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지방선거보다 당권경쟁 집중하는 속내

기울어진 지방선거 결과…“총선 공천권이나 노릴까?”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06/05 [09:31]

정치권, 지방선거보다 당권경쟁 집중하는 속내

기울어진 지방선거 결과…“총선 공천권이나 노릴까?”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06/05 [09:31]

남북 평화 무드로 인해 지방선거 분위기가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 가운데, 여야 모두 당내 분위기가 심상찮다. 당내 유력주자들이 차기 당권 경쟁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잘나가는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어서 자천타천 당권주자들이 준비하고 있다. 당 대표 경선을 치룬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보수 듀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지방선거 참패가 거의 확실시 되면서 선거 후 지도부 교체 가능성이 높다. 결국 원내 1,2,3 당이 모두 지도부 교체가능성이 높아지면서, 20대 국회의 하반기 역시 혼돈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슈 안 되는 지선…총선 공천권 있는 당권 경쟁 집중
20여 명 가까운 후보군 움직이는 민주당…친문이 유력
‘홍준표 체제 연장’ 시도에 계파갈등 커지는 자유한국당
차기보수 주자 노리는 ‘안철수·유승민’ 갈등 바른미래당

 

▲ 오는 8월 전당대회가 예정되어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벌써부터 20여명에 가까운 후보군들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6년에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모습. <김상문 기자>

 

북·미 정상회담에 가려 지방선거 자체는 다소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진 분위기지만 당권을 거머쥐려는 여야 당권 주자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민주-8월 전당대회


집권 2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더불어민주당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써부터 물밑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민주당에 따르면 일찌감치 도전 의사를 밝히고 경쟁에 뛰어들었거나 자천타천으로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의원은 17명선이다. 민주당 의석이 121석인 점을 감안하면 의원 7명중 한명 꼴로 당권 도전에 나서거나 관심을 두고 있는 셈이다.


후보군 가운데는 차기 대권을 노리는 잠룡들, 전직 총리나 부총리급·국회 부의장 전직 도지사 등을 지낸 화려한 경력의 중진 의원, 몸값을 높이려는 재선·3선급 이상 의원도 상당수가 이름을 올렸다.


특히 잠룡으로 당권 도전이 유력했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미투 파동으로 낙마하면서 당대표 구도도 ‘잠룡 경쟁’에서 ‘관리형’으로 바뀌면서다.


이번에 선출될 당 대표는 문 대통령 임기 중반기를 함께하는 국정 핵심 파트너로 막중한 역할을 맡는 것은 물론 2020년 21대 총선 공천권을 쥐게 되면서 관심도도 높아졌다.


후보군에는 인천시장을 지낸 송영길 의원, 경남지사를 지낸 김두관 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4선의 송 의원은 지난 당 대표 선거 예비 경선(컷오프)에서 컷오프 됐지만 이번에 권토중래로 도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장으로 활발히 활동하며 문재인 정부 성공을 지원한 점을 적극 부각 중이다.


또 다른 경쟁자인 김두관 의원은 오는 7월 자신의 정치 비전을 담은 책 출간을 준비하고 물밑에서 접촉면을 넓히는 등 몸 풀기에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냈고, 문재인 정부 출범당시 국정 청사진을 그린 국정기획위원장 출신의 4선 김진표 의원, 참여정부시절 책임 총리를 지낸 6선의 이해찬 의원의 이름도 거론된다.


두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나 현 정부의 국정운영 방안을 가장 잘 이해하고 당에서 뒷빝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리형 대표로는 적임자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서울시장이나 원내대표 출마가 예상됐던 3선의 이인영 의원이나 합리적 성향의 3선 윤호중 의원의 이름도 거론된다. 이 의원은 개헌특위 간사로 문재인 대통령의 정부개헌안 국회 논의 과정에서 주된 역할을 도맡아왔다. 윤 의원은 지냔해 대선직전까지 정책위의장을 맡아 대선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고 집권 이후 청사진을 잡는데도 역할을 해왔다.


