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초미의 관심사, 미래 먹거리 ‘남북 경협’

“시급한 북한 인프라구축 사업 최전선 나선다”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06/02 [18:11]

재계 초미의 관심사, 미래 먹거리 ‘남북 경협’

“시급한 북한 인프라구축 사업 최전선 나선다”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06/02 [18:11]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북미정상회담까지 연이어 개최 및 예고되면서 남북평화 무드가 커지고 있다. 이에 그간 제기되던 ‘통일 비용’을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 예상되는 ‘평화 수익’에 대한 재계의 ‘주판알 튕기기’가 가속화 되고 있다. 특히 최초에 진행되는 건설, 통신, 철강 등의 ‘인프라 구축 기업’들의 기대감이 커져가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남북경협의 선구자인 현대家의 경우,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지에 따라 통일을 위한 남북경협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평화 무드 이후 속도 내는 남북경협 실무회담 착수
당분간은 세부사업 합의보다는 장기적 경협 계획 짤 듯
기대감 커지는 재계…인프라 기업은 물론 식품도 잰걸음
최일선 나선 ‘현대家’…건설·철도·관광 등 광범위한 진출

 

▲ 남북평화 무드가 가속화되면서 한반도 번영을 위한 ‘남북 경협’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위태로웠던 북미 정상회담의 불씨가 되살아나고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차 남북 정상회담도 개최되자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속도 내는 남북경협


청와대는 지난 5월27일 전날 전격적으로 단행된 남북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회담이 성공하면 대규모 대북 경협을 할 용의가 있다’고 언급한 사실을 북측에 전했다"고 밝혔다.


앞서 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는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이같이 언급한 내용을 전날 남북회담에서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청와대는 고위급회담 개최 소식을 알렸다. 지난 5월16일 고위급회담을 열기로 했으나 북측이 한미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 등을 이유로 무기한 연기한 바 있는 고위급 회담을 지난 6월1일 열었다. 고위급회담 참석자 중에는 국토교통부의 교통 담당인 김정렬 2차관과 북한의 김윤혁 철도성 부상이 함께하면서 ‘남북 인프라 구축 경협’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대표단 면면으로 미뤄볼 때 남북은 철도연결을 비롯한 경제협력과 8·15 이산가족상봉행사, 6·15 남북공동행사,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아시안게임 공동참가 등 '4·27 판문점 선언'에 담긴 여러 사항을 두루 논의했다.


회담에서는 경협이 비중 있게 다뤄졌다. 김정렬 국토부 2차관과 김윤혁 철도성 부상은 남북 철도연결에 대해 논의했다.


남북 정상은 지난 4월27일 판문점 선언에서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내세우며 “일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하여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나가기로 하였다”고 합의한 바 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1차 정상회담 직후 내놓은 4·27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은 10·4 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하면서 일차적으로 동해선(동해북부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해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박명철 민경협 부위원장의 등장은 더 나아가 남북경협 전반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의중으로 해석됐다. 민경협은 남북 경제협력 사업을 총괄해 왔다.


이처럼 위기에 몰렸던 북미 정상회담이 본 궤도를 찾았고 남북도 2차 정상회담을 개최해 관계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서 고위급회담도 열며, 철도 연결 등 남북 경협도 차질 없이 준비될 전망이다.


경의선(서울∼신의주)은 2004년에 이미 연결돼 2007∼2008년 문산∼개성 구간에서 화물열차가 운행하기도 했으나 현대화 등 시설 개량이 필요한 노선이다.


동해북부선은 부산에서 출발, 북한을 관통해 시베리아횡단철도(TSR)가 지나는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통하는 노선이나 남측 강릉∼제진(104㎞)이 단절된 상태다.


판문점 선언에서 경의선의 현대화와 동해북부선의 연결 사업이 명시적으로 언급된 만큼 고위급회담에서는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논의됐다.


이와 함께 남북이 10·4 선언을 재추진하기로 함에 따라 이와 관련된 논의도 가졌다.


10·4 선언은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정상회담을 통해 내놓은 선언으로 남북 철도연결을 비롯해 개성∼평양 고속도로 공동이용, 개성공단 2단계 개발과 경제특구 건설, 백두산 관광 시행 등 다양한 경협 방안이 포함됐다.


