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선 돈스코이호, 보물선 논란의 내막

150조의 보물선?…‘고물선 사기극’ 인가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07/27 [15:15]

침몰선 돈스코이호, 보물선 논란의 내막

150조의 보물선?…‘고물선 사기극’ 인가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07/27 [15:15]

소문의 ‘150조원 보물선’, 구 러시아 제국의 선박 ‘돈스코이호’ 인양을 둘러싼 각종 논란이 커지고 있다. 보물의 실체가 없는 선박을 마치 ‘보물선’으로 포장해 각종 ‘금융사기’를 기획한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고 과거에도 바다에 가라앉은 선박을 매개체로 각종 투자사기를 벌인 사례는 세계 막론하고 많았다. 이에 신일그룹 측은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했지만, 정부당국마저 ‘금융 사기 정황’을 제기하고 나서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113년 전 침몰했던 ‘돈스코이호’…울릉도 앞바다서 발견돼
“150조 상당 금 실려있다” 주장…논란 커지자 회피성 발언
인양 보증금 확보 걸림돌…문화재청 “금화면 국가서 처리”
조사나선 금감원…‘암호화폐’ ‘제일제강 주가조작’ 사기의혹

 

▲ 신일그룹이 국내외 해양탐사 전문회사에 의뢰해 최초로 촬영했다고 주장하는 드미트리 돈스코이호. <사진제공=신일그룹>

 

경북 울릉도 앞바다에 침몰한 제정 러시아 발트함대 소속 철갑 순양함 ‘드미트리 돈스코이호’는 150조 원 규모의 금괴와 금화를 실은 보물선일까? 보물선이면 100여 년 전부터 논란이 된 인양 소동에 종지부를 찍고 일확천금을 확보할 수 있을까? 아니면 바다에 가라앉은 고철 고물선일까.


국내 한 민간업체의 돈스코이호 발견 소식이 부를 거머쥔다는 데 대한 부러움보다는 오히려 ‘희대의 사기극’ 논란과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업체 측은 ‘매장물 발굴법’에 따라 보물을 발견하면 20%를 국가에 귀속하고, 여기에 더해 일부는 국가에 기부해 큰 도움을 주겠다고 밝히고 있다.


업체는 수백억 원이 넘게 드는 인양과 발굴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투자자를 모집 중이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사기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발굴에 걸림돌이 되는 ‘암초’가 곳곳에 널려 있어 인양에 회의적인 반응도 적지 않다.

 

보물선 인양?


‘돈스코이호’는 러시아 제국 해군의 장갑순양함으로 쓰시마(대마도) 해전에서 패전한 발틱함대 소속의 함선 중 하나였다. 큰 손상을 입은 채 일본 해군의 추격을 받다가 지난 1905년 5월29일 6시 46분에 자침하였다. 함장 이하 생존 승조원들은 울릉도에 상륙 후 다음 날 이들을 붙잡으러 온 일본 해군에게 무저항 항복했다.


돈스코이호는 1981년부터 50조 이상의 보물이 실려있을거라며 인양하겠다는 사람이 있었고 이는 잊을만 하면 터져나왔다. 2000년 동아건설에서 돈스코이호를 발견하겠다고 하다가 상장 폐지 되었다.


한국해양탐사연구소는 지난 1999년 ‘밀레니엄 2000 프로젝트’로 돈스코이호 탐사작업을 시작, 약 4년 간의 탐사 끝에 2003년 5월 20일 울릉도 저동 앞바다 수심 400m 지점에서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 이 때 15cm 함포, 속사포 지지대, 조타기, 전신기, 돛대 지지대, 후갑판 발코니와 선체 측면 등의 촬영에 성공했으며 이들 촬영사진이 기존의 돈스코이호의 설계도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지난 2018년 7월17일. 자본금 1억에 설립한지 50일 밖에 안된 ‘신일그룹’(대표 류상미)에서 해당 선체를 울릉도 앞바다에서 발견해 탐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소유권 등기와 본체인양을 위한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 밝혔다. 신일그룹은 2000년에 보물선 소동을 일으켰다가 상장 폐지된 동아건설 출신들이 만들었다고 하며, ‘최초 발견’, ‘150조 가치’ 주장으로 관련 주식이 상한가를 쳤다.


