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6 세계 마약퇴치의 날] ‘마약과의 전쟁’ 시작한 대한민국

늘어나는 마약사범…이젠 더이상 ‘마약 청정국’ 아니다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06/26 [11:16]

[6·26 세계 마약퇴치의 날] ‘마약과의 전쟁’ 시작한 대한민국

늘어나는 마약사범…이젠 더이상 ‘마약 청정국’ 아니다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06/26 [11:16]

뉴스를 보면 ‘정기적’이라고 표현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마약범죄와 관련된 보도가 나온다. 이를 보면 ‘마약 청정국’이라는 말은 옛말이 됐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실제로 연예인·재력가 등 주로 돈이 많고 해외체류 경험이 많은 유명인들 뿐만 아니라, 평범한 회사원·가정주부 등도 마약범죄에 연루되는게 일상다반사가 되어버린 것이다. 무엇보다 700여종에 이르는 신종 마약이 인터넷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공공연하게 거래되며 입수가 쉬워지면서, 마약범죄에 대한 심각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세계 마약 퇴치의 날(6월26일)’을 맞아 마약범죄에 실태에 대해 다뤄보기로 했다.


IT 발전과 함께 마약 유통망 증가…일반인도 쉽게 접해
약물의 종류 다양화…의료계 종사자들의 약물남용 문제
강력한 치안·법으로 마약 막고 있음에도 퍼져가는 마약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으로 관리 시작…처벌강화 법안

 

▲ 우리나라의 마약사범이 급격하게 증가세에 올라, 사실상 마약청정국 지위를 상실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출처=Pixabay>

 

우리나라의 마약사범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처벌 받은 마약류 사범이 지난 2012년 9255명, 2013년 9764명, 2014년 9742명, 2015년 1만1916명, 2016년에 1만4214명(대검찰청, ‘2017 마약류 백서’)으로 급속히 늘어 마약 청정국 기준(국민 10만명당 마약류 사범이 20명 미만)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단속되지 않은 마약 사범이 30만명”이라고 추정한다.


범죄집단이나 특정계층에 머물렀던 마약이 평범한 회사원이나 주부, 10대 학생, 농민 등에까지 누구나 쉽게 접하게 됐다. 인터넷과 SNS를 통한 거래도 급증했다. “정말 그렇게 마약이 가까이 있나요”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정부도 올해부터 6월26일 ‘세계 마약 퇴치의 날이 법정 기념일로 지정하면서,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무너진 마약청정국


문제는 적극적인 대처에도 불구하고 마약사범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대검찰청 자료(2017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2016년 전체 마약류 사범은 전년보다 19.3% 늘었다. 1999년 처음 1만명을 돌파한 뒤 잠시 주춤하던 마약류 사범 숫자는 2015년 다시 1만명 선을 넘으며 증가 추세다.


이를 볼 때 한국은 더 이상 마약 청정국가가 아니다. 인구 10만명 당 마약류 사범이 20명 미만이면 청정국가로 인정하는 통상의 국제 기준을 따른다고 하지만, 2016년 통계를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이미 인구 10만명당 마약류 사범이 약 30명이다. 국제 기준이라는 것도 애매모호하다.


게다가 수사기관에 적발된 마약류 사범들만 수치로 드러났을 뿐, 생활권 내로 마약류가 파고든 실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마약류를 투약하지만 수사기관에 인지되지 않거나 신원이 파악되지 않아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범죄가 20~30배에 이른다”고 했다.


