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폭염에 병드는 ‘야외 노동자’

“‘죽음의 더위’ 에도 먹고 살라면 일 해야지”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07/21 [12:01]

역대급 폭염에 병드는 ‘야외 노동자’

“‘죽음의 더위’ 에도 먹고 살라면 일 해야지”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07/21 [12:01]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서 ‘더위’에 대한 걱겅이 커지고 있다. 올해는 수십년 만에 가장 덥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등 ‘폭염’ 질환자가 폭증하는 것이다. 최근 몇년간 징벌적 전기료 누진세, 블루칼라 노동자 피해, 농축산 농가 피해, 식중독 및 콜레라 발병 등 다양한 문제점들이 사회적 이슈가 된 상황에서 올해는 그보다도 더 덥다는 예보로 인해, 가뜩이나 삶이 팍팍한 서민들의 한 숨은 늘어나고 있다. 이같은 다양한 문제점 때문에 상대적으로 사회적 약자인 ‘야외 노동자’들의 ‘온열 질환’이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라 국가적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직사광선 직면하는 야외 노동자…‘온열 질환’ 급증
연일 최고 기온경신에도 공사기간 맞추려 노동 중
1시간 15분 휴식 권고 알려지지 않은 사업장 다수
노인 많은 농가 비상…가축들도 폭염 폐사 잇따라

 

▲ 폭염으로 인한 건설노동자들의 고충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출처=KBS 뉴스 캡처>

 

지난해 여름 기록적임 폭염이 이어지면서 국내 곳곳에서 ‘더위 폭풍’에 큰 피해를 입었다. 특히 상대적으로 직사광선은 많이 쬐는 건설 근로자, 농부 등 야외 노동자들의 ‘온열 질환’이 급격하게 증가해 상대적인 ‘사회적 약자’에 대한 ‘더위 보호책’ 시급하게 거론된다.

 

지친 건설 노동자


낮 최고기온이 34도까지 오르던 7월 중순 서울의 한 건설 현장, 올 들어 최고 기온을 경신했지만 건설 노동자들은 정해진 공사 기간을 맞추기 위해 뜨거운 더위 속에서도 바쁘게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공사현장 정문에서 차량을 통제하는 인부 역시 뜨거운 햇볕을 피하기 위해 눈 아래까지 마스크를 끌어올렸다. 바로 옆에 시원한 그늘막이 있지만 더위를 피하는 것도 잠시였다. 차량이 드나들 때면 또 다시 정문으로 뛰쳐나가 햇볕을 그대로 받은 채 차량을 맞이했다.


현장에 있는 인부들도 바람이 제대로 통하지 않는 철골 구조물 안에서 작업 중이었다. 뜨거운 햇볕에 살이 타는 것을 피하고 고온에 달궈진 철골에 화상을 입지 않기 위해 대부분 긴 바지에 손목까지 오는 팔 토시를 꼈다. 몇몇 인부들은 더위를 참지 못했는지 웃옷을 벗어 놓고 잠깐 쉬기도 했다. 그들의 머리카락은 땀으로 흥건했다.


건설현장이 폭염과 전쟁 중이다.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가볍게 웃도는 날이 이어지면서 폭염에 직접 노출되는 건설현장 근로자들의 건강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건설 노동자 A씨는 “햇볕에 타니까 긴 옷을 입을 수밖에 없는데 땀이 많이 나서 너무 힘들다”며 “더우면 체력이 많이 떨어져 그늘이 있는 쉼터에서 쉬고 현장에 마련돼 있는 음료수를 가져다 먹는다”고 했다.


또 다른 일용직 노동자 역시 “날씨가 더우면 출근 시간보다 빨리 나와서 일찍 가기도 한다”면서 “아무리 쉬어가면서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너무 햇볕이 뜨거워 일하기가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연일 뜨거운 날씨가 지속되고 있지만 건설현장은 멈출 수 없다. 정해진 공사 기간 내에 공사를 마치지 못하면 금융 이자, 계약 위약금 지불 등 건설사의 손해가 막심하기 때문이다.


건설사는 휴게시간을 보장하고, 쉼터에 음료를 상시 구비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일부 현장에서는 무리하게 일정을 밀어붙이면서 노동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산업재해 처리된 온열질환자는 총 35명으로 그 중 23명인 65.7%가 건설업 종사자다. 지난해 2명이 건설현장에서 온열질환으로 사망하기도 했다.


정부 역시 올해부터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적용해 근로자가 폭염에 직접 노출되는 장소에서 작업 하는 경우 적절히 휴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휴식시간에 직사광선을 피해 쉴 수 있는 그늘진 장소를 제공토록 하는 의무를 사업주에게 강제했다. 또한 정부가 열사병 등 온열질환 예방수칙을 위반하는 사업장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는 등 엄정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7월18일 “폭염과 관련해 열사병 예방 활동 및 홍보를 본격화하고 열사병 발생 사업장 조치 기준 지침을 지방 고용노동관서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고용부 지침은 근로자 온열질환(열사병·열경련·열탈진 등)으로 사망할 경우 근로감독관이 현장조사를 통해 사업주의 열사병 예방수칙 이행 여부를 확인하고, 위법이 발견될 경우 사업주를 사법처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또 사망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은 옥외 작업자에 대한 안전보건 조치 등으로 위험이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모든 관련 작업을 중지하고, 안전보건 전반에 대한 고강도 감독을 하도록 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산업재해자는 최근 3년간(2014~2017년) 35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시간 무더위에 노출되는 근로자들이 온열질환으로 사망하는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진 고용부의 열사병 예방수칙은 깨끗하고 시원한 물 공급과 햇볕을 완전히 가리는 그늘 제공, 기온과 습도 변화에 따른 휴식시간 배정 등이 주요 내용이다.


