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산동 사태 계기 도심 속 폭탄 ‘싱크홀’ 실상 해부

해마다 900건 지반 ‘푹~’…아찔한 도로 대책은 정녕 없는가?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09/10 [15:58]

가산동 사태 계기 도심 속 폭탄 ‘싱크홀’ 실상 해부

해마다 900건 지반 ‘푹~’…아찔한 도로 대책은 정녕 없는가?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09/10 [15:58]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생소했던 단어인 ‘싱크홀’이 최근에는 매우 자주 듣는 단어가 됐다. 특히 4년전인 지난 2014년 송파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땅꺼짐 현상이 발생하면서 ‘싱크홀’이란 단어가 언론지상을 도배한 것이다. 이같은 싱크홀이란 땅의 지반이 내려앉아 지면에 커다란 웅덩이 및 구멍이 생기는 것이다. 크기는 작은 것에서부터 수백미터에 이르는 지면 하나를 전체적으로 덮을 수 있을 거대한 것까지 천차만별이다. 깊이는 웅덩이 모양으로 땅만 패인 모양부터 시작해 아예 땅 밑 깊숙이 원형의 낭떠러지가 생기기도 한다. 실제 이런 현상으로 건물 붕괴는 물론, 인명피해가 발생하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싱크홀 현상은 매우 위험한 것이다.


아파트 옆에서 발생한 지반침하…폭우로 철제빔 기울어져
5년 전부터 균열·누수 등 위험 징후 포착됐다는 주장제기
전국에서 해마다 900여건 땅꺼짐 발생…노후 하수관 위험
상시 감시하고 예측 기술 존재…공사 전에 철저 확인 필요

 

▲ 지난 8월31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아파트 인근 도로에 대형 싱크홀이 생기면서 주차된 차량들이 아슬아슬하게 싱크홀 끝에 걸려 있다. <사진제공=구로소방서>

 

지난 8월31일 오전 4시 38분쯤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아파트 앞 도로에 대형 싱크홀이 생기면서 주민 200여 명이 긴급 대피하는 위험천만한 소동이 벌어졌다.

 

사전 균열 발생


소방당국과 금천구에 따르면 이 아파트와 건너편 오피스텔 신축 공사장 사이의 도로에 가로 30m, 세로 10m, 깊이 6m의 사각형 싱크홀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아파트 앞에 주차돼 있던 승용차 4대의 앞바퀴가 싱크홀 쪽으로 빠져 견인됐다. 아파트 화단은 싱크홀 쪽으로 무너졌고 가로수와 가로등은 넘어졌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5시 44분경부터 싱크홀과 가장 가까운 아파트 동 주민들을 긴급 대피시켰다. 싱크홀은 76가구(176명)가 거주하는 이 동에서 불과 10m가량 떨어져 있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도로를 내려다보면서 내 눈을 의심했다. 대피 방송에 깜짝 놀라 손가방 하나만 달랑 들고 내려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도 “‘쾅’ 하고 도로가 무너지는 소리가 계속 귓전에 들리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아파트에서 20m가량 떨어진 싱크홀이 발생한 공사장은 지하 3층, 지상 20층 규모의 오피스텔 건설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이다. 사고 시간 당시에는 공사가 진행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최근 내린 많은 양의 비가 이날 사고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고 있다. 27일 자정부터 이날 오전까지 금천구에는 148.5㎜의 비가 내렸다.


오피스텔 신축 공사장에서는 지면에서 15m 아래까지 터파기 작업이 진행된 상태다. 조사단 확인 결과 공사장 외벽을 받치던 철제빔이 싱크홀 쪽으로 기울었고, 토사가 일부 유실됐다. 현장 안전 진단을 실시한 이수권 동양미래대 건축학과 교수는 “오피스텔 지하 터파기 공사를 위한 흙막이가 무너지면서 주변 도로가 침하했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는 정밀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오피스텔 공사중지를 명령했다.


