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징역 면하기 힘든 내막

“MB 옥죄는 ‘16개의 혐의’ 벗어나기 어렵다”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05/28 [09:44]

이명박, 징역 면하기 힘든 내막

“MB 옥죄는 ‘16개의 혐의’ 벗어나기 어렵다”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05/28 [09:44]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첫 재판장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전두환·노태우·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부패범죄 혐의로 법정에 선 역대 4번째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물론 이 전 대통령은 기존의 입장대로 모든 혐의를 전면부인 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무리한 기소’라는 주장까지 펼쳤다. 다만 검찰이 전직대통령 공소장에 적시한 16개의 혐의는 자신감이 없으면 올릴 수가 없는 수치라는 점에서, 80세를 바라보는 이 전 대통령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아 보인다.


62일 만에 외부 노출…‘입장문’ 담은 서류봉투 들고 출석
첫 재판 입장 밝혀…“다스는 형님 것, 무리한 기소” 주장
공소장에 적힌 16가지의 혐의…입증 자신감 보이는 검찰
증거는 대다수 인정한 MB…빠르면 8월 중 1심결과 나와

 

▲ 지난 5월23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이명박 전 대통령 사건에 대한 정식 재판에 모습을 드러낸 이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대 다스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77) 전 대통령의 정식 재판이 지난 5월23일 부로 시작됐다.

 

법정에 나타난 MB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이 전 대통령 사건에 대한 정식 심리에 들어갔다.


구속 상태인 이 전 대통령은 수의 대신 검은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나타났다. 이 전 대통령이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3월22일 구속된 이후 62일 만에 처음이다.


이 전 대통령의 양복에는 수용자 신분임을 알리는 구치소 표식 배지가 붙었다. 이 전 대통령의 수인 번호는 ‘716번’이다. 당초 법무부 호송차에서 내릴 땐 이 배지가 상의에 붙어 있지 않았다.


특이한 점은 포승줄이나 수갑도 없이 양손에 아무 것도 차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확히 1년 전인 지난해 5월23일 국정농단 첫 공판에 나온 박근혜(66) 전 대통령은 호송차에서 내릴 당시 수갑을 차고 있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교정본부 관계자는 지침 개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정본부 관계자는 “예전대로라면 포승줄에 묶여서 오는 게 맞지만 고령, 노약자, 여성, 도주 우려가 현저히 적다고 판단되는 자에 한해 수갑만 차는 것으로 지침이 바뀌었다. 지난해 박 전 대통령이 수갑만 차고 들어온 것도 이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다가 지난해 9월께 굳이 수갑도 할 필요가 있느냐는 내부 의견이 있었고 여론 수렴 작업을 거쳐 올해 3월께 내부 수용관리 지침의 관련 내용이 다시 한 번 개정됐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레몬색 서류봉투를 들고 나타났다. 이날 밝힐 입장문이 담긴 것으로 추정된다. 60여일 간 수감 생활을 한 그는 구속 전보다 다소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반면 얼굴은 약간 부어 있고 머리숱이 적어진 느낌을 줬다. 변호인들은 그간 이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서 식사도 많이 하지 못하고 당뇨와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재판장이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직업을 묻자 “무직”이라고 짧게 답했다. 법정엔 대표적 ‘친이계’ 인사인 이재오 자유한국당 상임고문이 자리했다.


이날 검찰에서는 수사를 담당했던 신봉수 첨단범죄수사1부장, 송경호 특수2부장 등 8명이 출석했다. 변호인 측에서는 강훈·최병국 변호사 등 4명이 나왔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공소사실을 설명하고 변호인 측의 반박을 들었다. 이 전 대통령도 직접 입장도 밝혔다.


이날 법정 모습은 언론을 통해 외부에 공개됐다. 재판부는 사안의 중대성, 국민적 관심사 등 공공의 이익을 고려해 정식 재판 시작 전 언론에 법정 촬영을 허가했다.

 

12분간의 발언


처음으로 법정에 서면서, 공개된 이명박 전 대통령 모두 진술의 골자는 ‘억울함’으로 압축된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열린 1차 공판에서 공소사실 등에 관한 입장을 직접 밝혔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작된 공판에서 이 전 대통령 모두진술은 2시16분쯤 시작돼 28분쯤 끝났다. 당초 알려진 10분과 비슷한 길이였다.높이를 조정한 후 모두진술을 낭독하기 시작했다.


