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에어, ‘구사일생 면허유지’ 결정된 까닭

조현민 갑질이 불러왔던 위기…‘일자리’ 덕에 살다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08/17 [14:12]

진에어, ‘구사일생 면허유지’ 결정된 까닭

조현민 갑질이 불러왔던 위기…‘일자리’ 덕에 살다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08/17 [14:12]

항공면허 취소 위기까지 갔던 진에어가 구사일생 했다. 국토교통부가 진에어의 항공면허를 취소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다만 각종 논란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는 점에서는 일정기간 신규노선 허가 제한, 신규 항공기등록 및 부정기편 운항허가 제한 등의 ‘사업 확장 금지’ 제재를 가했다. 이같은 정부의 조치에 항공업계에서는 “적절했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지만, 일각에서는 “봐주기다”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미국 국적 조현민이 불러온 위기…면허 유지로 결론
대규모 실직사태 우려 결정…‘신규노선 허가’는 제한
‘적절한 조치’vs‘솜방망이 처벌’ 이라는 의견이 팽팽
면허를 유지할 수 있게 된 진에어의 주가도 안정화

 

▲ 국토교통부가 진에어의 면허유지를 결정했다. <사진제공=진에어>

 

정부가 대한항공 계열 저가 항공사인 진에어의 항공면허를 취소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갑질 경영 논란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는 점에서 일정 기간 신규노선 허가 제한, 신규 항공기 등록 및 부정기편 운항허가 제한 등의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미국 국적의 조현민(조 에밀리 리)이 등기 임원으로 재직해 면허 결격사유에 해당되지만, 고용불안·소비자 불편·주주손실 등 피해가 우려돼 당분간 신규노선을 허가하지 않는 선에서 제재키로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결정한 것이다.

 

구사일생 진에어


김정렬 국토교통부 제2차관은 지난 8월17일 정부세종청사 진에어와 에어인천 면허 취소 여부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취소 처분을 내리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미국 국적의 조현민이 2010년3월부터 2016년3월까지 등기임원으로 재직한 것을 뒤늦게 확인한 바 있으며, 이는 구 항공법 제114조 제5호 및 동법 제6조 제1항 제1호에 항공운송사업 면허 결격 사유로 규정돼 있다. 또한 구 항공법 제129조제1항 제3호는 면허 결격사유에 해당하게 된 경우를 면허취소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외국인 조 전 전무의 등기임원 재직은 앞서 발생한 ‘물컵 갑질’ 사건을 계기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면허 취소사유가 뒤늦게나마 확인된 만큼 진에어의 면허를 취소해야 한다는 사회적 여론이 확산되자, 국토부는 이와 관련한 자문회의를 진행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법위반 행위에 대해 법을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전문가 다수는 외국인의 국내 항공사 지배를 막기 위한 해당조항 취지에 비해 조현민의 등기임원 재직으로 인해 항공주권 침탈 등 실제적 법익 침해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 차관은 “면허 취소로 달성 가능한 사회적 이익보다 면허취소로 인한 근로자 고용불안정, 예약객 불편, 소액주주, 관련 업계 피해 등 사회경제적 부정적 파급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고 이번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갑질 경영 논란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진에어에 대해 국토부는 일정기간 신규노선 허가 제한, 신규 항공기 등록 및 부정기편 운항허가 제한 등 제재하기로 결정했다. 그 외의 과징금, 영업정지 등의 추가처분은 현행법 상 불가능하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신규노선 허가 제한 등의 제재는 진에어가 청문과정에서 제출한 ‘항공법령 위반 재발방지 및 경영문화 개선대책’이 충분히 이행돼 진에어의 경영행태가 정상화됐다고 판단될 때까지 유지될 예정이다.


진에어는 앞서 의사결정 체계를 정비·투명화 하고, 준법지원 제도 등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겠다는 경영문화 개선방안을 국토부에 제출한 바 있다. 이 방안에는 ▲진에어 경영 결정에 한진그룹 계열사 임원의 결재 배제 ▲사외이사 권한 강화 ▲내부신고제 도입 ▲사내고충처리시스템 보완 ▲사회공헌확대 등이 포함돼 있다.


국토부는 진에어에게 세부이행계획을 받고 이행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항공산업 독과점이고, 급여도 높은 양질의 일자리지만 경영행태는 후진적이라는 평가가 많다”며 “노사가 합의를 할 수 있는 수준의 경영형태 개선이 이뤄졌는지를 자문회의와 청문 등 외부의 의견을 구해서 제재 해제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규모 실직사태 우려


이처럼 국토교통부가 진에어 면허 취소 처분을 결정하지 않은 것은 대규모 실직 사태를 피하기 위한 포석이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힘을 쏟는 상황에서 자칫하면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부담감도 작용했다.


국토부가 면허 취소를 결정하더라도 진에어 측이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사태는 더욱 복잡한 상황으로 꼬일 수 있다는 현실론도 선택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면허 취소가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있었지만 한발 물러서는 선택으로 '절충점'을 찾은 이유다.


지난 8월17일 오전 국토부 최종 결정이 나올 것이란 소식이 알려지면서 긴장감은 증폭됐다. 16일 최악의 시나리오를 둘러싼 미확인 정보가 흘러나오면서 진에어 주가가 흔들리기도 했다. 김정렬 차관의 결과 발표 당일까지도 현장 분위기는 극도의 긴장 상태였다.


