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새로운 총수, 구광모 회장의 과제

젊은 회장의 승부수…“LG 新성장동력 만든다”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07/11 [09:37]

LG그룹 새로운 총수, 구광모 회장의 과제

젊은 회장의 승부수…“LG 新성장동력 만든다”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07/11 [09:37]

LG 그룹이 세간의 예상을 깨고 구광모 씨를 바로 회장자리로 앉히면서, 그에게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다. 중국의 ‘저가 디스플레이’ 공세와 ‘스마트폰 사업 부진’을 이겨낼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하는 당면과제가 생긴 것이다. 재계에서는 젊지만 다양한 경험을 한 구광모 회장에 대한 ‘기대와 우려’ 속의 ‘New LG’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예상깨고 속전속결로 그룹 지주회사 회장 임명된 구광모
삼촌 구본준 부회장 물러나며 배려…‘6인 CEO’가 보좌해
현장부터 전략부문, 해외 사업장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험
디스플레이와 부진한 스마트폰 사업 등 시급한 과제 산적

 

▲ 구광모 LG그룹 신임 회장. <사진제공=LG그룹>

 

고 구본무 회장 아들 구광모(40)가 두 차례의 ‘예상 밖’ 결정을 거쳐 LG그룹 지주회사인 ㈜LG 대표이사 회장이 됐다. 구 회장은 당분간 외부에 나서지 않고 회장 선임과 함께 과제로 주어진 경영 구상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선 구 신임 회장의 ‘진짜 과제’는 본인의 경영철학을 제시하는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파격적인 결정


LG전자 상무였던 구광모 회장은 아버지 구본무 회장이 별세한 지 40일 만에 속전속결로 그룹 지주회사 대표이사 회장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LG이사회는 두 차례에 걸쳐 예상 밖 결정을 했다.


첫번째는 지난 5월 말 구본무 회장의 건강이 악화한 상태에서 열린 이사회에서다. 이사회는 구광모 회장을 지주사 등기이사로 추천하기로 했다. 여기까지는 예상됐던 일이다. 파격은 구본준 부회장의 거취와 관련해서 나왔다.


당시 재계에서는 구 부회장이 와병 중인 형과 조카를 대신해 당분간 그룹 경영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으나 LG의 속내는 달랐다. 구 부회장이 조카를 위해 바로 퇴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 LG임원은 “시간을 끌수록 경영권 승계에 뒷말이 나오고 복잡해진다. 우리는 처음부터 구광모 체제로 확실하게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두번째 예상 밖 결정은 지난 6월 말 열린 이사회에서다. 당시 재계에서는 구광모 상무가 지주사 사장이나 부회장 정도의 직위를 달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적어 ‘LG호’ 전체를 이끌기에는 이르다는 예상이었다.


그러나 LG 이사회는 그를 곧바로 회장으로 선임했다. LG가 경영권 승계에 있어 연이어 과감한 결단을 준비했지만, 재계와 언론이 이를 쫓아가지 못했다.


LG가 예상과 달리 구광모 회장 승계를 빠르고 확실하게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지주사를 기반으로 한 전문경영인 체제가 안착돼 있었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LG는 2003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 현재 전자·통신·화학·생활건강 등 각 사업군에서 6명의 부회장급 전문경영인이 책임 경영을 하고 있다. 구본준 부회장이든, 조카 구광모 회장이든, 누가 와도 기본적인 경영 체제는 크게 흔들리지 않는 상황이다.


실제로 향후 그룹 경영은 구 회장을 중심으로 하현회 ㈜LG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등 6명의 전문경영인 부회장단이 보좌한다.

 

▲ 구광모 회장의 삼촌인 구본준 부회장은 올해 이후 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히며, 조카의 경영 부담감을 줄여줬다. <사진제공=LG그룹>

 

6인의 보좌체제


이처럼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성공적인 총수 자리매김을 위해서는 취임 초반 각 전문경영인들의 꼼꼼한 보좌가 필수다. 고 구본무 회장의 와병 중 그룹 경영을 총괄했던 구본준 부회장과 지주회사 ㈜LG에서 구 회장과 복수 대표이사를 맡게 된 하현회 부회장 등 전문경영인 6인의 행보가 향후 ‘구광모 시대’의 중요한 나침반 역할을 할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일단 구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밝힌 것부터 신임 회장에 대한 배려이자 또 다른 의미의 보좌인 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구 부회장은 구 회장의 삼촌이다.


구 부회장은 지난 6월29일 이사회 직후 조카 총수의 경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그룹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고 올 연말 인사에서 공식 퇴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LG 역사에서는 장자가 총수 자리를 승계할 때 새 총수의 삼촌은 물론 동업 관계에 있던 허씨 가문도 물러선 바 있다.


