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일상 보내는 ‘여성 노숙인’

성범죄 피해는 일상…“길거리서도 보호는 없었다”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06/07 [09:28]

위험한 일상 보내는 ‘여성 노숙인’

성범죄 피해는 일상…“길거리서도 보호는 없었다”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06/07 [09:28]

평일 낮 2시 서울역. 비교적 한산한 서울역이었지만 광장 여기저기에서는 드러누워 있거나 빈 술병을 두고 앉아 있는 남성 노숙자들이 쉽게 발견 됐다. 그들 사이에 여성 노숙자들도 간간히 눈에 띄었다. 서울역 근처 쉼터에서 일을 하는 한 직원은 여성 노숙인들의 성폭행·성매매 위험 지적했다. 이에 <사건의내막>은 이틀 간 서울역과 영등포역에 거주하는 여성 노숙인을 대상으로 이들이 노출된 ‘위험’에 대해 취재했다. 


노숙생활 초창기 남성 보호 필요하다며 다가와 결국엔 성폭행
쪽방촌 3만원에 성매매 하는 ‘여성 노숙인’들 증가…질병 노출
청소년부터 노인까지 성문제…‘임신·출산’ 등 문제거리 산적해
서울시 노숙인 쉼터 이용하는 노숙인 점점 줄어…다시 거리로

 

▲ 여성 노숙인들은 성폭행 성매매 위험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사진출처=PIXABAY>

 

서울 서대문구 합동에서 노숙생활을 하고 있는 김모씨를 만났다. 그는 다른 노숙인들과 달리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보통 노숙인들이 식사와 잠자리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역, 영등포역, 청량리역, 그리고 인근 공원 등을 배회하는 것과 달리 김씨는 서대문구 인근에서만 머문다.

 

기둥서방과 함께


이유는 남성 노숙인들 때문이다. 김씨는 “여성 노숙인들의 삶은 남성 노숙인들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여성 노숙인들은 보통 ‘기둥서방’이라는 존재를 달고 다닌다. 그래야 다른 남성노숙인들이 측은덕 거리지 않기 때문이다. ‘기둥서방’이 없는 여성노숙인들은 성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김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노숙생활을 시작한지 5년째인 김씨는 처음은 청량리 역에서, 그리고 서울역에서 생활하다 2년 전쯤 서대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노숙생활을 처음 시작한 청량리 역에서 그는 수십차례 남성 노숙인들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뻔 했다. 그러다 알게 된 다른 여성 노숙인에게 ‘기둥서방’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그 역시 ‘기둥서방’을 두고 생활을 했다. 하지만 이 ‘기둥서방’과의 생활은 3개월도 안되었다.


“어차피 기둥서방 역시 요구하는 것은 잠자리였다. 하루 일당을 벌어 7~8만원 벌면 내게 2~3만원을 주고 잠자리를 청한다. 싫어도 어쩔 수 없이 관계를 가져야 한다. 거절하면 폭행이 이뤄지고 버림받게 된다. 그렇다 보면 결국 또 다른 ‘기둥서방’이 필요하게 된다. 결국 악순환이 계속 되는 것이다”


청량리역에서의 1년 생활 후 그는 여성노숙인들이 많이 있는 서울역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하지만 그곳에서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노숙자들은 끼니와 잠자리 해결을 위해 여러 곳을 돌아다닌다. 당시에는 보통 식사는 청량리역과 서울역에서 잠자리는 영등포역에서 해결하는 식이었다. 결국 노숙인들이 모인 어디를 가더라도 청량리역에서의 그 사람들과 마주쳐야 했고, 남자들의 은밀한 시선은 피하기 어렵다”


결국 그는 밤과 낮, 사람들이 많은 장소인 서울 2호선 시청역과 충정로역 등을 배회하며 생활한다. 끼니는 인근 식당주들이 간간히 주는 것으로 해결한다. 그는 오전 9시 시청역 근처 벤치에서 생활을 시작한다. 눈을 뜨면 충정로역 근처로 이동해 노숙인 취업센터에서 일당직을 알아보거나 이것이 여의치 않을 땐 하루 종일 폐지를 주워다 판다. 그리고 다시 밤이 되면 시청역으로 돌아와 잠을 청한다. 다른 노숙인들과 달리 그는 술을 하지 않는다. 술에 취하게 되면 방어능력이 떨어지고 본능적으로 변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사실 사람이라는게 웃기다. 여럿이 생활할때는 무섭고 싫었는데, 지금처럼 또 혼자 지내다 보니 외로움이라는 것이 생긴다. 노숙을 하면서 이런 감정이 생기는 것이 웃기다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외로움과 공포를 선택하라고 하면 외로움을 택하겠다. 사실상 초반 노숙생활에서 술을 많이 마셨다. ‘기둥서방’들이 하루벌어 먹고 자고 마시는데 어울렸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술을 마시게 되면 어울리는 자리가 만들어지고, 그러다보면 경계가 흔들린다. 그리고 일이 생기는 것이다”

