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보는 '문재인-김정은-트럼프' 다른 시선

복잡한 내부정치…‘투쟁 美·긴장 北·곤혹 南’

황흥룡 통일교육진흥연구원 원장 | 기사입력 2018/05/26 [12:10]

북미정상회담 보는 '문재인-김정은-트럼프' 다른 시선

복잡한 내부정치…‘투쟁 美·긴장 北·곤혹 南’

황흥룡 통일교육진흥연구원 원장 | 입력 : 2018/05/26 [12:10]

미국 내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 중에 온건파가 더 많을까, 강경파가 더 많을까? 나는 후자가 절대적으로 더 많다고 본다. 일단 미국은 기본적으로 (정치체제, 인권, 과거 협상 이력 등에 있어) 북한에 대한 불신이 강하고, 또 미국의 군산복합체와 이를 바탕으로 정치적 실천을 수행하는 네오콘 류의 매파들은 한반도에서 남한과 북한이 서로 갈등 및 대결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한국에 미국산 무기를 팔아먹고 나아가 북한의 위협을 핑계로 미국의 전략자산을 동원하여 중국을 견제하는 데도 용이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미국은 기본적으로 지금 한반도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화와 협상에 대해 부정적 내지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볼턴으로 대표되는 강성파들의 발언은 이런 연장선상에 있다 하겠다.


美내 서 북한 바라보는 시각 강경파가 더 많을 것
중간선거 앞둔 트럼프 승부수…민주당은 반대공세
남한에게 까탈스운 북한의 속셈…보수세력은 공격
치열한 북한의 생존전략…이해는 하지만 자중해야

 

▲ 지난 5월22일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가을에 있을 미국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입장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대화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는 것이 전혀 탐탁치 않다. 따라서 전통적인 매파들 뿐 아니라 소위 진보적 이라고 하는 민주당 역시 북미대화가 성공하는 것을 내심으로는 반기지 않을 것이다.

 

미국 내 반발세력


트럼프는 이런 정치적 상황에서, 그간 북미대화를 성사시키려는 야망을 노골적으로 표현해왔다. 주지하듯이, 첫째, 트럼프 자신이 소위 세기의 협상을 성사시킴으로써 개인적 명예(노벨 평화상)를 얻고자 하는 마음도 크지만, 둘째, 무엇보다 트럼프가 미국 내에서 처한 정치적 입지가 간단치 않기 때문에 어떻게든 미국 밖에서의 성과를 통해 국내의 어려움을 돌파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겉으로는 트럼프가 현 상황을 독자적이고 일방적으로 주도하는듯 보이지만, 일단 미국내에서조차 그의 주변에는 우군보다는 적군(?)이 훨씬 더 많은 상황이다. 쉽게 말해, 트럼프는 어떻게든 북미대화를 성공적으로 마무리짓고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싶어하고, 그에 반해 미국 조야의 대체적인 분위기는 틈만 보이면 북한을 자극하거나 트럼프에게 전달되는 정보를 왜곡, 조작하여 그로 하여금 오판을 내리도록 유도하는 견제구를 끊임없이 날리는 형국이라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제 정치세력이 정말로 나라와 민족의 장래를 진심으로 염려하는 마음으로 한반도에서 어떻게든 화해와 평화가 정착되도록 하려는 의지와 비전이 있다면, 비단 정부 차원에서 뿐 아니라, 정치권 전체 차원에서 초당적으로 협력해서 미국의 매파 세력들을 설득하고 견인하는 다각도의 활동을 전개할 것이다.


즉 야당도 동원 가능한 모든 채널과 인맥을 동원하여 미국으로 날라가, 미국 조야의 주요 인사들을 만나 북한과 미국 사이에 통 큰 합의가 이뤄지도록 협력해달라고 치열한 외교전을 펼칠 것이다.


