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병역특례 혜택' 논란

모호해진 ‘국위선양’ 기준…방탄소년단은 군대 가나요?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09/10 [15:54]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병역특례 혜택' 논란

모호해진 ‘국위선양’ 기준…방탄소년단은 군대 가나요?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09/10 [15:54]

우리나라는 아시아의 스포츠 강국답게 이번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수많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은 연금 등의 다양한 혜택을 가지고 오지만, 한창 때 남자 운동선수들에게는 ‘병역 면제’라는 어마어마한 혜택이 걸려있다. 이에 우리나라가 아시아 최상위권 전력을 보유한 인기 스포츠인 야구와 축구 선수들은 이를 노리고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병역혜택’을 노리곤 한다. 하지만 일부 선수들의 ‘꼼수’적 병역 특혜 행태로 인해 이제 국민들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병역 특례’ 형평성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병역특례 없는 대중예술인…세계 권위 차트 1위해도 불가능
차별논란에 수정나선 문체부…국회서도 병역법 개정 움직임
순수예술계에 불똥?…국군 예술부대 등 ‘대체복무’ 만들어야
‘장병 역차별’ 불만 확산…‘징벌’로 인식되는 군대 혁신 필요

 

▲ 금메달을 확정짓고 환호하는 야구 국가대표팀 선수들. <사진출처=SBS 영상 캡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통해 불거진 병역특례제도 형평성 논란이 사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병역기피 의혹을 받는 선수들이 야구 대표팀에 선발되고 별다른 활약 없이 병역면제 대상에 포함됐다는 이른바 무임승차 논란이 불거져버렸다. 이와더불어 병역특례 대상이 대중예술인과 기능올림픽 입상자들을 제외시키고 있다는 여론이다.

방탄소년단은 안돼?


병역특례 혜택과 개선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함께 언급되고 있는 것은 방탄소년단이다. 방탄소년단이 올해 미국 빌보드 메인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연이어 두 차례라 1위를 차지하며 세계적으로 한국, K팝의 이름을 알린 것 역시 국위선양 측면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방탄소년단은 최근 K팝을 대표하는 보이그룹으로 해외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대중문화예술인에 대한 병역특례 형평성 문제에 자연스럽게 거론되고 있는 것. 빌보드 1위 등 방탄소년단이 달성한 세계적인 성과들 역시 충분히 국위선양 측면을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방탄소년단의 성과는 경제적인 가치는 물론, K팝 시장의 확대를 의미하기도 하기 때문.


방탄소년단은 지난 5월 발표한 앨범 LOVE YOURSELF 轉 ‘Tear’로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인 ‘빌보드 200’ 1위, ‘핫 100’ 10위를 기록하며 한국 가수 최초의 기록을 달성했다. 또 지난 8월24일 발표한 리패키지 앨범 LOVE YOURSELF 結 ‘Answer’로도 '빌보드 200' 1위에 올랐다.


한국 최초, 최고의 기록들을 달성하면서 세계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기에 충분히 언급 가능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만큼 K팝 가수로서 방탄소년단이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측면에서도 이들의 존재감과 영향력이 주목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방탄소년단 이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유독 병역특례 혜택과 관련된 언급되는 것은 워낙 두드러진 성과를 달성했음을 입증하는 부분이다. 또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특례 혜택을 받게 된 손흥민과 방탄소년단의 맏형 진이 같은 1992년생인 만큼 함께 거론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대해 한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사실 대중문화예술인, 특히 연예인들의 군 입대 문제는 언제나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거론 자체가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라며 “방탄소년단이 달성한 성과들은 최초의 기록이기 때문에 더욱 두드러지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는 병역특례 혜택 언급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 있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고, 또 대중문화예술인들에게도 병역특례 혜택을 줄 명확한 기준이 필요한 것. 또 축구와 야구 등 스포츠 산업과 다른 성격의 대중문화, 음악산업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고려하는 문체부


이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9월5일 예술·체육인들에 대한 병역특례 제도 개선 논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담팀(TF)을 구성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날 오전 나종민 1차관이 주재한 실국장 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TF는 예술계와 체육계 의견을 수렴해 병무청, 국회 등 관계기관과의 논의에 참여하게 된다. TF 단장은 이우성 문화예술정책실장이 맡기로 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주무 기관인 국방부 병무청이 주도하는 병역특례 제도 개선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합리적인 결론이 도출되도록 힘쓸 방침”이라며 “예술계와 체육계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현행 병역법에 따르면 체육 특기자는 올림픽에서 3위 이상, 아시안게임에서 1위 입상을 하면 병역특례 대상이 되며, 예술 특기자는 병무청장이 정한 국제대회에서 2위 이상, 국내대회에서 1위를 하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예술·체육인에게만 혜택을 주는 건 불공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미국 빌보드 메인 차트 정상을 두 차례나 차지한 방탄소년단의 경우 국위선양 공로가 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 수상자 못지않게 큰 데도 대중음악 분야라 혜택을 받지 못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병무청은 병역특례 제도를 전면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에서는 병역특례 제도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부터 특례 대상자 범위를 조정해야 한다는 것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오면서 병역법 개정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 병역특례 대상자는 축구 20명, 야구 9명 등 총 42명이다. 이들은 4주간 기초군사훈련을 거쳐 34개월 동안 자기 특기 분야에서 544시간의 봉사활동을 하는 것으로 병역을 대신하게 된다. 해외에서의 봉사활동은 절반인 272시간만 인정되고 나머지는 국내에서 채워야 한다. 현재 병역특례자는 지난 5월 말 현재 449명이다.

