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김정은, ‘3차 정상회담’의 노림수

“평양에서 ‘비핵화·종전선언’ 승부수 던진다”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08/18 [20:48]

문재인-김정은, ‘3차 정상회담’의 노림수

“평양에서 ‘비핵화·종전선언’ 승부수 던진다”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08/18 [20:48]

다소 교착상태에 빠진 ‘한반도의 완전한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또다시 움직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평양에 방문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만남은 앞선 두 차례 만남과는 다르게 1박2일 이상 머무르며 심도있는 대화를 나눌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전 만남과는 다르게 비핵화, 종전선언, 남북경협 등을 의제로 올려, 확실한 결과물을 만드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계산으로 보인다.


9월 만나기로 합의한 문재인·김정은…1박2일 이상 일정 될 듯
앞서 ‘가을’에 방문 합의…경색국면 돌파위해 ‘초가을’ 앞당겨
구체적 일정 미정 이유…북미관계 풀리면서 회담 일정 밀렸나
심도있는 대화 기대…비핵화·종전선언·남북경협 진전 이룰 듯

 

▲ 2018 남북정상회담 기념 우표첩.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9월 3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평양정상회담이 어떻게 진행될 지 관심이 쏠린다.

 

3차 남북정상회담


지난 8월14일 청와대와 통일부 남북회담본부 등에 따르면 우선 이번 정상회담은 판문점에서 당일치기로 열렸던 4·27, 5·26 정상회담과는 다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 2000년과 2007년 각각 고(故)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방북했을 때도 모두 2박3일 일정으로 평양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소 1박 이상 일정이 잡힐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 경우 문 대통령의 숙소는 최고위급 국빈이 묵는 백화원 초대소(영빈관)이 될 수 있다.


실제 이곳에선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이 진행됐고 노무현 대통령과 김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장과 숙소로 활용됐다. 최근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일행의 숙소로 사용되기도 했다.


또 문 대통령이 평양에서 1박 혹은 2박을 하게 되면 공식환영식과 오·만찬, 정상회담 외의 예상을 뛰어넘는 일정이 잡힐 수도 있다. 이를 테면 백두산 방문 등이 꼽힌다.


등산 애호가인 문 대통령은 4·27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백두산에 가본 적 없다. 그런데 중국 쪽으로 백두산 가는 분들이 많더라. 나는 북측을 통해서 꼭 백두산에 가보고 싶다”고 말했었다. 김 위원장도 “대통령이 오시면 편히 오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던 만큼 가능성이 아예 없어보이지는 않는다는 해석이다.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넘는 등 ‘깜짝 방북’ 하거나, 도보다리에서 사실상 정상회담을 가졌던 것 만큼 예상을 뛰어넘는 일정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일례로 김대중 대통령은 만경대 학생소년궁전을 방문해 공연을 관람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남포 평화 자동차 공장과 서해갑문·개성공단을 시찰했었다.


아울러 방북 수행원 규모도 관심을 끈다. 2000년에는 공식수행원 11명과 특별수행원 24명, 일반수행원 95명 등 수행원 130명이 2007년에는 공식수행원 13명, 특별수행원 49명, 일반수행원 88명 등 총 150명이 북한을 방문했다.


판문점에서 열렸던 4·27 정상회담에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경두 합참의장 등 7명이 공식수행원으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공식수행원은 정상회담 의제와 직접 관련되는 관계부처 장관과 청와대 보좌진으로, 특별수행원은 남북관계 발전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인사들을 중심으로 꾸려진다는 점에서 이들 규모와 면면 역시 중요하다는 풀이다.


남북은 3차 남북정상회담 관련 의전·경호·보도 분야와 통신분야 실무회담을 열고 본격적인 정상회담 준비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9월에 만나는 이유


이처럼 남북이 평양에서 3차 정상회담을 열 것으로 알려지면서, 예상보다 이른 ‘조기 정상회담’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3차 정상회담은 5·26 2차 정상회담처럼 ‘정세 돌파’를 위한 회담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김정은 양 정상은 ‘가을’에 만나기로 합의를 한 바 있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정부 고위 소식통들은 “남북 사이에 그동안 상당한 물밑 협의를 통해 시기와 장소는 뜻을 모았지만, 의제 등은 충분히 숙성되지 않은 듯하다”고 전했다. 한 정통한 소식통은 “(북-미 관계 진전 등) 환경이 갖춰져 회담을 한다기보다는, 환경을 만들려고 하는 회담으로 보는 게 맞을 듯하다”고 짚었다.


