火 부르는 BMW, ‘연쇄 불자동차’ 되어버린 내막

매일같이 불,불,불…“한국 고객이 봉이냐”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08/03 [14:16]

火 부르는 BMW, ‘연쇄 불자동차’ 되어버린 내막

매일같이 불,불,불…“한국 고객이 봉이냐”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08/03 [14:16]

‘불자동차’라는 이명으로 불리는 BMW 차량에서 또다시 화재가 났다. 지난 7월31일 인천 서부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경인고속도로 서울 방향 가좌나들목 인근을 주행하던 420d 차량에 불이 붙었다. 이 차량은 BMW가 화재 위험이 있다며 리콜한 모델이다. 이에 따라 올해 발생한 BMW 화재 사건은 28건으로 늘어났다. 이 중 가장 많은 520d 차량 화재 건수는 16건에 이른다. 하지만 연이은 화재에도 BMW 측은 배짱대응을 하고 있어, 고객들의 분노는 커져만 가고 있다.


올해 28대 주행 중 화재 사고…디젤 모델 520d가 18대
안전 눈감은 BMW…2015년부터 화재 났지만 조사 없어
원인 몰라 더욱 불안,…‘한국산 EGR 결함 vs SW 문제’
손 놓은 국토부…법적 근거 없고 통상마찰 우려로 난색

 

▲ 지난 7월31일 오후 4시 26분쯤 경인고속도로 가좌IC 인근을 달리던 BMW 420d 차량에서 불이 나 운전자와 승객이 대피했다. <사진제공=인천소방본부>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 BMW의 차량이 주행 중에 ‘원인 미상’의 화재로 하루가 멀다 하고 불타고 있다.

 

커지는 비판


이러한 연속된 화재에 소비자의 불안은 극에 달했다. BMW코리아와 국토교통부가 지목한 사고 원인에 대해 일부 전문가가 “납득하기 힘들다”고 반박하면서 발화 원인은 미궁에 빠졌다.


BMW코리아와 국토부는 배기가스 재순환 장치(EGR) 모듈 이상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지난 7월26일 리콜을 발표했다. EGR는 디젤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배기가스를 식혔다가 내부에서 재순환시키는 장치다. 400도가 넘는 배기가스는 EGR 쿨러(냉각기)를 거친 후에 엔진에서 재연소된다. 문제는 배기가스를 식히는 냉각기에 누수 등 결함이 생기면 고온 가스가 그대로 흡기 라인으로 유입돼 구멍을 만든다. 이 구멍으로 고온 가스가 새나가면서 차가 과열돼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BMW 측의 주장이다.


EGR은 디젤차의 질소산화물 저감을 위해 배기가스 일부를 흡기다기관으로 재순환 시키는 장치다.


하지만 BMW코리아의 설명을 놓고도 논란이 크다. EGR 결함으로 인한 BMW의 화재 사고가 유독 한국에서만 발생하고 있어서다. 해외에서 BMW 차량이 EGR 결함으로 리콜된 적은 없다. 반면 한국에선 이번 사례를 제외하고도 과거 2016년 이전 모델을 대상으로 3차례나 EGR 문제로 BMW 측이 리콜을 결정했다. 이번에 화재가 난 차량 대부분도 2016년 이전 연식의 모델이라는 점에서, 단순히 EGR 부품 결함만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문제가 된 EGR 부품은 한국 기업이 만들었지만 독일로 수출해 글로벌 BMW 디젤 차량에 들어간다. 유럽에서 팔리는 520d에도 들어간다는 얘기다. 또 이 제조사의 EGR는 현대·기아자동차에도 납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외에서 EGR 관련 리콜은 없었다. 지난해 말부터 미국, 영국에서 잇달아 화재 위험으로 170만 대의 리콜이 진행됐지만 냉난방 시스템 배선 과열 등이 원인이었다.


