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이어진 ‘한나라당 매크로 여론조작’의 진실

“충격적 인터넷 여론조작, 그 시작은 보수세력 이었다”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06/10 [13:23]

이명박-박근혜 이어진 ‘한나라당 매크로 여론조작’의 진실

“충격적 인터넷 여론조작, 그 시작은 보수세력 이었다”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06/10 [13:23]

‘매크로를 사용해 인터넷 여론조작을 감행했다’는 드루킹 특검이 허익범 특별검사가 임명되면서 시작된 가운데, 자유한국당도 동일한 범죄 혐의가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시절부터 시작됐던 ‘매크로 여론조작 의혹’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로 이어지면서, ‘국가기관 연루 의혹’까지 불거지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여당은 ‘특검’을 주장하며 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보수야권은 침묵을 이어가고 있어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박근혜 캠프 경력자 폭로…불법 댓글 활동 책임자 靑행
특검에 이번 혐의 포함해 수사하려면 특검법 개정 필요
업무방해·명예훼손 처벌 가능…이명박근혜 정부 사정권
광범위하게 삭제 시작된 댓글…본격적인 증거인멸 시작

 

▲ 한나라당 시절부터 ‘매크로’를 사용한 인터넷 여론조작을 감행했다는 의혹이 폭로되면서,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에 행한 각종 여론조작 의혹이 또다시 수면위에 오르고 있다. <사진출처=SBS 뉴스 캡처>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과 한나라당도 과거 주요 선거를 앞두고 인터넷 여론조작 프로그램(매크로)를 사용했다는 증언이 이어지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매크로를 통한 여론조작은 전 더불어민주당원 드루킹(필명)이 지난해 대선을 전후해 실행했다는 혐의로 구속된 뒤 정치권에 의해 특검으로 비화된 사안이다.

 

보수세력 여론조작


박철완 전 새누리당 선대위 디지털종합상황실장은 지난 6월6일 <CBS 라디오>에 출연,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포털 사이트의 댓글과 SNS(트위터) 등에서 여론조작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박 전 실장이 근무했던 선대위는 박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다. 그는 자신을 온오프라인 위기 대응과 관련된 ‘레드팀’의 일원으로 소개하면서, “네거티브가 나올 때 네거티브로 대응하지만, 아군 쪽의 문제점도 체크를 해서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지시하는 역할도 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자신이 목격했던 것에 대해 “그 당시 새누리당 당직자들조차 온라인에서 여론 조작에 상응하는 불법적인 행위를 하지 말라고 제가 반복적으로 경고했었다”고 밝혔다. 그의 경고에 대해 캠프 구성원의 반응에 대해 “이걸 왜 못 하느냐, 왜 불법이냐고 오히려 반문하는 사람이 많았다”고도 했다.


당시 박근혜 캠프에서 불법이라는 것이 경고된 온라인 활동에 대해 강행했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증언이다. 박 전 실장과 함께 경고했던 당직자로는 김철균 SNS팀장이 지목됐고, 경고를 무시한 팀으로는 ‘2012년 적발됐던 불법선거사무소를 통할했던 작자들’로 지칭됐다.


박 전 실장은 당시 불법 행위에 대해 “카카오토크 채팅방과 연동됐을 것으로 보이는데, 지시가 떨어지면 (매크로) 작업을 하는 팀에서 프로그램을 돌려 리트윗 횟수가 수백 회에서 1000회 가깝게 프로그램에 의해 돌아갔다”고 털어놨다.


그는 “채팅방에서 새누리당에 유리하거나 상대 당에게 불리한 기사가 나오면, 혹은 가짜뉴스가 생성된다거나 그러면, ‘이것을 매크로로 돌려주십시오’, 지시하면 각 팀이 매크로를 통해서 확산시키는 방법”인가를 묻자, “트위터뿐 아니라 댓글도 작업하라고 지시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 ‘다음’ 등에서도 불법 댓글행위가 있었다는 증언인 셈이다.


그는 당시 댓글작업을 했던 인물 중 태블릿PC와 관련된 김한수 등 4~5명이 박근혜 청와대에서 행정관 등으로 근무했고, 관련 사안을 이정현 당시 홍보수석이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김한수 전 행정관은 최순실이 사용했다는 태블릿 PC 개통자다.


