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개발, 치열한 ‘국제 외교전’ 된 사연

천문학적 비용? 퍼주기?…‘한반도 경제권’ 만드는 게 핵심이다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06/11 [09:26]

북한 경제개발, 치열한 ‘국제 외교전’ 된 사연

천문학적 비용? 퍼주기?…‘한반도 경제권’ 만드는 게 핵심이다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06/11 [09:26]

한반도의 평화무드가 찾아오면서, 북한은 그간 지속해왔던 ‘선군정치’의 길을 포기하고 본격적인 ‘경제건설’의 길을 가려하고 있다. 이에 한반도에 인근에 있는 강대국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본격적으로 드러내려 하는 상황이다. 패권국가인 미국과 중국은 물론이거니와, 러시아와 일본까지 ‘북 경제 건설’에 관심을 가지면서 사실상 ‘국제 외교전’ 중심에 선 것이다. 이에 통일 당사국인 우리나라는 ‘한반도 경제권’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한 치열한 ‘외교 전쟁터’에 참전했다.


평화무드 이후 ‘선군정치’ 포기하고 ‘경제건설’ 강조 北
러시아 러브콜…동방경제포럼 남·북·러 정상 참석 주목
美 북한식 마셜플랜 vs 中 일대일로…경제주도권 싸움
한반도 주인공 대한민국…우리 중심 ‘경제권’ 만들어야

 

▲ ‘선군정치’체제를 접고 ‘경제건설’을 홍보하는 최근의 북한 추세를 반영하는 홍보 포스터.

 

‘조선반도 비핵화’의 길을 걷기로 한 북한이 대내적으로 경제개발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수십년간 지속됐던 ‘선군정치’에서 ‘경제건설’을 슬로건으로 내걸면서 본격적인 ‘정상국가’의 길을 걷기 시작하는 것이다.

 

경제건설 박차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6월7일자 1면 전체를 할애해 ‘당중앙위원회 4월 전원회의 결정을 높이 받들고 경제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하자’는 제목으로 여러 경제 분야의 성과를 소개했다.


여기에는 어랑천4호 발전소 건설, 산림개발, 과학 농업, 자동차·철강산업의 발전을 위한 각 분야 종사자들의 노력이 포함됐다.


북한은 지난 6월4일에는 2019년 태양절(4월15일)까지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을 마치자며 현지에서 대규모 군민궐기대회를 연 바 있다.


대회엔 북한군 서열 1위인 김수길 총정치국장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건설현장을 직접 시찰하기도 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4월20일 제3차 전원회의에서 핵 · 경제 병진노선이 승리했다면서 종료를 선언하고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모든 힘을 쏟기로 결정했다.


핵실험장 폐기 등 ‘조선반도 비핵화’가 구체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만큼 북한은 경제 분야에서도 상응하는 속도의 진전을 이루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은 ‘자립적 민족 경제 건설’을 강조하면서 핵실험 중지의 대가로 미국 등으로부터 경제적 보상을 받고자 하는 것은 아니라고 역설하고 있다.


신문은 이날 ‘조선의 힘은 자강력에 있다’ 제하 기사에서 “(세계 언론은) 평양의 현실은 온갖 제재와 압박에도 끄떡없이 최후승리를 향해 나아가는 조선의 정신력의 반영(이라고 전한다)”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북한의 주작은 당의 새 전략 노선에 맞춰 군의 노선도 경제 건설에 무게추를 두는 것으로 풀이된다.


원산갈마 지구는 올초 공사에 들어갔으며, 명사십리 해안가를 중심으로 리조트와 워터파크 등이 조성되고, 일각에선 카지노도 들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북한 경제 전문가는 “나선 경제 자유무역지대에 지금 현재 진행하고 있는 카지노에서 막대한 외화 수입을 얻고 있다”라며 “이 때문에 원산 관광 특구에도 카지노를 설립을 해서 거기에서 외화를 벌어들이자고 생각하는 듯 하다”고 말했다


특히, 원산은 동해권과 러시아, 일본을 잇는 환동해 물류 벨트의 거점으로 꼽혀,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에 따른 제재 해제를 염두에 두고 속도전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오는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참석해달라는 뜻을 밝히며, 북한 경제 개발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사진출처=KBS 뉴스 캡처>

 

러시아의 움직임


이처럼 ‘경제건설’을 중심에 둔 북한 김정은 체제가 본격적인 외교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에 이은 남북미 3국 정상회담과 별도로 오는 9월 한국과 북한, 러시아 정상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머리를 맞댈지에도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5월31일 방북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전달하면서 오는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에 참석해달라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부터 러시아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매년 개최하는 동방경제포럼은 러시아의 극동 경제정책을 총망라하는 회의로 중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는 물론 중앙아시아 국가들까지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문 대통령도 참석해 가스·전력·철도 분야 남북러 3각 협력 사업 추진을 약속하기도 했다.