 

▲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축구, 야구 선수들. <사진출처=KBS 뉴스 캡처>

 

긴장하는 예술계


다만 순수예술계에선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병역특례 내용을 담고 있는 예술ㆍ체육요원 제도는 1973년 국위선양 및 문화창달에 기여한 예술·체육 특기자에게 군 복무를 대신할 수 있게 도입됐다. 완전한 군 면제는 아니다. 4주간의 기초군사교육을 포함해 2년 10개월 동안 자신의 경력을 활용해 공익에 복무해야 한다. 동시에 사회적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재능기부 등 봉사활동도 544시간을 채워야 한다. 현재 예술요원은 병무청장이 정하는 국제예술경연대회 2위 이상 입상자, 국악 등 국제대회가 없는 분야의 국내예술경연대회 1위 입상자 등을 대상으로 적용되고 있다. 대회 기준은 여러 차례 수정을 거쳐 현재 클래식 음악 29개, 발레와 현대무용 12개, 국악과 한국무용은 7개(국내 대회만)가 인정된다.


누구나 알 만한 콩쿠르에서 1, 2위에 오르기는 쉽지 않다. 당연히 예술요원 복무자의 숫자도 적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15년 11월부터 지난달 11일까지 예술요원으로 편입해 복무한 사람은 79명이다. 매년 편입인원은 20~30명 정도다. 세계적 콩쿠르에서 잇달아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스타 피아니스트 김선욱 선우예권 조성진,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등도 예술요원으로 복무할 수 있는 요건을 갖췄다. 지난해 기준 대체복무자 2만8,000여명에 비하면 극히 적은 숫자지만 일부 대중들에게는 특혜로 비치고 있다.


공연계 관계자들은 예술가들의 미래를 위한 국가적 투자로 생각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006년 국방부 대체복무제도 연구위원이었던 장광열 무용평론가는 “예술가들은 한창 전성기에 지속적으로 훈련하지 않으면 세계적인 거장으로 거듭나는데 한계가 있다”며 “세계적인 수준으로 거듭나면 국위 선양도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술ㆍ체육요원 제도는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이 197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심포니콩쿠르에서 우승하고 전 세계의 주목을 받던 당시 그의 군 복무가 큰 이슈가 되면서 도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 지휘자 정명훈도 병역 특례 대상자였다.


순수예술 중 무용수들이 병역에 특히 민감하다. 현역 군 생활을 할 경우 다른 분야보다 활동에 더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어서다. 국립발레단 관계자는 “예술요원이 되는 건 단원 중 많아야 2명 정도로 나머지 발레리노들은 활동을 하다가 입대한다”며 “발레에서 사용하는 근육과 군대에서 쓰게 되는 근육이 달라 체형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이 무용수들에게 가장 힘든 점”이라고 말했다.


클래식 악기 연주자들도 마찬가지다. 2년 가까이 연주를 쉬었다가 다시 하면 이전에 도달했던 경지로 되돌아가는 데 한계가 있다. 한 클래식 기획사 관계자는 “콩쿠르에서 우승하고도 병무청에서 인정하는 콩쿠르에 들지 않아 연주자를 군대에 보내며 눈물 흘린 적이 있다”며 “경력 단절로 인기가 하락하더라도 다시 활동을 할 수는 있는 연예인과는 문제의 결이 다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병역특례를 두고 콩쿠르가 지나치게 과열되고 뒷말이 나오는 것에 대해선 일부 비판적인 목소리도 있다. 공연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만 이뤄지는 전통예술 분야에서는 병역 특례를 위해 남성을 밀어주는 사례도 공공연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는 예술가들의 대체복무 제도가 잘 마련돼 있는 편이다. 러시아의 국군 예술부대인 레드 아미 앙상블은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무용단을 포함한 250여명의 예술가들이 해외공연과 위문공연 등을 하며 대체복무 한다. 대만과 이스라엘에서는 국립단체에 소속돼 활동하면 군 복무를 한 것으로 인정한다. 체육계에 경찰청과 상무가 있어 일부 운동선수들이 군생활을 하며 운동을 지속할 수 있는 경우와 비슷하다. 국내엔 군 복무를 대체할 수 있는 예술단체가 없다.