정부에서 본체 인양을 위해서는 예상 발굴액의 1/10을 보증금으로 내야 한다 하니, 신일 측은 갑자기 돈스코이의 가치가 고철값인 10억원이라며 1억만 내겠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면서 뒤로는 보증금 15조원을 모으기 위해 신일코인이라는 가상 화폐를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해양수산부에 발굴승인 신청을 냈지만 서류 불비를 사유로 보완 요구를 받았다. 게다가 신일 그룹에서 돈스코이호를 탐사했다고 주장하는 사진들 중에 영화 타이타닉의 장면을 갖다 쓴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금융사기 의혹


게다가 신일그룹의 석연치 않은 해명으로 증폭되고 있다. 신일그룹 실체와 돈스코이호 소유권 문제, 인양 계획 등 그간 제기된 의혹에 대해 신일그룹 측의 회피성 발언들로 의혹을 더욱 키웠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후폭풍 역시 지속될 전망이다. 돈스코이호 보물 존재 여부로 촉발된 논란이 주식시장 혼란과 가상화폐 투자사기 의혹으로 옮겨 붙었기 때문이다.


특히 인양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된다는 암호화폐 ‘신일골드코인’은 싱가포르 신일그룹과 이름만 같을 뿐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신일그룹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신일그룹 설립자이자 최대주주인 류상미씨는 싱가포르 신일그룹 회장과 인척관계다.


보물 규모와 존재 여부 역시 쉽게 납득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 그간 신일그룹은 돈스코이호를 ‘150조원 보물선’이라는 홍보하면 투자자를 모집하고, 이제와서 검증 없이 인용해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것과 보물 존재를 파악할 수 없다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을 늘어놨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실체가 불분명한 신일그룹이 금융·사법당국의 칼날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설립된 지 불과 1개월밖에 안 된 신일그룹이 발행한 암호화폐 신일골드코인의 흥행을 위해 보물선 인양을 빌미로 일종의 투자사기를 벌인 게 아닌지, 금융·사법당국이 밝혀내야 할 대목이다.


실제로 신일그룹 실체가 모호하다. 석연치 않은 점도 한 둘이 아니다. 신일그룹은 지난 6월1일 자본금 1억원으로 설립된 신생 법인이다. 류상미씨가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류씨와 김필현·손상대·김해래씨가 주주로 등록돼 있다.


신일그룹 홈페이지에는 “1979년 설립된 신일건업을 모태로 글로벌 건설·해운·바이오·블록체인 그룹”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싱가포르 신일그룹에 인수돼 신일그룹으로 사명이 변경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신일그룹과 신일돈스코이호거래소 등을 제외하고, 계열사라고 소개한 신일건설산업·신일바이오로직스·신일국제거래소·신일골드코인 등은 법인 등록을 하지 않았다.


앞서 신일그룹은 지난 7월17일 돈스코이호를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자 주식시장이 들썩였다. 신일그룹이 제일제강의 최대 주주로 알려지면서 이달 초 1800원에 머물던 주가가 540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후 제일제강이 “신일그룹과 최대주주 관계가 아니며 보물선 사업과는 일체 관계가 없다”고 발표하자 주가는 다시 급락했다. 이 과정에서 시세 차익을 노린 ‘작전세력’의 개입한 것 아니냐 의심을 사고 있다.


실제 제일제강의 최대주주라는 소문 역시 사실과 다르다. 제일제강 인수는 류상미 신일그룹 전 대표와 최용석 씨피에이파트너스케이알 회장이 계약금 18억5000만원만 납부했다. 제일제강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필요한 금액은 185억원이다.


문제는 신일그룹이 돈스코이호 인양자금을 마련한다며 자체 발행한 암호화폐 신일골드코인. 신일그룹은 돈스코이 국제거래소는 자신들과 관련성이 없다고 밝혔지만, 돈스코이호에 실린 보물을 담보로 가상화폐를 판매한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신일그룹은 지난 6월26일 회사명을 신일해양기술주식회사로 바꾸고, 대표이사도 교체했다.


최용석 대표는 논란이 커지자 “의혹이 제기된 바 있는 싱가포르 소재 신일그룹과 신일광채그룹, 신일골드코인 등과는 전혀 다른 법인”이라며 “어떠한 주주권과 관련도 없고, 순순히 돈스코이호의 탐사와 발견 시 인양을 목적으로 설립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신일그룹 실체가 여전히 불분명하고, 보물선 발굴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에게 고수익을 미끼로 ‘암호화폐 투자사기’를 벌인 게 아니냐는 분석이 중론이다.