특히 비핵화를 담보로 경제개혁으로 방향을 튼 북한 입장에서는 대북 제재로 중단된 나진-하산 복합물류사업이 재개될 경우, 향후 미국의 독자 경제제재 해제와 별개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완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참석 가능성도 커보인다.


또 김 위원장이 올해 들어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두 차례 만난데 이어 러시아도 우군으로 끌어들이는 정치적 효과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 러시아 초청 의사를 밝혔다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최근 언급한 점도 동방경제포럼에 북한을 참여시키려는 러시아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6월1일 김 위원장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접견했다는 사실을 보도하면서 연내 북러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6월12일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이 열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체제안전 보장 초기 조치인 ‘종선선언’이 이뤄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만약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인 올해 7월27일 이전에 종전선언이 도출되면 본격적인 비핵화 이행단계에 돌입하는 만큼, 김 위원장이 동방경제포럼에 참여해 러시아는 물론 한국과도 향후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게 자연스럽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달 러시아를 방문하는 문 대통령에게 푸틴 대통령이 9월 동방경제포럼 참석을 요청하면서 자연스럽게 김 위원장과의 남북러 3국 정상회담도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16월2일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방식과 시기, 북한에 대한 체제안전 보장 등에 대한 담판을 벌여 가시적인 성과물을 이뤄내면 이후 비핵화 이행 단계에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27일 1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 한반도 신경제공동체 구상을 담은 이동식저장장치(USB)를 김 위원장에게 건네고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남북 공동번영 밑그림을 설명했다.


남북이 상호신뢰와 호혜성에 기반한 경제 협력을 증진시켜 남북 경제의 새로운 활로를 확보하자는 구상인데, 3대 경제벨트의 한 축인 환동해 경제벨트는 부산에서 북한의 원산과 함흥, 나진 그리고 러시아를 연결하는 에너지 자원 개발 프로젝트다.


지난해 3차 동방경제포럼에서 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극동 개발정책과 한국의 신북방정책, 그리고 북한의 교두보 역할에 대한 의견을 충분히 교환했던 만큼, 비핵화 이행 진전 속도가 빨라지면 올해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남북러 3국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커졌다.

 

▲ 세계 패권을 두고 대결하는 미국과 중국은 북한 경제 개발을 두고도 갈등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사진출처=KBS 뉴스 캡처>

 

美vs中의 주도권 싸움


러시아의 움직임과는 별개로, 북한 경제 개발에 대한 세계 투톱, 미국과 중국의 기싸움도 물밑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북미 정상회담을 한 달 앞둔 지날 5월13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민간 주도의 대북 투자 지원을 언급했다. 유럽 내 사회주의 확산을 막기 위해 서유럽 경제를 지원했던 ‘마셜플랜’에 빗대 ‘북한식 마셜플랜’이란 관측이 나왔다. 반대편엔 중국의 ‘일대일로’가 버티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 주도권 싸움이 북한에서 벌어질 판이다.


미국의 대북 지원 구상은 ‘원조’보다 ‘투자’에 가깝다. 대북 제재가 풀리면 민간기업이 북한에 진출하는 식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민의 세금을 들여 북한을 지원할 순 없지만 대북 제재를 해제해 미 자본이 북한에 투입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자본의 북한 진출은 정치적으로 북한의 체제 보장과 맞물린다. 경제적으로는 북한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효과도 있다. 지난 6월1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면담에서 원산, 마식령 일대에 관광상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투자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중국의 시나리오에서 벗어난다. 중국의 궁극적 계획은 통일 한반도의 ‘일대일로’ 편입이다. 중국 런민대 국제전략연구센터의 청샤오허 부주임은 “동북부 지역은 중국의 가장 약한 고리로 지난 수년간 느리고 취약한 경제 발전세를 보였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 철도 연결 작업은 지역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다”고 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독일 사례를 걱정한다. 독일은 마셜플랜의 최대 수혜자다. 남북이 통일한 뒤 미국과 동맹을 맺으면 중국은 동북부 진출의 교두보를 미국에 넘기게 된다. 한 동아시아 정세 전문가는 “미국과 한국은 북한과 경제협력 계획까지 내놓는 마당에 유독 중국만 제재 유지를 강요당한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중국이 (대북) 독자 제재를 풀고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중국의 ‘일대일로’가 정부 주도인 데 반해, 미국의 ‘북한식 마셜플랜’은 사기업의 자율적 투자다. 북한 투자에서 이윤이 나지 않을 경우 '북한식 마셜플랜'은 확장력에 한계를 보일 수 있다. 지난 2008년 북한이 맥도날드측과 입점을 논의했지만 열악한 통신과 유통, 작은 수요시장 등의 사유로 최종 무산된 바 있다.


