 정도로 분리하면 된다는 게 특허청 설명이다.


그러나 상표권을 박탈할 수 있는 길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다. 특허청과 변리사들은 이미 등록된 상표라고 하더라도 상표법에 비춰볼 때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상표권등록무효심판제도’를 통해 무효가 가능하다고 했다.


상표권등록무효심판제도는 상표권을 등록할 당시에는 하자가 없었으나 나중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때에는 이 심판으로 무효로 할 수 있는 제도다. 특허청 관계자는 “상표법 34조에 따라 상표를 등록해 공익상 또는 타인의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이미 상표 등록이 됐더라도 무효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표권등록무표심판제도로 ‘대한’과 ‘Korean air’ 등의 상표를 박탈하더라도 경쟁사가 이 명칭을 사용할 수 없어서 큰 의미가 없다는 분석도 있다. 한 변리사는 “대한항공에서 ‘대한’자를 박탈하더라도 경쟁 업종은 이 명칭들을 차용해 사용할 수 없다. 아무도 쓸 수 없는 단어가 되는 것이라 업계 내에서 실효성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항공으로서는 상표권 박탈에 따른 막대한 손해가 예상되기때문에 징벌적 차원으로만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penfree1@hanmail.net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