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김정은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속 숨은 디테일

“그림과 한글로 전한 통일의 메시지”

이계홍 주필 | 기사입력 2018/05/04 [14:10]

문재인-김정은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속 숨은 디테일

“그림과 한글로 전한 통일의 메시지”

이계홍 주필 | 입력 : 2018/05/04 [14:10]

문재인 대통령이 4월2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판문점 평화의 집 1층 접견실에 걸린 김중만 작가의 작품 ‘천년의 동행-그 시작’을 친절하게 설명했다. 필자는 그 장면을 보고 여러모로 생각하는 바가 있었다.


판문점 평화의 집에 걸린 김중만 작가 ‘천년의 동행’
두 지도자가 훈민정음 작품 앞에 선 의미 매우 깊어

 

▲ 훈민정음 ‘ㄱ’ ‘ㅁ’ 앞에서 환담하는 문재인-김정은.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김 국무위원장을 회담장인 평화의 집으로 안내한 뒤, 접견실 벽에 걸린 서예가 여초 김응현 선생의 서예작품 훈민정음을 재해석한 김중만 작가의 작품을 설명하기 위해 작품 앞으로 다가가고, 김 위원장이 곁에 섰다.
 
정상회담과 한글


작품은 우리가 고교시절 국어시간에 배웠던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로 시작하는 훈민정음 서문이 대형 화폭에 기호품처럼 씌어진 그림이다. “우리나라 말이 중국과 달라서 문자로는 서로 통하지(사맛디) 아니하매, 이런 이유로 어린(무지한) 백성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마침내 제 뜻을 나타내지 못할 새, 내 이를 어여삐(딱하게) 여겨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드노니(맹가노니) 사람마다 쉽게 익혀서 날마다 쓰기에 편하게 하라”는 내용이다.


이에 대한 문 대통령의 설명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고 전해진다.


-훈민정음 글자 중 ‘사맛디’는 서로 마음이 통한다는 뜻이고, ‘맹가노니’는 무엇을 만든다는 의미다. ’사맛디 맹가노니‘는 ’서로 마음이 통하게 만든다는 뜻’이다. 사맛디의 ‘ㅁ’은 문재인 성씨의 초성이고, ’ㄱ‘은 김정은 성씨의 초성이다.
문 대통령의 설명이 끝나자 김 위원장이 “세부에까지 마음을 썼습니다”라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의 작품 설명은 그가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임하는 자세와 정신을 압축적으로 웅변했다고 본다. ‘서로 마음이 통한다’는 점과, 훈민정음이 제시하는 정신에 충실하자는 의지가 담겼으리라.


이렇게 마음이 통한 두 정상의 화해와 협력의 정신은 드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도 전달돼 남북정상회담 전폭 지지로 나타났고, 북미 정상회담 성공도 낙관할 수 있게 되었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금방이라도 전쟁이 날 것 같은 험악한 분위기에서 극적인 반전이 이루어지자 8천만 겨레가 안도의 숨을 내쉬고, 세계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이렇게 선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상호 이해와 아량과 배려라는 세종 리더십.

 

세종 리더십


세종은 우리가 익히 알다시피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니 근본이 튼튼해야 나라가 평안하다. 근심하고 탄식하는 소리가 없어지게 하는 것이 국왕의 본연의 임무”라면서 민본과 민생을 충실히 한 지도자였다. 이런 정신으로 재임기간 동안 과학을 진흥시키고, 백성들이 편하게 쓰고 말할 수 있도록 한글을 창제했다.


문 대통령의 ‘천년의 동행’ 설명도 남북 두 지도자가 세종의 정신을 받들고, 서로 그런 지도자가 되자는 다짐이었으리라. 한글을 함께 사용하고, 언어도 같고, 피부도 같고, 역사도 같은 단일민족임을 훈민정음 앞에서 다시 한번 되새겼으리라.


