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 정착 위해 선행되어야할 준비

“평화로 가는 길, 원칙 따라 움직이면 빨라진다”

황흥룡 통일교육진흥연구원 | 기사입력 2018/06/06 [10:51]

한반도 평화 정착 위해 선행되어야할 준비

“평화로 가는 길, 원칙 따라 움직이면 빨라진다”

황흥룡 통일교육진흥연구원 | 입력 : 2018/06/06 [10:51]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린다. 이번에 애초 예정된 6월12일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을 때, 그의 의중이 무엇인지를 놓고 많은 평가가 나왔다. 북한을 길들이기 위한 고도의 전술이라느니,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선택이라느니, 국내 지지기반인 신네오콘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어 선택한 수였다느니, 혹은 북한이 회담 취소라는 강수를 먼저 둘까봐 그가 더 빨리 내린 결정이라느니 등등 여러 말들이 오갔다. 트럼프의 진의가 무엇이든지 간에, 그가 협상의 달인인 것은 맞는 말이다. 다만 일각에서 생각하듯이 그가 감정적- 즉흥적으로 결정하기 보다는, 나름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스타일이라는 점도 확실해 보인다.


한반도 평화 바라지 않는 세력들 누구인지 여실히 드러나
협상가라기보다는 ‘원칙주의자’ 文…누구보다 절실한 평화
양국 비핵화-체제보장 빅딜…사실상 의견 맞춘 미북 정상
대한민국 평화 가는 길…국민들의 초이념적 협력구도 절실

 

▲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국무위원장(왼쪽)이 예정에 없던 깜짝 2차 남북정상회담을 지난 5월26일 판문점 북쪽 판문각에서 가졌다. <사진제공=청와대>

 

트럼프가 북미정상회담 취소라는 초강수를 뒀던 그 이면에 있는 진짜 목표는 무엇이었을까?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북한이나 중국을 압박하고 길들이기 위한 수단이었을까? 아마 그럴 가능성이 99.9%다. 물론 그 최종적 목표는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켜 한반도 상황을 자신(미국)의 필요와 구상대로 끌고 가는 것일게다.

 

트럼프의 전략


하지만 트럼프가 전격적으로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했다가, 또 하루만에 상황이 급반전되어 북미 간에 심도 있는 물밑 접촉을 통해 다시 정상회담이 재개되는 쪽으로 방향이 잡혀가면서, 트럼프 입장에서는 전혀 의도치 않았던 목적 하나가 달성될 수도 있는 상황이 펼쳐졌다.


바로 누구보다 북미정상회담의 실패를 바랐던, 아베와 자한당과 바른당의 진짜 속내와 정체성을 여실히 폭로했다는 점이다(물론 그 이전에도 다 알고 있었던 점이지만, 이번에 더욱 확실히 알게 되었다).


아베, 홍준표, 유승민 등은 이번 사태가 벌어지자 마치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일제히 트럼프의 결정을 환영하면서, 북미정상회담의 취소가 마치 한국정부의 어설픈 상황 관리에서 비롯된 것인 양 날선 비난을 쏟아내며, 자신들은 이미 이런 상황이 벌어질 줄 알고 있었다고 의기양양해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진실'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문재인 정부가 남북 그리고 북미 간의 화해와 평화 달성을 위해 노심초사 애쓰고 있을 때, 거기에 일체의 도움도 힘도 안 보태주면서, 도리어 기회만 생기면 온갖 흠집과 생트집을 내기 바빴던 아베, 홍준표, 유승민 류의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체면과 자격으로 그런 비난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오히려 지금껏 남북간, 북미간 관계가 악화되어온 데는 바로 위에서 언급한 그런 세력들의 방해와 공작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이들은 그런 자신들의 과거 이력과 역사에 대한 아무런 성찰이나 반성 없이, 그저 힘닿는 대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의지와 노력을 폄훼하고 방해하는 데만 극성을 부리면서도 겉으로는 전혀 안 그런척 (어설픈) 연기를 부리다가, 이번에 북미정상회담이 취소되었다가 다시 추진되는 과정에서 딱 그 정체와 본심을 들켜버린 것이다.


아무튼 이번에 벌어진 트럼프의 현란한 협상 기술 덕분에,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를 진심으로 바라지 않는 개인과 세력들이 누구인지가 보다 여실히 드러나고야 말았다.


북미 간 협상이 잘 되어 다시 정상회담 개최가 확정된다면, 그때가서 아베와 홍준표와 유승민이 또 무어라고 말할지, 정말 궁금하다. (사실 안 봐도 뻔하긴 하다.)

 

평화정착 절실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 19대 대통령에 당선되자 미국 뉴욕타임즈는 ‘협상가’란 문구와 함께 그의 사진을 실었다. 지난 6개월 동안 보여준 문 대통령의 행보는 뉴욕타임즈의 표현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문재인 대통령이 협상가라기보다는 ‘원칙주의자’라고 생각한다. 그가 현재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최선을 다해 가교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따지고 보면 뼛속까지 깊게 배어 있는 그의 원칙과 신념에 기초한다.


그 원칙이란 무엇일까? 바로 한민족이 다시는 전쟁의 참화를 겪지 않고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이 더 이상 대결과 반목, 전쟁 연습을 중단하고 과거를 청산하며 보다 적극적인 교류와 협력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야 한다.


특별히 선조들의 고향을 북에 둔, 실향민의 후예인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런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 정착이 누구보다 더 절실할 수밖에 없다.


그가 온갖 난관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결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또 이를 위한 상수조건에 해당하는 미국과의 협력을 유도하기 위해 때때로 고개를 숙여가며 애쓰는 것도, 그가 협상가적인 기질과 재능이 충분해서가 아니라, 그가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한 확고한 원칙과 신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두고 보자,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의 바람은 협상의 기술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평화에 대한 불굴의 신념으로부터 가능하리라.


