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 기대감 커지는 사연

전쟁 보다 싼 평화…“통일이 돈이다”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05/04 [14:13]

남북경협 기대감 커지는 사연

전쟁 보다 싼 평화…“통일이 돈이다”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05/04 [14:13]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제 3차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5월 내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치러질 경우 대북경제협력 사업이 재개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하면 국제사회 차원의 대북제재도 풀릴 수 있고 남북한 경제협력이 다시 추진될 가능성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관심은 대북 자원개발 분야와 전력 및 인프라 구축 사업이 어느정도 속도와 규모로 결정될 지 여부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본격 경협 준비 시작…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지휘
철도연결 프로젝트 현대아산 진두지휘…현대家 수혜
北광물자원 남한의 15배 이상 추정…본격 개발 시작
경제효과 계산하는 은행…인프라 수요 2300조 예상

 

▲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정부에서는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판문점 선언 이행추진위원회’를 만들어 본격적인 검토에 돌입했다. <사진출처=KBS 뉴스 캡처>

 

남북 경협은 1988년 7·7 선언을 계기로 시작됐으며 1990년 중반 남북경협 활성화조치로 여건이 조성된 이후 본격화됐다. 대표적인 남북 경협 사업은 1998년 금강산 관광 개시, 2003년 개성공단 가동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2008년 8월 금강산 관광객 피살로 인한 관광 중단, 2013년 개성공단 중단 및 재개 등을 거치면서 경협 회의론이 제기되다 2016년 2월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한 개성공단 가동중단으로 사실상 중단됐다.

 

남북경협 기대감


객관적인 지표로만 놓고 볼 때 남북 경협사업은 정치·군사적인 요인에 따른 부침에서도 양적인 성장과 질적인 성장을 한 것으로 나타난다.


교역 규모는 1989년 1900만 달러 수준에서 개성공단 가동중단이 되기 전 2015년에는 27억1400만 달러 수준으로 142.8배 증가했다. 거래 유형도 단순 교역에서 시작돼 경제 협력을 기반으로 한 사업 형태로 발전했다.


대체적인 견해는 문재인 정권에서 남북 경협이 진행될 경우 금강산 관광 재걔 및 개성공단 재가동 뿐 만 아니라 남북간 철도연결 프로젝트, 대북 자원개발 사업, 광역 두만강 개발계획 프로젝트 등을 함께 추진할 공산이 크다는 데 모아진다.
남북한 철도연결 프로젝트가 시행될 경우 SOC개발사업권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아산이 업계를 진두지휘하며 사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제철의 경우 국내에서 유일하게 철도레일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철도시설 확충으로 인한 수혜가 예상된다. 건설사업인 만큼 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건설기계 등 건설장비업체들도 해당 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철도연결 프로젝트와 함께 진행될 수 있는 사업은 북한의 발전소 인프라 건설 사업 등을 꼽을 수 있다.


지난 4월25일 통계청이 발표한 남북한 지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북한의 연간 발전설비 용량은 7661MW로 남한의 10만5866MW의 14분의1 수준으로 나타났다.


남한의 전력을 북한에 송전할 수도 있지만 송전할 때 전력 소실이 크다는 것이 단점이다. 개성공단을 가동했을 때도 이 같은 문제점이 발견됐다.


때문에 남북 경협이 본격화될 경우 북한의 발전 설비 개선작업을 위한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기업 중에는 두산그룹, 한화그룹, GS그룹, 현대일렉트릭 등이 발전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북 자원개발 사업이 본격화될 경우 파급력도 막대할 것으로 에상된다. 북한자원연구소에 따르면 북한에는 약 700여개의 광산이 존재하며 이중 70여곳의 광산 개발 사업을 펼치더라도 남북한에서 연간 9만여명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실제로 북한에는 남한에 있는 광물자원의 15배에 이르는 막대한 광물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물 자원 가치는 7조 달러, 한화로 750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대북 자원개발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남북한이 함께 정밀조사를 실시해야 하지만 지난 2007년 북한 단천지역 3개 광산 공동 개발을 실시했던 사업은 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서평에너지라는 회사의 경우, 지난 2007년 12월 천성 무연탄 사업을 승인, 수송을 위한 전용부두 건설 등에 1000만 달러를 투자했으나 사업을 추진하기도 전에 중단됐다.


금융권관계자는 “남북 경협은 북미정상회담의 결과와 대북제재 완화 정도에 따라 경협의 속도와 범위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남북 경협 진전에 대히하고 다양한 경협 사업 참여 주체의 금융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선제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협 준비 분주


이처럼 판문점 선언 이후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가는 가운데 5월 들어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경협 준비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지난 5월3일 정부 차원에서는 판문점 선언 이행추진위원회(추진위)가 본격 출범했다. 추진위는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준비위)가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조직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첫 회의에서 추진위의 운영 방침과 부처별 역할, 로드맵 등을 두루 논의했다. 판문점 선언에 남북 협력 교류 활성화 등이 담겨 있는 만큼 인적 준비위와 달리 경협 논의를 위해 경제 부처 인사들까지 포진했다.


김동연 부총리도 지난 5월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남북 경협에 대해 “남과 북이 협력하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을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합의에 따라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가지고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향후 정부가 남북경협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를 구성할 경우 수석대표를 맡아 운전대를 잡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경협공동위는 2000년 남북 정상의 6·15 선언 이후 경협을 총괄해왔던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를 10·4선언을 통해 부총리급으로 격상한 회의체다.