한 나라에도 종족이 다르고, 피부가 다르고, 문자가 다르고, 언어가 다른 나라들이 수두룩한데, 단일민족 단일역사 단일언어 단일문자를 사용해온 우리가 더 이상 증오하며 살아갈 수 없다는 자기성찰의 뜻이 담겨있었으리라.외세가 남북을 갈라놓았지만 우리 손으로 해결해보자는 의지도 실려있었을 것이다.


필자는 문예지 ‘월간문학’에 해방공간의 모순을 소재로 한 소설 ‘행군’을 연재 중이다. 오늘의 정치사회적 모순은 해방 공간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데서 온 후과다. 일제 청산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들이 주도세력으로 나서고, 지도자들이 제대로 소화하지도 못한 어설픈 이데올로기 문제로 분열된 채 외세에 의존해 눈앞의 이익에만 매몰되다 보니 나라는 반신불수가 되었다. 그때 지도자들이 제 정신을 차리고 대의에 충실했더라면 이런 분단의 역사는 극복되었으리라는 관점의 소설이다.


정치적 이익 독점을 위한 배격의 논리로 악용된 이데올로기 갈등은 이 시간 현재도 진행중이다 . 자유한국당의 행태를 보면 옛 습성이 그대로 남아있다. 70년대 이후 권력과 자본이 더욱 비대해지면서 천박한 이익독점을 위해 독재권력이 진영 갈라치기로 나서니 분열과 대립은 구조화되었다. 크게 존재하지도 않는 이데올로기 대결로 국민의식을 파편화, 황폐화시키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굳이 다시 살펴보면, 특정 집단이 냉전 반공주의와 지역패권주의에 기대어 인적 물적 자본을 독식했다. 자칭 보수는 종북 좌파 이데올로기와 공포권력에 기대는 국가의존을 통해 너무나 쉽게 이득을 보는 정치를 해왔다.  그 세월이 자그마치 73년이다. 중국의 여러 왕조의 흥망성쇠의 시간과 맞먹는 시간이다.


그 결과 기득세력이 공룡처럼 비대해지고, 일제 35년의 두 배의 시간을 살다 보니 부역자들도 많아지고, 양심적인 사람들도 지친 나머니 적당히 타협하고, 체념하며 왜곡된 가치관을 수용하거나, 정당한 듯이 받아들이며 살아왔다.


갈라치기의 기준은 단순히 북한을 보는 태도로 결정되었다. 평화를 얘기하고 화해와 협력을 주장하면 용공 빨갱이로 잡아가두고, 고문하고 죽이는 모욕의 역사, 광기와 야만의 시대를 살았다. 북은 더한다면서 그들을 보는 족족 ‘찔러죽이고, 쏘아죽이고, 찢어죽이자’는 저주와 증오의 반공교육을 주입시켰다.

 

▲ 김중만 작가의 천년의 고백 앞에서 정상회담을 하는 문재인-김정은 두 정상. <한국공동사진기자단>  

 

훈민정음의 교훈


이제는 거짓과 오만과 증오의 역사를 청산해야 한다. 두 지도자가 훈민정음 작품 앞에 서는 의미는 그래서 엄중하고 깊다. 불신을 씻고 화해와 협력 가운데서 시대의 모순을 극복해가는 과정, 그것이 바로 훈민정음이 가르친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미국에게도 한마디 전하고 싶다. 한반도 역사, 민족, 전통, 문화를 잘 몰라서 해방 관리에 오류를 범했다 하더라도, 우리에게 분단의 아픔과 상처를 주었다는 점에서 성찰의 시간을 갖기 바란다. 그리고 그에 대한 반성으로 남북이 하나 되는 장도에 헌신해야 할 책무가 있다.


남북 지도자들의 책임도 크지만, 분단의 책임은 미국은 일본 못지 않게 크다. 트럼프가 평화와 화해와 인류애적 관점으로 한반도를 바라본다면, 노벨평화상의 가치에 충실히 따르는 것이다.

 

khlee054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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