문제는 누구든지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이나 SNS 등을 통해 마약류를 구매할 수 있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매자와 판매자가 직접 접촉하지 않고 ‘비대면’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위험성에 비해 가격도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다. 필로폰은 1회 투약분(0.03g)이 10만원, 대마초 1회분(0.5g)에 1만원, 엑스터시 1정에 3만~4만원 선이다. ‘단골’이 되면 가격은 더 낮아질 수 있고, 무료로 제공하기도 한다. 특별취재팀이 만난 마약류 경험자는 “잘 아는 판매책에게 필로폰 1회분을 5000~1만원에 살 수 있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중독성이 강한 약물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도 문제다. 다이어트약과 학생들이 애용하는 에너지드링크 등 각성제음료가 대표적이다. 한 전문가는 “우리나라는 마약류뿐 아니라 중독성 강한 약물의 심각성에 대한 국민들의 감수성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마약을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은 있지만 마약을 한 번만 투약한 사람은 없다고 하듯 약물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다만 우라나라의 치안은 상당수의 선진국들보다 뛰어나다는 점에서 아직까지는 마약청정국에 가깝다는 평이다. 마약은 마약 흡입으로 인한 범죄 이외에도 ‘마약 유통 조직’과 연관된 범죄가 심각하기 때문에 치안과 마약은 상당히 연관이 많다.


또한 우리나라는 마약류 관리에 대한 법이 상당히 강력한 편이다. 한국에서 마약류의 관리기능은 1946년 군정법령 제119호 마약단속규정( 마약취체령 1946년 11월 11일)에 의거 보건후생부(현재 보건복지부) 약무국이 업무를 담당하면서부터 시작됐다. 1950년 6.25 전쟁 등으로 마약관리가 미미하기도 했으나, 1957년 4월 23일 ‘마약법’이 제정됨으로써 마약류 남용에 대한 대응체계를 갖추기 시작하였다. 한편 마약을 제외한 습관성이 있는 의약품 및 대마의 관리를 위하여 1970년 8월7일 ‘습관성의약품관리법’이 제정되었다. 그러나 당시 대마초 흡연이 성행하자 1976년 4월7일에 ‘습관성의약품관리법’에서 대마 규정을 삭제하고, 대마의 재배관리, 흡연금지 등을 주요내용으로 한 ‘대마관리법’이 새로이 제정되었다.


일반 사회계층에서의 약물남용 현상이 만연함과 동시에 남용약물의 종류가 다양해지자 1980년 4월1일에 ‘습관성의약품관리법’을 폐지하고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을 신규 제정하게 되었으며 그 통제 대상 약물도 다양해졌다. 그리하여 아편제 마약과 합성마약, 코카인 등은 ‘마약법’으로, 대마는 삼배도 짜야하니 ‘대마관리법’으로, 그 외의 모든 향정신성 약물은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으로 규제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및 대마 그리고 그 원료물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2000년 1월12일에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그간 분리되어 있던 마약류 관련 법률들을 통합하게 되었다.


이같은 개별 마약 법조항의 문제들 이외에도 우리나라의 법이 ‘속인주의’인 탓에 마약이 합법화된 국가에서 한국인이 마약을 해도 처벌받는다. 실제로 마약이 합법화된 국가에 가서 마약을 했다고 자랑하다가 입국 후 수사를 받고 처벌받은 사례도 존재한다.


이처럼 전 세계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강력한 마약방지정책을 펼치지만 자국 내 통제가 확실한 것만 빼면 2014 UNODC 발표에서 전세계 마약 유통량의 4.3퍼센트와, 마약의 원료가 될 수 있어 국제적으로 금지된 23개 화학약품을 합법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수출하는 국가로 조사됐다.


지난 세월동안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었던 남용 약물들을 살펴보면, 70년대는 대마, 80년대는 메스암페타민(필로폰 또는 히로뽕) 등이 사회문제를 일으켜 왔다. 90년대에 이후 부터는 주한 외국인이나 주한미군 병사들에 의해서 유통되어 왔고, 당시에는 국민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LSD와 코카인이 우리 사회에 서서히 침투됐다. 결국 한국에서 남용되고 있는 약물의 종류도 외국처럼 다양화하고 있다.

