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 자녀들 ‘주홍글씨’ 두번 우는 내막

성폭력 신상공개로 ‘신상털린’ 범죄자 아들... 결국 자살

취재/이상호 기자 | 기사입력 2014/02/03 [16:14]

범죄자 자녀들 ‘주홍글씨’ 두번 우는 내막

성폭력 신상공개로 ‘신상털린’ 범죄자 아들... 결국 자살

취재/이상호 기자 | 입력 : 2014/02/03 [16:14]
“범죄자의 자녀가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 더 문제
주홍글씨 때문에 되려 범죄의 구렁텅이에 빠져...대물림되는 범죄

▲ 세상에 거칠 것 없는 강력계 형사 남자 기훈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주홍글씨' 한 장면.  
 
부모의 범죄로 인해 원치 않은 ‘주홍글씨’를 새기고 살아가는 수감자 자녀. 정부는 부모의 수감으로 가난과 심리적 고통을 떠안아야 하는 아이들을 약 7만명으로 추정한다. 정확한 통계는 없다. 법무부는 매년 200만건 이상의 범죄가 발생하며 이들 가운데 전국 50개 교정시설에 매년 10만명 정도가 새로 입소한다고 본다. 이들 절반 정도가 기혼으로 파악되며 기혼 수형자의 70%가량이 최소 1명 이상의 미성년 자녀를 둔다고 추정한다. 장기 수용자 자녀에 새로 입소하는 자녀들까지 더하면 수감자 자녀들은 나날이 증가하는 추세다. 7만명이면 미성년 인구 100명당 0.5명으로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문제는 사회의 차가운 시선 속에 아이들이 속수무책으로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방치되는 배경엔 사회의 편견도 한몫한다. 아이들은 부모가 교도소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예비 범죄자’, ‘나쁜 종자’라는 손가락질을 받는다.
 