6·12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와 ‘종전선언’을 두고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관계의 진전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애초 합의한 ‘가을’보다 서둘러 만날 필요성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앞서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적대적 관계 해소에 합의한 바 있으나, 북쪽의 핵·미사실 시설 폐기와 미군 유해 송환, 한-미의 연합 군사훈련 유예 조치 외에는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태다. 미국은 비핵화의 첫 조처로 현재 보유 중인 핵·미사일 시설 목록을 요구하고 있고, 북쪽은 체제안전 조처로 종전선언을 먼저 요구하면서 양쪽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번 3차 회담은 힘겨루기 중인 북-미 사이를 한국이 오가며 ‘오해’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나름 성과를 거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미가 서로의 요구를 앞세우며 6·12 북-미 정상회담 합의 이행이 난항에 빠진 만큼, 문 대통령이 다시 중재력을 발휘할 시점이라는 얘기다. 현재로선 남북, 북-미 관계를 진전시킬 방안이 뚜렷이 마련된 것은 아니라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이지만, 일단 교착 국면인 현 상황을 돌파해야 한다는 데에 남북 정상이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 정상은 지난 5월26일 판문점에서 2차 ‘번개회담’을 통해, 당시 취소될 뻔했던 북-미 정상회담의 불씨를 되살린 바 있다.


이와 함께 남북 정상은 9월, 10월에 집중된 국내외의 바쁜 일정을 고려했을 가능성도 있다. 9월9일은 북한이 대대적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70돌’로, 북은 이를 기념하는 대규모 행사를 치를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이날을 평창 겨울올림픽과 함께 “민족적 대사”라고 언급한 바 있다. 김 위원장으로선 9·9절을 앞두고 ‘손에 잡히는 성과’가 필요하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9월11~13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초청했다. 문 대통령은 애초 불참하는 쪽으로 기울었지만,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할 경우엔 사정이 달라진다. 9월18일부터는 미국 뉴욕에서 유엔총회가 개막하는 등 문 대통령의 외교 일정도 빼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문 대통령은 실무진에게 ‘가을 평양 방문’이라는 판문점 선언 합의와 관련해 “가을이라는 문구상 표현에 얽매이지 말고 폭을 넓혀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다만 현재 구체적인 일정이 잡히지 않은 점 때문에 다양한 설왕설래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상회담)날짜가 확정이 안돼서 청와대 분위기가 안 좋다는 말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제 3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오는 9월 평양에 방문한다. <사진제공=청와대>

 

날짜 미정의 이유


실제로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올 가을 평양 남북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날짜를 도출되지 못한 것은 북미 관계가 유동적인 상황에 돌입했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3차 남북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날짜와 방북단 규모 등이 논의되지 못하면서 남북경협 속도에 불만을 품은 북측의 불만제기, 정권수립일(9·9절) 당일 초청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소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선순환 구조가 돼야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이끌 수 있다”는 말을 수차례 강조했다.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두 달 넘게 북미 고위급 회담이 공전하고 구체적인 비핵화 접점을 찾지 못하는 상태가 계속되면서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이 다시 주목받았고,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가을 남북 정상회담을 앞당기면서 비핵화 교착 국면을 돌파하는 게 우리 정부의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오히려 북미관계가 최근 교착 국면을 벗어나 모종의 의미있는 움직임에 돌입하면서 남북 정상회담이 뒤로 밀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모종의 의미있는 움직임이란 이달 초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한 친서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추가 방북 제안이 담긴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통일연구원 관계자는 “정상회담 날짜가 공개 안 된 것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시점이 정해지지 않는 등 유동적인 상황이 있기 때문”이라며 “정상회담 날짜가 정해지면 폼페이오 장관 방북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남북 정상회담이 북미 조율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지면 부담스럽고 정치적 리스크도 크다”며 “리스크를 고려해 정상회담 날짜를 공개하지 않고 남북이 폼페이오 장관 방북 시점 등을 유의해서 살필 것”이라고 내다봤다.


