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과 흥이 살아 있는 가을 여행지 2곳

몸도 맘도 영그는 계절…풍성해서 좋지 아니한가!

정리/강지원 기자 | 기사입력 2018/08/31 [15:30]

멋과 흥이 살아 있는 가을 여행지 2곳

몸도 맘도 영그는 계절…풍성해서 좋지 아니한가!

정리/강지원 기자 | 입력 : 2018/08/31 [15:30]

기세등등하던 폭염도 한풀 꺾이고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이제 가을꽃이 피어나는 계절이다. ‘가을’ 하면 가장 먼저 단풍이 떠오르지만, 단풍보다 한 걸음 앞서 가을을 빚는 꽃이 있다. 그중에서도 9월 중순 만개하는 꽃무릇은 해마다 가을 초입의 산천을 붉게 물들이며 뒤따라올 단풍들의 잔치를 예고한다. 특히나 경남 함양 상림은 꽃무릇 필 무렵 붉은 융단을 드리운 채 가을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는 역사와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축제도 다양하게 열린다. 해마다 충남 홍성에서 열리는 역사인물축제 현장을 찾으면 부드럽게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1000년 역사의 향기가 풍기는 듯하다. 멋과 흥이 살아 있는 함양물레방아골축제와 홍성역사인물축제의 이모저모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함양의 축제/
상림공원 일대에선 초록 우거진 숲과 붉은 꽃이 여행자 유혹
우거진 ‘천년의 숲’ 오솔길 걷다 보면 마음의 때가 씻기는 듯

 

▲ 꽃무릇이 활짝 핀 함양 상림공원. <사진제공=함양군청>    

 
1. 붉은 융단 깔리는 함양 상림


9월이면 함양상림(천연기념물 제154호)에 붉은 융단이 깔린다. 꽃무릇이 피기 때문이다. 초록이 우거진 숲과 붉은 꽃이 여행자를 유혹한다. 9월7일부터 16일까지 상림공원에서 함양산삼축제와 함양물레방아골축제도 열린다. 올가을에는 푸른 산과 맑은 물이 있는 함양의 축제 속으로 풍덩 빠져보면 어떨까.


지리산과 덕유산 자락에 들어앉은 함양은 예부터 오지로 통했다. 전체 면적 중 산지가 78%를 차지하고, 해발 1000미터가 넘는 산이 15군데나 된다. 도시에 비해 공기가 좋을 수밖에 없다. 토양은 몸에 좋은 게르마늄을 품어, 산삼을 비롯한 약초가 자라기 적당하다.

 

▲ 함양은 산삼을 키우기 좋은 조건을 갖췄다. 해발 700미터에서 자란 산양삼.    

 

올해로 15회를 맞은 함양산삼축제는 함양의 산삼을 맛보고 즐기는 건강 축제다. 산삼이라고 하면 가격 부담 때문에 엄두도 못 내는 이들이 대부분. 함양산삼축제에 가면 저렴한 산삼부터 고가의 산삼까지 한자리에서 구경하고 맛볼 수 있다. 올해 축제는 ‘심마니와 떠나는 산삼 여행’이라는 주제 아래 산삼골과 산삼숲, 산삼아리랑길, 심마니 저자거리 등 네 가지 테마로 각종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대표 프로그램은 ‘황금산삼을 찾아라’와 ‘산삼 캐기 체험’ ‘밤소풍’ ‘산맥 페스티벌’ ‘힐링 숲체험’ 등이다. ‘황금산삼을 찾아라’는 상림공원 앞에 조성된 황금삼밭에서 진행자의 설명을 들으며 황금산삼을 찾는 프로그램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겁게 참여할 수 있다. 산삼 캐기 체험은 관광객이 상림공원 건너편 필봉산에 있는 산삼을 직접 채취해보는 프로그램이다. 산양삼 떡 만들기, 산삼 꿀단지 담기 등 산양삼을 이용한 체험 행사도 마련된다.