금융당국은 의혹이 커지자 조사에 착수했다. 금융감독원은 부정 거래와 부당 이득 여부를 조사한 뒤 혐의가 입증되면 검찰에 고발 조치할 예정이다.

 

▲ 침몰 전 돈스코이호 <사진출처=신일그룹 홈페이지 캡쳐>

 

돈이 되는가?


무엇보다 자본금 1억원으로 설립된 신생 법인 신일그룹의 인양 능력과 매장물 추정가도 의문투성이다. 신일그룹은 지난 7월17일 “돈스코이호는 울릉도 저동 해상 1.3km, 수심 434m 지점에서 함미에 ‘DONSKOII’라는 함명을 선명히 드러내며 발견됐다”고 밝힌 바 있다.


당초 신일그룹은 돈스코이호에는 150조원 상당의 금괴와 금화가 담긴 5500상자(무게 약 200톤)가 실려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 시세로 약 10조원 가량된다며 돌연 말을 바꿨다.


이에 대해 최용석 대표는 “150조원이라는 금액이 어떻게 산출 됐는지 당사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며 “공기관에서도 보물선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기사화 된 일부 언론보도 및 추측성 자료 등에 따라 당사가 검증 없이 내용을 인용해 사용했다”며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탐사 시작부터 현재까지 바로 잡을 기회가 수차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입장을 취하지 않은 점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신일그룹은 돈스코이호 인양 비용으로 300억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 대표는 “현재 인양과 관련해 관계기관과 협의중에 있는 발굴 보증금은 몇억선이며 인양비용은 돈스코이호의 현재 보존상태를 고려할 때 약 300억 미안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며 “발굴허가를 받은 후 발굴 과정 중 유물, 금화 및 금괴의 발견시 발굴을 직시 중단하고 전문 평가기관을 통해 그 가치를 평가한 후 10%선에서 보증금을 추가 납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수심 40m에 침몰했던 6800톤의 세월호 인양보다 훨씬 수월해 6개월 내 인양작업을 끝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돈스코이호가 부식이 심해 세월호처럼 줄을 묶어 올리는 방식 아닌 선체 전체를 감싸서 끌어올리는 방법을 채택했다.


돈스코이호 인양에 앞서 정부의 허가를 먼저 받아야 한다. 앞서 정부는 신일그룹이 제출한 매장물 발굴 신청서에 거부하고, 보완을 요구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0일 "신일그룹이 제출한 신청서에 매장물 위치 도면과 작업계획서, 이행보증보험증권 등이 빠져 있다"며 보완을 요구했다.


국유재산에 매장된 물건의 발굴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매장물 위치 도면 ▲작업계획서 ▲인양 소요 경비에 대한 이행보증보험증권 또는 재정보증서 ▲발굴보증금(매장물 추정액의 10%) 등을 제출해야 된다. 하지만 신일그룹은 관련 서류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


신일그룹 주장대로 10조원 상당의 금괴·금화가 발견되더라고 신일그룹이 온전히 소유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소유권 다툼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신일그룹은 돈스코이호를 세계 최초로 발견한 만큼 유일한 권리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사가 최초로 발견한 돈스코이호에 대해 추후 러시아 정부 발견서 등 서류를 공식적 채널을 통해 보낼 예정”이라며 “국내법무법인을 통해 돈스코이호 최초발견자 지위확인과 우선발굴자 지위확인 소송을 준비중에 있고, 매장물발굴허가권의 취득을 위해 관계기간과 긴밀하게 협의해 지속적으로 진행상황을 공개하겠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러시아정부가 소유권 주장을 하지 않는 점을 들어 국내법상 인양 후 발견된 금화의 80% 소유할 수 있다는 게 신일그룹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실제 다량의 금화가 발견될 경우 러시아 정부가 소유권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국제법에 따라 당사국 간 협의를 통해 소유권이 결정된다. 하지만 협의가 무산될 경우 국재재판소로 넘어간다. 돈스코이호가 ‘군함’이라는 점이 소유권 결정에 중요한 기준이 되는 만큼 러시아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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