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속히 이행해야하는 ‘미군유해 송환-핵시설 가동중단’

“다신 대결로 돌아가 공멸의 길 가선 안된다”

이계홍 주필 | 기사입력 2018/07/09 [11:45]

조속히 이행해야하는 ‘미군유해 송환-핵시설 가동중단’

“다신 대결로 돌아가 공멸의 길 가선 안된다”

이계홍 주필 | 입력 : 2018/07/09 [11:45]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시대적 흐름을 거스르면 자멸한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기적적으로 조성된 남북 간, 또는 북미 간의 신의와 선의를 악용하면 그만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항용 들어왔던 ‘악의 축’이라는 비난을 스스로 자인하는 꼴이 된다.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멀리 갔다.


비핵화하기로 했다면 신뢰감 있게 착실히 수순 밟아야
‘행동 대 행동’은 ‘신뢰 대 신뢰’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 미국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이 방북하면서, 비핵화의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출처=KBS 뉴스 캡처>

 

여태까지 북한은 미국과 대화하자고 구걸하다시피 매달려왔다. 그렇게 해서 어려운 경제사정을 돌파하고, 미국으로부터 전쟁위협을 벗어나려고 했다. 세계 경찰국가를 자임하는 미국이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북한의 대화 제의를 거부해왔던 것 또한 우리는 잘 알고 있고, 그래서 강경한 미국에 대해 불만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한반도 상공에서 전운이 감돌아선 안된다는 절박한 호소들도 있었다.

 

北의 미온적 태도


그런데 다행히도 사업가 출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한때 긴장과 대결의 소동이 있었지만, 전격적으로 대화가 추진되고, 마침내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그리고 CVID(북핵 해결의 원칙으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또는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 대신 ‘완전한 비핵화‘라는 추상적 수사(修辭)로 북한 핵을 해결하기로 두 정상이 서명했다.


그런데 지금 북한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려는 버팅김이 있어보인다. 김 위원장이 중국을 세 차례 방문하면서 이같은 태도는 노골화한 것 같다. 비핵화하기로 했다면 신뢰감 있게 착실히 그 수순을 밟아나가면 되는 것인데, 누구를 만난 뒤 암수(暗數)를 부리는 것으로 비치니 답답하다.


이는 대한민국과의 신의를 저버리고, 미국을 조롱하는 셈이 된다. 그렇다고 미국이 물러터지게 북의 처신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천만의 말씀이다. 그래서 오판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미국은 근본적으로 전쟁불사 국가다. 최첨단 전쟁무기로 세계경영을 하는 나라다. 그것은 북한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국내 사정을 보자. 북한을 그토록 저주하고 증오하던 세력이 “그것 봐라” 하고 전면에 나설 것은 자명하다. 북한 붕괴론과 흡수통일, 심지어 김정은 참수론을 부추기는 호전주의자들의 세상이 오는 것이다. 북한과 협상을 통해 평화를 만들자는 대화파는 설 자리가 없게 된다. 북한은 변하지 않는데, 무슨 헛 수작이냐고, 숨죽였던 세력들이 들고 일어나면 대책이 없다. 적대의식은 자칫 민족공멸을 불러오는 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 남북한은 그런 폭발성을 언제나 내재해왔던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은 바람앞의 촛불처럼 남북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군비경쟁을 하면 누가 이길까. 참으로 어리석은 질문이다. 사회경제적 비용은 상상을 초월하고, 피폐한 삶은 끝이 없을 것이다. 그것은 지금까지 경험했듯이 지긋지긋하고 괴로운 일이다.


지난 7월1일 판문점 북미 접촉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메시지, 또는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메시지가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약속 이행을 하지 않는 북한에 대해 강경 메시지가 전달되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북 초강경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비핵화 프로그램을 1년이라는 시한을 주면서 압박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북한은 조선신보 보도를 통해 기존의 행동 대 행동을 내세우고 있지만, 어떤 행동 대 행동이라야 하는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버팅기며 떠보는 태도는 불신만 가져온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방북했다. ‘행동 대 행동’은 ‘신뢰 대 신뢰’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신뢰하지 않고는 어떤 선한 행동이라도 진실을 담을 수 없다. 따라서 북한은 불확실한 침묵을 거두고 자신들의 과제물을 내놓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것을 당부한다. 그렇게 해서 조율해나가면 된다. 외교란 利害와 갈등의 현안들을 합의해가는 과정 아닌가.


조선신보는 6월29일자에서 “조선(북한)이 세계최대의 핵보유국인 미국과 동시행동을 취하며 조선반도 비핵화를 추진해 나갈 때, 그것은 세계적인 파급력을 가진다”고 보도했다. 이는 비핵화 과정에서 제재완화 등 미국 측 보상 조치가 있어야 함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북한은 일방적 핵 폐기 요구는 통하지 않으며, 북미관계의 근본적 개선이 관건이라고 했다. 북미관계 정상화 및 체제안전보장 조치가 수반돼야 비핵화 조치에 나설 수 있음을 말하는 것이리라. 비핵화를 위한 미국의 행동을 보여달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신뢰의 그림


그러나 한미가 8월로 예정됐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 중단 등 여러 선제 조치들을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6개월마다 한번씩 폭탄을 투하하는 어리석은 일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행동 대 행동의 단계를 시행한 셈이다. 이보다 확실한 행동조치는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북한은 미군 유해 송환과 북한 미사일 실험장 폐기, 핵시설 가동중단 등 이행조치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기왕에 할 일이라면 불필요한 오해를 사면서 분란을 일으키기보다 비핵화 계획들을 도면에 올려놓고 하나씩 신뢰의 그림을 그려나가기를 바란다.

 

khlee054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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