 

▲ 축제의 대표 프로그램 ‘황금산삼을 찾아라’를 즐기는 사람들. <사진제공=함양군청>    

 

함양군은 지역 농산물·특산물을 이용한 향토 음식을 개발해 축제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이와 함께 산양삼을 재배하는 모든 농가를 대상으로 산삼왕선발대회를 개최, 전국의 산삼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 산삼을 평소보다 저렴하게 구매하는 기회는 덤이다. ‘심마니 저잣거리’를 마련했으며 심마니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초가로 만들었다. 아이들은 신나게 뛰놀며 산삼을 접하고, 어른들은 저잣거리에서 옛 추억에 빠진다.

 

양산삼축제가 건강 축제라면, 물레방아골축제는 문화예술 축제다. 57년 역사를 자랑하는 함양물레방아골축제는 함양의 옛 지명인 ‘천령’이라는 축제를 진행하다가, 2003년 크고 작은 축제를 통합해 물레방아골축제로 이름을 바꿨다. 올해는 ‘천년의 숲 3Go-보고 즐기고 화합하고’라는 주제 아래, 전국지리산트로트가요제를 비롯한 각종 예술 경연과 주민 참여 행사가 열린다.

 

물레방아는 함양의 중요한 아이콘이다. ‘함양 산천 물레방아 물을 안고 돌고/우리 집에 서방님은 나를 안고 도네’라는 민요도 전해진다. 함양이 물레방아골이 된 배경에는 조선 후기 실학자 연암 박지원이 있다. 연암은 청나라에 다녀와 <열하일기>를 썼는데, 여기서 물레방아를 소개했다. 이후 1792년경 함양군 안의현감으로 재직할 때 물레방아를 실용화한 것.

물길을 이용한 물레방아는 농업혁명의 시작이었다. 겉으로는 평화로운 시골 정취를 풍기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연암의 실학 정신이 오롯이 담겼다. 함양에서 물레방아가 자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용추계곡 입구에는 지름 10미터, 폭 2미터로 거대한 물레방아와 연암 박지원의 동상이 있는 연암물레방아공원이 조성되었다.

 

▲ 낙엽활엽수가 우거진 함양상림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조성된 인공림이다.    

 
산삼축제와 물레방아골축제가 열리는 상림공원은 함양을 대표하는 관광지다. ‘천년의 숲’이라는 수식에 걸맞게 남다른 기품이 느껴진다. 상림은 신라 진성여왕 때 함양태수를 지낸 최치원 선생이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조성한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림이다. 당시에는 10리(4km) 숲길이었으나, 중간 부분이 파괴되어 상림과 하림으로 나뉘었다.

 

현재 1.6km 둑을 따라 낙엽활엽수 120여 종이 자란다. 우거진 숲 속 오솔길을 걷다 보면 마음의 때가 씻기는 듯하다. 사계절 다른 풍광을 보여줘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때로는 혼자 걸어도 좋은 길이다. 상림에는 함화루와 사운정, 최치원 신도비, 이은리 석불 등 함양의 소중한 유적도 있다.

 

상림공원에서 축제를 즐긴 뒤에는 함양 속으로 한 발자국 더 들어가자. 함양은 ‘좌 안동, 우 함양’이라고 불릴 정도로 선비가 많았다. 선비 문화를 엿보기 위해 먼저 가볼 곳은 함양 남계서원(사적 499호)이다. 조선 성리학의 대가 정여창의 위패를 모신 곳으로, 소수서원에 이어 두 번째로 건립된 사액서원이다. 홍살문을 지나 풍영루에 오르면, 들판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남계서원에서 차로 5분 거리에 개평한옥마을이 있다. 일두 정여창 선생이 태어난 함양일두고택(국가민속문화재 186호), 풍천노씨대종가(경남문화재자료 343호), 함양개평리하동정씨고가(경남문화재자료 361호), 함양오담고택(경남유형문화재 407호) 등 유서 깊은 고택이 여럿이다. 이 가운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은 일두고택으로, 솟을대문 아래 걸린 편액을 보면 집안에 충신과 효자가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 일두고택은 경남 지방의 대표적인 건축물이자, 개평한옥마을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다. 드라마 〈토지〉가 이곳에서 촬영된 후 여행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걷기를 좋아한다면 선비문화탐방로를 추천한다. 함양은 선비 마을답게 정자와 누각이 100여 개나 있다. 선비문화탐방로는 과거를 보러 가는 영남 유생들이 덕유산 육십령을 넘기 전에 지난 화림동계곡에 있는 정자를 따라 걷는 길이다. 거연정에서 영귀정, 동호정을 지나 농월정에 이르는 6km 구간과 농월정에서 월림마을, 광풍루까지 이어지는 4.1km 구간으로 나뉜다.