 

불만 커지는 청년들


이처럼 정부가 병역특례제도를 손보려는 가운데, 이 정책이 근본적으로 ‘장병 역차별’이라는 불만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병역특례 제도의 형평성 및 모호한 기준을 두고도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국위선양’의 객관적인 기준이 모호할뿐더러 이것이 병역의 의무 면제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근본적으로 병역의무의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병역특례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부와 군 당국은 병역의무의 신성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 국민들이 이같은 인식을 갖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현역병들은 상당 기간 군시설에서 적은 임금을 받고 신체적 자유가 구속된 상태에서 봉사에 임하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특히 한국은 ‘특수 안보환경’으로 군 복무의 고역 정도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도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군복무가 일종의 ‘징벌’로 인식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제 스포츠 대회가 개최 될 때마다 탁월한 성적을 거둔 선수에게는 병역면제라는 상을 수여하고 그렇지 못한 선수는 군복무를 시키자는 여론이 표면화 되는 것이다.


이에 군 안팎에서는 현역병 및 군필자들에게 제공되는 혜택을 강화하고 병영문화를 전면 개선해 군복무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최근 저출산 현상으로 병력 자원이 지속 감소하는 상황에서 병역기피 현상의 확대를 방치하다가는 국가안보위기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잇따른다.


한 군 관계자는 “우리 군은 병사평일외출·휴대폰사용·사역금지·월급인상 등 병영문화 개선을 통해 장병들이 자부심을 갖고 본연의 임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방탄소년단은 올해 미국 빌보드 메인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연이어 두 차례나 1위를 차지하며 세계적으로 한국, K팝의 이름을 알린 것 역시 국위선양 측면으로 볼 수 있어 ‘병역특례’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軍의 해법은?


이처럼 병역특례제도는 예술·체육계와 국민 정서를 모두 충족하는 대안이 마땅치 않아 단 한 차례의 국제대회 입상으로도 혜택을 받는 현행 제도의 형평성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대안으로 가장 먼저 제시된 것은 누적점수제도다. 올림픽,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대회 등 국제대회에서 입상한 사람에게 점수를 주고, 일정 점수 이상을 획득한 사람에게 예술·체육 병역특례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일부 인기 종목에 집중된 병역특례를 비 인기종목으로 확대, 스포츠 선수들이 병역특례를 얻을 기회가 넓어지는 장점이 있다.


반면 병역특례를 얻으려는 스포츠 선수들 간의 경쟁이 과열되면 국제대회 출전이 병역특례 도구로 전락, 스포츠 정신이 훼손될 우려도 나온다. 병역특례 인정 범위가 넓어져 병역특례를 받는 스포츠 선수가 지금보다 늘어나면 병역제도의 형평성에 대한 비난 여론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2013년 병무청을 중심으로 누적점수제도 도입을 검토했으나 시행이 이뤄지지 않은 것도 이 같은 점을 의식했다는 평가다.


병역의무를 일정 기간 유예하거나 은퇴 후 재능기부 형태로 봉사활동을 하는 방안도 제기되나 스포츠 선수의 은퇴 시점이 제각각이라 일괄적인 적용이 어렵다. 병역법, 예비군 및 민방위 제도 등 관련 법령 개정 소요도 적지 않다. 다른 분야와의 형평성 문제도 해소되지 않는다. 재능기부는 병무청이 2014년 12월 병역법을 개정하면서 병역특례를 받는 예술·체육요원은 544시간 동안 봉사활동을 하도록 규정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국군체육부대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선수와 군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군 당국이 국방개혁 2.0의 일환으로 군 조직 축소와 인력구조 개편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국군체육부대를 확대하면 다른 개편 대상 부대와의 형평성 논란이 발생한다. 부대 규모 확대에 따른 추가 예산 마련 등의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국방부는 사안의 민감성을 의식한 듯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국방부 최현수 대변인은 4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대해 “병역의 형평성과 공정성, 정책의 실효성을 감안해 관련 기관과 광범위하게 협의하면서 국민 여론을 수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20년대 초부터 병역자원이 부족해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국방부는 의무경찰, 산업기능요원, 전문연구요원 등 현행 전환·대체복무를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예술·체육요원 제도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개정 여부가 검토될 전망이다. 하지만 과거 여러 차례 시도됐던 감축 시도가 산업계와 이공계, 체육계 등의 반발로 흐지부지됐던 전례를 감안하면 제도 개선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군 관계자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전환·대체복무제도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며 “내부 검토와 관계부처 간 긴밀한 협의를 거쳐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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