한국에서 유독 BMW의 EGR 모듈이 문제가 된 것에 대해 일부 전문가는 소프트웨어(SW) 설계를 문제로 지목한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하드웨어(부품)는 세계적으로 같아도 각국 환경기준에 따라 SW는 달라진다. 한국에서만 공기청정도를 높이기 위해 EGR가 과열되도록 SW 시스템을 운용한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동일 차종, 동일 부품인데 한국에서만 문제가 됐다면 SW 시스템 설계를 의심해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SW 문제 가능성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높은 유럽 환경기준에 맞춘 후 한국에 오기 때문에 SW 세팅이 (유럽과) 다르지 않다. BMW의 리콜 계획서를 전문가 검토 후 승인한 것”이라고 했다. 국토부는 다만 구체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계속 조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일각에선 강화된 배기가스 배출 기준에 따라 자동차 업체들이 EGR을 거쳐 더 많은 고온의 배기가스를 엔진 연소실로 보내도록 설정해 화재로 이어졌다고 의심하고 있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520d 같은 고성능 차량은 주행거리가 늘수록 고온의 배기가스가 유입되는 흡기다기관에 오일찌꺼기가 많이 쌓인다”며 “다량의 고온 배기가스가 오일찌꺼기와 만나 불이 붙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량 시스템의 문제도 제기된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해외 판매시장의 법규에 맞춰 다르게 적용된 전자제어장치(ECU)를 탑재하는데, 국내에서 판매된 BMW 차량의 ECU에 적용된 조건 중 일부가 잘못돼 EGR 하드웨어에 과부하가 걸려 화재를 유발했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에도 해외에 똑같은 EGR 부품이 들어간다”며 “EGR이란 하드웨어가 전세계적으로 동일한 만큼 하드웨어와 함께 움직이는 소프트웨어에 이상이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지난 7월23일 0시 10분쯤 인천 남동구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에서 불에 타고 있는 BMW 520d. <사진제공=인천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안일한 대응


이처럼 차량 화재 원인에 대한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BMW코리아의 안일한 대응이 사태를 더욱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BMW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점유율 2위를 차지할 만큼 대중의 관심과 사랑이 높은 차량이다. 하지만 회사 측은 사과는커녕 고객 안전은 뒤로 한 채 리콜 비용을 줄이고자 화재를 개별 차량 문제로만 축소해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BMW 화재차량 28대 가운데는 디젤 엔진 모델인 520d가 절반 이상인 18대다. 520d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1만5,085대나 팔린 BMW의 스테디셀러 모델이다. 이는 지난해 BMW 국내 판매량의 25.3%로, 세계적으로도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팔렸다.


하지만 이런 인기와는 반대로, BMW코리아가 소비자 안전엔 소홀하다는 비판이 높다. 사실 BMW 차량 화재 사고는 지난 2015년부터 제기돼 온 문제다. BMW코리아는 그간 “원인 불명”, “파악 중”이라고 설명할 뿐 별도의 정식 조사에는 나서지 않았다. ‘화재 사고는 개별 차량마다의 특수 케이스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연히 고객 불편에 대한 명확한 사과 표시도 없었다.


한 BMW 차주는 지난 2016년 10월 국내 자동차커뮤니티에 “BMW 5GT 운행 중 화재가 발생해 전소되는 사고를 당했다”며 “BMW코리아 측은 차량에 BMW 정품이 아닌 블랙박스를 장착했다는 이유로 중고차 시세의 15%만 지원해줄 수 있다고 했다”고 적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BMW 측이 화재 사고 대처를 미루는 사이 지난 3년간 520d는 꾸준히 팔려나갔다”며 “이제 와 보면 BMW가 고객에게 ‘폭탄 돌리기’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BMW코리아는 논란이 거세지자 지난 지난 7월26일에야 화재에 대해 제작상 결함을 인정, 자발적 리콜을 결정했다. 화재 사고가 처음 생긴 지 3년만으로, 520d 등 42개 차종 10만6317대가 대상이다.


