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문제 전문가 정세현 '한반도 정세' 대예측

다시 만나는 남북 정상...한반도 평화와 새로운 세상 열어젖힐까?

문병곤 기자 | 기사입력 2018/09/11 [17:14]

한반도 문제 전문가 정세현 '한반도 정세' 대예측

다시 만나는 남북 정상...한반도 평화와 새로운 세상 열어젖힐까?

문병곤 기자 | 입력 : 2018/09/11 [17:14]

70여 년을 옥죄어온 한반도 냉전구조는 과연 끝이 날까? 한반도의 평화기류가 흐르고 ‘판’이 바뀌고 있는데, 과연 우리는 어떻게 통일에 대비해야할까. 그동안 우리 사회 내부에서는 북한을 바라보는 입장차가 극명하게 엇갈려왔다. 또한 고립과 폐쇄정책으로 일관해온 북한 체제에 대해서 편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선대와 달리 파격적 행보를 펼치고 있는 김정은 체제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과거와 현재를 읽어낼 수 있는 탁월한 통찰력이 필요하다. 


 

▲ 한반도에 평화기류가 급물살을 타고 흐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북미 관계 등 아직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남아있다.      <사진출처=청와대 트위터>


국제질서 재편…‘관계의 판’ 어떻게 재정비해야 하나

“핵이 협상 수단되어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 가져와”

“김정은의 화두는 경제건설…이전 정책 당연히 폐기”

“‘통일=재앙’이라는 인식, 틀린 계산법에서 비롯됐다”

 

 

“올해 아홉 살 된 손자와 외손녀가 떠올랐다. ‘그래, 이 아이들이 커서 어른이 될 때쯤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 있고, 그 세상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를 할아버지 마음으로 풀어내보자.’ 그런 마음으로 쓴 이 책이 지금의 3040 세대와 그다음 세대에 약간이나마 힌트가 된다면 커다란 보람이 될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저자 정세현은 북한 분야 전문가로서 유명한 인물이다, 풍부한 현장 경험과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고 한반도 정세 변화를 명쾌하게 짚어내는 그가 현 한반도 문제를 쉽게 풀어낸 책 <담대한 여정>을 출간했다. 책은 어떻게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미국의 헤게모니 싸움에서 중심성을 잃지 않고 ‘운전자론’을 이끌어 왔는지 면밀하게 살피고 있다. 한반도의 기류가 바뀌고 있는 지금 정세현의 <담대한 여정>은 독자들에게 통찰을 제공할 것이다.

 

정세현 장관은 남북회담이 가장 빈번하던 시절에 대북 접촉을 가장 많이 한 사람으로, 197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총 170여 개의 남북합의서가 작성된 가운데 73개를 통일부 장관 재임 중에 작성했다는 점에서 국내 최고의 북한 전문가로 손꼽힌다. 아울러 지금의 변화가 ‘나’라는 평범한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할아버지’의 입장에서 상세하게 알려주고자 한다.

 

▲ 책 <담대한 여정>의 저자 정세현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인물로 북한 분야 전문가로서 유명하다.     <사진출처=메디치미디어>     


2020 한반도의 새로운 미래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남북정상회담이 한 차례씩 열린 데 이어 문재인 정부 들어 2018년에만 유례없이 두 차례가 열렸고, 연내 평양에서 한 차례가 더 열릴 예정이다. 한편 북한과 미국은 1948년 북한 정권 수립 이후 70년간 정상회담이 단 한 차례도 열린 적이 없었으나, 6·12 북미정상회담이 극적으로 열리면서 드디어 한반도에도 평화 분위기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특히 북미정상회담이 의미가 큰 것은, 미국 입장에서 보면 북한 미사일이 자국 영토까지 넘볼 수 있을 만큼 위협적이 됐다는 점에서, 북한 입장에서 보면 더 이상 폐쇄 경제를 지속하기 어렵게 됐다는 점에서 열렸다는 사실이다. 자그마치 70년간 최강 적대관계에 있던 두 정상은 2020년까지 각자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의 판을 뒤엎을 수도, 유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저자는 비핵화와 북미수교를 맞바꾸는 과정에서 온갖 잡음이 일어나는 가운데 우리가 어떻게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한편 주변국들도 저마다 자신의 이해관계를 챙기기 위해 한반도라는 투전판으로 몰려들고 있는 상황에 직면해서 우리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한반도 국제질서가 재편됨에 따라 주변국들과의 ‘관계의 판’은 어떻게 재정비해야 하는지 풍부한 사례를 들어 전후 맥락을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핵 문제가 해결 프로세스를 밟기 시작하면 유엔 대북제재는 중단될 수밖에 없습니다. 박근혜 정부 때 과도하게 해석해서 그렇지, 유엔 대북제재 아래서도 인도적 지원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리고 핵이 완전히 폐기가 안 되더라도 어느 정도 단계에 들어가면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은 복원할 수 있습니다. (…) 그런데 이 과정에서 얼마나 큰 마찰음이 생기겠습니까. 분단체제가 깨지는 과정인데. 사사건건 잡음이 나올 겁니다. 그래서 이념 논란, 남남 갈등을 키울 정도로 과속하면 역효과가 생깁니다. 경제협력 문제도 비핵화 속도에 맞춰 나아가야 합니다. 비핵화 → 남북 관계 → 북미 수교 및 평화협정, 이런 순서로 가는 게 좋습니다. 남북 관계가 중간에 가야 ‘운전자론’과도 맞고요. 우리로서는 비핵화 속도에 맞춰 양쪽을 연결하면서 가는 게 좋습니다. _46~47쪽

