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의 전말

경영권 승계 작업?…“2015년은 수상했다”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05/06 [13:44]

삼성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의 전말

경영권 승계 작업?…“2015년은 수상했다”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05/06 [13:44]

지난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재계에도 폭풍이 불어 닥쳤다. 이들 국정농단 사범과 재벌기업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의혹으로 인해 특검의 강도 높은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특히 삼성과 롯데의 경우에는 실질적 총수였던 이재용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구속되는 심각한 문제로 비화됐다. 여기서 이재용 부회장은 당시 삼성 승계과정에서 행해졌다고 의심받는 위법한 행위로 재판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이 논란에는 이번 금융감독원 발표로 인해 ‘분식회계 의혹’ 중심에 선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연결된다.


금감원 발표로 분식회계 의혹 제기된 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오에피스 ‘종속회사→관계회사’ 변경후 가치 급성장
삼성 “공동 투자사 옵션행사 우려, 절차 의무사항 이행”
제일모직 가치 상승 목적?…‘경영승계’ 이용했다는 지적

 

▲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으로 ‘이재용 부회장 승계 작업’이 다시한번 떠오르고 있다. <사진출처=JTBC 뉴스 캡처>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상대로 1년 넘게 특별감리를 벌인 끝에 회사 측의 분식회계 혐의가 인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러한 분식회계를 통해 4년 적자 기업에서 초우량 기업으로 탈바꿈한 뒤 코스피 상장까지 한 셈이어서 적잖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분식회계 의혹


금감원은 지난 5월1일 이러한 내용의 ‘조치사전통지서’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감사인인 안진·삼정 회계법인에 통보했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바이오로직스는 자회사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이 상실됐다며 갑자기 자회사 가치를 장부가액이 아닌 시장가로 바꿔 반영했는데 이렇게 할 근거가 부족했다”며 “이는 회계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분식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논란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사업 구조는 바이오의약품을 위탁 생산하는 사업(CMO)과 바이오시밀러(복제약)를 연구개발 하는 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CMO 사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직접 하지만, 복제약 연구개발 사업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미국 바이오 벤처인 바이오젠이 공동 투자한 회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속적 증자로 2015년 말 기준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91.2%나 갖게 됐다.


그런데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납득하기 힘든 회계 처리의 마법을 부린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배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고 자회사 가치를 돌연 취득가액이 아닌 시장가액으로 평가해 회계 장부에 반영한 것이다. 국제회계기준상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에 중대한 변수가 생긴다고 판단될 땐 자회사를 공정가치로 평가해 회계장부에 반영할 순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회사에 대한 절대적인 지분에도 지배력을 상실했다고 본 이유에 대해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연구 개발 사업이 성공할 경우 지분율을 8.8%에서 49.9%까지 늘릴 수 있는 옵션을 갖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바이오젠은 이러한 옵션을 행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이 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며 자회사 가치를 시장가치로 평가해 반영한 것이다.


이에 대해 강석윤 삼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 개발 성과가 가시화하면서 지분 가치가 높아졌고, 이에 따라 바이오젠이 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며 “이 경우 회계상 지배력을 상실하는 만큼 바이오로직스를 관계사로 변경해 시장가액으로 평가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회사의 선택이 아닌 국제회계기준상의 의무사항을 이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회계법인이 평가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는 4조8000억원대였다. 덕분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만년 적자 기업에서 벗어났다. 장부가액으로 반영했다면 2143억원의 적자가 예상됐지만 자회사 가치를 시장가액으로 평가하며 2조원대 평가이익이 생겨 1조904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초우량 기업으로 변신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옵션 가치를 ‘0’으로 매겼다. 금감원이 시장가치를 반영한 회계처리가 부적절하다고 밝힌 이유다. 한 경제전문가는 “경영자가 입맛대로 국제회계기준의 규정을 악용하는 경우가 적잖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특혜 의혹도 재점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금융위는 2015년 우량기업의 코스피 상장을 돕는다는 취지로 매출이나 이익 대신 일정 시가총액(6000억원)과 자본(2000억원) 이상이면 상장할 수 있는 기준을 신설했다.