청와대 안팎에서도 이런 기류가 감지된다. 핵폐기 선조치에 앞서 종전선언 등 체제안전 보장책을 강조하는 북한과 핵리스트 제출, 핵폐기 시간표를 요구하는 미국이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성사되면 서로의 양보안이 도출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남북 정상회담이 북미간 핵협상보다 먼저 열려 야기될 수 있는 정치적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오히려 북미관계 정상화가 3차 남북 정상회담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을 추동하는 선순환 구조가 그려질 수 있어 손해볼 게 없다는 판단이다.


이를 종합하면 지난 8월13일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평양 정상회담 날짜를 특정하지 못한 것은 폼페이오 방북에 대한 북한의 상황 설명과 별도로 우리 정부가 오히려 모종의 중재 제안을 한 것 아니냐는 추정도 가능하다.


지난 7월6일 1박2일 일정으로 방북했던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지 못한 것은 물론 별다른 성과 없이 되돌아왔고, 이후 북한은 ‘강도적 행태’라며 미국의 비핵화 접근 방식에 날을 세웠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미국을 방문한 사실이 새삼 주목된다.


지난 7월21일 존 볼턴 미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났던 정 실장은 귀국길에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노력과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북·미 간의 비핵화 협상이 선순환적으로, 성공적으로 가급적 빠른 속도로 추진될 수 있도록 여러가지 방안들에 대해서 매우 유익한 협의를 했다”고 밝혔다.


서훈 국정원장 역시 같은달 26일부터 29일까지 미국을 방문해 공식 협의 상대인 지나 해스펠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물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만나 여러 의견을 나눴다.


서 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함께 비핵화 국면에 남-북-미 정상을 대리하는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접촉이 적잖은 의미를 가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결국 북미간 비핵화 논의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우리 정부가 여러 중재안을 들고 물밑 접촉에 나섰고, 남북 정상회담을 통한 돌파구 마련까지 시도하는 과정에서 북측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제안을 전격 수용하면서 3차 남북 정상회담이 다소 지연됐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 지난 8월13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 종경회의에서 조명균 통일부장관이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논의될 의제


이처럼 다소 지연됐지만 9월 열리는 것은 합의한 3번째 남북정상회담 테이블에는 비핵화, 종전선언, 남북경협 등이 의제로 오를 전망이다.


북미간 비핵화 협상과 미·중의 참여가 예상되는 종전선언, 대북 제재 완화에 따른 경제협력 등 한반도를 둘러싸고 복잡하게 뒤섞인 다자간 현안이 폭넓게 논의될 예정이다.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는 우선 북미 간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와 관련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선언에서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북미간 비핵화 논의는 평행선을 그리는 상황이다. 이에 남북이 비핵화 협상에 물꼬를 터야 한다는 공감대에 따라 이번 정상회담을 추진한 만큼 그 결과에 주목된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비핵화의 징검다리로 만들기 위한 ‘중재자’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8월12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정상회담은) 선순환을 하기 위한 회담”이라며 “남북회담이 북미회담을 촉진하고, 북미회담이 남북관계 발전을 앞당기는 그런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회담의 성격을 설명했다.


종전선언도 주요 관심사다. 정부는 이르면 9월, 늦어도 11월 전까지는 판문점 선언에 적시된 연내 종전선언 등 한반도 상황의 진전을 이뤄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북한은 대북 제재 완화와 종전선언을 촉구하고, 미국은 그 전에 ‘핵 리스트 제출’ 등 비핵화 초기 조치 이행을 주문하는 등 양측이 서로 자신의 요구사항을 관철하는 상황이다.


이에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회담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에 중재안을 제시하는 것이 관건이란 풀이다. 문 대통령이 평양을 다녀온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종전선언’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정상간 정치적 함의를 담은 선언이라는 점에서 향후 한반도 국면전환의 큰 계기가 될 것으로도 기대된다.


이번 3차 회담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 개성공단 재가동 등 남북 경협 사업과 관련한 진전된 합의가 나올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관건은 대북 제재 해제 분위기 조성에 달려있단 분석이다. 경협의 구체적인 이행은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에 공조해야 하는데, 국제사회는 비핵화가 선행돼야 제재를 풀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지난달 말 비공개로 미국을 방문해 대북 제재와 관련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회담 전까지 물밑 접촉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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