현재 판문점에서 진행되고 있는 북미 실무협상이 상당한 성과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와 북한이 원하는 체제보장 문제에서 꽤 근접한 일치를 보지 않았나 싶다. 미국 측의 성김 대사와 북한의 최선희 부상이 워낙 서로를 잘 알고 있는 사이여서 불필요한 기 싸움을 생략하고 핵심 의제로 바로 직행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이제 북한의 김영철이 특사 자격으로 워싱톤에 가서 판문점 합의를 마무리지을 것이며, 또 미국의 폼페이오도 다시 한번 평양을 방문해 비슷한 절차를 밟을 것이다.


이로써 6월 12일에 열리는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릴 확률이 95% 능선을 넘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물론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린다 해도 앞으로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북미 수교까지 가는 여정은 멀고 험할 것이다.


가시적 결과가 나올 때까지 빠르면 1년, 길게는 2-3년 이상 소요될 것이며, 북한이 국제사회의 기준에 부합하는 정치, 경제적 기준을 갖추는 데까지는 훨씬 더 긴 세월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과정에서 많은 부침과 난관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이제 비로소 한반도 화해와 평화를 위한 첫단추를 풀 준비가 되었다는 것이다.


실로 분단 73년, 종전 65년 만이다. 참으로 길고 험한 세월을 돌고 돌아 겨우 여기까지 왔다. 그러니 이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고 감격할 일이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싫어하고 방해하려는 세력들의 집요한 공작과 준동이 계속 이어질 것이다.


남북미 모두 국내에 매파들이 존재하며, 일본 우익의 간교하고 집요한 방해도 유념해야 할 요소다.


그럼에도 큰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고 해류의 흐름도 달라졌다. 이 방향을 바꾸기 위해 70년의 세월이 필요했고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눈물이 바쳐졌다. 평화의 항구를 향해 흘러가는 해류 위에 민족화합과 교류의 큰 배를 띄워보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한민국 국회 본회의장 연설 장면. <사진공동취재단>

 

초당적 협력필요


연일 자유한국당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서 한국 정부의 위상이나 역할이 무의미하다며 문재인 정부를 깍아내리는 발언을 그치지 않고 있다. 심지어 국회는 야당의 반대로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지지선언 채택 조차 실패했다. 과연 자한당의 주장대로 현재 한반도에서 진행되는 화해와 평화의 국면이 문 대통령의 노력이나 역할 없이 가능했을까?


이 사실을 살펴보려면, 현재 동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미국과 이란, 미국과 북한 사이의 핵협상 국면을 비교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과 이란은 최근까지 핵 문제를 둘러싸고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런데 얼마 전 미국이 2015년 7월에 서방 6개국(유엔안보리상임이사국+ 독일)과 이란 사이에 맺은 핵협정을 무효라고 선언하면서 큰 긴장감이 조성되었다. 이에 더해 미국은 이란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12가지 조건을 내세워 이란을 강력하게 압박하고 있다. 12개 조항을 뜯어보면 미국이 북한에 요구하는 것 이상으로 강경한 요구 사항으로 채워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미국이 이란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앞세워 결국은 이란 정권을 전복시키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이런 미국의 구상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이란이 중동에서 점하고 있는 위상이나 위력을 생각할 때 그것을 현실화시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렇게 되었을 경우 중동은 끔찍한 참상의 도가니가 될지 모른다.


반대로, 미국과 북한 사이에 최근 벌어지고 있는 대화와 협상 국면은 작년 말 상황과 비교할 때 그야말로 상전벽해라는 말이 적절할 정도로 엄청난 변화를 보여준다. 주지하듯이 작년 연말까지만 해도 미국과 북한은 당장에라도 전쟁을 할 것처럼, 서로 자기 책상 위에 핵버튼이 있다고 상대를 위협하면서 매사에 으르렁거렸다.


그런데 불과 반년 만에 사상 최초의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9부 능선에 이른 상황에 도달할 것이다. 어떻게 이런 대반전이 가능했을까?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과 휘하 참모들의 각고의 노력도 무시못할 요소임에 분명하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북한 측과 다양한 채널을 동원하여 대화의 노력을 시작해서 남북정상회담을 성공시키는 한편, 미국과도 긴밀한 공조를 통해 결국 양자가 대화의 테이블에 앉아 전쟁 대신 협상과 협력의 길을 가도록 가교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지각과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난 5개월 간 한반도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에서 문 대통령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오직 마음이 심히 꼬인 사람들이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데올로기적 사슬에 묶여 있는 사람들만이 이 사실을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6월 12일에 싱가포르에서 열릴 북미정상회담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중국과 일본, 심지어 러시아도 난리가 난 모양새다.


특히 일본은 소위 재팬 패싱을 당할까봐 아베가 부랴부랴 다시 미국을 찾아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총리 뿐 아니라 미국과 조금이라도 끈을 갖고 있는 각료 및 정치인들이 총동원되어 한반도 상황에 끼여들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지금 우리 주변 국가들은 거국적으로 국가적 역량을 동원하여 한반도 문제에 관여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유독,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대한민국의 극우 야당만 이 문제를, 강 건너 불구경 정도가 아니라, 아예 어떻게든 초를 치지 못해서 안달이 난 것같은 발언과 행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꼴불견도 이런 꼴불견이 어디 있을까.


엊그제 바미당의 이언주 의원은 지방선거를 빗대 "김정은이야말로 여당의 최고 선대위장"이라고 비야낭거리는 글을 남겼다. 저들은 정녕 모르는 것일까? 바로 자신들이야말로 정부 여당의 최고의 선거대책위원장 역할을 수행하는 엑스멘임을 말이다.

 

heungyong5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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