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시대, 보수 정치권 지리멸렬한 사연

진정한 ‘보수’ 없는 시대…“변해야 생존한다”

이계홍 주필 | 기사입력 2018/06/06 [10:50]

격동의 시대, 보수 정치권 지리멸렬한 사연

진정한 ‘보수’ 없는 시대…“변해야 생존한다”

이계홍 주필 | 입력 : 2018/06/06 [10:50]

보수라면 영토주권과 국가안보를 굳건히 하고 평화정착을 분명히 하는 세력이다. 다시말해 주어진 영토에서 국민의 안전을 지켜주고 아량과 포용 가운데서 평화롭고 따뜻하게 살아가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보수의 본령이다. 본질적으로는 민족주의적 성향이 짙다. 번영과 안정이 기본 가치다. 이에반해 진보는 안정보다 변화와 개혁에 속도를 내기를 바라고, 현실주의보다 이상주의를 꿈꾼다. 번영도 좋지만 분배에 더 관심이 많다. 상대적으로 체제에 비판적이고 평등의 가치를 내세운다. 그래서 보수주의보다 까실까실하고 반항적이다.


국민의 안전을 지켜주는 민족주의적 성향의 ‘보수’
우리나라에서 이상해진 보수의 가치…안보불안조장
자신들 이익을 위해서라면 총풍 등 각종 조작 자행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은 지 오래된 ‘그들만의 의회’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 <사진출처=홍준표공식홈페이지>

 

진보와 보수를 바라보는 한국은 어떤가.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불안정성을 안정화하고 남북화해와 협력 가운데서 평화와 번영을 모색한다. 국민의 안정된 생활을 위해 전쟁공포 없는 평화체제를 지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는 보수주의자인가, 진보주의자인가. 참보수주의자가 아닌가.

 

보수의 아이러니


반대로 자유한국당이나 홍준표 대표가 보수주의자인가 아닌가. 보수의 트레이트마크인 너그러움은 커녕 더 까실까실하고 전투적이고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과연 이들이 안정을 희구하는 보수주의를 자처한다고 할 수 있는가.
이들 세력은 안정되게 살려는 한반도를 어떻게든 파탄내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는 듯이 근래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대단히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족주의적이라기보다 외세지향적인 성향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일본의 보수와 또다른 얼굴을 갖고 있다.


그동안 구체제 70년을 유지해왔던 오늘의 자유한국당은 냉전 반북 대결주의와 전쟁위협, 안보불안으로 통치의 기본을 삼아왔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게 해서 기득권을 유지해 왔는데 이제 국민의식이 깨어나 그들의 70년체제가 허구고 위선이며, 국민이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안보불안으로 국민을 겁박하며 군림해온 사이 국민의식이 깨어나 그들은 알게 모르게 궤멸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새 시대 흐름에 조응하지 못하고, 갈라파고스의 동물들처럼 진화를 모르고 안주해왔기 때문이다. 필자는 한 칼럼에서 다니엘 벨이 말한 ‘이데올로기의 종언’을 예로 들면서, 60년전에 이미 끝난 이데올로기 대결을 구권력이 한반도 분단구조를 과도하게 이용해 냉전 대결주의로 몰아가다 보니 미래를 투시할 줄 모르는 맹인이 되어버렸다고 진단한 바 있다. 지금도 그것은 유효하다. 그것이 통치하는 데 가장 비용이 적게 들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고 보고, 계속 거기에 안주하다 폭망해버린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이어서 남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과정에서 이들은 여전히 깊은 동굴 속에 갇혀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잠시 삐걱거리는 사이 옳다구나, 하고 문재인 대통령을 몰아붙였다. 건강한 비판과 대안제시가 아니라 회담을 파탄내려는 증오와 저주의 발언을 쏟아냈다. 문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의 갈등을 풀고자 판문점 통일각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2차 정상회담을 가진 것을 가지고도 그 형식이 어떻다느니, 김정은의 하수인이라느니, 비난을 퍼부었다.


자유한국당 정태옥 대변인은 “정상회담의 절차나 투명성, 동맹국 간의 관계에서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법률적으로는 아직 반국가단체에 해당되는 김정은과의 만남을 국민에게 사전에 충분히 알리지 않고 충동적으로 전격적이고 비밀리에 졸속으로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그런 식으로 말한다면, 절차 파괴와 충동적 일탈적 행동을 보인 사람은 트럼프인데, 그에 대해선 일언반구 비판이 없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하는 듯한 발언을 한 직후 한국당은 청와대와 정부 외교·안보라인 전면교체를 요구했다. 홍준표 대표는 ‘외교참사’로 규정하면서 “결국은 지난 6개월 동안 김정은의 한바탕 사기 쇼에 대한민국 대통령과 미국 대통령이 놀아났다”고 주장했다.