이를 근거로 “2012년 당시 불법적인 온라인 선거운동을 했던 사람들 중에서 상당수가 BH 홍보수석실로 흘러들어갔다”며 “2014년 지방선거 때도 같은 패턴이 반복됐다고 봐도 좋다”고 했다.


앞서 종합일간지 <한겨레>는 지난 6월5일과 이날 등 이틀에 걸쳐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2014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2007년 대선기간에 각각 매크로를 사용한 여론조작 행위를 한 정황을 보도했다.


<한겨레>는 2004년부터 2012년까지 한나라당 모 의원 사무실에서 일했던 한 직원의 증언을 토대로 2006년 지방선거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2011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등에서 댓글조작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또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새누리당 선대위 상황실 구성원의 증언을 근거로 당시 새누리당이 매크로 프로그램인 ‘오토핫키’를 활용해 세월호 사건과 민주당 송영길 인천시장이 관련돼 있다는 가짜뉴스를 전파했다고도 했다.

 

▲ 매크로 여론조작은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사용되어온 범죄행위다. <사진출처=KBS 뉴스 캡처>

 

매크로 특검


이같은 보수세력의 광범위한 매크로 여론조작 혐의가 폭로되자, 민주당은 야권이 관련된 사안을 검참에 고발하면서 ‘드루킹 특검’에서 함께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할 허익범 특별검사가 6월7일 임명된 가운데 옛 여권 진영에서 당 차원의 여론조작이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특검 수사대상에 포함될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증거인멸 우려가 있어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며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냈다. 드루킹 특검이 수사할지를 차치하고 우선 사라질 가능성이 큰 인터넷 댓글 관련 증거라도 검찰이 확보해 달라는 취지다.


범죄 혐의가 포착되면 수사망을 사실상 무한대로 넓힐 수 있는 통상적인 검찰·경찰 수사와 달리 특검은 수사대상이 법률로 제한돼 있다.


이번 드루킹 특검의 경우 여야 합의에 따라 ▲ 드루킹 및 드루킹과 연관된 단체 회원 등이 저지른 불법 여론조작 행위 ▲ 수사과정에서 범죄혐의자로 밝혀진 관련자들에 의한 불법행위 ▲ 드루킹의 불법자금과 관련된 행위 ▲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이 수사대상이다.


현 여권 일각에서는 새누리당·한나라당에 제기된 댓글조작 의혹이 드루킹 특검의 수사대상에 포함된다고 주장한다.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으로 볼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특검법이 제정된 이후인 지난 6월5일 언론을 통해 제기된 의혹을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많다. 옛 여권을 둘러싼 의혹은 매크로를 이용해 인터넷 뉴스 댓글의 여론을 조작했다는 점이 드루킹 사건과 유사할 뿐 특검법 제정 취지나 이 법률이 염두에 둔 수사대상과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이라는 특별법 제명만 보더라도 드루킹 또는 그가 이끈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들이 연루되지 않은 범죄 혐의는 수사대상으로 삼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이날 고발장을 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의견이 미묘하게 엇갈린다. 드루킹 특검법이 명시한 수사대상을 최대한 넓게 해석해 특검팀이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지금이라도 드루킹 특검법을 개정해 옛 여권 관련 의혹을 수사대상에 명확하게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현 드루킹 특검법으로는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여론조작 혐의를 수사하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드루킹 특검의 수사대상은 ‘드루킹’에만 한정되기 때문이다.


결국 드루킹 특검에 이번 혐의를 포함해 수사하려면 특검법 개정이 필요하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특검을 2개 할 수는 없으니 드루킹 특검에 이 문제를 포함시켜서 특검을 진행해야 된다”며 “특검법을 개정해 이 사안을 특검 대상에 추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한 법률가는 “적극적 해석을 따르면 사실상 댓글과 관련한 모든 의혹으로 수사대상이 한없이 확장된다”며 “특검 수사가 시작된 이후 드루킹 또는 경공모 회원들이 새누리당·한나라당의 여론조작에 가담했거나 모임 운영비에 옛 여권의 돈이 흘러들어 갔다는 단서가 나오지 않는 한 이번 특검팀이 수사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과거 한나라당이 매크로(자동입력반복)를 활용한 여론조작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6월7일 오전 ‘한나라당 매크로 여론조작 의혹에 대해 청와대가 논의했거나, 특정한 입장이나 조치를 준비한 게 있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의혹 당사자인 자유한국당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는 침묵하고 있지만 ‘물타기’라는 주장도 이어가는 상황이다.