 

선비문화탐방로가 시작되는 거연정은 남강천 암반 위에 세운 정자로, 당시 정자 건축술의 진수를 보여준다. ‘달을 희롱하며 논다’는 뜻의 농월정은 앞에 펼쳐진 거대한 너럭바위가 인상적인 정자로, 선비들이 시를 읊으며 풍류를 즐긴 곳이다. 2003년 화재로 전소되었다가 2015년 복원, 예전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숲과 계곡을 거닐다가 정자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아보자.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가을 여행이 완성될 것이다.

<글·사진/채지형(여행작가)>

 

2. 홍성으로 떠나는 역사 여행


부드럽게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1000년 역사의 향기가 풍기는 듯하다. 역사에 새겨진 위대한 인물과 만나는 시간, 올가을에는 홍성역사인물축제로 떠나보자.

 

▲ 9월14일부터 16일까지 ‘홍주 100년! 성삼문 600년! 역사의 시작!’이란 주제로 홍성역사인물축제가 열리는 홍주읍성 전경.    


충남 홍성은 고려의 명장 최영, 조선 시대 절개의 상징 성삼문, 독립운동에 헌신한 김좌진 장군과 한용운 선사, 현대미술가 이응노 화백, 전통 춤의 대가 한성준 선생 등 수많은 역사 인물을 배출한 고장이다. 홍성역사인물축제는 이들 6인을 배우고 알아가는 에듀테인먼트 축제로, 9월14일부터 16일까지 홍성 홍주읍성(사적 231호) 일원에서 ‘홍주 100년! 성삼문 600년! 역사의 시작!’이란 주제로 열린다. 성곽으로 둘러싸인 옛 읍성에서 타임머신 없이 떠나는 역사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각 인물이 산 시대를 마을로 구성한 ‘생생한 역사 현장 체험’은 위인의 삶을 직접 경험해보는 대표 프로그램이다. 고려 최영 무과마을에서 무예 시범을 관람하고, 갑옷에 병장기를 갖추고 최영 장군처럼 늠름한 기상을 뽐내봄 직하다. 조선 성삼문 한글마을에서는 훈민정음 전각과 혜례본을 만들어본다.

 

▲ 축제장에서 복장과 무기를 갖추고 체험하는 아이들. <사진제공=홍성군청>    

 
일제강점기 김좌진 독립군마을과 한용운 독립마을은 비장함이 감돈다. 독립군이 되어 홍주읍성에서 일어난 만세 운동 퍼포먼스나 청산리대첩 모의 전투에 참가해보면 어떨까. 만해 어록 시 핀 버튼이나 독립군 인식표를 아이들과 만들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추억이다.


근대는 예술이 꽃피는 마을이다. 한성준 전통춤마을에서 탈 만들기와 장단 체험을 통해 잊혀가는 우리 소리와 춤을 되살린 한성준 선생에 관해 배운다. 이응노 미술마을에서는 전통과 현대를 아우른 창작 세계를 구축한 이응노 화백의 작품을 만나고, 추억의 영화 간판 그리기 같은 체험‘을 한다.


이 밖에 ‘히어로 교육 체험’ ‘역사 인물 보드게임’ ‘홍주읍성 소원 걸기’ ‘역사 인물 아트 존’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준비된다. 농촌 체험도 아이, 어른이 모두 좋아할 만하다.

 

▲ 축제장에서 만들기 체험에 한창인 사람들. <사진제공=홍성군청>    


축제 기간 주 무대와 홍화문 앞에서 공연이 펼쳐진다. 역사 인물 6인을 표현한 ‘역경을 이겨낸 영웅’은 국악과 연극, 춤, 소리 등 여러 예술 분야가 결합된 무대로 관객의 시선을 끌 예정이다. 만해 한용운 선사를 주제로 꾸민 ‘북향으로 문을 내겠소’는 현대적인 춤과 국악이 어우러진 퓨전 국악극이다. 국내 최고 춤꾼 팝핀현준과 소리꾼 박애리 부부가 출연해 기대감을 높인다. 김좌진 장군과 한용운 선사의 독립운동 모습을 담은 샌드 애니메이션, 한성준 선생의 춤 세계를 LED로 재구성한 퍼포먼스<동서양 춤의 만남>이 축제의 흥을 돋울 것이다.