지난해 12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 개정되면서 이 수칙을 지키지 않은 사업주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건설사들 역시 이러한 개정안에 발맞춰 공사현장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건설 노동자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하고 있다.


SK건설은 기온에 따라 휴게시간을 달리 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33~35도면 작업 50분에 휴게시간 10분, 35~37도면 작업 40분에 휴게시간 20분으로 운영된다. 37도 이상이면 작업을 중단한다.


SK건설 관계자는 “아침부터 35도 이상 머무르진 않기 때문에 현장에서 탄력적으로 운영하며 진행하며 공사기간을 맞추고 있다”며 “영양제를 챙겨주고 아이스크림이나 수박을 같이 먹는 ‘감성 안전 캠페인’도 매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대림산업은 혹서기 용품을 지급하고 휴식을 위해 안전교육장을 개방한다. 직원들에게 햇빛 가리개, 팔토시, 안전모 내피 등을 지급하고 안전교육장에 제빙기, 식염 포도당, 아이스크림, 냉커피 등을 준비해둔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작업장 가까운 곳에 휴식공간을 설치하고 작업 중에 15~20분 간격으로 1컵 정도 시원한 물을 마시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며 “한 여름철 기온이 가장 높은 오후 1~3시에는 가능한 외부작업을 지양하고 있다”고 말했다.


GS건설은 ‘더위보이’를 고용해 직접 현장에 있는 직원들에게 음료수나 얼음을 전달한다. 휴게실, 제빙기를 설치하고 아이스크림을 항시 제공한다. GS건설 관계자는 “혹서기에 직원들이 항상 쾌적한 상태로 일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일부 건설 현장의 경우 여전히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근로자들이 근무에 어려움을 겪는 곳도 있다. 정규직이 아닌 하청 건설일용노동자의 경우는 샤워시설도 없어 땀에 젖은 옷을 입고 장시간 일하거나 마실 물도 수돗물로 제공되기도 한다.


또 타워크레인 기사는 70~100m 상공의 좁은 공간에서 일하다보니 직사광선으로 인해 지상보다 더 높은 고온에서 작업을 하는 등 애로사항이 많다.


산재예방보상정책국 관계자는 “여름철 건설현장 등 옥외 작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시원한 물, 그늘, 적절한 휴식은 최소한의 안전보건관리 조치”라고 강조했다.

 

▲ 지속되는 더위로 인해 가축이 떼죽음을 당하는 등, 농가의 피해도 심각해지고 있다. <사진출처=KBS 뉴스 캡처>

 

농가도 초비상


전국적인 폭염으로 농가의 피해도 심각하다. 노인층이 압도적으로 많은 농가에 경우, 폭염에 취약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농삿일 자체가 대표적인 ‘야외 노동’이기에 피해가 심각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농가가 많은 지자체에서는, 잦은 휴식 권고, 냉방설비가 미흡한 환경의 독거노인들을 위한 쿨매트 지원, 경로당 냉방비 지원 등을 홍보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폭염으로 인한 가축 폐사도 심각하다. 특히 닭, 돼지 등 땀샘이 부족해 열 방출에 약한 가축들의 피해가 심각하다. 업계에선 폭염으로 닭 폐사량이 늘면 공급이 부족해 닭고기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7월1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최근 폭염으로 전날 기준 전국적으로 79만마리의 가축이 폐사했다. 금액으로는 약 42억원이다.


가축폐사 피해는 2013년 212만마리, 2014년 112만마리, 2015년 267만마리다. 기록적인 더위를 나타냈던 2016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629만마리와 726만마리의 가축이 떼죽음을 당했다.


닭, 오리 등 가금류와 돼지의 폭염 피해가 가장 크다. 닭, 오리 등 가금류의 경우 체온이 41도로 높고 깃털로 덮여있으며 땀샘이 발달하지 않아 체온조절이 어렵다.


돼지 역시 생리적으로 땀샘이 발달하지 않아 체내에서 발생한 대사열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능력이 낮다.


닭들이 폭염에 대거 폐사하며 공급 부족이 온다면 소비자들이 식용으로 먹는 육계 값이 크게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이날 kg당 육계(생계) 가격은 1990원으로 불과 일주일 사이에 25%나 급등했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육계 회사들의 공급량 증가에 따라 8년 만에 최저치 시세를 유지했지만 최근 급등으로 평년(최근 5년 평균) 수준까지 올라왔다.


여기에 닭고기 최대 성수기라 할 수 있는 복 시즌(초복, 중복, 말복으로 이어지는 7월~8월초)과 여름 휴가철, 아시안게임 등 스포츠 이벤트 등이 겹치면서 수요 급증이 예상돼 가격 상승의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기록적인 폭염이 찾아왔던 2016년에도 가금류 폐사 영향에 7월 한 달 간 육계 가격이 91%나 폭등했다.


특히 가장 수요가 높을 시기에 닭들이 떼죽음을 당하면서 중·소 육계 회사들이 아예 닭 공급을 하지 못하자 치킨업체들이 재료를 확보하기 위한 소동도 벌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7월에는 치킨뿐만 아니라 삼계탕 수요도 가장 많을 때”라며 “가금류 폐사량이 지금보다 늘어난다면 육계 시세가 가파르게 오를 수 있다”고 봤다.


정부는 폭염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창문 개방 및 선풍기나 팬 등을 이용한 환기, 축사 천장에 물 분무 장치를 가동해 온도와 습도 조절 등을 축산농가에 주문했다.


또 오는 9월 말까지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 주관으로 종합기술지원단을 꾸려 전국 축산농가에 여름철 가축관리 기술지원을 추진하기로 했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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