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의 용돈은 나랏돈? ‘특수활동비’

박근혜-최경환도 감옥보냈는데…의원님들은 ‘내로남불’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07/10 [09:29]

국회의원들의 용돈은 나랏돈? ‘특수활동비’

박근혜-최경환도 감옥보냈는데…의원님들은 ‘내로남불’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07/10 [09:29]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전방위적인 국정농단으로서, 대통령이 헌정사상 초유의 탄핵을 당할 만큼 심각한 사안이었다. 그 중 핵심적인 범죄행위로서 국가 권력을 이용해 나랏돈을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서, 이는 박근혜 정부 관계자들이 줄줄이 법의 심판을 받으며 그 죄의 심각성이 인정되고 있다. 이들은 다양한 ‘나랏돈 빼먹기’ 기술을 사용했고,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특수활동비’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물론 ‘친박 실세’로 불리던 최경환 의원까지 이 돈에 관계되면서 법의 심판대에 선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박근혜 정부의 전방위적 비리 실태를 인지하고 ‘파면’이라는 초강수를 뒀던 국회도 ‘나랏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바로 국회의원들이 사용하는 ‘국회 특수활동비’ 때문이다.


11~13년까지 298명이 특활비 수령…‘제2의 월급’ 지급돼
어떤 명목으로 누구에 갔는지 전혀 알 수 없는 깜깜이 돈
홍준표로 불거졌던 논란…아내에게 생활비로 줬다고 발언
권력기관 특활비 문제 비판했던 국회…내가하면 로맨스?

 

▲ 사용내역이 투명하지 않은 ‘깜깜이 나랏돈’ 국회 특수활동비가 고발됐다. <사진출처=참여연대> 

 

국회가 영수증 증빙 없이 자유롭게 사용해온 특수활동비(특활비) 상세 내역이 사상 처음 드러났다. 참여연대는 국회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사용한 특활비 총 240억원(연 80억원)의 상세 내역을 입수해 공개한 것이다.


정보·사건 수사 등 기밀 유지가 필요한 활동에 사용돼야 할 특활비가 국회의원들의 해외출장 경비, 교섭단체 정책지원비와 활동비, 상임위 활동비 등의 명목으로 사용된 사실이 확인됐다. 특활비에 덧씌워졌던 ‘국회의원 쌈짓돈’이라는 오명이 사실로 드러나 버렸다.

 

깜깜이 사용처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지난 7월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출장비와 의전비, 각종 진행 경비 등 이해하기 어려운 쓰임새를 들어 제2의 월급처럼 특활비를 받아갔다”고 밝혔다.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활동에 드는 경비로, 국가 기밀을 요하는 업무, 혹은 정보 수사가 필요할 때 건당 현금으로 지급된다. 영수증을 첨부해 어디에 썼는지 밝히지 않아도 되는 예산으로 사용처를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아 왔다.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간 국회 특활비로 지급된 돈은 약 240억원이다. 특활비를 가장 많이 받아간 수령인은 ‘농협은행(급여성 경비)’로 3년간 59억원에 달한다.


‘농협은행’에 지급되는 특활비가 국회의 전체 특활비의 4분의 1을 차지하지만 해당 통장에서 누가 인출해서 어떤 명목으로 지출되는지는 전혀 알 수 없다. 당연히 국회 특활비가 의원들의 ‘깜깜이 쌈짓돈’이라는 비난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이 통장에 입금된 후 (특활비가) 어디에 꽂혀 들어갔는지는 1차 수령인 이후 영수증 증빙이 없기 때문에 알 수 없다”며 “갖가지 명목으로 의원들이 나눠 가졌다는 소문이 있어 그렇게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의전비와 행사비도 많았다. 19대 국회 개원식에는 특활비 300만원이 쓰였고, 국회의장이 국제회의 참석차 공항에 나갈 경우 환송행사 등의 이름으로 150만원이 지출됐다. 그러나 해당 돈이 환송행사 어디에 쓰였는지, 개원식 과정에서 무슨 명목으로 쓰였는지는 알 수 없다.


이와 함께 국회의장이 해외 순방에 나갈 때마다 수천만원의 특활비를 지급받은 것이 확인됐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5차례에 걸쳐 28만9000달러(약 3억2307만원)를, 강창희 전 국회의장은 6차례에 걸쳐 25만8000만달러(약 2억8841만원)를 받았다.


참여연대 관게자는 “2017년 기준 매 연도별로 일반 예상항목에 외교지원비가 들어 있어 교통편과 의식주는 공식 경비로 처리된다”며 “이밖의 돈을 들고 나가서 다른 일을 했다는 것인데 이를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섭단체대표, 상임위원장, 특별위원장들은 특활비를 매월 제2의 월급처럼 수령해갔다. 특수활동 수행, 위원회 활동 여부와 관계 없이 교섭단체대표들은 매월 6000여만원, 상임위원장이나 특별위원장은 매월 600만원씩을 지급받았다.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다른 상임위와 달리 매월 1000만원을 따로 받아 간사, 위원, 수석전문위원에게 지급했다. 상설특별위원회인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특위)와 윤리특별위원회(윤리특위)에도 매월 600만원이 배정됐다.


참여연대는 “예결특위는 예결산 심의가 진행되는 시기에 활동이 집중되고, 윤리특위는 회의조차 열지 않는 위원회임을 감안할 때 일상적으로 매월 활동비가 왜 필요한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회는 의원연구단체와 관련한 특수활동비를 매년 5억여원 책정해 연구단체들에 특활비를 차등 지급해왔다. 기밀성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특활비의 본래 취지와는 전혀 맞지 않는 지급 내역이다.