그러나 당시 정부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위해 무리하게 상장 규정을 고친 것 아니냔 논란이 일었다. 금융위는 “유망 기업이 미국 시장에 상장되는 걸 막고 코스피로 유치하면 국내 투자자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논리로 맞섰다.


금감원이 사실상 분식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실적이 부풀려졌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주가 거품 논란도 일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로직스는 상장 1년여 만에 시가총액이 3배 넘게 뛰었다. 분식회계에 대한 최종 제재 수위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전례에 비춰볼 때 유가증권 발행 제한이나 과징금 등의 제재가 유력해 보인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제2공장 외관. <사진제공=삼성바이오로직스>

 

50%+1주 법칙


이처럼 오는 6월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의 절반 가까이 사들일 수 있는 콜옵션 행사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보유하게 될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50%+1주’가 분식회계 사건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과반 이상 지분을 보유했음에도 자회사가 아니라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장을 금융당국이 배척할 경우 분식회계 논란은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들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의 핵심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자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분류한 시기가 아니라 관계회사로 볼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라며 “금융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장을 인정할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 1957만여주(94.61%), 바이오젠은 112만여주(5.39%)를 보유 중이다. 바이오젠이 6월 말 콜옵션을 행사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 보유주 수는 각각 1034만1853주(50%+1주), 1034만1852주(50%-1주)로 조정된다. 한 주 차이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여전히 최대주주인 구조다.


보통 ‘50%±1주’는 경영권을 갖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을 구분하는 최소한의 장치로 통한다. 2003년 삼성전자가 소니와 합작사 ‘S-LCD’를 설립할 때나 2001년 무디스가 한국신용평가 경영권을 사들일 때 모두 50%+1주를 취득했다.


‘50%+1주’에 대한 해석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여부를 둘러싼 가장 근본적인 물음이다. 바이오젠 콜옵션 행사 이후에도 경영권이 여전히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있다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사로 분류한 시기 등에 대한 논란은 애초에 발생하지 않는다.


2016년 참여연대가 금감원에 특별감리를 요구할 때 핵심도 바로 이것이었다. 참여연대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이사회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이 동률로 구성한다 해도 의장을 삼성바이오로직스측에서 맡는다면 경영권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있다고 봤다. 이사회 의견이 반반으로 갈렸을 때 결국 의장의 선택대로 결정된다는 이유에서다. 참여연대는 금융위 최종 판단에 앞서 이같은 입장을 다시 전달할 계획이다.


만약 바이오젠 콜옵션 이후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자회사로 남는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실적은 급격히 악화된다.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4600억원대 매출은 7800억여원으로 뛰지만, 660억여원의 영업이익은 370억여원의 영업손실로 돌아서고 순손실은 1000억여원에서 1400억여원으로 확대된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식회계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금융위원회 의결에서 분식회계로 결론 날 경우 행정소송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분식회계라는 건 받아들이기 힘든 표현”이라며 “상장 당시 과정이 엄격했고 전문가들과 검토를 했고, 법과 절차에 따라 진행했는데 이제와서 잘못됐다고 하면 우리는 누구와 일을 해야되는 것이냐”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금융위에서 분식회계로 결론 날 경우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며 반발했다.


이같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의 해명에 대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정면 반박했다. 심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말 삼정회계법인을 포함한 다수의 회계법인 의견에 따라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했다고 항변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시밀러 개발 성과 가시화에 따른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증가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변경했다고 하지만 당시 외부 감사인의 감사조서에는 바이오시밀러 관련 내용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외부 감사인을 속였든지 외부 감사인도 분식회계를 공모한 것으로 보인다”며 “감사조서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금감원 보고를 받은 후 다시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심 의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도 무관치 않다고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2015년 7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들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찬성하기로 하면서 국민연금이 입을 손해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장성 등으로 상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내용의 특검 보고서를 근거로 제시했다.
심 의원은 “우리나라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서는 정경유착과 불공정 거래를 근절해야 한다”면서 “정경유착에 책임을 묻지 못한다면 지난 촛불혁명은 절반의 승리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승계위한 마법?