 

한반도 판이 바뀐다

한때 ‘핵전쟁’ 설전까지 벌였던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70년 적대관계를 끝내기 위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했다. 2017년 말까지 문재인 정부가 제안한 모든 대화를 거부했던 북한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고위급 특사단을 주고받은 뒤 상반기에 두 차례, 하반기에 한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했다. 한마디로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의 판이 바뀐 것이다. 그 계기는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함으로써 미국과 빅딜을 할 수 있는 카드를 갖게 되면서다.

 

정세현 장관에 따르면, 미국은 그동안 동아시아 대외정책에서 상대 국가의 의중을 읽어내는 데 착오가 많았으며, 북한에 대해서도 그동안 압박과 제재로만 핵을 포기하게 만들었기에 오늘날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더 고도화시킨 결과를 낳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핵이 미국과의 협상 수단이 되면서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를 가져왔고, 우리 역시 이 기회를 놓치면 언제 다시 70년 분단체제의 사슬을 끊을 수 있을지 모른다. 이 책은 지금의 한반도 상황이 얼마나 중대한지를 깨닫고, 바뀌고 있는 세상에서 우리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기 위해 어떤 실천 행동들을 만들어가야 하는지를 제시해준다.  

 

꽤 오랫동안 평화협정이라는 단어 자체는 북한의 간교한 술책이고 평화 공세의 일환이기 때문에 전혀 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였습니다. 적어도 남쪽에서 평화를 바라는 사람들에겐 무지개 같은 게 아니었을까 싶어요. 나처럼 현장에서 일하는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평화협정 얘기가 나오면 ‘글쎄, 과연 이게 이뤄질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더구나 평화협정을 북한이 자꾸 제기하니까 의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미군이 철수하고 나면, 분명히 북에서 밀고 내려온다는 공포가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평화협정이 진실로 가능하게 됐어요. 우리에게는 평화, 북에게는 북미 수교로 연결되도록 꼭 만들어야 합니다. _112쪽

 

많은 사람이 ‘저 두 사람이 손잡고 높이 5cm, 폭 50cm의 저 작은 군사분계선을 치우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상황을 상상하면서 눈물이 났을 겁니다. 분단시대, 분단체제에서 평생을 살아온 사람들이 ‘내 생전에는 계속 전쟁 공포를 느끼면서 서로 미워하며 살아야 하나’ 싶어서 마음이 얼마나 불편했겠어요. 그게 얼마나 비극입니까? 그런데 앞으로 미워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잘 오셨습니다”라고 하지 않겠어요? 문 대통령이 잘했든 트럼프가 잘했든 누가 잘했든 간에 “드디어 우리에게도 이런 세상이 오는구나”라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겁니다. _138쪽

 

북한은 왜,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가

최근 북한이 주요 문서 등에 ‘경제건설을 위해 국제사회와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협력하겠다’고 대대적으로 명시해놓은 것은 무척 이례적이다. 2017년 11월 말까지도 핵과 미사일 실험에 집중한 북한이 이처럼 개혁개방과 제도 개혁을 통해 경제에 주력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뭘까. 

 

1978년 중국은 덩샤오핑이 개혁개방 노선을 선포한 이래 미중 관계가 꾸준히 개선된바, 김정은 역시 개방을 해서 미국의 힘을 빌려 외자를 유치해 인민경제를 빠르게 발전시키려는 중대한 정책 전환을 시도하려는 것이다. 그러자면 새로운 관계 개선(북미 수교, 체제보장)과 한반도 평화 구축, 비핵화 조치들이 각각 어느 단계에서 무엇과 짝을 맞춰 행동으로 나아갈 것인지 타임 테이블을 갖고 진행해야 한다.

