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그룹 회장, M&A 광폭행보의 내막

“SK 투자 승부수, 기업가치 수직상승 시켰다”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07/13 [16:32]

최태원 SK 그룹 회장, M&A 광폭행보의 내막

“SK 투자 승부수, 기업가치 수직상승 시켰다”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07/13 [16:32]

최근 몇 년 간 각종 굵직굵직한 투자들이 성공하면서 단숨에 재계 3위까지 점프한 SK그룹의 성장세 중심에 있는 최태원 회장의 ‘M&A 승부수’가 또 다시 통했다. 이번엔 미국 제약회사를 인수하면서 ‘바이오 업계’서 혜성처럼 떠오르는 기업이 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최태원 회장은 지난 2012년 하이닉스 인수를 시작으로 OCI머티리얼즈, LG실트론 등 굵직한 M&A 건을 진두지휘해오면서 그룹 성장의 밑바탕을 깔아왔다. 그렇다면 최태원 회장이 생각하는 SK 그룹의 미래 먹거리는 무엇일까? ‘반도체·바이오·공유경제’로 요약된다.


美 암팩 인수 빅뱅…항암제 등의 원료의약품 생산
뇌전증치료제 FDA 승인 땐 美 연 매출 1조 기대
에너지·화학 넘어 반도체까지…사업다각화 中 공략
새로운 경영 셈법…‘인수합병’ 넘어서 ‘공유경제’로

 

▲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M&A 승부수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제공=SK그룹>

 

SK그룹 지주회사 SK(주)가 미국 바이오·제약 회사 암팩(AMPAC)을 인수한다. 8000억 정도의 비용이 예상되는 이번 인수는 국내 바이오·제약 업계에서 해외 제약 회사 인수·합병(M&A) 규모로 사상 최대다.

 

M&A 광폭행보


지난 2011년 SK텔레콤과 하이닉스반도체의 M&A를 성공시킨 후 연이어 사업에서 대박을 터뜨리면서 탁월한 M&A 감각을 선보인 최태원 회장은 SK의 차세대 동력으로 꼽히는 바이오·제약에서 능력을 다시 한 번 선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SK는 지난해 1조6000억 원과 올해 1조2000억 원 규모의 M&A를 단행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미국 바이오·제약 회사인 엠팩 인수 금액은 약 7000~8000억 원 규모인 것으로 추정된다. 2011년 SK텔레콤이 하이닉스반도체의 지분 인수를 완료했을 당시 인수 금액은 3조3700억 원이었다. 이처럼 최 회장은 매번 투자를 앞두고 ‘통 큰’ 결정을 선보였다.


최태원 회장의 공격적인 투자는 바이오·제약 면에서 두드러졌다. 1993년부터 최 회장은 바이오·제약 사업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갖고 지속적으로 투자를 단행해 왔다. SK(주)의 원료의약품 생산 역사는 1998년 SK(주) 바이오 관련 사업부에서 의약품 생산사업을 개시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2005년 원료의약품 사업에 진출한 SK(주)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당뇨치료제를 처음으로 수주했다. 2011년에는 바이오·제약 사업 부문을 분사해 100% 자회사인 SK바이오팜을 설립했고 2015년 SK바이오팜에서 분사된 원료의약품 생산 사업 부문을 SK바이오텍으로 물적분할했다.


지난해 BMS의 아일랜드 생산시설을 인수한 SK(주)는 이번엔 국내 제약사에서 전례 없는 M&A에 성공하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이로써 SK그룹이 올 2018년 들어 7월까지 투자·인수 합병에 쏟아부은 돈은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재계에서는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3월 김동연 부총리를 만나 3년간 80조원의 투자 계획을 밝힌 만큼 시설 투자뿐만 아니라 M&A 행보도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아메리칸 드림


이처럼 SK그룹이 지난 7월12일 미국 원료의약품 수탁생산·개발업체(CDMO)인 앰팩 인수를 결정하면서 글로벌 바이오·제약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업계에선 SK(주)가 거느린 바이오·제약부문 100% 자회사들의 시너지 효과가 가시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약시장은 연평균 4%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데 비해 상위권 CDMO 기업들은 연 16% 이상 고속 성장하고 있다.


