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상류사회’ 헤로인 수애 심층탐구

“긴 생머리 싹둑 자르고 추악한 욕망의 옷 갈아입었죠”

정하경 기자 | 기사입력 2018/09/12 [12:25]

영화 ‘상류사회’ 헤로인 수애 심층탐구

“긴 생머리 싹둑 자르고 추악한 욕망의 옷 갈아입었죠”

정하경 기자 | 입력 : 2018/09/12 [12:25]

청순미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여배우 수애가 지난 8월29일 개봉한 영화 ‘상류사회’에서 단아함을 뒤로 하고 욕망의 옷을 갈아입어 화제다. ‘드레수애’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단아함의 전형인 그녀가 이번 영화에서 욕망에 가득차 물불 가리지 않는 캐릭터를 리얼하게 그려내며 ‘욕망수애’로 변신해 주목을 받고 있는 것. TV나 스크린 속 여배우에 대해서는 많이들 상상하게 된다. 그들이 연기했던 캐릭터가 혹시나 실제 인물의 모습과 겹치지 않을까 하고….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 톱스타로 각광을 받고 있는 만큼 높은 자리에 올라서고자 하는 욕망이 있는 여인이려니 생각했는데, 웬걸! ‘자연인 수애’는 너무나 인간적이고, 참하고, 바르게 살아가려는 고민이 깊은, 그러면서도 너무 예쁜 여인이었다. iMBC 콘텐츠를 바탕으로 영화 '상류사회'에서 데뷔 이래 가장 파격적인 노출을 감행하며 자신의 연기 활동에서 한 걸음 더 내디딘 수애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단아함 벗고 욕망 가득차 물불 안 가리는 캐릭터 리얼 변신
“캐릭터 완성도 매료…상대역 박해일 출연 직접 제의하기도”

 

▲ 청순미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여배우 수애가 지난 8월29일 개봉한 영화 ‘상류사회’에서 단아함을 뒤로 하고 욕망의 옷을 갈아입어 화제다.    

 

-이번 영화는 수애에게 과감한 도전처럼 보였다. 어떤 매력에 끌려서 출연을 결심한 건가?
▲사실 지난해 4월 처음으로 감독님으로부터 이번 영화 출연 제안을 받았다. ‘크랭크 인’에 들어간 것은 11월이었다.
그 사이에 감독님과 미팅을 굉장히 많이 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고 나서 도전할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 감독님과 계속해서 소통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감독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나는 일할 때 신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나를 믿어주고 이끌어주면 자신 있게 분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영화에서 감독님이 나한테 요구한 것은 안 그럴 것 같은 얼굴로 욕망을 표현했을 때 뭔가 불편하면서도 신선한 인지 부조화적인 면이 아닐까 싶다.


영화 ‘상류사회’ 속의 오수연이 스스로 자신을 증명해 보이고 싶어하는 심정이 이해되었고, 자신의 굴레를 스스로 벗어나려 노력하는 모습이 멋져 보였다. 그녀의 내적인 동요가 매력으로 다가와서 출연을 결심하게 되었다.

 

“발버둥치는 그녀 안쓰럽더라”


-영화 ‘상류사회’ 속에서의 모습은 권력욕이 굉장히 강한 여성 같은데….
▲사실 촬영하면서 권력욕이 강하다는 생각은 못했다. 항상 열등감에 시달리며 촬영했다. 1등이 아니어도 되는데 그렇게 1등이 되고 싶어 발버둥치며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수연의 모습을 보며 안쓰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 내 모습과 비슷한 듯 보였기 때문이다.


-지금의 내 모습과 비슷하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나는 데뷔 이래 열심히 앞만 보며 달렸다. 연기 전공을 하지 않고 연기를 시작하다 보니 늘 연기를 전공한 누군가에 비해 없는 게 있다고 생각되어 항상 긴장하고 현장의 분위기를 놓치지 않으려 애쓰며 살아왔다.