비록 국내에서는 서로 간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기 부딪히기 때문에 부득불 전선을 형성할 수밖에 없는 지점들이 있다 해도, 최소한 한반도 화해와 평화 문제는 정쟁의 문제가 아니라 민족 전체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초당적 외교를 펼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그것이 국민의 세금으로 존재하는 정치인의 참된 도리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정작 현실은 어떤가. 가령 자한당의 홍준표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식 서한을 보내 “북한이 영구적이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이룰 데까지, 일체의 지원이나 체제보장을 해주면 안 되고, 심지어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도 체결하면 안 되는 점”을 확실히 해달라고 요청하겠다고 발표했다.


홍 대표의 모습에서 가히 한국판 볼턴을 보는 듯하다. 아마 미국의 매파들은 이런 건수를 핑계삼아 다양한 루트를 통해서 북미대화가 성공하지 못하도록 딴지를 거는 작업을 펼칠 것이다. 원통하고 애통한 일이다.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했던가! 우리 역사를 되돌아보면 나라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도, 당리당략에 눈이 멀어 급변하는 국제정세를 애써 외면하고 매국을 일삼는 짓을 행하여 결국 나라 전체를 큰 위기에 빠트린 정치인들이 꼭 있었다. 우리는 지금도 눈앞에서 바로 그런 현상을 목도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지금 우리 국민 대다수는 과거의 소위 무지랭이 같은 그런 민초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은 국민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고급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수많은 전문가들이 이를 해석해주며, 무엇보다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높은 퍼센트의 국민 여론이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를 적극 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아가, 현 정부의 평화 의지를 굳건히 뒷받침해서 다시는 이 땅에 냉전 수구 세력이 권력을 잡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도 투철한 편이다.


봄이 오면 겨울은 자연스레 물러가듯이, 빛이 오면 어둠은 쫓겨가듯이, 깨어 있는 국민의 의지가 무능하고 사악한 정치인들을 이 땅에서 몰아낼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를 바라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러나 평화의 염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결국은 승리하는 세상이 올 것이다. 저기, 저 만치서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 지난 4월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만찬장에서 ‘민족의 종’이라는 케이크롤 짜르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까탈스러워진 北


이처럼 미국과 북한과의 관계에 이어, 최근 북한이 우리나라에게 대하는 ‘쌀쌀맞은’ 태도는 무엇일까? 위에서 설명한 미국 태도의 연장선상에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맥스 선더스 훈련에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전투기들이 대거 참가한 것, 태영호 전 주영공사의 김정은 관련 발언, 탈북자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가 4월27일 판문점 선언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장면을 취재하기 위해 베이징에서 국제 기자단이 출발했지만, 남한 기자들에게는 끝까지 애태우다가 타국 기자들보다 하루이틀 늦게 향하게 되었다.


이를 바라보는 국내 여론의 심사는 몇 가지 갈래로 나뉜다. 극우 보수 세력은 그러길래 어떻게 북한을 믿느냐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고, 중도 진영의 사람들은 북한의 처신에 대해 불편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으며, 그럼에도 여전히 북한에 대해 성의껏 행동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아무튼 갑자기 돌변한 북한의 태도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어리둥절한 기색이다.


최근 북한이 남한에 대해 냉랭하게 나오는 표면적 이유는 앞서 언급했지만, 아마 그게 이유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그 이면에는, 북미정상회담에 임하는 미국 측의 이중플레이에 대한 불만과 함께, 남한과 미국 내에서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 단계에 발맞춰 북한을 경제적 투자(기)처로 여기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이에 대한 불만도 상당히 작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정도 해봄직하다. 즉 북한 입장에서는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고 있는데 김치국부터 마시는 꼴”이 꼴사나왔을지 모른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이보다 더 근원적인 요소가 작용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가령,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출국한 대통령 전용 비행기 안에서 정의용 안보실장은 최근 한반도 상황을 둘러싼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면서 “모든 것을 북한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노력중이다”는 말을 했다.