면허취소는 진에어 입장에서 사형선고와 다름없다. 직원들의 대규모 실직 사태와 협력 업체들의 연쇄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다. 국토부 선택에 항공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문제의 발단인 조현민 전 전무의 진에어 등기이사 재직 논란이 지난 4월 불거졌을 때 항공업계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었다. 항공사업법은 외국인 임원을 면허의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항공사업법 제9조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은 ‘국내항공운송사업 또는 국제항공운송사업의 면허를 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 제28조는 제9조 위반 시 면허 또는 등록을 취소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국적인 조 전 전무가 진에어 등기이사 재직 시 화물운송사업 면허를 취득한 게 알려지면서 의혹이 증폭됐다. 국토부는 최근 10년 간 모든 항공사에 대한 외국인 등기임원 문제를 조사했다. 진에어, 에어인천, 아시아나항공 등에 외국인 등기임원이 있었다는 점을 확인했다.


아시아나항공은 2010년 미국 국적의 임원이 등기임원에서 제외되면서 면허결격 사유가 해소됐다. 2014년에는 결격 사유가 없는 상태에서 변경면허가 발급됐다는 점에서 면허취소 대상이 아니라는 법률 자문 결과가 나왔다.


반면 에어인천은 2012년 면허 발급 당시 러시아 국적의 외국인 등기임원이 있었던 게 확인됐다. 2014년 임원이 해임돼 면허 결격사유는 해소됐으나 변경면허 등 새로운 행정행위는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진에어는 2008년 면허 당시에는 외국인 등기임원이 없었으나, 2010~2016년 사이 미국인인 조 전 전무가 등기임원으로 재직한 상황에서 3차례 변경면허가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2016년 조 전 전무가 등기임원에서 제외돼 면허 결격사유는 해소됐지만 변경면허 등 별도 행정행위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국토부는 진에어와 에어인천을 상대로 청문과 자문회의 등 관련 절차를 거쳐 면허취소 여부를 검토하게 됐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면하게 됐지만 상처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는 외국인 임원 문제 때문에 이미지 훼손은 물론 사업적으로도 큰 타격을 입었다. 국토부도 부실한 관리감독 문제가 불거지면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앞서 국토부는 진에어의 대표이사 변경과 사업범위 변경 심사 과정에서 법인등기사항증명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는데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한 점 의혹도 없도록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하면서 내부 감사로 이어졌다.

 

▲ 지난 2012년 조현민 당시 진에어 전무가 객실승무원을 맡아 탑승객들에게 인사하는 모습. 미국 국적인 조현민 전 전무는 항공안전법을 어기고 진에어 등기임원을 맡아 위기를 자초했다. <사진제공=진에어>

 

봐주기 논란


이처럼 국토교통부가 위법이사 논란으로 문제가 됐던 진에어의 국제항공운송사업면허를 유지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당초 대한항공 일가의 ‘갑질 파문’과 위법이사 논란 속에서 국토부의 조치를 두고 항공업계, 시민들 사이에서는 ‘적절한 조치였다’는 반응과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항공업계는 이번 처분이 사실상 진에어의 두 발을 묶는 결정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신규항공기 등록, 부정기편 운항 제한은 항공사의 역량에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진에어 한 직원은 “일단 면허 취소를 피해 고용 불안은 해소됐지만, 항공기 제원 등록 제한 등은 사실상 대체편이 사라지는 것이어서 승객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사실상 회사 간부와 관리·감독을 안 한 국토교통부의 잘못을 애꿎은 승객과 직원에게 전가시킨 꼴”이라고 말했다.


다른 저비용항공사 관계자는 “대규모 실직과 승객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면허 취소는 ‘무리수’라고 생각했다”면서 “저비용항공사는 최근 분위기를 타서 다같이 성장할 때인데, 신규 노선이 불가하게 되고 인력이나 자금을 대거 투입한 항공기 등록도 되지 않는 등의 조치는 결코 ‘솜방망이’ 처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적 공분을 샀던 대한항공 일가의 갑질 행태, 위법이사 논란 등으로 이번 처분이 국토부의 봐주기 처벌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도 관리, 감독에서 책임이 자유로울 수 없기에 ‘솜방망이 처벌’이 나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업계관계자는 “대한항공 일가의 잇따른 갑질과 불법 행위로 국민들이 느꼈던 공분과 심리적 박탈감에 비하면 정부의 이번 결정은 ‘진에어 봐주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좀 더 강력한 처벌이 반드시 필요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항공사 관계자는 “경영형태 정상화 기준도 애매할 뿐더러, 국토교통부가 자신들이 관리 감독을 제대로 못했던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결국 진에어를 살려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주가 회복세


한편, 주식시장에선 항공면허를 유지할 수 있게 된 진에어의 주가가 안정화 되고 있다. 개장 이후 지금까지 거래량은 316만주를 웃돌며 올해 들어서 가장 많은 손바뀜(거래)이 이뤄지고 있는 데다 시가총액(주식을 시가로 표시한 금액)은 하루 새 1000억원가량 불어났다.


진에어의 몸값이 다시 7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8월7일 이후 7거래일 만이다.


8월17일 오전 10시30분 기준 진에어는 전날보다 15.67% 급등한 2만5100원을 기록했다. 장중 한때 2만6900원까지 치솟아 23%대 주가상승률을 보이기도 했다.


진에어의 이날 최고가는 전날 장중 최저가(2만350원) 대비 32%가량 뛰어오른 수준이다. 지난 6월29일, 국토교통부가 청문회와 자문회의 등을 거쳐 면허취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빠진 주가 하락분을 대부분 회복했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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