북한이 최근 우리나라 공역을 통과해 제3국을 오가는 항로 개설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제안함에 따라 북한 하늘길 개방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참여정부 때 백두산 관광을 위해 삼지연 공항을 개발하는 방안이 추진된 바 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작년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내놓고 서해안과 동해안, 비무장지대(DMZ) 지역을 H자 형태로 동시 개발하는 남북 통합 개발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동쪽에서는 부산-금강산-원산-청진-나선-러시아로 이어지는 에너지·자원 벨트를 만들고 서쪽에서는 목포-수도권-평양-신의주-중국을 연결하는 산업·물류·교통 벨트를 조성하는 한편 동서 방향으로는 비무장지대에 환경·관광 벨트를 구축함으로써 한반도를 H자 모양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인 결과물을 도출해 대북 경제 제재가 해제되고 대북 경협이 활성화되면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도 탄력받고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정부 부처는 내부적으로 경협 관련 검토를 벌이면서도 ‘신중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은 북미 정상회담 추진 상황과 대북 제재 문제 등 상황을 지켜볼 뿐, 정부 부처가 먼저 나서서 경협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며 “내부적으로는 경협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를 대비해 차질 없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협은 비핵화의 진전에 따라 본격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은 우리뿐만 아니라 북측도 잘 알고 있어 당분간은 세부사업에 합의하기보다는 본격적인 경협 시대에 대비한 준비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 남북경제협력의 1차 수혜 기업들은 철도와 도로 등을 구축하는 ‘인프라’ 기업들이다. <사진출처=MBC 뉴스 캡처>

 

기대감 커지는 재계


이처럼 남북관계가 개선될 움직임을 보이면서 대북 사업을 노린 대기업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특히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대로 다음달 진행될 경우 남북경협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일부 업체들은 이를 위한 준비에 서서히 나서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최근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식품·유통 등 계열사들과 대북 사업 계획을 논의하기 위해 ‘북방 태스크포스(가칭)’ 설치 방안 검토에 들어갔다. 롯데는 대북 사업 재추진 시 먹거리 분야부터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롯데는 1995년 그룹 내에 북방사업 추진본부를 설립해 북한 현지에 초코파이와 생수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 1998년 1월에는 정부로부터 남북협력사업자로 승인을 받았다. 당시 북한 조선봉화총회사와 각각 50% 자금을 들여 평양시 낙랑구역에 2300만 달러를 투입해 공장을 조성키로 하는 사업안까지 구체적으로 나왔지만, 남북관계가 악화되며 실제 공장 설립이 이뤄지지 않았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남북관계가 호전되면서 경제협력도 필요하게 되고 투자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돼 이에 대한 사업 준비를 위해 TF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며 “수익 사업뿐만 아니라 북한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도 TF를 통해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롯데는 2008년 6월부터 2014년 말까지 한달 평균 2억~3억원어치의 초코파이를 개성공단에 납품하며 북한 시장을 공략하기도 했다. 당시 오리온, 해태, 크라운 등도 초코파이류 제품을 납품했지만 남북경협 선점 효과로 롯데 제품 비중이 90% 이상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대 후반 북한에서 ‘초코파이’로 롯데와 신경전을 벌였던 오리온은 아직까지 큰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오리온은 롯데보다 남북경협에는 뒤졌지만 북한에 ‘초코파이’ 등 자체 상표 5개를 등록해 상표등록을 선점해놓고 있는 상태다. 오리온은 1996년 2월 홍콩 현지법인을 통해 북한에 상표등록을 추진, 1997년 2월 북한 국가과학기술위원회로부터 등록허가를 받은 후 그해 10월 정식으로 상표등록증을 교부받았다. 현재 오리온이 북한에 등록한 상표는 ‘오리온’, ‘ORION’, ‘초코파이’, ‘CHOCOPIE’ 등 모두 5가지다.


오리온 관계자는 “현재 북한 관련 프로젝트나 계획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며 “북한에 상표등록을 해놨지만 지금까지 유효할 지는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CJ그룹은 남북경협이 본격화하면 CJ대한통운을 중심으로 동북아 물류망을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드러냈다. CJ대한통운은 1995년 대북 식량지원 운송을 시작으로 쌀, 비료 지원 등 주요 대북 물자 운송을 도맡아 왔으며, 북한 긴급 물자 운송과 이산가족 상봉 물자 운송 등을 수행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또 남북경협사업을 앞두고 러시아 대표 종합물류기업인 페스코와 업무협약을 맺었으며,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통한 물류 및 항만개발 등 북방물류 핵심사업에 참여키로 했다.


CJ그룹 관계자는 “그룹 주도로 대북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움직임은 아직까지 없는 상태”라며 “다만 남북경협이 추진되면 CJ대한통운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북 사업을 재추진할 경우 북한 내 도로, 전기, 철도 등 인프라 상황이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며 “유통뿐만 아니라 대우, 현대 등 건설업계에서도 과거 대북사업을 추진했던 기업들을 중심으로 대북사업 추진 프로젝트를 가동, 남북경협 활성화를 기대하며 서둘러 대비에 나선 모습”이라고 밝혔다.