당장 BMW 차주들은 자칫 대형 사고로 번질까 봐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2013년 BMW 520d를 구입한 한 직장인은 “오늘 아침에 화재 전 전조증상이라는 엔진 경고등이 켜졌다. 가장 겁이 나는 것은 지하 주차장에서 불이 나 내 차뿐 아니라 다른 차나 인명 피해로 번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BMW 측이 사고원인에 대한 명쾌한 추가 설명을 내놓지 않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BMW 화재로 인한 리콜 EGR 교환제품 구조 및 기술분석자료를 공개해주십시오’, ‘BMW 화재사고 정부 조사 요구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요구’ 등 청원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일부 BMW 소유주들은 아예 집단소송에 나섰다. BMW 차주인 임모씨 등 4명은 지난 7월30일 법무법인 바른을 통해 서울중앙지법에 BMW코리아와 딜러사 도이치모터스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들은 소장에서 “BMW가 리콜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개별 차량에서만 발생하는 문제로 축소시키려는 의도 하에 벌어진 일"이라며 “2015년부터 BMW 520d 차량에서 다수의 화재 사고가 발생했지만 BMW는 차량이 전소돼 화재의 원인을 알 수 없다며 부품에 대한 점검과 분석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BMW코리아는 지난 7월30일 화재 관련 리콜 업무를 전담하는 고객센터와 전국 서비스센터 운영시간을 주말 포함 24시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회사는 리콜 대상 전체 차량인 10만6317대에 대해 예방 차원에서 시행 중인 긴급 안전진단 서비스를 2주 이내에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은 “이번 리콜로 불안해하는 고객들에게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며 “부품 수급에 총력을 다해 리콜 작업을 조기에 마무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방치하는 당국


리콜이 결정된 뒤에도 BMW 차량 화재가 계속되면서 판매중지나 운행중지 등 정부의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담당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화재 위험성이 높은 차량이 여전히 판매되고 있는데도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일부 시민들의 경우에는 BMW의 판매중지나 운행중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최근 BMW 520d 등에서 주행 중 화재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불안감이 높아진 탓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현행법상 자동차 제작결함으로 제조나 수입, 판매를 중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리콜 명령에 불응할 경우 판매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BMW 차량은 리콜이 진행 중이어서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BMW의 제작결함은 판매를 중지할 수 있는 사유가 아니라는 것이다. 자동차관리법 30조의3에 따르면 수입이나 판매를 중지할 수 있는 경우는 ▲허위 자기인증 ▲안전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자기인증 ▲자기인증 내용과 다른 자동차·부품 판매 등으로 대부분 자기인증과 관련한 사항이다.


자기인증이란 자동차 제작사가 차량이나 부품이 각종 안전·환경 기준에 적합한지 스스로 인증하는 제도다. 자기인증이 제대로 됐는지 정부가 확인하는 자기인증적합조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 인증취소(판매중지), 과징금, 리콜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폭스바겐의 경우 배기가스 저감장치 조작과 서류 위조를 통한 불법인증 등으로 2015~2016년 환경부가 골프, 비틀 등 47개 차종 20만9000여대의 인증을 취소하고 판매중지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BMW는 달리는 차에서 불이나는 심각한 사안인데도 국토부는 판매중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상황이다.


국토부는 통상마찰 우려도 제기했다. 리콜이 진행되고 있는데 수입금지 조치를 내리면 FTA(자유무역협정)를 맺은 상대국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EU(유럽연합) FTA 조문에는 자동차 안전에 결정적 위험이 있으면 정부가 언제든 수입·판매를 중지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 있다. 자동차 및 부품에 관한 협정문 부속서 8조4항에 따르면 수입 차량이 기술규정을 충족하더라도 과학적·기술적 정보에 근거해 도로 안전, 공중 건강, 환경 등에 결정적인 위험을 끼치는 경우 정부는 해당 제품의 출시를 거부하거나 회수를 요구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 안전을 위해 정부가 더 적극적인 조치를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원인을 알아야 정부가 적절한 대응을 할 텐데 화재가 몇번이나 나도 제대로 된 원인을 모르고 있으니 문제”라며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철저한 조사가 적극적인 대응이 필하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이번 리콜과는 별개로 지난 7월16일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 BMW 제작결함 조사를 지시했고 현재 정확한 화재 원인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리콜 등의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

 

세계적인 명성?


한편, BMW차량 화재에 대한 걱정은 전 세계적으로 증폭되는 상황이다.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BMW는 화재 우려로 대규모 리콜을 진행하며 ‘지하 주차장이 아닌 야외에 주차해 달라’고 권고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폭염 속에 고속 및 연속 주행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하고 있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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