그는 “저는 오늘 비통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면서 “검찰 수사가 시작된 후 진술을 거부하라고도, 기소 후엔 재판도 거부하라는 주장이 많았다. 하지만 아무리 억울하더라도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서 그런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최근 검찰의 진술 증거를 모두 동의한 것과 관련해 다시 한 번 ‘억울함’을 꺼냈다.


그는 “수사기록 검토한 변호인들은 신빙성이 의심된다며 부동의하고 증인들을 재판에 출석시켜 진위를 다퉈야 한다고 했다”며 “그러나 증인 대부분은 전대미문의 세계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저와 밤낮 없이 일한 사람들이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사유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국정을 함께 이끈 사람들이 다투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건 저 자신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참담한 일”이라면서 “변호인은 만류했지만 고심 끝에 증거를 다투지 말고 나의 억울함을 객관적인 자료와 법리로 풀어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부각하며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동시대를 살아온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듯 저 역시 전쟁의 아픔 속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에서 자랐다”며 “학교에 가지 못하던 시대에 어머니는 저에게 늘 ‘지금은 어렵지만 참고 견디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것이다’, ‘이 다음에 잘 되면 너처럼 어려운 아이들 도와야한다’고 말씀하셨다”고 떠올렸다.


이 전 대통령은 “평상을 하시며 고생하시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시던 날 나는 그 약속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면서 “서울시장 시절 월급 전액을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하고 경제적 사정으로 학업을 중단한 학생들을 위해 하이서울 장학금을 만든 것도 그런 어머니와의 약속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통령이 입에 올린 구체적 혐의는 핵심인 다스(Das) 관련이 아닌 삼성 뇌물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그런 저에게 (이건희 회장) 사면대가로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은 충격이고 모욕”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번째로 평창올림픽에 도전하기로 결정한 후 이건희 회장 사면을 강력하게 요구받고 정치적인 위험이 있었다”고 밝히면서 “국익을 위해 이건희 삼성 회장이 아닌 이건희 IOC 위원의 사면을 결정했던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1985년 제 형님과 처남이 회사를 만들어 현대차 부품 사업에 참여했다. 성장 과정에서 소유 및 경영과 관련 어떤 다툼도 없던 회사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이 맞나 의문이 있다”고 말해 ‘다스’ 관련 혐의도 사실상 부인했다.


재임 기간에 정경 유착을 극도로 경계했다는 이 전 대통령의 주장은 국정농단 의혹 사건으로 재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차별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바라건대 이번 재판의 절차와 결과가 대한민국의 사법 공정성을 국민과 국제 사회에 보여주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아울러 국민에게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재임 중의 경험을 전수하거나 봉사나 헌신의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법정에 피고인으로 서 있는 게 참으로 안타깝다”면서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 주요 혐의 중에 하나인 350억원대 다스 비자금 횡령 혐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사진출처=KBS 뉴스 캡처> 

 

16가지의 혐의


이처럼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전두환·노태우·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부패범죄 혐의로 법정에 선 역대 4번째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검찰은 지난 4월9일 이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하 특가법)상 뇌물 및 국고손실·조세포탈,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하 특경법)상 횡령,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정치자금법위반,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등 16개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다스 비자금 횡령(349억원대) ▲다스 법인세 포탈(31억원대) ▲다스 관련 직권남용 ▲삼성 뇌물(67억원대) ▲국정원 자금 상납(7억원대) ▲공직임명 대가 금품수수(36억원대) ▲3402건 대통령기록물 유출 혐의(세부적으로 18개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공소사실 역시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한 범죄사실과 동일한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공소장에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고 적시했다. 검찰 조사결과, 이 전 대통령은 다스를 창업하기로 결정하고 직원 선정과 설립 주요 사항을 모두 지시했으며, 다스의 창업비용과 설립 자본금을 부담했고 자금관리 현황을 보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다스 비자금과 이 전 대통령이 받은 불법자금은 모두 ‘비자금 저수지’ 영포빌딩 내 이 전 대통령의 처남 고(故) 김재정씨의 사무실 금고에서 관리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을 관리해온 김씨는 경호 대상에 포함되지 않음에도 청와대 경호원의 경호를 받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김씨가 병으로 쓰러진 이후에는 청와대 경호원이 영포빌딩 금고 개봉을 직접 참관해 내용물을 확인한 사실도 파악했다.