여기에 6.13 지방선거와 동시 실시되는 국회의원 송파을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최재성 전 의원도 당선 뒤 당권 도전을 선언한 상태다. 최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라는 현정부 국정 개혁 방향을 잘 이해한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이밖에도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의 전당대회 차출론이 나오고 있다. 두 장관이 내각에서 당으로 자리를 옮겨 당·정·청 협력 관계를 이끌면서 문재인 정부의 개혁작업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본인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가 당 일각의 요청에 따라 김부겸·김영춘 장관의 교체를 검토 중으로 안다”면서 “이에 따른 개각 요인이 일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범친문으로 분류되는 김부겸·김영춘 장관이 당의 지나친 ‘친문 색채’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면서도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팀워크도 깨지 않을 적임자로 여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4선의 김부겸 장관과 3선의 김영춘 장관이 개혁·합리적 성향이라는 점과 각각 대구, 부산 지역 국회의원으로서 지역주의 타파를 상징한다는 점도 차출론에 힘을 싣는다.


만약 두 장관의 차출이 현실화하면 시기는 6·13 지방선거 이후가 될 전망이다. 선거 이후에 자연스럽게 문재인 정부 2기 내각 구성을 위한 개각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두 장관도 당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껏 당내 비주류였던 김부경·김영춘 장관에겐 당 대표로 리더십을 평가받고 조직 장악력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당권 도전에 흥미를 가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최근 서울시장 당내 경선에 도전했던 우상호·박영선 의원도 당권 도전설이 나오고 있다. 또 이종걸, 이석현, 설훈, 신경민 의원도 자신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하마평에 이름이 올랐다.

 

▲ 지방선거 패배가 유력한 자유한국당은 홍준표 대표(오른쪽)가 ‘체제 연장 시도’를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정우택 의원(왼쪽) 등의 반발이 수면위에 오르면서, 친홍 비홍 간 갈등이 격해지고 있다. <김상문 기자>

 

한국-대표교체 신경전


자유한국당에선 벌써부터 선거 이후 차기 당권을 둘러싼 물밑 신경전이 펼쳐지는 모양새다. 여권 우세 기류에 대한 우려와 맞물려 홍준표 대표에 대한 공개적인 백의종군 요구가 돌출하는 등 당내 시선이 선거 후 체제 문제로 조기에 옮겨가고 있다.


홍 대표는 자신의 당 운영을 둘러싼 당내 비판이 나오는 만큼, 선거 후 결과와 상관없이 조기전대를 열어 재신임을 묻겠다는 뜻을 피력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홍 대표가 체제 연장 시도를 할 경우 “당이 쪼개질 가능성도 있다”는 강한 반발도 나왔다. 지방선거 이후 당 대표가 새로 뽑히면 2020년 총선 공천권을 쥐게 돼 의원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비홍(비홍준표) 중진으로 꼽히는 4선의 정우택 의원은 홍 대표를 겨냥해 백의종군을 촉구했다.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 직접적인 2선 후퇴 요구가 공개적으로 분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 의원은 선거 국면 속 '한국당의 위기'를 반발의 명분으로 삼았다. 그는 5월29일 “끝없이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당 지지율과 선거전략 부재의 책임을 지고 환골탈태해 백의종군의 자세로 헌신할 것을 호소한다”며 홍 대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정 의원은 “홍 대표의 선대위원장 사퇴만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시국선언’ 등을 통해 당에서 특단의 조치를 보여 달라는 것”이라며 “다른 중진의원들과 미리 상의하면 내분을 조장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이번엔 단독으로 내 생각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 역시 당권을 노리는 인사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이번 발언을 선거 후 행보를 염두에 둔 전략적 견제구로 보는 시각이 많다. 홍 대표는 즉각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며 강하게 맞받았다.