 

노숙인 성매매


여성 노숙인들이 성매매를 한다고 알려진 서울 서부역 근방을 찾았다. 이곳에서 하룻밤 숙박비를 벌기 위해 몸을 파는 노숙 여성들과 그녀들과의 성매매를 알선하는 숙박업소 주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이 이용하는 숙박업소의 시설은 좋지 않다. 우선 남녀가 같이 생활을 하며 화장실과 세면실의 형편은 말이아니다. 샤워는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런 곳에서 노숙 여성인들이 성매매를 하고 받는 비용은 3~4만원. 포주가 손님을 데리고 왔을 때는 이중 반을 포주에게 떼 주고, 자신이 데리고 왔을 때는 모두 자신의 몫이었다. 찾아오는 대상은 주로 노인들과 남성 노숙자들이었다. 때마침 이곳을 들른 한 남성 노숙자는 “하루 일당 벌어 남는 돈으로 온다”면서 “우리가 낙이 있기를 하나 희망이 보이기를 하나. 그냥 이렇게 하루하루 살다 가면 그뿐”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이곳에서 생활하는 여성 노숙인들은 앞서 소개한 김씨와 같은 이유에서 성매매를 한다. 이를 하지 않으면 다시 위험한 거리로 나서야 한다.


대부분의 남자 노숙인에 비해 소수이고 약자인 여성 노숙인들은 다수의 남성 노숙인으로부터 무방비 상태에서 행해지는 폭력과 구타를 당한다. 힘을 앞세워 잠자리를 강요당하고 거절할 경우 폭행을 가하고 있다.


여성 노숙인들은 이런 폭행을 피하기 위해 쪽방으로 몸을 피하게 되지만 이는 성매매로 이어져 윤락여성으로 전락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원치 않는 임신이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 이 근방에서 성매매를 하는 윤모씨는 13세 둔 딸이 있다. IMF 이후 노숙 생활을 시작했던 윤씨는 1년여만에 한 남성 노숙인을 만나 임신을 하게 됐다. 그리고 임신한 상태에서도 몇 차례 성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임신 4개월 된 아이가 유산되기도 했다. 아이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른다. 현재 그의 13세 딸은 인천에 있는 그녀의 친정에서 자라고 있다.


그는 “부유하지는 않아도 그저 평범하게 살 수는 있을거다. 내가 사랑 때문에 그 아이를 친정에 맡긴 게 아니다. 원치 않는 임신이었고 원치 않는 출산이었다. 그렇게 낳았는데 죽일 수는 없지 않나. 낳아놓고 보니 데리고 다니며 생활하기도 어려웠다. 결국 인천의 친정에 아이를 놓고 왔다. 다행히 버리지 않고 우리 부모가 키우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오는 각종 질병 역시 큰 문제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여성 노숙인 중 90%이상이 전염병 등의 질병에 감염되었으며, 피부질환, 결핵, 심지어는 매독에 걸린 여성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윤씨 역시 성병을 앓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질병을 방지하기 위한 또는 임신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피임도구도 사용치 않는다.


윤씨는 “콘돔을 준비안하느냐고?”라고 되물으며 “그것까지 준비할 돈이 있을 것 같으냐”고 쏘아 부쳤다.


남성들 역시 마찬가지다. 각종 성병은 물론 임신에 대한 책임감도 없어 보인다. 한 노숙 남성은 “여기(서울역)있는 여자들 되게 위험한 상황에 빠져 있다”면서 “대책없이 몸을 굴리는 건 그래도 낫지만 그냥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남성은 이어 “보통 노숙자들이 자기 한치 앞가림도 못하는데 욕정만 풀면 되지 그 다음 일을 생각하겠느냐”고 말했다.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이 같은 성매매, 성폭행은 더 큰 문제다. 한 조사 결과를 보면 가출노숙청소년에게 ‘성매매 경험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중 10%가량이 ‘있다’고 답변했고, 특히 여성의 경우, ‘성매매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여 전체 여성가출노숙청소년 중 14%나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남성 중에도 4명이 성매매 경험이 있다고 답하는 등의 충격적 사실이 드러났다.