축제를 즐기다가 잠시 쉬고 싶다면 주 무대 뒤쪽 안회당에 가보자. 홍주읍성 안에 있는 동헌으로, 고종 때 확장하면서 흥선 대원군이 안회당(安懷堂) 현판을 써주었다고 하나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창문 너머 뒤뜰에 오롯이 자리한 여하정이 운치 있다. 축제에 먹을거리가 빠질 수 없는 법. 푸드 존과 홍성한우마당에서 맛있기로 소문난 홍성한우와 광천김, 토굴새우젓 등 홍성 특산품을 저렴하게 맛보고 구입하자.

 

▲ 안회당 뒤뜰에 있는 여하정에서 잠시 쉬어도 좋다.    

 
홍성역사인물축제는 밤에 더 빛난다. 홍주읍성 남문인 홍화문을 스크린 삼아 펼치는 ‘미디어 파사드’가 황홀하리만치 감동적이다. 화려한 조명과 웅장한 음향이 어우러지며 역사 인물 6인을 현재로 소환, 그들이 걸어온 발자취를 쫓아간다. 손전등을 켜고 곳곳에 있는 보물을 찾는 ‘달밤 보물찾기’도 놓치기 아쉽다.


홍주읍성 가운데 홍주성역사관이 있다. 야트막한 능선처럼 지은 역사관 건물은 통일신라 때 쌓았다는 토성을 닮았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조선 시대 홍주읍성의 모습을 복원한 모형이 가장 먼저 보인다. KBS-1TV 프로그램 <TV쇼 진품명품> 감정 당시 최고가를 받은 조선 후기 풍속화 ‘석천한유도’와 보부상 유품, 조선 후기 기호학파를 이끈 남당 한원진의 흔적도 눈길을 끈다.


축제를 즐기고 나면 홍성 곳곳에 있는 역사 인물의 흔적을 찾아보자. 축제장에서 20분 거리에 김좌진장군생가지(충남기념물 제76호)와 백야기념관이 자리한다. 평생 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운 김좌진 장군의 헌신과 투혼을 엿볼 수 있는 백야기념관 왼쪽으로 장군이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낸 생가를 복원해놓았다. 장군의 행적을 기리는 사당 백야사도 잊지 말고 들러봐야 한다. 장군이 목숨 바쳐 지킨 독립운동 정신을 되새기게 한다.


홍북읍 노은리에는 최영 장군 사당과 성삼문선생유허지(충남기념물 제5호)가 있다. 100년 시간차를 두고 같은 마을에서 태어난 최영 장군과 성삼문 선생은 각각 고려 말과 조선 초를 대표하는 충신이다. 최영 장군 사당은 가파른 언덕에 있어 올라가기 조금 힘들지만, 이곳에 서면 홍성의 산과 들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성삼문선생유허비(충남문화재자료 제164호)와 사당, 노은단은 도로변에 모여 있어 찾기 쉽다. 성삼문 선생은 세조 때 단종의 복위를 꾀하다 처형당한 사육신의 한 사람으로, 노은단은 사육신의 위패를 봉안한 곳이다. 인근에 부인 묘와 아버지 성승 장군의 묘가 있다. 한용운선생생가지(충남기념물 제75호)와 고암이응노생가기념관도 찾아보길 권한다.

 

축제 다음 날까지 머무른다면 홍주성 천년 여행길을 추천한다. 홍성역에서 출발해 홍주의사총, 홍주향교, 홍주성을 거쳐 홍성전통시장까지 홍성의 1000년 역사를 아우르는 걷기 코스다. 특히 홍성 홍주의사총(사적 431호)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홍주성 전투에서 목숨을 바친 항일 의병 이야기가 가슴 뭉클하다. 홍주성 천년 여행길 총 거리는 약 8km, 3~4시간 소요된다. <글·사진/정은주(여행작가)>
<콘텐츠 출처=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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