‘한국당 위기론’ 위에서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이는 정 의원 뿐만이 아니다. 내부인사로는 김무성 전 대표와 심재철 국회 부의장, 나경원 의원, 원외 인사로는 이완구·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지방선거 주자인 김문수·김태호 후보 얘기도 나온다.


심 부의장도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구, 경북, 충남, 울산 이렇게 4곳이 안심권 정도”라며 “지역에 가보면 홍 대표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히 있어서 거의 홍 대표에 대한 이야기는 안 한다”고 날을 세운 바 있다.
마찬가지로 홍 대표의 거친 언행 등을 문제 삼았던 나 의원도 사석에서 당권 도전에 대한 의지를 분명하게 밝혔다고 한다.


외부인사 가운데 한 명인 이 전 총리의 명예회복 행보 역시 당권도전을 위한 정지작업으로 읽힌다. 이 전 총리는 최근 지난 2015년 ‘성완종 리스트’ 사건을 수사했던 문무일 검찰총장과 검사들을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고소했다. 이 사건에 연루됐던 이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한국당 관계자는 이 전 총리의 행보에 대해 “자신이 정치적으로 정권과 검찰의 희생양이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당권에 도전하기 전에 자신의 흠결을 털고 가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총리가 지난 4월 천안병 국회의원 보궐선거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지방선거 후 당내 통합을 이루기 위해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힌 점도 이 같은 설명에 힘을 싣는다.


야권 서울시장 단일화 논의 역시 차기 보수진영의 주도권 문제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국당 김문수 후보는 지난 5월30일 기자들과 만나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에 대해 “단일화를 얘기할 수 있는 전혀 그런 조건이 아니더라”라며 “안 후보의 생각이나, 그쪽(안 후보 캠프)에서 말하는 것, 단일화에 대한 생각 자체에 제대로 고려할 내용이 없더라”라고 평가했다.


물밑 접촉 결과 조건이 충족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 발언이다. 김 후보가 원하는 ‘조건’으로는 통합협의체 구성 등이 거론된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도 “안 후보가 우리와 같이 할 수 있는 경우는 당 대 당 통합을 할 때 뿐”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가 단일화를 고리로 한 야권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비홍 세력 일부도 여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선거를 앞두고 감지되는 ‘물밑 혼란’ 속에서 홍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모두가 합심해야 할 때 지도부 흠집이나 내는 행태는 어제 오늘 있었던 일은 아니다”라며 “지난 1년 간 끊임 없이 당 지도부를 흔들어 왔지만 나는 괘념치 않았다. 그 속에서도 당을 재건했고 이제 국민들에게 심판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제원 수석대변인도 공개 지도부 비판론을 내놓은 정 의원 등을 겨냥해 “지방선거가 망하면 지도부만 물러간다고 해결이 될 것 같나. 당 중진들은 전혀 책임이 없는 것인가”라고 불만을 표했다.

 

▲ 지방선거에서 단 한 곳의 승리도 장담할 수 없는 바른미래당은 안철수·유승민이라는 당내 두 간판들이 모두 당권경쟁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김상문 기자>

 

바른미래-안·유 극한 대립


지방선거 국면에서 재보선 공천으로 안철수계-유승민계가 극심한 갈등을 벌인 바른미래당은 선거 승리보다는 지방선거 이후 당권경쟁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공천과정에서 불거졌던 서울 노원병·송파을 공천 갈등은 유승민 계와 안철수 계가 지방 선거 이후 당권을 누가 잡아갈 것이냐는 경쟁이라는 분석이 많다.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를 자기 사람을 앉힘과 동시에 차기 당권 경쟁에도 유리한 포석을 두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야권 일각에서는 안철수·유승민 양자가 지방선거 이후 당권을 장악해서 보수 야권의 대표 주자로 나서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느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지방선거 이후 보수가 완전히 그라운드 제로(핵폭발 등 큰 타격 이후 아무것도 남지 않은 공간을 이르는 말) 상태가 되면 자신들을 중심으로 보수를 재편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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