다만 일각에서는 남북 정상회담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벌써 경협 이야기부터 꺼내는 것은 성급하다고 지적한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 이행이 선결과제인 만큼 정부 차원에서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이와 별개로 경제단체 등 민간에서도 잰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개성공단입주기업들의 모임인 개성공단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개성공단 재가동 준비를 위한 태스크포스(TF)의 첫회를 열고 본격적인 채비에 나선다. 개성공단 비대위는 지난 4월30일 업종별 대표 15명이 참여하는 TF를 구성했다.


5월14일에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124개사가 모두 참여하는 워크숍도 계획됐다. 이들은 북미정상회담을 지켜본 뒤 개성공단 시설 점검을 위한 방북 신청을 할 예정이다. 아울러 개성공단 재가동시 논의될 정부 피해지원금(고정자산 3700억원) 반환 문제 등 실무 논의에도 착수할 계획이다.


개성공단은 2016년 2월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이유로 갑작스럽게 폐쇄했고 기업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개성공단 폐쇄 이후 입주기업들이 입은 실질피해는 투자자산(토지·건물 등)과 유동자산(원부자재 등), 1년간 영업손실 등을 포함해 1조5000억원이 넘는다.


남북 경협 활성화를 목표로 설립된 민간단체도 이날 출범한다. 김칠두 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이사장으로 나선 북방경제인연합회는 이날 서울 서초동 KID(한국산업개발연구원)에 사무국을 설치하고 본격 출범할 예정이다. 이들은 북한뿐만 아니라 러시아 극동지역(연해주)과 중국 동북 3성 등에 기업진출 및 경제협력을 목표로 삼고 있다.


업계의 경우 ‘잃어버린 10년’의 무게를 딛고 남북 경협에 나설 수 있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남북경협의 맏형 격인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이후인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누적적자가 2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다만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에 대비해 마련해둔 매뉴얼 등을 점검하는 등 금강산 재개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고 있다.

 

▲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 악화됐던 남북관계로 인해 경협은 사실상 단절됐다. 이에 북한에 투자했던 기업들의 손해는 막심했다. <사진출처=KBS 뉴스 캡처>     © 사건의내막

 

계산하는 은행권


이처럼 남북 경제협력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은행권이 북한 사회기반시설 개발 사업 참여를 저울질하기 시작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은행들은 북한 인프라 개발이 재추진될 것에 대비한 준비 작업 등을 검토하고 있다. 남북 정상은 지난 2007년 개성공단과 연계한 해주경제특구 건설, 한강 하구 개발 등에 합의했지만 이후 관계 경색으로 중단됐다. 남·북·러 가스관 건설사업(당초 2013년 착수 예정)과 경원선(서울~원산) 복원사업(2015년 착수) 등도 수년째 멈춘 상태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도 대형 인프라 개발 계획을 동반하고 있다.


이러한 신구(新舊) 경협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경우 북한 인프라 관련 금융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자금 수요 규모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4년 ‘통일금융 보고서’에서 북한 내 인프라 개발에 철도 773억달러, 도로 374억달러 등 총 1400억달러(약 150조원)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앞서 2013년엔 국토연구원이 한반도 개발협력 11개 핵심 프로젝트 사업비로 총 93조5383억원을 산출했다. 그러나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남북 경협이 확대될 경우 연간 27조원씩, 10년간 총 270조원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심지어 국회예산정책처는 2015년 보고서에서 2026년 통일을 가정할 경우 2060년까지 총 2316조원의 통일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자금 규모의 편차가 크지만 은행권은 금융 수요의 기회를 찾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협이 본격화되면 정책금융을 담당하는 국책은행이 우선적으로 나서겠지만, 인프라 사업의 수익성을 감안하면 민간은행들도 경쟁적으로 시장에 뛰어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들어 활발해진 인프라 투자 경험도 시중은행들이 내세우는 강점이다. 신한은행은 최근 3조원 규모의 수도권광역급행열자(GTX) A노선 사업권을 따냈다. 국민은행도 지난해 서부내륙고속도로 민간투자(2조3700억원), 부산~김해 경전철(9500억원) 사업 등에 참여했다.


남북 경협에 민간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요구도 은행권에 힘을 싣고 있다. 이윤석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경의선 복원, 한국~러시아 가스관 건설, 항만 현대화 사업 등은 대규모 재원 조달이 필요한 만큼, 정부가 단독으로 자금을 조달하기보단 시공사와 금융사가 협력해 공동으로 자본을 유치하는 ‘민관협력사업’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은행권이 그간의 인프라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단순 대출이나 보증을 넘어 특수목적회사(SPC) 설립, 전반적 사업 설계 등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다만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상 언제든 사업 환경이 급변할 수 있는 위험이 상존한다는 것이 은행들의 고민이다. 불과 2년 전에도 남북관계 경색으로 개성공단이 폐쇄되며 공단 기업들이 하루아침에 쫓겨나며 1조5000억원 규모의 피해를 입었던 전례가 있었다. 이에 은행들은 북한 인프라 투자에 앞서 위험을 관리할 보완장치 마련에 신중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학 “설사 대북 제재 국면이 해제되더라도 위험 관리 문제 때문에 상당한 검증 과정이 필요한 만큼 민간금융의 자금이 투자되기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penfree1@han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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