SK그룹은 1993년부터 바이오·제약사업에 도전해 20년 이상의 연구개발(R&D) 경험이 있다. SK(주)의 100% 자회사인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를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 허가를 앞두고 있다. 세노바메이트가 정식 출시되면 미국에서만 연간 1조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에 원료의약품을 공급하는 SK바이오텍도 세노바메이트의 생산 업무를 맡으면 매출이 늘어난다. 여기에 앰팩 인수까지 마무리하면 SK는 아시아, 유럽, 북미 지역에 원료의약품 생산 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앰팩은 미국에서 10위 안에 드는 우량 원료의약품 CDMO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과 20년 넘는 파트너십을 맺고 고도의 기술력과 품질 관리를 요하는 의약품을 생산하고 있다. 블록버스터급(글로벌 연매출 10억달러 이상) 신약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은 제품의 생산 권리도 다수 보유했다. 이 같은 실력을 바탕으로 앰팩은 연평균 15%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앰팩 생산시설은 미국 FDA가 검사관 교육장소로 활용할 정도로 높은 수준의 역량을 갖췄다”며 “미국의 의약품 생산 규제를 충족하는 동시에 제품 안전성과 고객 신뢰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책이 자국 내 소비되는 의약품의 수입을 규제하고 자국 생산을 요구하는 쪽으로 바뀌면서 빠른 대응이 가능해졌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미국에 있는 핵심 고객사들의 요구를 맞추고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신생 제약사들과도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뇌전증 치료제인 세노바메이트가 FDA 승인을 받으면 생산은 SK바이오텍이 맡는다. 미국 정책 기조에 따라 앰팩 생산시설에서도 세노바메이트를 생산할 가능성이 있다.


1998년부터 고부가가치 원료의약품을 생산해온 SK바이오텍은 대전과 세종에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제약회사인 BMS의 아일랜드 스워즈 공장을 인수했다. 현재 한국과 아일랜드에서 생산하는 원료의약품 규모는 연간 40만L다. 여기에 앰팩 생산 규모 60만L를 더하면 연간 100만L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증설을 통해 2020년께 생산 규모를 글로벌 최상위권인 160만L로 늘린다는 것이 SK의 계획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미국, 유럽 소비자들은 의약품을 선택할 때 어디서 생산된 약품인지를 따지는 경향이 있다”며 “현지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으면 소비자에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바이오텍은 당뇨·간염치료제용 원료의약품을 글로벌 제약사에 안정적으로 공급해 업계에서의 신뢰를 쌓았다. 세계 최초로 양산화에 성공한 저온연속반응 기술 덕분에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도 인정받고 있다.


이번 M&A로 최 회장이 공을 들여왔던 바이오·제약 사업 투자가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의 개발, SK바이오텍은 당뇨·간염 치료제에 쓰이는 원료의약품을 대형 글로벌 제약사에 공급해 장기간 신뢰를 구축하고 있다. SK바이오텍이 세계 최초 양산화에 성공한 ‘저온연속반응’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을 인정받고 있다.


업계는 여기에 항암제와 중추신경계·심혈관 치료제 등에 쓰이는 원료의약품을 생산하며 연평균 15% 이상 고성장 중인 엠팩과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SK(주)는 임상 단계부터 상업화 단계까지 원료의약품을 공급하는 글로벌 선두 CDMO 그룹에 조기 진입할 거란 분석이 나온다. 대형제약사들이 의약품 생산을 전문 CDMO에 맡기는 추세기 때문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이번 엠팩 간 시너지로 SK바이오텍이 생산하는 원료의약품 생산 규모가 글로벌 최대 수준인 160만 리터 급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바이오·제약은 회사의 미래 성장동력 중 하나로서, 앰팩의 탁월한 개발 및 생산역량이 글로벌 시장에서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미국 버지니아주에 있는 앰팩 생산시설. SK는 약8000억 원에 앰팩의 지분 100%를 인수하기로 했다. <사진제공=SK그룹>


반도체-차이나 인사이더


이처럼 바이오제약 분야를 ‘제 2의 반도체’로 키우려는 최태원 회장은 최근 SK그룹의 성장을 이끌어온 ‘SK하이닉스’를 활용한 중국진출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세계 강국을 꿈꾸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합작사업을 시작하면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이 또다시 주목받는 것이다.
SK는 최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석유화학과 반도체뿐 아니라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바이오 등 신사업에서도 현지화 전략을 앞세워 중국에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SK하이닉스의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와 중국 우시시 정부 투자회사인 우시산업집단의 이번 파운드리 합작사 설립은 두 가지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하나는 사업 다각화, 다른 하나는 중국 시장 진출 거점 마련이다.


SK하이닉스는 앞서 메모리에 편중한 사업구조를 탈피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2007년 200㎜ CIS와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했고, 지난해 7월에는 파운드리 부문을 분사해 전문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아직 SK하이닉스 전체 매출에서 파운드리를 포함한 비메모리 사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아직 3% 안팎에 머물러 있다.


최근 메모리반도체 시황이 초호황기를 이어가면서 사상 최대 실적 기록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조만간 끝날지 모르는 초호황 이후를 대비해 다음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다음 성장동력을 만들기에 가장 매력 있는 시장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2017년 255억 달러이던 중국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시장은 2021년에는 이보다 2.7배 증가한 686억 달러에 이르는 등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오는 2025년 반도체 자급률 40%를 목표로, 반도체 굴기를 포함한 자국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제조2025’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런 가운데 그룹 차원에서의 후속 성과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다음 주자로는 조만간 중국 전기차 보조금 대상 포함 여부가 나오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합작 사업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SK 배터리 차이나 홀딩스의 법인명을 ‘블루드래곤에너지’로 변경하고 864억원을 출자하는 등 합작 투자를 미리 준비하는 모습이다.