 

▲ 의료계의 마약류 남용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출처=KBS 뉴스 캡처>

 

의료계 약품 남용


실제로 신종 마약류도 늘고 있는 실정이다. 주로 환각성이 있는 의약품이 불법으로 유통, 악용되면서 마약류로 지정되거나 지정 대상으로 거론된다. 의사 연예인 등이 불법 시술, 불법 유통에 연루된 프로포폴이 대표적이다.


프로포폴과 유사하게 전신마취제로 쓰이는 에토미데이트를 다량 보유한 조직폭력배가 붙잡히기도 했다. 감기약 성분으로 필로폰을 만들다 검거된 남성도 있다.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투약 후 사고나 중독 문제가 불거진 수면제 졸피뎀 등도 신종 마약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의료계 종사자들이 마약류로 지정된 약품을 남용하는 사고가 왕왕 발생하고 있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의료인은 일반인보다 마약류 의약품에 접근하기 쉽고, 의료기관의 약품관리 체계도 허술해 윤리교육 강화를 통한 자발적인 정화만이 유일한 대안으로 꼽히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지난 2012년 발표한 ‘프로포폴 투여와 관련된 사망에 대한 법의학적 고찰’ 보고서에 따르면, 2010∼2011년 국과수가 부검한 프로포폴 사망자의 절반 가량이 의료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 기간 프로포폴 중독으로 숨진 36명 가운데 의사 4명, 간호사·간호조무사 9명, 병원 직원 2명 등 15명(41.7%)을 의료계 종사자로 집계했다.


국과수는 프로포폴로 숨진 의료기관 관계자들이 주로 마취제를 취급하는 성형외과·피부과·내과·마취과에서 일한 것으로 파악했다.


수면마취제의 일종인 프로포폴은 투약하면 환각 증상을 일으키고, 깨어날 때 푹 잔듯한 느낌을 남겨 정신적으로 의존하기 쉬운 약물로 알려져 있다.


보고서를 보면 국내 성형외과, 내과 등 의원급 의료시설 10곳 중 9곳이 프로포폴을 마취제로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나 정확한 사용량은 집계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프로포폴 등 의료용으로 처방하는 마약성 진통제나 마취제는 다중 잠금장치가 설치된 철제금고에 보관하고 담당자만 취급하도록 관련 지침이 마련돼 있지만, 허술한 관리 체계 탓에 무단 유출해 사용하는 의료인이 꾸준히 적발되고 있는 상황.


2016년 6월 서울의 한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프로포폴을 투약한 성형외과 간호조무사가 환각 상태로 발견돼 경찰에 입건됐다. 같은해 5월 광주에서는 간호사가 병실에서 환자에게 처방된 무통주사액 일부를 빼내 자신의 팔에 주사하다가 인기척에 깬 환자에게 들키는 일도 있었다. 이 간호사는 무통주사액을 호기심에 처음 투약한 뒤 수차례에 걸쳐 입원 환자에게 처방된 약물을 빼돌렸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최근엔 ‘다이어트약’이라 불리는 비만치료제가 신종 마약류로 거론되고 있다. 비만치료제는 의사 처방을 받아 쓸 수 있지만, 대체로 뇌에 직접 작용하기 때문에 일부 성분은 향정으로 특별 지정돼있다. 과다 복용할 경우 마약류의 특성인 의존성과 내성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청소년이 커피나 에너지드링크류를 통해 카페인을 과다 섭취하는 카페인 중독도 있다. 미국에선 카페인 중독이 마약 중독으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업무 스트레스와 호기심으로 프로포폴과 같은 약물을 접한 의료인은 쉽게 구할 수 있고, 계속 약품을 찾게 된다며 의료계 전반에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마약류뿐 아니라 중독성 약물도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라며 “약물 중독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약유통의 문제


의료인 뿐만 아니라 과거 범죄집단이나 특정계층에 머물렀던 마약이 최근 평범한 회사원이나 주부, 심지어 10대 청소년까지 누구나 쉽게 마약을 접할 수 있게 됐다.