 

트럼프 시대에 와서 모든 대외정책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어요. 김정은도 거기에 맞춰서 자기 당대에 이루고 싶은 게 있을 겁니다. 이를 위해 기존 정책으로는 도저히 안 된다고 보고, 그래서 트럼프와 문재인을 잘 활용해서 환골탈태할 결심을 한 겁니다. 사회주의 경제건설을 위해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협력하겠다고 해놓고 핵은 그대로 끌고 가겠다? 그렇게 되면 유엔 대북제재는 그대로 계속되는데, 이게 앞뒤가 맞습니까? 지금 김정은의 화두는 경제건설이고, 그러면 그전 정책은 전면 수정해야 합니다.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6개월 만에 다시 열었는데, 과거를 답습할 생각이라면 그렇게 했겠어요? 정책 전환 의지가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경제에 힘쓰겠다! 핵에는 더 이상 돈 안 쓰겠다! 핵은 협상카드로만 쓰겠다!” 다만 그동안 압박과 제재 속에서 힘들게 핵을 만들었기 때문에 싸게는 안 팔겠다는 이야기인 겁니다. _65~66쪽 

 

이러한 북한의 입장에 대해 한쪽에서는 여전히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지만, 저자는 김일성 시대의 고난의 행군부터 주체사상의 태동 배경, 김정일의 2002년 7·1경제관리개선조치(7·1조치)와 2009년 화폐개혁, 김정은의 경제개혁 조치(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까지 살펴보면서 북한 사회의 변화(개혁개방)가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그 밖에 북한 사회가 더 이상 백두혈통으로의 세습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라든가, 북한의 주체사상이 반미가 아닌 중국과 소련의 간섭에서 벗어나기 위해 태동됐다는 점, 1983년부터 중국이 북한에 중국식 개방개혁을 권유했으나 김정일이 거절한 사연, 보수 기득권층의 저항으로 촉발된 중국 천안문 사태가 개혁개방 이후 김정은 체제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 등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 ‘문재인 운전론’은 우리 정부가 온전히 중심성을 가지고 북한·미국과 외교를 해야지 가능한 것이라고 정세헌 전 장관은 말한다.       <사진출처=청와대 트위터> 


문 정부, 중심성 확보가 관건

북미정상회담을 한 차례 취소한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적인 행동을 보면서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운전자를 자임한 문 대통령에게 한마디 상의조차 없었다는 점은 참으로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데도 우리는 미국을 동맹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정세현 장관은 이승만부터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권에 이르기까지 한미 관계에서 한 번도 우리가 자국 중심적으로 외교를 끌고 온 적이 없었다고 설명한다. 즉 한미동맹에서는 미국의 국가이익이 우리보다 늘 우선이었기 때문에, 여기서 자국 중심성을 잘못 얘기했다가는 반미가 되고, 반미는 곧 친북이라는 식의 흑백논리가 지배했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김영삼이라는 문민 대통령이 등장해서 미국에 사사건건 엇박자를 내자 새롭게 만들어낸 말이 바로 ‘한미공조’다. 중요한 건 이때부터 미국에 노(NO)라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1993년 1차 북핵 위기가 터지면서 ‘공조’라는 명분 아래 미국이 북한 핵 상황을 주도하는 것이 정당화되면서 다시금 ‘공조’라는 말도 원칙의 굴레가 되고 말았다. 

 

이후 김대중 정부 시절, 한미 관계가 대등한 자격으로 움직이면서 그나마 우리 의견을 반영하려고 노력해서 나온 표현이 ‘조화와 병행’이라는 개념이다. DJ는 남북 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을 ‘조화와 병행’ 논리로 역이용하면서 한국 중심성을 확보해나간 첫 성공 사례이기도 하다. 그 덕분에 남북정상회담까지 이끌어내고, 이것이 노무현 정부 때도 이어져서 두 번째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그리고 2018년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치르는 문재인 정부 역시 앞으로 한반도의 냉전구조가 해체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 외교의 자국 중심성을 확보하는 일이야말로 남북 문제는 물론이고 주변국과의 관계의 판을 풀어나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중요한 건 대한민국 외교의 자국 중심성을 확보하는 겁니다. ‘한반도 운전자론’이란 것은 한반도 문제에 관한 한 우리가 주인이 돼서 풀어나가고, 필요하면 미국, 중국, 북한도 활용하자는 얘기입니다. 그동안 우리 외교의 고질적 병폐인 대미 의존적 외교에서 벗어나 자국 중심성을 가져야 합니다. 물론 동맹국과 협의는 하겠지만 참고만 할 뿐이지 우리가 그들 요구를 전적으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자세로 나아가야 합니다. (…) 우리 대한민국이 한반도 문제의 운전자가 돼서 남북 관계를 심화, 발전시켜야 합니다. 그 결과 남북 관계가 경제공동체를 만드는 남북연합 수준으로까지 되면 미국을 거부하거나 적대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히려 미국 힘을 활용하면서 중국을 견제할 수도 있고, 반대로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이용해 미국의 압박을 줄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자국 중심성을 갖는 겁니다. _174~175쪽

 

통일은 재앙일까?