한반도 정세전문가는 “북한 내 열악한 인프라 등을 볼 때 당장 북한이 개방한다 해도 많은 자본이 들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금융권의 북한 담당자도 “미국 기업들이 북한을 중국, 베트남과 같은 수준의 투자처로 보지 않는 만큼 비핵화 이후에도 미국이 북한 경제에 주요 일원으로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식 마셜플랜’의 진척이 미비하고 중국이 막대한 자본을 앞세우면 북한이 결국 중국의 손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시 주석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나올 비핵화 합의를 전제로 북한에 단계적 경제지원이 가능하단 뜻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달한 상태다.

 

부담커지는 한국?


이처럼 북한 경제 개발지원에 대한 ‘국제 외교전’이 진행되는 가운데, 통일 당사국인 우리나라의 움직임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이다.


특히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에 따른 경제적 지원 부담을 한·중·일 3국에게 미루는 발언을 한 것과 관련해 각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아무래도 한국이 대북지원의 대부분을 떠안게 될 가능성이 크지 않겠느냐는 관측에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대북 경제 지원과 관련해 “한국이 나설 것이고 중국과 일본이 도움을 줄 것”이라며 미국은 사실상 빠지겠다고 밝혔다. 이는 경제적 보상을 할 주체로 한·중·일을 직접 지목하면서 한반도 비핵화의 당사자인 한국이 주로 부담해야한다는 의사를 공식화한 것이다. 미국은 생색만 내고 막대한 비용은 한국 몫으로 떠넘기려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5월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선 비핵화의 구체적인 로드맵과 함께 비핵화의 보상 비용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북한에 경제지원을 하더라도 우리의 명분과 실리를 얻는 방향으로 대북지원을 해야한다고 조언한다. 한 정치외교학 전문가는 “기본적으로 (한반도 비핵화의) 직접 당사자인 한국은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적극적인 메이커 역할을 했다”면서 “트럼프가 봤을때 한국은 북미회담, 북측 관계를 만들어나간 액터이기 때문에 한국이 가장 많이 비용을 낸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북한의 비핵화에 따른 보상 비용은 수십조원에서 수백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권혁철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북한의 핵을 폐기하는 데 드는 비용이 직간접 비용과 경제 원조를 포함하면 최대 270억 달러(약 28조9000억원)로 추산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춘(Fortune)과 영국의 유라이즌 캐피털 연구소는 북한이 비핵화를 하는 대가로 10년간 2조달러(한화 2150조원) 규모가 추산된다고 예상했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 비용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중국과 일본도 부담 비율과 액수를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대북전문가는 “(북미 협상) 결과에 따라 다르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뿐만 아니라 일본 안보의 치명적인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의 폐기까지 합의했다면 (일본이) 국가안보를 위해 기꺼이 내야하고 트럼프도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중국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나아간다면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 선배로서 지원해주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미국이 1994년 제네바 합의 때도 북한 핵 동결의 대가인 경수로 건설 비용(46억달러)을 한국과 일본에 70%와 30%씩 부담토록 한 적이 있어 이번에도 유사하게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럴 경우 우리 정부의 부담 비율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북한 비핵화에 따른 대북지원을 하되, 무조건적이 아닌 명분과 실리를 얻을 수 있는 대북 경협 사업을 재개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반도 경제 영향권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국내에서 북한에 퍼준다는 여론이 있는데 이를 의식하면서 통일이 되면 우리 영토가 된다는 생각으로 우리에게 유리한 것부터 점진적으로 인프라를 투자해 나가야 한다”면서 “어느 정도 투자해서 북한 전역을 경제적으로 한국의 영향권 안에 둬야 통일됐을 때 국제사회 반발 없이 통합하는데 도움이 된다. 우리가 어느정도는 지원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일단 인도적 지원과 우리에게 이로운 개성공단, 산림협력, 철도·도로건설은 중국과 같이 협력해서 한다. 북한의 인프라 구축은 국제 컨소시엄을 만들어서 전세계 투자자금을 모으고 북한을 국제기구에 가입시켜서 경제개발을 하면 된다”며 “국제사회에서의 북한의 투자 기회를 늘리고 신의주나 나진선봉 등 북중 국경에 전략적으로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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