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이후 찾아온 평화정국,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천신만고 끝 찾아온 천재일우 기회 잡아라”

김충열 기자 | 기사입력 2018/06/24 [12:19]

북미정상회담 이후 찾아온 평화정국,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천신만고 끝 찾아온 천재일우 기회 잡아라”

김충열 기자 | 입력 : 2018/06/24 [12:19]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라이터스(Heraclitus)는 “만물은 유전(流轉)한다”라고 갈파했다. 만물은 고정돼 있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것이다. 2500여 년 전에 설파한 이 명제는 오늘날 국가 간 외교현장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전쟁을 치르고 70 년간 적대관계를 이어온 북미간의 역사적인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이 한반도 비핵화와 관계정상화를 목표로 이루어졌지만 회담에 대한 평가는 한국과 미국에서도 다르고 내부에서도 각기 처해있는 입장과 노선에 따라 극명하게 대비된다.


천재일우 기회로 찾아온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찬스
美 의회와 연구소·언론 등 설득하는 외교 강화해야
외세에 의하여 판이 짜여 지지 않도록 선재적 외교
南北美 비핵화 조기 해결해야 하는 공통 운명 놓여 

 

▲ 북한 비핵화 문제는 적어도 남북한과 미국에게는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와 같은 난제중의 난제다. <사진출처=KBS 뉴스 캡처>

 

25년 동안 두 번의 합의가 결국 실패로 돌아가면서 해결되지 못했던 북한 비핵화 문제는 적어도 남북한과 미국에게는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와 같은 난제중의 난제다.

 

설득 외교 강화


그럼에도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일어난 것은 다행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북미정상회담의 세기적 만남은 김정은의 집권 후 핵, 경제 병행노선을 통해 7 년 만에 핵무기 완성 후, 경제에 매달려야하는 내부적 필요성과 숨통을 조여 오는 강력한 국제 제재에서 벗어나고자하는 절박감의 결과였다.


트럼프 또한 지난 대선 러시아와의 유착관계를 조사하기 위한 뮬러 특검의 집요한 공격으로 수세에 몰려있는 상태서 11월에 있을 중간 선거를 승리해야하는 정치적 돌파카드가 필요한 북미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비록 공동 성명에 비핵화의 구체성이 부족하다 할지라도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실험과 트럼프-김정은 간 전쟁 설전의 긴장국면에서 비핵화를 목표한 대화국면으로 전환되었다는 점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확신에 찬 긍정적 평가를 볼 때 합의문에 넣기에는 아직 미흡하지만 상호간에 양해되고 의견접근이 이루어진 암묵적 구체적 사항도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우려스러운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통적 외교방식에 의존하지 않고 탑 다운방식의 의사결정에 의한 정상회담이었기 때문에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당초에 원하는 목표대로 해결될 것인가에 대한 불안정성과 의구심은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다.


일차적으로는 북한 내부에서 진정으로 CVID 식의 핵문제 해결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단계적 동시적 비핵화 수순을 밟아가다 제재가 완화되고 경제적 지원으로 북한 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되면 트럼프 정부 임기 끝 무렵에 슬그머니 속임수나 지연전술을 쓰지 않을까하는 우려다.


미국의 상황은 1994년 북미 제네바회담과 2005년 6자회담에 참여했던 외교관들과 의회 지도자들, 그리고 씽크 탱크, 주류 언론에서 여전히 북한에 대한 불신감을 갖고 정상회담 합의문에 CVID에 대한 로드맵이 없다는 이유로 실패한 정상회담이라고 폄하하며 비판을 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대로 비핵화 절차가 20% 정도만 되어도 불능화가 가능하다거나 주한미군 철수와 같은 한미동맹 안보근간을 흔들 수 있는 지나친 양보로 자기 정치적 목표달성에만 치우치는 위험한 협상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는 의구심도 있다.


따라서 트럼프 정부를 향해서는 우리가 원하는 보다 철저한 협상의 결과를 이끌어내도록 하고, 대통령 임기 후에도 유효한 합의가 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미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트럼프 정부뿐만 아니라 의회를 비롯한 네오콘, 군산복합체 세력들을 설득하고 우호적인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선 공공외교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따라서 이 시점에 보다 중요한 것은 국내 여론 형성도 중요하지만 실질적 협상 당사자인 트럼프 정부가 이러한 북한에 대한 불신을 극복하고 우리가 바라는 완전한 비핵화를 이뤄낼 수 있도록 트럼프 정부를 비롯, 미국의 의회와 씽크 탱크,학계 등 여론을 설득하고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각급 채널의 공공 및 민간외교를 활발히 전개하는 것이다.