 

처벌은 어떻게?


이같은 한나라당 매크로 여론조작 의혹 행위가 수사·처벌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매크로 활용 시점과 적용 법규에 따라 처벌 범위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2011년 이후 한나라당이 매크로를 쓴 행위는 각 포털·에스엔에스 기업에 대한 형법상 업무방해죄가 적용될 수 있다. 업무방해죄의 공소시효는 7년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는 범죄다.


한나라당이 카카오톡 허위계정으로 매크로를 쓴 사실이 확인된다면 이 법규 적용이 가능하다. 본인 계정으로 매크로를 쓰는 사람은 거의 없으므로 대개 허위계정을 사용하는데, 카카오는 허위계정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업무방해에 해당할 수 있다. 검찰은 ‘드루킹’에게 네이버 등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지난 4월17일 구속기소한 바 있다.


한나라당의 여론 왜곡 시도는 업무방해뿐 아니라 정보통신망법·개인정보보호법 위반도 될 수 있다. 조직적인 매크로 작업은 정보통신망법이 제한하는 ‘정보통신망의 안정적 운영을 방해할 목적으로 대량의 신호 또는 데이터를 보내거나 부정한 명령을 처리하는 행위’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허위의 사실을 온라인에 유포했다면 정보통신망법의 명예훼손죄 성립도 검토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작업 과정에서 타인의 아이디를 도용했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적용 소지도 있다. 정보통신망법·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역시 공소시효가 7년으로, 2011년부터 이뤄진 매크로 작업이 처벌 범위에 해당한다.


선거 과정의 조직적인 매크로 작업은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도 있다. 한나라당의 정치자금이 법률에 규정된 목적이 아닌 불법성이 짙은 선거운동을 위해 지출됐다면 부정 지출에 해당할 수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은 공소시효가 5년으로, 2013년부터 있었던 행위에 대해 적용을 검토할 수 있다.


공직선거법의 경우 공소시효가 6개월이어서, 최근에 벌어진 매크로 행위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처벌이 어렵다.


여러 법규를 따져봐도 2007년 대선 때 한나라당 캠프가 매크로를 쓴 행위의 처벌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다만 당시 후보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 행위에 관여했다면, 그에게 공소시효가 7년인 업무방해죄와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을 적용할 수 있다. 한 변호사는 “정보통신망법·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업무방해죄 모두 공소시효가 7년이다. 대통령의 재임 기간에는 공소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증거인멸 시도


한편 보수세력의 ‘매크로 사용 여론조작 의혹’ 보도 이후, 네이버 정치 기사에 달린 댓글이 무더기로 삭제되고 있다는 후속보도가 <한겨레>에서 나왔다. 이같은 정황으로 볼 때, 6·13 지방선거 역시 매크로나 댓글알바에 의한 여론조작에 무방비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네이버에 송고된 ‘용산 건물 붕괴사고’ 관련 기사 가운데 10건을 임의로 뽑아 분석해보니, 전체 댓글 3289개 가운데 611개가 자진 삭제돼 자진 삭제율이 18.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크로 활용 등 문제가 될 것 같은 댓글을 집중적으로 삭제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이 가는 상황이다. 특히 동일한 아이디로 여러 개의 댓글을 달았다가 삭제한 흔적이 다수 확인됐다.


포털 관계자들은 “(댓글) 매크로를 막는 것은 창과 방패의 싸움으로, 막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조회수를 바탕으로 광고영업을 하는 포털의 속성상 매크로 같은 행위를 적극적으로 막을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털들은 “동일 아이피(IP)에서 단기간에 반복적으로 댓글을 작성하거나 메시지를 보내려는 시도가 있을 때 제어하고, 기능을 제한하는 조처를 늘리고 있다”지만 정당까지 매크로를 쓰는 현실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는 매크로 규제 규정 자체가 없어 ‘입법 공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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