실제로 일각에선 지난 2015년 9월 발생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상 의혹도 다시 제기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평가되면서 지분 46%를 보유하고 있던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합병비율(1대0.35)이 매겨졌다는 주장이다.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일가의 제일모직 지분(42.2%)은 삼성물산 지분(1.4%)보다 많았다.


이 합병이 공정하지 않았다는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두 회사의 가치 비교가 잘못됐다는 건데, 이 논란의 중심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있다.


당시 제일모직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 46.3%를 갖고 있었다. 이재용 부회장은 그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였다.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를 다시 들여다보니,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이 의도적으로 기업 가치를 부풀렸고, 이는 제일모직의 가치를 올리는 것으로 이어져,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데 유리하도록 작용했다는 것이다.


두 회사의 가치는 제일모직 주식 1주당 삼성물산 주식 0.35주로 비율로 매겨졌다. 제일모직 주식을 삼성물산 주식보다 3배가량 비싸게 쳐 두 회사를 합치겠다는 것이다. 각각 상장사의 주가(시가총액)를 근거로 산정한 비율이다.


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은 이 비율을 문제 삼는다. 삼성물산이 주가는 낮지만 보유하고 있는 자산이 제일모직보다 훨씬 많아서 삼성물산 주식을 더 비싸게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이 제일모직 주식을 23%나 가지고 있었지만, 삼성물산 주식은 단 한 주도 없었다. 이 부회장의 입장에서는 삼성물산 주식을 비싸게 쳐줄수록 크게 손해를 보는 상황이었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던 국민연금은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이재용 부회장은 두 회사의 합병으로 삼성 그룹 내 지배력을 확보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11년 설립됐지만 연속 적자에 허덕인다. 5년간 누적 적자는 5500억 원에 달했다. 그러던 중 2015년 반전이 일어난다. 그 해 20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지만, 당기순이익 1조 9000억 원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일군다.


회사가 3000억 원을 투자해 만든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4조 8000억 원으로 재평가해 회계장부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하루아침에 기업의 가치가 늘어난 배경에는 회계처리가 있다. 자회사를 관계회사로 바꾸면 자회사에 투자했던 돈을 시장 가격으로 환산해 반영할 수 있다.


즉, 3000만 원을 투자한 자회사는 회계장부상 투자금으로만 기록되지만, 이 회사가 ‘관계회사’가 되면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으로 그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다.


문제는 갑자기 왜 ‘관계회사’로 바꿨는지다. 금감원이 분식회계로 판단한 대목이다. 자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할 만한 변화가 없었다고 봤다.


시민단체들도 이 부분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가 올라가면 제일모직의 가치도 따라서 올라가며 이재용 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주장이다.


즉, 제일모직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6.3%를 소유한 대주주였고, 제일모직의 최대주주는 지분 23%를 보유한 이재용 부회장 이었는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건실한 회계와 미래성장성은 이 부회장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도를 만들어줬던 것이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참여연대와 함께 소송을 제기한 심상정 의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도 무관치 않다”고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김상문 기자> 

 

에버랜드 재점화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 관련 움직임은 또 있었다. 삼성그룹이 2015년 합병을 앞두고 경기도 용인의 제일모직 소유 에버랜드 표준지 공시지가를 급격하게 올렸다는 의혹이다. 세금이나 개발 보상 등의 기준으로 쓰이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관리돼야 할 땅값이 유독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전에 급격하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의혹의 핵심은 2015년 합병을 앞두고 공시지가 산정의 기준이 되는 표준지가 1곳에서 7곳으로 급격히 늘었을 뿐 아니라, 6개 표준지의 공시지가 역시 ㎡당 8만5000원이던 것이 최대 40만원으로 370% 불어났다는 것이다. 이 역시 제일모직의 자산가치를 부풀려 합병이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도록 근거를 만들기 위한 작업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당시 증권사들은 급격하게 상승한 공시지가를 바탕으로 에버랜드 땅 가치가 3~4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쏟아냈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당시 에버랜드 공시지가 산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외부 압력 여부 등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와 에버랜드 표준지 공시지가 급등은 모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있었던 2015년에 벌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두 사안 모두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에게 합병이 유리하게 진행되도록 하는 근거로 활용됐다. 하지만 당국이 두 사안 모두 진행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함에 따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역시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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