구 부회장으로서는 향후 계열분리할 때 LG의 경영에도 걸림돌이 되지 않는 동시에 본인이 성장시킬 수 있는 회사를 골라야 하는 어려운 숙제가 남았다. LG의 한 관계자는 “LG상사·LG디스플레이 등 지금 거론되는 회사들은 모두 나름의 근거를 가진 ‘시나리오’에 불과하기 때문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어떤 회사를 독립시킬 지는 미지수이지만, 일단 구 부회장으로서는 구 회장의 총수 등극과 함께 경영 일선 퇴진을 결정한 게 시작인 셈이다.


향후 ㈜LG의 대표이사 자리를 함께하는 하 부회장의 역할도 보다 중요해졌다. 하 부회장은 올 상반기 사업보고회를 주재했다. 또한 구 회장이 회장 선임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선대 회장 때부터 구축한 선진화된 지주회사 지배구조를 이어가면서 계열사들은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 경영 체제를 유지한다”며 지주회사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에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각 부회장들이 경영 전반을 보좌해야 한다.


LG그룹 부회장단은 하 부회장을 비롯해 박진수 LG화학 부회장·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조성진 LG전자 부회장으로 구성됐다. 이 전문경영인 대표이사들이 실적을 올리고, 구 회장이 새 청사진을 구축하는데 힘을 실어줘야 한다.


조 부회장은 자동차 전장부품·인공지능 로봇 등의 분야를 신성장동력으로 키워내야 하며, 한 부회장은 차세대 기술인 올레드패널 중심으로 대대적인 체질전환을 이뤄야 한다.


권 부회장은 올해 5G·AI 등 미래 산업의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한 만큼 관련 성과를 내야 한다.


다만 구 회장이 취임하면서 대대적인 CEO 교체도 예상되고 있다. LG 계열사 한 관계자는 “LG는 경쟁사대비 CEO들의 평균 나이가 높은 편”이라면서 “CEO들의 연령대가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 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나이만을 기준으로 LG의 장점인 전문경영인 역량을 잃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도 있다”고 말했다.

 

젊지만 경험풍부


이처럼 세간의 예상을 깨고 바로 총수 자리에오른 구광모 LG 회장은 1978년생으로 미국 로체스터 인스티튜트 공과대학을 졸업했다. 만 40세로 젊지만 현장부터 전략부문, 해외 사업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충분한 경영 훈련 과정을 거치는 LG 인사원칙과 전통에 따른 것이다.


LG에는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에 대리로 입사했다. 이후 LG전자 미국 뉴저지 법인,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 선행상품기획팀, 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A)사업본부 창원사업장과 ㈜LG 경영전략팀 등을 거치며 제조, 판매, 기획, 국내외 및 지방 현장 경험을 쌓았다.


2015년 ㈜LG 상무로 승진했고 LG 주력 및 미래사업을 탄탄히 하고 지속 성장에 필요한 기술과 시장 변화에 주목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획했다.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한 시너지 제고도 지원했다. 올해는 LG전자 성장사업 중 한 축인 B2B사업본부 ID사업부장을 맡았었다.


구 회장이 일하는 방식이나 스타일은 고객과 시장 등 사업 본질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선제적으로 시장을 만들고 앞서가기 위한 전략을 고민하는 데 힘을 쏟으며 실행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함께 일하는 동료와 야구 관람을 같이 즐기는 등 소탈하게 지냈다. 일에 있어서는 실행을 강조하는 스타일이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실용주의적 사고를 지녔다는 평이다. 평소 직원들과 격의 없이 토론하고 결정된 사항은 빠르게 실행에 옮길 것을 강조하며, 내부 기반 연구개발과 함께 외부와 협업과 협력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알려졌다.


선대 구본무 회장으로부터는 평소 겸손, 배려, 원칙에 대해 자주 가르침을 받았다. 많이 만나고 잘 듣고, 인재들이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면서 “엘리베이터에서 아는 직원을 만나면 항상 먼저 인사해라. 모두의 하루를 기분 좋게 할 수 있다”는 당부를 듣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의를 중요시한 선대 회장이 고객과 임직원 등 안팎의 인사들을 진정성 있게 대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가르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 LG그룹은 최근 오스트리아 자동차 부품업체 ZKW를 인수하면서 ‘전장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ZKW>

 

젊은 회장의 과제


만 40세의 젊은 회장이 취임함에 따라 재계 4위, 자산 123조원, 매출 160조원의 LG그룹이 어떻게 달라질지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올해 71주년을 맞은 LG의 수장에 오른 구 회장 앞엔 ‘100년 기업으로의 도약’이라는 도전과 혁신 없인 달성이 불가능한 어려운 숙제가 놓여있기 때문이다. LG그룹에 따르면, 구 회장은 한동안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고 그룹 내 현안을 파악하면서 LG가 나갈 방향을 구상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LG 관계자는 “구 회장은 지주회사 경영자로서 미래준비, 인재투자, 정도경영에 중점을 두고 역할을 해나갈 계획”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LG의 사업에 대해 전문경영인들과 함께 고민하며, 주요 경영진을 발굴·육성하고 지원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단 LG 특유의 보수적인 경영스타일이 젊은 회장으로 인해 바뀔지 관심이 쏠린다. 실제로 LG는 총수가 바뀔 때 마다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었던 것처럼 구광모 회장 시대에도 ‘젊은 총수’에 걸맞은 변화와 혁신이 예고된 셈이다.