김정은은 임기가 한정되지 않은 최고 통치자인데 반해 트럼프는 당장 눈앞에 다가 온 탄핵의 칼날을 피해야 하며, 11월 중간 선거에 심판을 받아야 하고, 2020년 재선을 걱정해야 하는 형국이다. 시간은 트럼프에 있는 게 아니라 김정은에 있다.


우리는 “그냥 이대로가 좋아!”식의 반민족적, 반통일적 노선을 견지해서는 결단코 안된다.


문제는 지금부터이다. 여야 정치권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북미정상회담을 바라봐선 안된다, 한반도를 에워싸고 있는 4대 열강이 그러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평가해도 우리는 “그냥 이대로가 좋아!”식의 반민족적, 반통일적 노선을 견지해서는 결단코 안된다.


문재인 정부 또한 한반도 운전자론과 촉진자론을 가속화해야 한다. 단연코 우리가 원하는 한반도 운명을 미국을 비롯한 4대 열강이 가져다주지 않는다. 내가 변하지 않고 너부터 변하라고 하면 세상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하늘이 준 천재일우의 기회를 살려야 한다.


아이러니컬하게 트럼프 미 대통령은 고립되어 있다. 그는 미국 주류 언론과 네오콘, 군산 복합체 세력들, 관료집단, 씽크 탱크,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에서조차도 북한 비핵화추진 방식에 비판을 받고 있다.

 

▲ ‘한반도 평화’를 위한 외교술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다. <사진출처=KBS 뉴스 캡처>

 

北의 선행적 조치


북한 김정은 위원장 또한 지금까지의 편견과 반목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비핵화에 대한 선제적 파격 행보를 계속해야 한다. 김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을 통하여 화려하게 국제사회에 정상국가로 복귀한 것이 일회성이 아니란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한반도 비핵화의 실천적이고도 선행적 조치들을 내놓아야 한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KBS 대담프로에서 “돈은 어디에 쓰는가? 미국 조야에 북미정상회담을 평가 절하한 시각을 조정할 수 있도록 우리 정부가 다각도로 노력해야한다”는 고언을 내놓았다. 정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외롭지 않게 우리정부의 전문가 그룹을 총 동원하여 당장이라도 측면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는 혜안이다.


정동영 의원 또한 6.15남북정상회담 18주년기념 학술세미나에서 우리의 외교 안보를 대사관에만 맡길게 아니라 공공 및 민간 외교(여야 의원단, 대미 외교 전문가 그룹 등)를 지금 당장이라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노동당이 각 지역 및 분야별 중간 간부 및 실무 인력을 선발해 ‘신사유람단 200명’을 중국 개혁개방 현장을 참관토록 하듯이 우리는 비핵화의 성공을 위해 대미 공공외교(Public Diplomacy)를 강화해야한다.


첫째는 총론적 추상적 공동 합의문에 기초한 폼페이오, 김영철의 실무회담에서 구체적 비핵화 과정이 좌초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미국내 반 트럼프 전선이 지지는 아니더라도 적극적 반대와 비판을 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둘째, 한반도 비핵화 과정이 미국과 북한, 미국과 중국의 빅딜에 의하여 한반도 평화체제의 판이 짜여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해서는 반드시 우리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하며, 남북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주변 4대 강국들을 향한 우리의 공공 및 민간외교 강화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셋째,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공동의 이익보다는 자기정치에 치우쳐 우리가 바라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ICBM을 포함한 미봉책의 협상결과가 되지 않도록 트럼프 정부를 향해서도 정교한 외교를 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천재일우(千載一遇)로 찾아온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외세에 의하여 판이 짜여지지 않도록 남북공동의 이익을 위하여 주도적, 선제적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외교의 상대적 이익


이같은 한반도 정세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대화문화아카데미(이사장 이삼열)는 지난 6월19일 오후 서울 평창동 대화의집에서 ‘정상회담과 평화체제의 길'이란 주제로 학술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삼열 이사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평화체제 개념 정리가 안된 상태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대단히 중요해졌다.”며, “이번 대화의 모임이 있기까지는 지난 50여년 동안 고 강원룡 목사와 이홍구 전 총리의 역할이 지대했다. 특히 독일의 폰 바이체커, 동독의 에곤바, 일본의 사카모도 교수, 오헤겐자부로 등의 저명한 분들을 초청하여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오늘에 이르렀다.”고 소개했다. 이 이사장은 “지금 우리는 좌우대립, 진보와 보수, 여야를 초월하는 대화와 소통을 해야 하는 역사적 대변혁기에 우리는 서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평화포럼 4번째가 되는 오늘의 ‘정상회담과 평화체제의 길'의 학술토론회가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명규 전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장 사회로 진행된 이 날 토론회는 기조발제에 문정인(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연세대 특임교수의 “판문점 선언과 한반도 평화”발제에 이어 정성장 기획본부장(세종연구소)의 “북미정상회담 성과와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 전망”이란 주제로 발제를 맡았다.