우리는 여전히 ‘통일’ 하면 천문학적인 금액이 머리에 박혀 있는 탓에 ‘통일=재앙’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통일비용은 일본 신용은행들이 ‘독일식’을 그대로 적용한 계산법으로, 이 계산법에 따르면 실업자가 된 북한을 먹여 살려야 하기에 그 비용이 엄청날 수밖에 없다.  

 

통일비용과 함께 선동성이 강한 용어인 ‘퍼주기’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사실상 지금 한국 사람들이 성조기 들고 데모하게 된 배경도 6·25전쟁이 끝나고 배고팠던 시절에 미국이 우리한테 밀가루, 쌀 등 온갖 퍼주기를 했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 마음이 미국 대륙으로 건너간 것이다.

 

우리가 북과 사이좋게 지내고 그들과 통일을 이루려면 마음을 연결해야 합니다. 마음을 연결하는 방법은 오직 퍼주기예요. 미국이 퍼주는 건 괜찮고, 우리가 퍼주는 것은 안 된다? 그게 말이 됩니까? 물이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흘러야 하는 것처럼, 미국이 퍼줘서 우리가 오늘날 잘살게 됐다면 우리도 북의 경제가 어려울 때 똑같이 도와줘야 할 게 아니겠어요? 미국은 우리가 불쌍해서, 인도주의에 입각해서 도와준 건데, 북은 우리와 같은 핏줄입니다.

 

탈북자들이 대개 먹고살기 힘들어서 온 사람들 아닙니까. 우리 사회에 탈북자가 3만이나 있다는 것은 북이 대단히 못산다는 걸 입증해주는 거고, 그럼 줘야죠. 미국 사람들이 우리에게 줄 때 동포라서 줬나요? 인도주의에 입각해서 준 겁니다. _265쪽

 

대북지원과 관련해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일화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이 북을 돕는 까닭에 대해 정세현 장관에게 한 말은 특히 큰 울림을 준다. “우리가 북을 돕는 건 인도주의도 아니고 동포애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북을 돕는 건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도리 밑에 동포애, 동포애 밑에 인도주의가 있는데, 대북 협력을 하겠다는 사람들은 동포애까지는 가 있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그보다 높은 인간으로서 그리고 같은 민족으로서 도리로 북한을 대하고 남북 관계를 발전시켜나가려 했다는 것이다. 

 

물론 분단의 세월이 긴 만큼 이제는 ‘같은 민족이니까 통일해야 한다’는 민족주의 정서만 가지고는 통일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남북 간 화해협력이 심화되면 통일의 구심력이 커지면서 남북 간 긴장이 완화되고, 결과적으로 국방비(전체 국가 예산의 10%에 해당)에 쓸 돈을 복지와 교육으로 쓸 수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북한이 우리 경제의 블루오션이 될 거란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지금 우리 시대에 찾아온 이 기회가 지나가는 일장춘몽이 아닌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 국민 모두가 현재 한반도의 판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빨리 알아채고, 이 새로운 흐름에 올라탈 준비를 해야 한다.  

 

이건 단순하게 돈만 흘러가는 게 아니라 민심이 녹아내리고 남북 간 화해협력이 심화되면서 통일의 구심력이 커지는 길입니다. 그렇게 되면 국방비를 대폭 줄일 수 있지 않겠어요? 대북지원을 통해 남북 간 긴장이 완화되면 국방비를 아낄 수 있고, 그 줄어든 국방비를 복지나 교육에 투자할 수 있는데, 어떤 걸 선택하는 게 낫겠습니까. 그러니까 누군가에게는 ‘퍼주기’라는 논리가 분단 고착 이데올로기이고, 긴장 지속 이데올로기이고, 평화 반대 이데올로기이고, 그리고 복지 반대 이데올로기였던 겁니다. 결국 남과 북이 함께 잘사는 길로 나아가는 건데, 굳이 이 쉬운 방법을 마다할 필요가 있을까요? _273~274쪽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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