 

▲ 아직까지도 여성노숙인들의 대한 보호 시설은 크게 미비하다. <사진출처=SBS 뉴스 갈무리>

 

영등포역은 천국


영등포역은 요 몇 년 간 노숙자들의 ‘성지’로 불리고 있다. 한 자료에 따르면 영등포역의 노숙인은 최근 몇 년 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노숙인 숫자는 서울역이 가장 많았지만 증가율은 영등포역이 가장 높았다. 2011년 서울역의 노숙인 강제 퇴거가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있다. 서울역에서 어쩔 수 없이 쫓겨난 노숙인이 영등포역으로 대거 이동했다는 것이다.


영등포역에서 만난 노숙인들은 “영등포역이 노숙생활을 하기에 좋다”고 말했다. 노숙인 입장에서 영등포역의 가장 큰 장점은 24시간 쉴 수 있는 실내 공간이 확보된다는 점이다. 영등포역은 새벽 1시 무렵 문을 닫지만 역과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사이를 연결하는 2층 통로는 계속 열어둔다. 이곳은 에스컬레이터를 타야 하는 1층 출입구만 야외로 연결되어 있다. 통로라고는 하지만 수백 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널찍하다. 완전한 실내는 아니지만 실외보다는 추위가 훨씬 덜하다.


노숙인 임모씨는 “바람을 막을 종이박스와 덮고 잘 이불만 잘 챙기면 올겨울 강추위에도 동사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아케이드는 열차길 건너편을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다.


하지만 이곳에서 여성 노숙자의 위험이 덜 한 것은 아니다. 영등포역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여성 노숙인은 30명 가량 된다. 연령대는 13세부터 80세까지 다양하다. 20대 이하를 제외하면 이 여성들의 노숙기간은 보통 8년 정도는 된다. 여기에는 부부가 같이 노숙생활을 하는 경우도 있다.


부인 역시 이곳에서 성매매를 하곤 한다. 물론 남편 몰래하는 것이 아니다. 부인은 “남편은 노가다로 하루를 벌고 나는 남자들을 만나 돈을 번다”면서 “우리는 그래서 이곳 생활을 하면서도 교회나 센터에서 주는 밥은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50대로 보이는 이들 부부에게 자식과 관련된 이야기를 건냈다. 부인은 “아이가 하나 있기는 했는데, 13세때 가출을 했다. 찾으려고 해봤지만 역부족이었다.”면서 “경제상황이 어려워지고 아이까지 가출을 했다. 그 뒤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노숙을 선택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의 첫 성매매는 어떻게 이루어졌을까? “30대 후반에 처음 거리로 나섰다. 잘 산건 아니었지만 막상 집을 나오고 나니 남편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막막했다. 그러다가 영등포역에서 밥을 먹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이곳에 오게 되었다.

 

결국 그 밥 때문에 여기서 눌러앉게 됐다. 이곳 생활이 시작되면서 서울역이나 청량리역 등지에서 오는 노숙자들에게 쪽방촌이나 화장실 성매매 이야기를 듣고 돈을 벌 수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막상 처음부터 그러지는 않았다. 초반이라 겁이 났던 거다. 하지만 막상 겨울이 오고 필요한 것들이 많아지자 자연스레 하게 되더라. 남편도 처음엔 심하게 뭐라 했지만 막상 말리지는 않았다”


15세에 노숙을 시작해 영등포역에서 21살을 맞은 한 여성은 “언니(부부)가 부럽다”고 말한다. 이 여성은 16세에 영등포 역에서 남성 노숙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그 뒤로 이 같은 일이 자주 발생했다. 저항하진 않았다. 


“저항을 해봤자 돌아오는 건 폭행이고 순순히 응하면 돌아오는 건 돈과 음식이다. 굳이 거절할 필요가 없다”고 그녀는 말한다.


영등포역에는 지체장애를 겪는 여성 노숙인도 있었다. 대화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녀는 연신 담배만 피워대면서 알 수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영등포역에서 상가를 운영하는 장모씨는 그녀를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장씨는 “언젠가부터 너무 불쌍해서 먹을것도 주고 돈도 주고 있다”면서 “그러다가 어느날 없어져서 너무 걱정했는데 배가 불러서 몇 달만에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임신한 채로 또 사라졌는데, 배가 꺼져있었다. 어디가서 애를 낳은건지 아니면 유산된건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위험에 노출된 여성 노숙인들은 이른바 ‘쉼터’행은 입을 모아 싫다고 말한다. 이들이 센터를 기피하는 이유는 지나친 간섭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노숙인은 “센터는 사실 감옥이나 다름없다. 우리 같은 사람들의 재활을 돕는다고 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이곳의 감시나 제재는 너무 심하다. 노숙생활 초창기에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결국엔 다 거리로 나온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시가 운영하는 노숙인 쉼터를 이용하는 노숙인들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서울시 관계자는 “억지로 가둘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들을 유인할 마땅한 방안이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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