문정인 교수는 미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에 기고한 원고를 바탕으로 발제를 진행했다. 문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에서 까지도 동네북이 되고 사면초가에 이르렀다”고 운을 뗀뒤 “과연 싱가포르 선언에 CVID와 Time Line이 없어서 북미정상회담이 실패한 것인가?”되물었다.


그는 “외교에서는 상대적 이익은 있어도 제로 섬 게임은 없다”며, “누가 승자고 누가 패배했다는 식의 접근 방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문정인 교수는 “평화는 총구나 외교문서에서 나오지 않는다. 신뢰(Trust)와 새로운 관계(New Relations)에서 나온다”며, “올해 안에 남북미가 종전선언, 평화선언까지 갈 것”으로 전망했다.


문 교수는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될 때 문재인 대통령의 정상간 중재 외교역할을 강화하여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간의 소통을 원활히 하여 성공적인 북미정상회담의 반전을 가져오는데 공헌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에 Peace System, 피스 레짐(peace regime)을 사용하는데 피스 시스템은 광범위한 개념이고 피스 레짐은 상부구조(규범, 원칙, 절차 등)를 내포하고 있다”며, “평화로운 한반도로 향하는 길 위에는 숱한 제약과 도전이 숨어있다. 무서운 속도로 전개되는 한반도 평화의 봄이 천신만고 끝에 찾아온 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고 피력했다.

 

▲ 문정인 교수는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평화로운 한반도로 향하는 길 위에는 숱한 제약과 도전이 숨어있다. 무서운 속도로 전개되는 한반도 평화의 봄이 천신만고 끝에 찾아온 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쳐서는 절대로 안된다”고 피력했다. <김충열 기자> 

 

비핵화 조기 해결


정성장 기획본부장(세종연구소)은 “김정은, 트럼프 두 사람은 과거로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서 과거로 돌아가기 어렵다.”며, “비핵화를 중간에 접고 과거로 회귀하는 것은 정책실패를 자인한 것으로 김정은, 트럼프, 문재인 정부 또한 엄청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성장 박사는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를 하지 않을 경우 경제악화를 막을 길이 없다”며, “문재인 정부 또한 비핵화에 실패할 경우 한반도 신경제 구상이 물거품이 된다. 때문에 세 사람의 정상은 비핵화를 조기 해결해야 하는 공통의 운명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각 분야 기라성 같은 전문가 그룹답게 질문도 다양하고 한편으론 지극히 현실적이며, 또 한편으론 고차원적인 질문이 쏟아졌다.


김정은, 트럼프 믿을 수 있는가? 트럼프가 대북지원을 한중일이 부담하라고 했는데 지원에 앞서 북한이 선행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들은 무엇인가? 강대국들의 민족주의(Nationalism)강화와 한반도 비핵화 함수관계는? 한미동맹의 현대화 필요성, 비핵화 이후의 주한미군 주둔 문제, 북한의 비핵화 모델이 리비아 모델, 트럼프 모델에 이어 김정은 모델로 전락한 것은 아닌가?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경제지원이 있을 경우 필연적으로 대두되는 체제 불안정 대비, 비핵화 개념이 남북미가 합의된 같은 수준인가? 차이는 없는가? 북한은 중국의 개혁개방 경제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200여명을 중국에 파견한바 있다.


트럼프가 동네북이 되고 사면초가라면 우리도 신사유람단처럼 전문가 그룹의 민간영역의 공공외교를 미국조야에 펼치는 것은 어떤가? 비핵화, 종전선언, 평화선언, 북미수교를 하게 되면 북한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 또한 변화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북한을 불량집단, 악의 축, 타도의 대상에서 우리의 인식을 바꾸는 것도 필요하다. 그 일환으로 헌법3조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개정과 국가 보안법 폐지 등을 선제적으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내부동력(국내 정치역량)을 바탕으로 외부환경(국제역학관계)을 변화시켜 한반도에서 우리의 생존전략 가능한 방법 등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이 날 학술토론회에는 정계, 학계, 시민사회 각 분야 저명한 원로 30여 명이 4·27남북정상회담과 6·12북미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방안에 대하여 난상토론을 벌렸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김성재 김대중아카데미 원장(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전 국산판찬위원장), 이부영 동아시아평화회의 운영위원장, 이창주 국제한민족재단 상임의장, 도법 스님(실상사 회주)등 30여명이 참여하여 열띤 토론을 벌렸다.

 

hpf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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