구체적으로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1994년 1월~2006년 3월 다스 비자금 약 339억원을 조성(특경법상 횡령)한 것으로 결론내렸다. 이렇게 조성된 비자금은 자금세탁을 통해 정치자금과 선거자금, 사조직 사무실 운영경비 등으로 사용됐다. 다만 공소시효 완성으로 비자금 조성에 따른 조세포탈혐의와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로는 기소하지 못했다.


여기에 다스 자금으로 자신의 선거캠프 직원 월급을 지급(4억3000여만원)하고, 다스 소유의 자동차 에쿠스를 사적으로 사용(5395만원)하고, 다스의 법인카드를 사적 사용(약 5억7000만원)한 혐의도 포함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 경리직원이 횡령한 120억원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법인세 31억여원을 포탈(특가법상 조세포탈)한 혐의도 있다.


또 대통령의 직권을 남용해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김재수 전 LA총영사 등에게 다스가 BBK에 투자한 140억원을 반환하는 과정에 개입하게 한 혐의도 있다.


아울러 청와대 직원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의 처남 고(故) 김재정씨 사망 이후 김씨 명의의 다스지분과 부동산 상속 및 상속세 절감방안을 검토하게 한 행위에 대해서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삼성전자로부터 다스의 미국 소송비 총 67억7400여만원을 대납하게 한 것으로 보고 특가법상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이 전 대통령은 김성호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특활비 4억원, 원세훈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특활비 2억원과 10만달러를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국고손실)도 받고 있다.


여기에 공직임명과 사업편의 대가로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22억6230만원 ▲김소남 전 의원 4억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 5억 ▲손병문 ABC상사 대표 2억 ▲지광스님 3억원 등 총 36억623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특가법상 뇌물·정치자금법위반)도 있다.


검찰은 수사에 참여한 검사들을 주축으로 한 공판팀을 구성해 공소유지에 참여시키고 이 전 대통령의 조사 거부로 확인하지 못한 사항을 피고인신문 절차를 통해 해 본격적인 재판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 검찰은 아직까진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와 장남 이시형씨(사진) 등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론내지 않았다. <사진공동취재단> 

 

전면 부인 MB


이같은 16가지 혐의로 법정에 선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신을 향한 의혹과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이 검찰의 증거를 모두 인정하겠다고 밝히면서 재판 진행은 상대적으로 빨라질 전망이다. 이르면 8월 중 1심 선고가 내려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측근들을 법정에 불러 사실관계를 다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법정에 불러 그들을 추궁하는 게 본인이나 가족에게 불이익을 주는 일이 될 수가 있다”며 “국정을 함께 했던 사람과 다투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드리는 게 받아들이기 힘든 참담한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전 대통령 변호인단도 지난 5월8일 검찰이 제출한 모든 증거에 동의한다는 취지의 증거인부서를 제출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이 검찰이 제출한 증거 채택에 동의하지 않았을 경우 검찰은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증인과 참고인을 법정에 불러 진술조서에 기재된 내용과 동일한 발언을 했는지 등을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이 증거에 대해 전부 동의함에 따라 검찰은 진술조서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별도로 증인으로 신문하는 절차를 생략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이 전 대통령 측이 검찰 측 증인과 참고인들에 대한 반대신문권 역시 포기한다는 의미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이 뭐라고 하든 증거인부에 동의한 이상 사실관계를 다투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검찰 측이 제시한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가급적 재판을 빨리 종결짓고 사면을 받겠다는 전략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통상의 재판대로라면 피고인이 증거를 모두 동의했다면 양쪽 모두 증인을 부를 필요가 없으나 이 재판은 특수한 경우가 될 수 있다”며 “재판은 예측불가라서 만약 이 전 대통령이 마음을 바꿔 신빙성을 다투려 한다면 증인을 신청할 것이고 우리도 따라서 대응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일 이 전 대통령과 검찰 양측이 모두 증인신청을 하지 않는다면 재판은 서증 검토만으로 결론을 내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3개월만에 선고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측 증거를 모두 인정한 것은 아직 가족에 대한 사법처리 문제가 결정되지 않았다는 점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법조계 일각에선 이 전 대통령이 사법절차에 적극 협조할 경우 이 전 대통령의 가족에 대해선 선처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가족 동반기소?


한편,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71)와 장남 이시형씨(40) 등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론내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필요한 수사가 계속되고 있고 (시형씨와 김윤옥 여사 기소 여부에 대한) 처리 방향이나 시점은 결정된 바 없다”며 “(이 전 대통령의) 재판 상황이라든가 일정 등을 참고하면서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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