 

▲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말년에 대북사업에 집중하면서, 지난 1998년 6월16일 소떼 500마리와 함께 판문점을 넘는 이벤트를 연출하며 ‘남북경협’의 상징이 됐다. <사진제공=현대그룹>

 

최전선 선 현대家


특히 과거 기업들의 ‘남북 경협’의 시발점이 됐던 ‘현대’ 일가 그룹들은 ‘남북 평화 무드’ 이후 ‘경협’ 최일선에 서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이같은 기대감은 주가 급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4월 이후 두달만에 현대로템의 주가는 150% 올랐고, 현대엘리베이터는 114%, 현대건설은 75%, 현대아산 68%, 현대상선 38%, 현대제철 24% 올랐다.


범 현대家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한 이유는 ‘남북경협 테마주’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 이름을 달고 있는 기업들이 남북 경협주로 각광을 받는 이유는 과거부터 정주영 명예회장이 현대그룹을 이끌던 시절부터 북한과의 교류에 많은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1989년 남측 기업인으로는 최초로 북한을 공식 방문해 ‘금강산 관광 개발 의정서’를 체결했다. 또 1998년 두 차례에 걸쳐 소떼 1001마리를 몰고 판문점을 통과해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다. 아들 세대를 넘어온 이후에도 ‘현대’의 이름을 이어받은 기업들은 남북통일 및 경협과 관련한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남북경협주의 상당수는 철도, 건설, 철강 등 국가 인프라를 구축하는 기업들이다. 범 현대그룹의 기업들은 대한민국의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국내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큰 공헌을 한 기업들이다.


이같은 이유로 최근 증시에서는 북한과의 평화 협정이 맺어지고 경제협력이 본격화 될 경우 수혜를 입을 기업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상황이다.


현대로템은 철도차량을 만드는 회사다. 1979년 국내 최초로 디젤기관차를 생산한 이래 KTX, 한국형 K1 전차 등을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또 우수한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터키, 인도 등 해외 36개국에 전동차, 고속전철 등 다양한 철도 차량을 납품했다.


현대로템에 경협주로 관심을 받는 이유는 역시 철도다. 북한 철도 사업의 개발비는 23조 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중 철도 차량 발주액은 7조원이 넘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현대로템이 생산한 기차가 서울역을 출발해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가는 미래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남북 철도 경협이 성사될 경우 연간 1조원의 추가 수주를 가정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 역시 남북 철도 사업과 관련 있다. 현대제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철도 레일을 공급하는 기업이다. 연간 6만톤 수준이었던 국내 레일 수요는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 연결 사업이 착수될 경우 10만톤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또 건설용 강재 역시 현대제철이 국내 최대 생산업체인 만큼 수혜가 예상되며 2008년 체결된 러시아 가스관 구축 사업이 재개 될 경우 관련 매출 확대도 기대된다.


대표적인 남북 교류 사업 기업인 현대아산은 장외주식, K-OTC 종목이다. 현대아산은 금강산관공, 개성관광, 개성공단 건설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현대아산 주가는 연초 3000원대에서 최근 5만원 이상으로 올랐다. 현대아산은 2016년 개성공단 전면 중단 이후로 남북 경협 사업이 모두 단절되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최근 남북관계가 개선이 되면서 ‘남북경협사업 TFT’를 발족해 평화의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아산 지분의 약 70%를 가지고 있다. 현대아산의 기업가치는 연초 850억원대에서 1조 3000억원까지 대폭 올랐습니다. 증권사 관계자는 “현대아산의 수익 기여도는 당분간 크지 않을 전망이지만 우선 보유지분 가치는 8200억원 정도를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납북경제협력에 최고 수혜주로 꼽히고 있다. 한반도에 에너지발전기구(KEDO)가 추진했던 북한 경수로 사업에 최대 지분으로 참여했고, 개성공단 개발 권한을 독점하고 있는 현대아산의 지분 7.5%를 보유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철도든 산림녹화든 주택이든 계약은 결국 건설이 한다”며 “현대건설은 경협관련 대장주”라고 말했다.


지금은 범 현대가를 떠나 산업은행 산하로 들어갔지만 현대상선도 남북경협주로 눈길을 끌고 있다. 대북제재가 풀릴 경우 북한과 중국, 러시아, 일본 사이 물동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과거 대북 사업을 했던 해운사이기도 하다.

 

인프라 기업 진출


이같은 현대가 뿐만 아니라 건설, 철강, 통신 등 ‘인프라’를 담당하는 기업들은 ‘남북 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가는 우리나라 경제발전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개선에 큰 기여를 한 기업”이라며 “현대가 뿐만아니라 모든 기업들이 남북 평화의 시기, 북한의 경제 발전을 이끄는 역할도 훌륭하게 수행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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