2011년에는 우수 국회의원 연구단체 시상금으로 9500만원이 지급됐으며 특정 국회의원연구단체는 외국전문가를 초청한다는 명목으로 72만원을 특활비로 타가기도 했다.


의원들뿐 아니라 국회의 일반공무원들도 특활비를 사용하고 있다. 2013년 국회운영조정지원 명목으로 2000만원이 빠져나갔고 의정활동지원이란 이름으로 500만원이 쓰이기도 했다. 이 같은 금액은 해당 월뿐만 아니라 비정기적으로 수개월간 계속 쓰였다.


참여연대는 “2011~2013년 지출내역을 검토한 결과, 국회는 특활비를 취지에 맞지 않게 사용해온 것이 확인됐다”며 “어떤 관리도 통제도 없이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관행은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김상문 기자>

 

제도개선 ‘요원’


이같은 국회 특수활동비가 이런 비판을 받아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영수증을 증빙하지 않아도 돼 어디에 사용됐는지 알 길 없는 특활비 문제에 여론이 눈을 부릅뜨기 시작한 것은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이후다.


당시 야당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은 권력기관의 특활비가 불법적 정치활동에 악용되고 있다며 삭감을 요구했다. 실제 2013년 11월 국회 정보위 국감에서는 국정원이 심리전단 소속 여직원의 댓글 작업에 동원된 사람들에게 특활비로 돈을 지급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러던 중 2015년 5월 ‘성완종 리스트’ 수사를 받던 홍준표 당시 경남지사의 발언이 논란에 불씨를 댕겼다. 홍 전 지사는 2011년 한나라당 당대표 경선 기탁금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자 아내의 비자금으로 기탁금 냈다며 비자금 출처로 특활비를 꼽았다. 2008년 여당 원내대표이자 국회운영위원장이었던 시절 받은 국회대책비(특활비) 월 4000만∼5000만 원 중 일부를 생활비로 줬고, 아내가 이를 비자금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국민 혈세로 마련한 공금을 생활비로 썼다는 이 발언은 파문을 일으켰다. 홍 전 지사는 이후 ‘특활비 유용’ 논란이 일자 페이스북을 통해 “운영위원장으로 급여 성격의 직책수당이 나오는데 그중 일부를 생활비 조로 준 것”이라고 했지만, 비판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 입법 로비 의혹으로 재판을 받던 신계륜 새정치민주연합 전 의원도 특활비를 자녀의 유학자금으로 썼다고 말하면서 비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야는 제도개선을 약속했다. 당시 집권당이었던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는 특활비를 카드로 쓰도록 제한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도 2011∼2013년 국회 특활비 내역을 공개하라며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그러나 국회 사무처는 공개를 거부했고, 3년간 법정 다툼을 거친 끝에야 내역이 공개됐다. 참여연대는 “특활비가 취지에 맞지 않게 제2의 월급처럼 정기적으로 지급됐다”며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2014년 이후의 내역도 즉각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2015년부터 개선책을 마련하겠다던 국회는 아직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국회사무처는 지난 5월9일 참여연대가 추가로 제기한 2014년부터 2018넌 4월30일까지 특수활동비 내역 정보공개청구를 비공개 결정한 상태다.


참여연대는 “국회는 2014년 이후 자료에 18대, 19대 현직 의원들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특활비 내역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자진해서 공개해야 하는 이유”라며 “그동안 (특활비를) 어떻게 집행해 왔는지 감사원이 나서서 제대로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로남불 태도


이처럼 국회가 특수활동비의 실체가 드러난 가운데서도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행태를 보이고 있다. 과거 권력기관 특활비 논란 당시 맹공격하던 기세는 온데간데없고 국회 특활비 논란엔 투명성 강화 수준의 제도 개선책을 주장하는 것이다.


정치권은 과거 정권의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 특수활동비 문제가 논란으로 불거졌을 당시 권력기관에 대한 특활비 내역 공개와 예산 삭감 등을 주장하며 강력 비판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국정원 특활비 범위를 제한하고 증빙자료를 제시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여기엔 국회의원 91명이 서명했다.


그러나 국회 특활비엔 사실상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와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국회 특활비를 폐지하는 법안을 제출했으나 국회의원들의 외면으로 상정조차 되지 못한 실정이다.


그러는 와중에 특활비 폐지를 당론으로 주장해온 정의당은 자발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노회찬 원내대표는 지난 4월부터 석 달간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교섭단체 대표로서 수령한 특활비를 전액 사무처에 불용액으로 반납했다. 그는 “국회의 예산집행 구조상 수령거부 자체가 불가능하기에 국회 특수활동비가 폐지될 때까지 앞으로도 매달 반납하겠다”고 했다.


반면 거대 양당은 이같은 주장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특활비가 전혀 필요 없다고 할 수는 없고 국회 운영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 “가능하면 다 공개하는 것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도록 제도 개선을 하겠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겸 권한대행은 “특활비는 국회 차원을 뛰어넘어 대한민국 모든 기관의 특활비가 국민 정서에 맞게 지출·운영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가능하면 정기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원칙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특활비 문제가 투명성 강화 수준으로 해소될지는 의문이다. 이에대해 국회의 한 관계자는 “과연 공개된 특활비를 저 액수만큼 썼는지는 영원히 밝히기 어려울 것”이라며 “특활비 액수 책정 단계부터 문제인데, 국회의장실만 해도 국회의장의 ‘심복’ 1명만 알고 있는 수준이다”이라고 말했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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