취재/ 이상호 기자
지난해 아빠가 교도소에 갔다는 사실을 알고부터 A양은 삐딱선을 탔다. 사춘기 소녀는 세상의 편견도, 아빠에 대한 원망도 주체할 수 없었다. 결국 선택한 것이 ‘엇나가는 삶’이었다. 싸움박질도 했고 일진들과 어울리며 학교에서 도둑질도 했다. 같은 잘못을 해도 손가락질은 A양에게 쏠렸다. “애들이랑 다같이 지갑 한번 훔친 건데 걔네 엄마들이 제가 애들을 물들였다고 몰잖아요. 진짜 짜증났어요.” A양은 지난해 학교를 그만뒀다.
전문가들은 부모에게서 받는 충격과 배신감에 사회적 편견이 화학작용을 일으켜 범죄가 대물림되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신연희 성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는 가족성원들을 단위로 보는 공동체 문화가 강한 까닭에 수감자의 범죄와 가족을 분리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면서 “이런 문화적 배경에서 가족들은 주위의 낙인을 피하려 숨어 버리려고만 한다”고 말했다.
수감자 자녀들도 죄를 진 부모와 자신을 분리하지 못했다. 신 교수는 “상담 결과 아이들이 ‘나는 범죄자 자식인데 뭘 할 수 있을까’ 등 병에 가까운 심리적 고통을 앓는다”면서 “불안정한 가정환경과 정서적 문제, 학교 부적응은 결과적으로 가출과 탈선, 비행으로 이어지는 일이 많다”고 했다.
부모가 수감됐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아이들은 저마다 큰 충격을 받고 있었다. 기혼 남녀수용자 56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수용자 가족방문 실태 및 그 효과· 2009)에 따르면 ‘아이가 말이 없어짐’, ‘매사에 의욕이 없고 기가 죽었다’는 응답이 각각 4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양육환경도 매우 불안정해진다. 수감자 자녀 중 30%는 부모의 입소 뒤 2번 이상 보호자가 바뀌었다. 보호자가 없어 아이 혼자 살고 있는 경우도 20%가 넘었다. 자연스럽게 공부와도 담을 쌓게 된다. 부모의 입소 후 공부에 관심이 없고 성적이 떨어졌다는 대답은 25%, 학교를 결석하거나 무단 이탈을 하는 아이도 11%를 차지했다. 학교를 중퇴해 버리는 아이도 7%에 달했다.
부도로 인해 아버지가 수감된 뒤 B(17)양의 가정은 붕괴됐다. 어머니 역시 건강 때문에 일을 할 수 없자 가세는 형편없이 기울었다. 한살 터울인 오빠는 옷가지만 챙겨 집을 나갔다. B양은 고등학교 등록금이 없어 학교를 그만뒀다.
수감자 자녀 대부분은 절대 빈곤 상태에 놓인다. 한쪽 부모가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가계소득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고 여기에 재판에 따른 비용, 수용생활 지원 등으로 인한 비용손실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직결된다. 한 수감자(50·무기징역)는 “가족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워 지원을 받았으면 하지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도, 주려는 곳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많다. 법을 잘 준수하고 사는 사람들도 경제적인 어려움이 큰데 세금으로 범죄자 자녀까지 도울 필요가 있느냐는 시각이다. 비슷한 이유로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수감자 자녀의 경제 지원 등은 민간단체가 맡는 일이 많다. 교정위원인 노병란 목사는 “부모의 죄값을 그 자녀까지 치르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면서 “아이들만 생각하는 인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관심도는 낮은 편이다. 지금껏 수감자 자녀 수조차 공식적으로 헤아려 본 적이 없다. 보고서도 2007년 ‘수형자 가족관계 건강성 실태조사 및 향상방안 연구’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단 1건이 전부다. 당연히 별도 예산도 없다. 수감자 자녀 지원 프로젝트인 ‘가족사랑캠프’는 소요 비용이 1일 기준으로 150만원 안팎이지만 별도 예산은 없다. 박선영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법무부 등에서 2011년 10월부터 위기가족 지원 등을 한다지만 수감자 자녀 대상으로 실질적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면서 “지금 위기청소년 지원 예산 안에 포함된 것만으로는 수감자 자녀 지원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가장 필요한 일은 수감자 자녀 통계를 잡는 것”이라면서 “수감자 자녀를 교정통계의 주요 항목으로 포함시켜 정기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정책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감자 자녀들을 보듬어 줄 시설도 많지 않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생활이 어려운 아이들을 친인척이나 일반 가정에 위탁해 신체적 보호를 해주는 가정위탁 제도를 실시하고 있지만 수감자 자녀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 위탁이 보편화돼 있지 않아 대부분 양육시설로 보내지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박영숙 성산효대학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법무부는 수감자 교정만 신경을 쓰고 있다”면서 “복지 마인드를 가진 사회복지사를 많이 늘리고 수감자 자녀와 수감자가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미술·심리치료 등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감자 자녀를 위한 지원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위와 같은 사례가 많이 나올 수 있다고 말한다. 김혜란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범죄자의 자녀가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식의 논의들이 이뤄지는 걸 많이 보는데 이조차 낙인이 될 수 있다”면서 “수감자 자녀 지원에 논의의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사람들은 위기와 시련의 상황에서 이를 극복해 내는 탄력성을 가지고 있다”면서 “스스로 일어서기 힘든 수감자 자녀에게도 사회가 사랑의 손을 내밀어 이들이 건강한 구성원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성범죄자 신상공개... 남은 가족에게도 낙인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가 바로 성범죄자의 신상공개다. 이를 통해 성범죄자 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의 정보까지 공개, 심각한 피해를 남기고 있다. 아동성범죄자의 미성년 아들(17)이 “가족이 완전히 단절됐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성범죄자 신상공개’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무고한 가족들까지 사회적 징벌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11월 29일 충남 아산의 신축 원룸 건물에서 아동성범죄 전과자인 아버지로 인해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박모 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알려졌다.
범죄 관련 전문가는 이 사건에 대해 “처음부터 예상됐던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의 부작용”이라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3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아버지의 신상정보 공개는 자녀의 주소지를 포함한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아들을 포함한 동거가족의 심리적 부담은 당연히 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동거가족이 있는 아동성범죄자의 신상정보 공개는 아무런 책임이 없는 무고한 가족들까지 일종의 사회적 징벌을 겪어야 하는 상황으로 흐르게 만드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상공개는 범죄자 당사자에 국한되는 차별이 아닌 가족의 인권이 침해받거나 지역사회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견디지 못 하고 가족이 해체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 교수는 이어 “이 사건을 계기로 성범죄자의 신상공개 문제를 심각하게 논의해보아야 한다”며 “형사·사법기관에서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엄중하게 관리하되, 일반 주민들에게 마구잡이로 우편 고지되는 부분은 재고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박모 군은 아버지의 신상정보와 사진이 포함된 우편물이 동네의 모든 학교와 학원 등에 보내지자 스트레스와 불안감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 군의 아버지는 지방 철도역에서 근무하던 지난 2010년 봉사활동을 하러 온 12세 여중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3년, 신상정보공개 5년을 선고받은 성범죄 전과자다.
당시 박 씨는 피해 여중생에게 탁자를 닦으라고 시킨 뒤 여중생의 어깨를 껴안고, 오른쪽 볼에 입을 맞추고 가슴을 1회 만지는 등의 추행혐의로 1심과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만 13세 미만의 아동을 성추행한 박 씨는 강화된 아동청소년법에 따라 거주지와 이름, 나이, 사진 등의 정보가 담긴 신상공개물이 그 주변의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교, 학원, 주민자치센터 등에 5년간 우편으로 고지되는 처분을 받았다.
이로 인해 박 씨의 동거가족인 부인과 세 아들도 ‘성범죄자의 가족’이라는 낙인과 함께 원치 않는 개인정보 노출을 감당해야 했다.
박 군과 가족들은 “성범죄자가 사는 곳으로 건물이 등록됐으니 나가라”는 주인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이사를 다니기도 했고, 세 아들은 친구들을 마주칠 수밖에 없는 학교와 학원에서 아버지의 신상공개물을 발견하게 될까봐 불안에 떨어야 했다.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둘째아들은 박 씨가 성추행을 저지른 2010년 당시에도 수면제를 복용해 자살을 시도했던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박 군의 나이는 중학교 2학년, 열네 살에 불과했다.
박 군이 스마트폰에 남긴 유서에는 “우리 가정이 완전히 단절되고 가족 모두 힘들게 했던 사건이 있었다는 걸 여러분에게 알리고 싶었다”, “엄마 이 글은 꼭 페이스북 하는 사람들에게 알려줘”, “잠깐 무너지셨지만 매일 새벽부터 열심히 일하시는 아버지 정말 멋있고 존경스럽습니다”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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