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종식으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 통일 발판으로 삼아야한다”

황흥룡 통일교육진흥연구원 원장 | 기사입력 2018/07/12 [09:36]

냉전종식으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 통일 발판으로 삼아야한다”

황흥룡 통일교육진흥연구원 원장 | 입력 : 2018/07/12 [09:36]

70년 적대관계였던 북미정상이 만났다. 그 자체가 의미 있다. 당시, 싱가포르의 ‘스트레이트 타임스’가 신문 1면 헤드라인을 ‘평화를 향한 긴 여정에서의 첫 출발(First step on long road to peace)’이라고 했다. 가장 잘 뽑은 헤드라인 같다. 그 이전의 합의들, 예를 들어 9·19공동성명이라든지 북미 공동 코뮈니케에 비해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때는 매우 구체적인 합의를 만들었지만, 오히려 이행이 안 됐다. 차라리 지금처럼 큰 그림을 합의하고 단계별로 이행 로드맵을 만든 뒤 이를 실천해나가는 방식이 낫다고 본다. 과거 실패했던 방식을 다시 반복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시작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적대관계 해소를 또 하나의 만능의 보검으로 활용해야
동포애 발휘하려는 마음으로 민간 나서야 통일 가까워

 

▲ 북미정상회담 이후 양국관계가 급진전 하고 있다. <사진출처=조선중앙통신>

 

지난해 7월 베를린 구상을 보면 지금의 그림이 초안적인 형태로 담겨 있다. 그때만해도 상당히 앞선 얘기였지만 평화 우선의 한반도 정책 기조를 유지하며 전쟁 반대론을 펴왔다.

 

북미 적대관계 청산


이러한 문재인 이니셔티브가 문재인 프로세스로 발전했고,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문재인·김정은 프로세스로, 6·12 센토사 성명 통해 문재인·김정은·트럼프 프로세스로 큰 그림이 완성됐다. 어느 한 사람의 이니셔티브나 프로세스가 아니라 꾸준히 진행되면서 발전해나가는 모습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미국과 북한의 핵능력을 비교했을 때 군축이 말이 되나. 사실 북한도 군축이라는 말을 적극적으로 내세우지는 않는 것 같다. 균형이 맞아야 상호 감축이 되는데 북한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자기들 수준이 그게 아닐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트럼프 대통령이나 미국 정부가 지난 30년간 북핵 문제를 끌고 왔다는 것은, 북핵 문제가 적어도 미국 입장에서는 통제 가능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들에게 위협이 안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위협론을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끌고 온 측면도 있다.


그런데 북한이 대화에 응하지 않으면서 북핵이 ‘통제 가능한 위협’에서 ‘통제 불가능한 위협’으로 바뀌었고, 이 때문에 북한을 결국 정상국가로 인정하고 대등한 자격으로 회담을 한 것이다. 어쩌면 김정은이 처음부터 그것을 노렸는지도 모른다. 핵을 보유한 나라들은 비밀리에 실험을 한다. 그 공정을 절대 보여주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핵실험을 한 번도 안 했는데 핵능력 국가로 인정받지 않나. 북한은 모든 과정을 다 공개했다. 어차피 이것(핵)으로 미국과 상대해 싸울 수 없다고 생각하고 적대관계 해소를 위한 수단으로 쓰려고 했을 것 같다.


그리고 그게 의도한 대로 된 것이다. 북미 적대관계 청산이라는 중심고리를 트럼프 대통령이 풀어준 것으로 보인다. 이제 북한은 적대관계 해소를 또 하나의 만능의 보검으로 활용해 모든 것을 풀어나갈 수 있다.

 

통일논의 급진전


이처럼 북미관계가 급진전되면서, 요즈음 통일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오랜 기간 미루어 왔던 민족적 과제를 수행한다는 사명감과 함께 모두들 열정이 대단하다. 그러나 통일에 대한 신중론이 커다란 무게를 갖고 등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던 간에 통일의 문제는 우리의 당면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북한 체제가 이 상태로는 더 이상 유지되기가 어려운 상태가 되고 있기 때문에 통일 문제는 우리나라가 앞으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과제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북한이 급격한 자본주의화의 길을 걸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앞으로 북한에서 김정은 체제가 그대로 유지되든 혹은 다른 정치세력이 정권을 잡든 간에 또는 불가피하게 남한에 의한 흡수 통일의 길을 가든 간에 북한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사회주의 경제 체제를 유지하지 않으면 안된다.


구소련과 동독의 사례에서 보듯 생산성이 낮은 사회주의 경제가 자본주의 사회에 전면적으로 노출되면 모든 공장과 시설이 일거에 고철로 변하고 경제가 붕괴될 수밖에 없다.


중국은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개방을 통해 시장경제의 원리를 받아들이고 무한정한 자원과 노동력을 이용하여 해외자본을 유치, 지금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과시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중국과 같은 길을 가야 북한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고 남한의 경제발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사회주의적 생산이 일거에 마비되는 사태가 오면 엄청난 난민이 남한으로 몰리게 되고 한국의 발전된 경제적 기반으로도 이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독일은 5년의 기간 동안 동서독의 경제통합을 실현하려 했으나 이러한 급속한 통합계획이 동독경제를 하루아침에 붕괴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우리는 이러한 과도기를 상당기간 북한의 저임금에 기초한 수출 공업의 발전이 가능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자생적으로 급속한 발전이 이룩되도록 해야 한다.


만일 이러한 길이 옳은 길이라면 정부와 기업의 역할은 자명해진다. 정부는 남북대화를 재개하여 평화공존의 길을 열어가야 한다. 그리고 기업은 이러한 토대위에서 남북간 경제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 북한에 대한 동포애를 발휘하려는 마음을 가져야 통일이 가까워진다. <사진출처=KBS 뉴스 캡처>

 

민간의 인식변화


그러면 이 상황에서 민간이 해야 할 몫은 무엇인가? 현재 통일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법이나 제도가 아니라 국민의 마음이다. 우리 국민이 진정으로 북한동포를 사랑하고 그들에게 동포애를 발휘하려는 마음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가 문제이다.


만일 우리 국민이 북한 동포에 대한 사랑이 넘쳐 있다면 북한주민의 자존심을 짓밟고 북한주민을 남한 국민의 노예와 같은 신분으로 전략시키는 방식의 통일을 원치 않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 쌓여온 높은 불신의 벽도 금방 허물어 질 것이다.


그래서 민간통일운동의 핵심은 동포애 발휘운동이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국민이 북한주민에 대한 동포애가 강하지 않다는 데 있다. 우리 국민이 연변의 조선족을 대하는 태도를 보더라도 이 점을 잘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민간단체가 나서서 북한동포돕기운동에 나서는 일은 현 시기의 통일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남한은 국민소득이 높지만 북한은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한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남한 사람들은 무조건 북한동포를 도와야 한다. 그것도 통일이 될 때까지 아니 통일 후에도 계속해서 북한동포를 돕는 일을 국민운동으로 전개해 나가야 한다.


물론 돕는 운동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우리 국민 사이에 공감대의 확산을 위해서 돕는 물자가 자칫 군수물자로 전용되거나 북한의 특권층에 의해 가로채지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남북대화의 물꼬가 트이고 민간통일운동들이 앞으로도 이러한 역할을 계속 해 주길 바란다.

 

heungyong5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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