LG는 ‘장자 승계’ 전통에서 볼 수 있듯 보수적 조직 문화를 가진 대표적 기업이다. 지난 2000년대 초반 국내 대기업으로는 최초로 지주사 전환을 단행하는 등 선도적 면모를 보이기는 했지만 인수합병(M&A)과 지분 투자 등 리스크가 수반되는 경영 방식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이었다.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9조원),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지분 투자(4조원)와 같은 대규모 M&A 사례가 LG에 없었던 배경이다. 그나마 최근 오스트리아 전장 업체 ZKW를 1조3000억원에 인수한 게 유일하다.


하지만 구 회장 시대에 들어서 이러한 기조가 크게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단 글로벌 상황이 LG를 가만히 있게 두지 않는다. 인공지능(AI) 플랫폼 등 외부 협력 없이 내부 연구개발(R&D)과 마케팅 전략만으로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추세로 산업 지형이 바뀌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각자 경쟁력을 무기로 합종연횡하며 협력 전선을 확대하는 이유다.


여기에 실리콘밸리 내 스타트업에서 직접 경험을 쌓을 만큼 최신 IT 트렌드에 관심이 많은 구 회장의 성향도 적극적인 외부 협력 가능성을 높인다. LG 관계자는 “구 회장은 내부 기반의 R&D 역량과 함께 외부와의 협력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젊은 회장의 과제


이와 더불어 단위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속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업별 기회와 위협 요인을 파악하고 기존 사업계획과 중장기 전략에 대한 유효성 체크 등 큰 틀에서의 점검이 더욱 시급하다.


회장직에 오른 만큼 이제부터 LG그룹 계열사의 모든 공과는 결국 구 회장의 몫이 되는 셈이다. 구 회장 본인도 지난 6월29일 이사회에서 “책임이 무겁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 패널업체들의 물량공세에 위기를 맞은 LG디스플레이와 부진의 늪에서 빠진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등 해결이 시급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재계 관계자는 “수평적 의사결정과 소통이 중요한 시대가 도래됐지만, 주변의 입김이 배제된 외롭고 고독한 결정을 해야하는 리더의 역할은 바뀌지 않는다”면서 “결정이 길어지면 내부 분열과 갈등이 야기된다. 이는 12년간 철저한 경영수업을 받아온 구 회장이 누구보다 더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중장기적인 사업재편 가능성도 관심이다. 그간 LG의 장자승계 관례와 그 후속조치를 감안해 볼때 과거 LIG그룹, LS그룹, 희성그룹처럼 구본준 부회장이 일부 계열사를 분리를 통해 독립경영에 나설 것이란 관측에서다. 아직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구 부회장이 어떤 사업부문과 계열사를 떼어 가느냐에 따라 기존 전자, 화학, 통신 등 LG그룹의 3대 사업 축에 대한 재편이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이와 관련 LG에 사정이 밝은 한 관계자는 “구 부회장이 핵심 상장 계열사를 떼어가 분리독립하기에는 자금력이 부족해 쉽지 않고 LG의 전통에도 배치된다”면서 “LG상사, LG CNS 등 비주력 계열사 몇 곳을 떼내 계열 분리를 하는 수준이거나 독립경영을 택하지 않고 주요주주로 남아 그룹 지배구조 안정화에 도움을 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구광모 회장이 바라보는 ‘LG의 미래먹거리’는 무엇일까? 업계에선 구광모 회장이 전장·로봇사업을 중심으로 한 4차산업 혁명 역량 강화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하현회 LG그룹 부회장은 지난 6월29일 구광모 전 상무를 LG그룹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임시주주총회에서 “LG전자가 전장사업을 위해 ZKW를 인수하는 등 4차 산업혁명 선제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사업 구조 고도화 달성하기 위해 사내이사를 신규 선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LG는 올해 자동차용 헤드라이트 및 조명 업체인 ZKW를 LG그룹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약 1조3000억원에 인수했다. 또 교육용 로봇 분야 전문업체 ‘로보티즈’ 지분(10.12%) 취득한데 이어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아크릴’ 유상증자 참여, 국내 산업용 로봇제조업체인 로보스타 지분 투자, 미국 로봇개발업체 ‘보사노바 로보틱스’에 300만달러를 투자하는 등 등 로봇 사업에도 투자를 지속했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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