도대체 북한의 입장이란 게 무엇인가? 어찌 생각해보면 아주 간단하다. 우리나 미국과 달리 북한은 체제 특성상, 그리고 현재 처해 있는 상황상, 최근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치열한 수싸움이 생존을 건 절체절명의 문제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나 우리 공직자들의 경우 설령 이번 회담이 성사되지 못하거나 혹은 좋은 결실을 맺지 못하더라도 그로 인해 생명에 위협을 느낄만큼 큰 처벌이나 책임 추궁을 받을 일이 전혀 없다. 또 우리나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설혹 북한과 관계 개선에 실패하거나 그저 답보 상태에 머물더라도, 아쉽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체제 보장에 위협을 초래할 만큼 무슨 엄청난 곤란에 직면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북한은 전혀 다르다. 북한의 대남(미) 일꾼들의 경우 최근 한반도에서 진행되는 수싸움에서 밀리거나 오판을 할 경우 자신과 가족의 신변의 안위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거니와, 김정은의 입장에서도 자칫하면 북한체제가 흔들릴 수도 있는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는,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여 있다.


따라서 북한 정부 입장에서는 이 상황을 바라보는 엄중함이랄까 심각성이랄까, 하는 것이 그 중압감 면에서 남한이나 미국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쉽게 말해, 북한 정부는 지금 초긴장 상태라 봐야 옳을 것이다. 그러니 자신들이 애초에 설정한 시나리오를 벗어나는 모든 일들에 대해 매우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강대국에 대해서는 감정대로 반응할 수 없으니, 만만한 남한에게 속풀이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물론 여기에는 북한 특유의 ‘밀당’ 전술도 한몫 단단히 하고 있을 게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우리 정부는 두 가지 사항에 더욱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첫째, 한참 예민해질대로 예민해져 있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도록 국내 상황을 지혜롭게 콘트롤 할 필요가 있다.


둘째, 현재 정부는 당면한 국내외 문제의 양과 질에 비해, 이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나 기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판단된다. 사실상 현 정부로서는 대북, 대미 문제에만 올인 하기에도 벅찰 것이다. 여기에 국내 정치권 문제, 법조계 문제, 경제 문제, 노동계 문제 등등 휘발성이 매우 강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러니 얼마나 일손이 딸리고 힘들겠는가? 따라서 법률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청와대의 보좌 기능도 보강하고, 각 부처가 현안에 대처하는 능력도 면밀히 검토해서 개선할 것은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특별히 외교부와 국방부의 몇몇 인사는 (이번 남북 관계 경색에 단초를 제공한 책임을 물어) 엄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겠다.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본보기 차원에서라도 엄중 조치를 취해야 차후에라도 정부 내에서 남북 관계가 진전되는 것을 마뜩치 않게 생각하는 세력들이 장난을 못 칠 것이다.

 

이해되지만 아쉬워


한편, 북한이 처한 상황의 엄중함을 전혀 이해못할 바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어쨌거나 문 대통령이 갖고 있는 성심과 진심을 헤아려, 북한도 남한 정부를 지나치게 몰아붙이지 말기를 바란다. 국내에서 문 대통령의 입지가 어려워지면 향후 북한 입장에서도 하나 이로울 것이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 엄중한 상황에, 천만 다행인 것은 문 대통령의 성품이 상대의 태도 변화에 따라 일희일비 하는, 즉 들끓는 성격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마 우리 대통령이 그런 성격의 소유자였으면 남북 관계는 재차 수렁에 빠졌을 것이다(이명박과 박근혜가 그랬다). 이 시점에서 우리 정부의 수반이 차분하고 인내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끝으로 하나 더 첨언하자면, 아마 이 다음에 문 대통령이 별세하면 필경 그 몸에서 ‘사리’가 엄청 나올 듯하다. 트럼프, 시진핑, 아베, 김정은, 홍준표 등등 하나를 상대하기도 쉽지 않은 인물들을 동시에 상대하면서, 문 대통령이 속으로 얼마나 ‘참을 인’자를 되새기겠는가.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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