지반침하(땅꺼짐) 현상 발생으로 주민 대피 소동을 빚었던 서울시 금천구 가산동 아파트에 이미 5년 전부터 균열, 누수 등 사고 징후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지만 시공사는 지질조사 등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지난해 건축법 개정으로 대형건물의 경우 건축시 지질조사 등 ‘건축물 안전영향평가’가 의무화 됐지만 기존 건축물은 적용되지 않아 안전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9월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홍철호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입수한 이 아파트 정밀안전점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이 아파트의 지하층 벽체와 천장슬래브에서 다수의 균열이 발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지하층뿐아니라 옥탑, 외벽, 계단실 등은 물론 내력벽체(기둥과 함께 건물의 무게를 지탱하도록 설계된 벽)에서도 균열이 발생했다.


균열폭은 ‘0.1~0.2㎜’로 ‘중간균열’에 속한다. 보고서는 ▲0.1㎜ 미만 ‘미세균열’ ▲0.1이상~0.7㎜미만 ‘중간균열’ ▲0.7㎜이상 ‘대형균열’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그리고 중간균열 이상인 경우 구조물의 성능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보고서에 기록하고 추적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홍 의원은 이 아파트에 각종 토질시험, 지내력, 지하수위면 등에 대한 지질조사서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2016년 정밀안전점검보고서에서도 동일한 내용을 지적받았으나 정밀안전점검 실시기관이 지질조사서를 확보하지 못해 이를 참고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기존에 지어진 아파트는 지질조사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대형 건축물은 시공사가 건축에 들어가기전 지질조사 등 건축물 안전영향평가를 강제하는 등의 내용의 건축법 개정안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했지만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지자체도 별다른 대응에 나서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는 사고 발생 9일전인 지난 8월21일 금천구청에 ‘주차장 지반 갈라짐과 관련해 침하가 우려되니 오피스텔 공사를 중단해 달라’는 민원을 서면으로 제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홍 의원은 “시공사가 아파트 주민들에게 지질조사서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동시에 정기 정밀안전점검 항목상 ‘지질, 지반 및 지내력 평가 사항’을 포함시키도록 현행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을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싱크홀이 전국 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출처=KBS 뉴스 캡처>

 

싱크홀 위험국가


이처럼 가산동 아파트 인근 도로에 지반침하 현상이 발생해 긴급 대피 사태가 벌어진 가운데 전국에서 매년 900건가량의 싱크홀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9월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경욱 의원(자유한국당)이 국토교통부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2017년 전국에서 총 4580건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연도별로는 2013년 898건, 2014년 858건, 2015년 1036건, 2016년 828건, 지난해 960건이다.


특히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의 경우 최근 5년간 3581건 발생해 전국 싱크홀 발생 건수의 78%를 차지했다. 이어 경기도가 255건(5.6%), 광주시 109건(2.4%), 대전시 84건(1.8%), 충북 82건(1.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급격하게 잦은 싱크홀 발생 원인은 하수관 손상이 66%(3027건)로 가장 많았다. 이어 관로공사 등 공사로 인한 싱크홀 발생이 31%(1434건), 상수관 손상이 3%(119건) 였다.


또한 작년 한 해 동안 발생한 960건의 싱크홀 가운데 크기 1㎡ 미만은 53%(505건), 1∼4㎡ 사이는 36%(344건)이었다. 그러나 크기가 4㎡ 이상인 대형 싱크홀도 111건 발생해 전체의 12%를 차지했다.


싱크홀을 깊이별로 보면 2m 이상이 41%(395건)로 가장 많았고, 1m 미만 38%(361건), 1∼2m 사이가 21%(204건)로 조사됐다.