SK그룹의 경우 이노베이션을 비롯해 텔레콤과 네트웍스, E&S, SKC, SK케미칼 등 다수의 계열사가 이미 중국과 사업협력 또는 합작법인을 세워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성공사례 중 하나로 꼽히는 중한석화의 경우 작년 기준으로 최근 4년간 총 1조6000억원을 벌어들인 효자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중한석화는 SK종합화학과 중국 시노펙이 합작해 만들었다.


이 같은 성과는 최 회장의 꾸준한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의 결실로 분석된다. 최 회장은 2006년부터 중국을 내수시장으로 삼고 ‘제2의 SK’를 만들겠다는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을 마련하고 중국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했고, 에너지·석유화학·반도체 분야 등으로 점점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최 회장은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보아오포럼 이사로 활동하면서 중국 내부에서 다양한 정·관계 인맥을 쌓아왔고, 최근에는 SK그룹의 중국 지주회사 격인 SK차이나의 CEO를 현지인으로 선임하는 등 현지화 전략에도 더 힘쓰고 있다.

 

▲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5월26일 중국 상하이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상하이 포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SK그룹>

 

新성장동력 ‘공유경제’


이처럼 그룹의 현재 먹거리인 ‘반도체’와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 산업을 모두 키우려는 최태원 회장이 보는 또 다른 ‘SK의 성장동력’은 무엇일까?


최근 최태원 회장은 ‘공유경제’에 대한 발언을 늘려가며 활성화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태원 회장은 지난 5월 중국 상하이포럼에서 “SK의 유·무형 자산이 SK 만의 것이 아니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며 “보유자산을 소비자와 사회공동체 등과 나눠 공유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최태원 회장은 ‘기업은 경제적가치 외에 사회적가치도 창출해야 한다’는 신념 아래 공유경제와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동남아판 우버’로 불리는 그랩과 SK이노베이션의 공유인프라 전략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2년 설립된 그랩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인 동남아시아 차량공유 시장의 선두주자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중국의 디디추싱과 미국 우버에 이어 점유율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평균 운행건수가 350만건에 달하는 그랩은 공유경제의 핵심기업으로 꼽힌다.


SK는 지난 3월 이사회에서 약 800억원을 투자해 그랩의 지분 매입을 결정했다. 그랩이 추진하는 20억 달러(약 2조15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일본 소프트뱅크와 중국 디디추싱과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한 것.


SK의 그랩 투자는 최태원 회장과 앤서니 탄 그랩 대표의 만남에서부터 시작됐다. 평소 공유경제에 큰 관심이 있던 최 회장은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탄 대표와 O2O 서비스 플랫폼에 대한 미래 비전을 공유했고, 이들의 논의는 SK의 그랩 지분투자로 이어졌다.


그랩의 창립목표는 동남아시아의 낙후된 교통과 금융환경 등을 개선하는 것으로 SK의 경영철학과 부합한다. SK는 최태원 회장의 뜻에 따라 ‘공유인프라를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을 경영이념으로 삼고 있다.


SK는 지분 투자에 그치지 않고 전기차 배터리와 고정밀 차량지도 등 신성장동력으로 점찍은 분야에서도 그랩과의 연계를 모색하고 있다. SK는 소프트뱅크 등과 비교해 보유지분이 적지만, 사업협력 가능성이 높아 그랩 이사회에서 ‘옵서버(비상무이사 자격)’로 참여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분율이 1%에 불과한 기업이 이사회 멤버로 참가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지분이 적은 SK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은 양 사의 운영철학과 사업방향이 비슷해 그랩 측에서 멤버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전했다.


SK 안팎에서는 SK이노베이션을 그룹 내에서 사회적가치를 가장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계열사로 꼽는다. SK 계열사 중 한발 앞서 공유경제 활성화를 위해 공유인프라 프로젝트를 실행 중이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SK에너지의 주유소 3600여 곳을 공유인프라로 제공하고 있다. SK주유소가 보유한 주유기와 세차장, 유휴부지 등 유형자산은 물론 사업구조와 마케팅, 경영관리 역량 등 무형자산을 공유해 경제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다. 아울러 그룹 계열사와 다른 정유업체 등과 네트워크를 결합해 공유인프라를 최대한 확장할 방침이다.


SK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은 전략적 대주주 입장에서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공유경제 활성화도 이 방안 중 하나로 사회적가치 실현을 위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다양한 사업이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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