마약범죄가 늘어나는 만큼 필로폰 등 주요 마약류 압수량도 늘었다. 2016년 압수된 양은 117.0㎏으로, 약 39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전년도에 압수된 82.4㎏에 비해 41.8% 증가했다.


이는 인터넷과 SNS를 통한 거래가 급증, 마약 사범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게 수사당국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6월부터 인터넷을 통한 마약류 광고를 할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법이 개정됐다.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마약은 상당수가 해외에서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실제 2016년 마약 단속 적발 가운데 항공여행자, 국제우편, 특송화물 등 항공운송을 통한 적발이 90%를 넘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최근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적발 마약 가운데 국제우편을 통한 적발이 240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항공여행자(63건) 해외 직구 등을 통한 특송화물(60건) 해상여행자(11건) 순이었다.


적발된 마약 중 필로폰으로 알려진 메스암페타민(1만9611g)이 가장 많았다. 코카인(1만1000g), 대마(8464g), 합성대마(348g) 등이 뒤를 이었다. 항공여행자·국제우편·특송화물 등 항공운송으로 마약을 들여오려다가 적발된 규모는 금액 기준 전체의 94%(830억원)에 달한다.


연도별로 보면 2012년 232건(3만3757g), 2013년 254건(4만6438g), 2014년 308건(7만1691g), 2015년 325건(9만1597g)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2016년 마약류 적발 건수는 모두 382건으로 총 중량은 5만36g, 금액으로는 887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을 마약 확산 방지를 위해 인터넷이나 SNS의 불법 정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해외 밀반입 고리를 끊기 위한 외국기관들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마약의 종착역은 없다는 포스터. <사진출처=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강화되는 관리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마약류의 생산·유통·사용 등 모든 취급내용을 관리할 수 있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지난 5월18일부터 가동했다고 밝혔다.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은 마약류 생산부터 사용까지 전 과정을 전산시스템으로 보고 및 저장해 상시 모니터링하는 체계다. 펜타닐과 프로포폴 등 마약류의 오남용과 불법유출 사례를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모든 마약류 취급자는 사용내역을 반드시 보고해야 한다.


마약류 취급자는 마약류 제조·수출입·원료사용자, 마약류 도매업자, 마약류 취급 의료업자, 마약류 소매업자, 마약류 취급 학술연구자 등이다. 모든 취급자는 제도 시행 이전에 보유하고 있던 마약류 재고정보를 시스템에 등록해야 한다.


다만 병·의원과 약국에서는 지난 5월17일 이전 구매분에 대해 기존에 사용하던 ‘마약류관리대장’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 경우 관리대장을 2년 동안 보관해야 한다.


마약류는 의약품 일련번호 정보를 기반으로 추적할 수 있는 '중점관리품목'과 제조번호별 수량 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일반관리품목’ 마약류로 구분된다.


마약과 프로포폴은 중점관리품목으로 모든 취급 내역을 취급한 날로부터 7일 이내에, 프로포폴 외 향정신성의약품은 일반관리품목으로 취급한 달의 익월 10일까지 각각 보고해야 한다.


식약처는 엄격한 보고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보고자가 시스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전산 입력상 단순 실수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을 유예하는 계도 기간을 두기로 했다.


단순 실수로 마약류 취급 내역을 잘못 입력하거나 보고 과정에서 일부 누락한 경우, 착오로 잘못 보고한 경우, 시스템 오류로 미보고한 경우에 대해서는 올 연말까지 행정처분을 유예한다.


마약, 프로포폴과 같은 ‘중점관리품목’의 일련번호 입력 실수 등에 대해서는 내년 6월까지 처분이 유예된다. 마약류 취급 내역을 조작해 거짓으로 보고하는 경우와 마약류의 모든 취급 내역을 보고하지 않아 관할 기관이 1차 계도했음에도 계속해서 보고하지 않을 때는 적발 즉시 행정처분을 한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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