지난 70년, 자칭 한국 보수의 역사는 한미동맹이란 미명하에 철두철미 한국을 미국의 하수인으로 전락시킨 역사였다고 본다. 심하게 말하는 사람들은 식민지로 전락시켰다고 말한다. 미국의 강경론자, 군산복합체를 대변하는 정치인들은 한반도 분단과 대결주의를 조장하고 이익을 취해왔다. 일본의 아베정권도 여기에 앞장섰다.우리의 보수세력 역시 그 프레임 속에서 패권을 유지해왔다. 그 세력이 장구한 70년 세월을 장악하다보니 자본·정보·인물을 독점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것은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견고해서 좀처럼 청산되기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다. 그들은 늘 자신들에게 도전하는 세력을 종북 빨갱이로 몰았고, 그래서 빨갱이 포비아는 그들의 이익을 담보하는 기제로 작동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적인 북한더러 남측에 총을 쏴달라고 청부한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미국 네오콘에 기생해오다 보니 평화와 공존, 화해와 협력, 정의와 평등의 가치는 사라지고 냉전 대결 분열의 깃발만 높이 들었다.그래서 진정한 보수와는 거리가 멀고, 오직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보수를 가장했을 뿐, 수구반동 이익집단화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진짜 보수라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적극 이끌어야 할 것이다. 철늦은 안보장사, 남북대결로 취한 기득권 장사는 높아진 국민지성 앞에서 무력해질 것이다. 북한과 전쟁을 할 수 없다면 이제 다른 방식을 생각해야 한다. 여전히 으르렁거리며 사는 게 창피하지도 않는가.

 

▲ 과거 보수정권에서 자행됐던 총풍 등의 조작사건을 고발하는 뉴스. <사진출처=MBC 뉴스 캡처>

 

의회 권력 재편


이처럼 요즘 지방선거와 남북 정상회담-북미 정상회담 진행 과정에서 드러난 일련의 정치행위를 보며 대한민국 혁신을 위해서는 의회권력부터 재편되어야 한다는 것을 절감한다. 억지와 악담과 궤변이 횡행하고, 수준낮은 인신공격과 냉전 반북 대결주의, 그리고 분열과 이간책동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정치풍경이다. 과연 우리가 이성사회를 살고 있나를 자문케 한다.


이런 사례들을 일일이 열거할 필요도 없다. 하나하나 드러내는 것 자체가 민망하고 창피할 정도다. 억지공격과 품격없는 언어, 천박한 논리구조, 헐뜯고 보자는 인신공격들.... 특히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과 미국간의 줄다리기 외교를 보고, 무조건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는 야당의 태도를 보고 합리적 담론시장을 일탈했다는 안타까움이 든다. 여기에 일부 보수매체도 가세하고 있다. 사실을 비틀고 왜곡하는 등 상당히 악의적이고 일탈적인 비판이다.


북한 김정은 정권이 잘못했으면 그를 비판하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잘못했으면 그를 비판하면 된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을 끌고 들어와 공격한다. 그를 비판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비핵화 문제로 북미간에 줄다리기를 하고 있으면 그 부분에 천착해 논리를 전개하면 되는 것을 무조건 문재인 대통령을 끌어들여 까실까실하게 공격부터 가한다. 논리구조나 논리전개 자체가 그게 아닌데, 일부 언론까지 가세해 맹폭을 가한다. 꼭 실패를 바라는 것만 같다.


필자는 참고로 지난 대선 때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고, 그에게 투표했다. 굳이 이런 말까지 하는 것은 문재인 지지자니까 문재인을 두둔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까봐 미리 밝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어도 정책 수행 과정에서 그가 옳은 방향으로 가면 지지하고, 그른 방향으로 가면 비판하면 된다. 그것이 민주시민의 자세일 것이다. 바른 방향으로 가도 이유 아닌 이유를 들이대며 훼방놓고 헐뜯고 비방하는 것은 정치 정의 측면에서도 어긋난다. 민주적 가치를 향유할 능력도 현저히 뒤떨어진다고 보아야 한다.


남북문제에 관한 한 비판을 위한 비판을 가하는 보수야당. 이런 태도 때문에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수야당이 맥을 추리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한다. 필자는 보수야당이든 개혁야당이든 정치는 균형을 맞춰 견제하면서 이견을 좁혀가는 합의의 정신이 중요하다고 보는 사람이다. 그런데 오늘의 보수야당이 억지와 궤변과 사나운 모습으로 남북문제와 북미문제를 걸고 넘어지는 것이 자충수를 넘어 저러다 무너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한다. 국민의 상식과도 너무 동떨어진 공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대가 바뀌었다. 분단국가, 독재국가, 종속국가, 폭력국가의 옛 통치 프레임으로 국민을 가두기에는 국민의 민주적 성숙도가 벌써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여전히 옛날 향수에 젖어서 색깔론, 종북타령으로 국민을 묶으려 하지만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 알게 될 것이다.


6월 지방선거를 마치면 대대적인 정계개편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낡은 것은 사라지고, 명실상부한 앙시엥레짐(구체제) 체인지가 이루어질 것이다. 지금까지는 형식적이지만 진정으로 레짐체인지에 가속이 붙을 것으로 본다. 대한민국의 웅혼한 정신적 지향이 벌써 거기에 가 닿아있다.

 

▲ 지난해 대선에서 자유한국당 경남도당에서 만들었던 홍준표지지 포스터.

 

시대 똑바로 봐야


보수야당은 궤멸되지 않도록 시대의 변화를 똑똑히 읽어야 한다. 지방권력이 재편되면 필연코 여의도 의회교체에 파열음이 올 것이다. 다음 총선에서 자기 살기 위해 너도나도 엑소더스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의 정치후진성을 면하기 위해서도 여의도 의회교체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민의를 대변하지 못하고, 민심과도 동떨어지고, 언제나 그들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해서만 복무하고, 그러면서 억지와 궤변과 몰상식으로 다투기만 하는 의회는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은 지 오래다. 특권 향유가 아니라 명예와 봉사가 최상의 가치이자 이상이라는 서구식의 의회로 재편되어야 한다.

 

khlee054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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