계절별로는 여름철인 6∼8월에 가장 많은 싱크홀이 발생했다. 특히 서울시가 2015년 발간한 ‘하수관로 도로 함몰 발생 및 대책’ 자료를 보면 싱크홀 발생 수가 겨울철(12∼2월)에 월 100여건, 봄·가을철 월 250여건인 반면 여름철인 6월과 8월은 350∼400여건, 태풍·장마가 오는 7월에는 500건 안팎으로 급증했다.


싱크홀 발생 주범으로 꼽히는 노후 하수관은 서울 전체 하수관의 5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전체 하수관로의 48%에 해당하는 약 5000㎞가 30년 이상 된 노후 하수관으로 분류된다.


민경욱 의원은 “매설관 노후화가 급격히 진행돼 도로 함몰 등 싱크홀 증가가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싱크홀 발생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노후 하수관로 정비예산을 확대하는 등 지하공간 관리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예방 방안 있나?


이처럼 지역 곳곳에서 지반침하 현상이 발생하면서 과학기술로 해결할 방안이 있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반침하를 상시 감시하고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지만 전국 모든 지역에 이를 적용하기엔 비용에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3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에 따르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한국건설기술연구원·한국철도기술연구원·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 정부출연연구기관 4곳이 'UGS(Underground Safety) 융합연구단'을 구성해 2014년부터 3년간 ‘사물인터넷 기반 도시 지하매설물 모니터링 및 관리시스템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간동안 약 315억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됐다.


지반침하 가운데서도 ‘싱크홀’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는 땅속 석회암 지반이 지하수에 녹아서 생긴 동공(지하 빈공간)이 커지면서 지표면 지반까지 무너져 생긴다. 그러나 국내 지반은 대부분 강도가 강한 화강암층이나 편마암층이다. 이 때문에 인위적으로 발생하는 싱크홀은 대부분 대형공사시 굴착이나 지하수 양수 등의 문제로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UGS 연구단은 지하 매설물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도시지역의 넓은 지역에 분포돼 있는 다양한 시설물인 상하수도·지하도시철도 주변 구조물·지하수 등을 실시간 감시해 이상징후를 사전에 감지하고 예측가능한 안전지수로 표시할 수 있는 플랫폼 개발했다.


지하공간 정밀 감지 장치는 다수 센서를 사물인터넷(IoT) 기술로 융합한 복합센서 모듈로 상수관로의 누수나 지하수 및 지질의 변화, 하수관로 균열, 도시철도 주변의 물·흙 유입을 감지한다. 데이터 수집장치는 광역 단거리무선망(WPAN), 지상에 설치된 무선 통신장치(AP), 매설 통신 장치용 조향 안테나, 매립형 센서 노드, 저전력 장거리(LPWA449) 무선통신 기술을 통해 정보를 외부로 전달한다.


이 기술은 이미 실증과정을 거쳐 대전 유성구과 서울 성동구 지역에는 시범적용됐다. 하지만 예산의 문제로 전국 모든 지자체에 적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31일 발생한 가산동 지역도 마찬가지로 이 기술이 적용돼 있지 않아 지반침하 발생을 예측할 수는 없었다.


이인환 UGS 융합연구단장은 “서울에서는 현재 성동구에만 시스템이 적용돼 있다”면서도 “다른 지자체에는 아예 도입을 안한 곳이 많아 서울시의 경우 이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우리와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지자체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내년까지 이 기술을 도입할 실증도시 약 2곳을 늘릴 예정이다. 더불어 지난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인위적으로 발생하는 지반침하 현상이 줄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을 보고 있다. 법에 따르면 지하 10m 이상 터파기를 하는 모든 공사는 공사 시작 전 반드시 지하안전영향평가나 소규모 지하안전영향평가를, 공사 착공 후에는 사후지하안전영향조사를 받아야만 한다.


이인환 단장은 “시설물이 노후화된 건물이 많은 곳에서는 더욱 지반침하 위험이 있기 때문에 공사가 진행되기 이전에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하는 작업이 싱크홀을 막기 위한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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