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폭력에 더 많이 분노해야

사건 발생 다섯 달이 지나서야 경찰수사 착수

한승백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8/06/09 [03:38]

스포츠 폭력에 더 많이 분노해야

사건 발생 다섯 달이 지나서야 경찰수사 착수

한승백 칼럼니스트 | 입력 : 2018/06/09 [03:38]
지난 동계올림픽을 3주 앞두고 쇼트트랙 국가대표팀에서 폭행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리고 5월 23일 문화체육관광부는 해당 사건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였다코치 A가 선수 B에게 상습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고대통령이 진천선수촌을 격려 방문했던 전날도 태도를 문제 삼아 밀폐된 공간에서 발과 주먹으로 수십 차례 폭행하였다.”고 했다또한 피해 선수는 심한 폭행에 따른 공포 때문에 선수촌을 빠져나갔고지도자 3인은 폭행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몸살감기로 병원에 갔다고 허위보고하였다."라는 충격적 결과였다
  
스포츠계의 폭력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반복되는 레퍼토리가 있다. “메달을 최우선으로 하는 국가주의승리지상주의가 원인이다금메달을 따야 국위선양을 하고이겨야만 보상을 받기 때문에스포츠계는 승리에 대한 강박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그리고 이 과정에서 폭력과 같은 인권유린도 자행된다.”는 것이다요즘에는 여기에 협회도 추가되었다. “스포츠계의 폭력은 나쁜 사람들만 가득한 협회의 문제란 것이다.
  
나는 스포츠계 폭력을 국가주의승리지상주의썩어 문드러진 협회의 탓으로 돌리는 진단에 동의하지 않는다내 귀에는 그 비판들이 이게 다 박정희 때문이고전두환 때문이며전명규 때문이란  남 탓하는 소리로 들린다사회의 어느 부문도 고립되어 존재하지 않는다스포츠에서의 폭력은 스포츠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다이는 폭력을 동원해도 묵인하는 우리 사회 모두의 책임이다폭력의 원인을 국가나 승리지상주의로 돌리면 모두의 문제를 남의 탓으로 돌리는 꼴이다우리는 "스포츠계의 폭력이 왜여전히 일어나는가?" 스스로 되물어야 한다


출처: TV조선 뉴스 캡쳐
 
한국 사회는 스포츠에서의 폭력에 관대하다온갖 정치공작으로 축소될 위기에 처했던 세월호 사건이 잊히지 않을 수 있었던 건 함께하는 사람들의 가슴에 매달린 노란 리본 때문이었다만연한 성폭력이 미투 운동으로 분출될 수 있었던 건 분노한 다수의 개인들이 침묵을 깨고 연대했기 때문이다반면 쇼트트랙 대표팀 폭행 사건은 어땠나사건 직후 선수촌 관리 책임자인 대한체육회는 대표팀 안정이 최우선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언론은 대표팀의 전력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보도를 쏟아냈다선수에 가해진 심각한 인권유린의 진상보다 올림픽을 먼저 걱정했다여자 팀 추월 경기에서 선수 간 왕따 의혹에 대해 엄중 처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인의 숫자는 60만 명을 넘었다반면 쇼트트랙 대표팀 폭행사건에 대해 처벌을 요구했던 몇 개의 청원들은 어느 것도 10명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이를 확인한 순간 승리를 위해서라면 폭행은 사소한 것이고 감내해야 하는 것인가.”, “지도자가 선수를 가르치는데 때릴 수도 있는 거 아니냐란 생각이 지배적인가 싶어 소름이 돋았다승리를 위해 폭력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 건 국가주의도 승리지상주의도 아닌, 바로 우리아닌가. 
  
폭력은 권력이다문명화 과정을 쓴 노베르트 엘리아스에 따르면 근대 국가에서 폭력의 독점자는 국가이다누군가에게 맞으면 직접 복수하지 않고 경찰서를 찾고 법에 호소하는 이유다우리가 문명화된 사회를 살고 있다면맞아야 하는 선수도 없고때릴 수 있는 지도자도 없다그러나 폭력은 체육관라커룸숙소선수촌 등잘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내밀하고 은밀하게 계속된다법이 있어도 작동하지 않는다권력의 연결망에 매몰되어 그 담장을 넘지 못한다나는 폭력의 실체를 담장 너머 세상으로 끌어낼 수 있는 힘은 오직 관심과 분노라고 생각한다스포츠계의 폭력을 용인하지 않는 관심과 분노가 다름 아닌 폭력에 저항하는 연대이고이 연대야 말로 폭력을 뿌리 뽑기 위한 강력한 힘이다.

관심과 분노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폭력은 쉽게 잊힌다그리고 어김없이 반복된다지난 1월 대통령의 선수촌 방문으로 세상에 알려진 쇼트트랙 국가대표 폭행사건은 그동안 경찰조사 조차 착수하지 못해 왔다. 사건을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는 빙상연맹회장도선수촌장도대한체육회장도, 그 누구도 고소고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두 자격이 없는 자들이다이 사건은 문체부 고소에 따라 2018년 5월 16일에야 수사가 착수되었다세상에 알려진지 다섯 달이 지난 시점이다. 그리고 이제 해당 코치에 대한 소환을 앞두고 있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스포츠에서 폭력을 도구로서 활용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지금이라도 분노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스포츠에서의 폭력에 대해 더 많이 관심을 갖고분노하고알림으로써 저항의 연대를 구축해야 한다.

한승백 칼럼리스트 I sbhan1002@gmail.com

원본 기사 보기:스포티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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