나는 열정을 추구한다. 열심히 살려고 하고 열정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열정이 욕망에 이르기까지는 굉장히 많은 힘듦이 있었을 것 같다. 치열하게 싸우면서 열등감이나 박탈감도 있었겠고 그러다 보니 열정이 좀 더 발전하여 야망이 되지 않았을까? 그렇게 캐릭터를 이해하게 되더라.


-언론시사회 때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소소한 행복을 느꼈다고 이야기했는데 그건 어떤 의미인가?
▲이제는 현장에서 나를 선배라고 부르는 사람도 생길 정도로 세월이 흘렸다. 조금씩 내 연기, 내 역할 말고 주변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현장이 훨씬 여유 있게 느껴졌다. 내적인 안정, 무게감을 가지려고 촬영을 다니면서 명상도 하고 나만의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했다. 변화무쌍한 현장에서 평정심을 가지는 게 중요하더라. 예전처럼 앞만 보며 달리는 시기는 끝난 것 같다. 선배로의 책임감도 느껴지고 내가 그런 걸 느낄 수 있다는 여유가 행복했다.

 

“박해일 덕분에 더 단단해졌다”


-상대역 박해일에게는 왜 이 영화를 제안한 건가?
▲박해일씨와는 데뷔 시기가 비슷하다. 내가 신인상을 수상했을 때 박해일씨는 전년도 신인상 수상자였다. 평소에도 박해일씨의 팬이었고 그의 연기에서 감당할 수 없는 에너지가 느껴졌고 그것으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박해일씨의 연기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있었고, 그 신뢰감 때문에 출연 제의를 하게 되었다.

 

▲ 배우 수애는 박해일의 연기에 대한 무한한 신뢰 때문에 직접 출연을 제의했다고 밝혔다.  


사실 ‘상류사회’가 아니었어도 꼭 한 번 만났으면 좋겠다는 의사는 전달했었다. 같이 호흡을 맞춰보고 싶었지 부담을 주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누군가에게 작품을 제안한 것은 박해일씨가 처음이었다. 늘 인사만 나누는 사이였는데 적극적으로 내 마음을 처음 표현하는 것이라서 아마 놀랐을 것 같다. 둘의 시너지가 궁금했고, 도전할 부분이 많은데 작품 속에서 박해일씨가 나의 버팀목이 되어주길 바랐다. 실제로 영화를 찍는 동안 의지가 많이 되었다.


-그렇게 용기 내어 시작한 도전이 만족스러웠나? 박해일씨와의 호흡은 어땠나?
▲박해일씨와 만나서 더 단단해지는 법을 배웠다. 이런 게 가장 큰 소득이자 배우로서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시나리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보편적이지 않은 부부를 연기해야 하기에 부부애보다는 동지나 파트너로서의 접점을 찾아 서로의 캐릭터로 많이 소통했다.


-영화에서의 노출은 힘들지 않았나?
▲배우들이 아마 다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소모를 위한 노출이 아니라 관객을 설득하기 위한 타당성이 있고 적합하다면 과감하게 뛰어든다. 노출은 우리 영화만의 피할 수 없는 색깔이라고 생각한다. 감독님은 오수연의 베드신에서는 로맨틱함이 보였으면 좋겠고 태준의 배드신에서는 무미건조함이 드러났으면 했다. 회장의 경우 예술과 접목할 수 있게 판타지적인 면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색깔을 분명하게 정리했었다.

 

“나는 상류사회 사람 아니다”


-영화 속에서 보여준 상류사회의 일면은 많이 씁쓸했다.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에 연예인도 어쩌면 상류사회에 속한다 할 수도 있는데….
▲지금 인터뷰 하느라 화장도 하고 옷도 이렇게 입어서 그렇지 원래 나는 이렇지 않다. 평소에는 편안함을 추구하고 모자를 즐겨 쓰고 운동화만 신고 다녀서 지금 모습과는 굉장히 다르다. 상류사회라니, 어림도 없다.


촬영을 하는 동안 배우들끼리도 “우리 중에 누가 가장 상류사회야?”라고 하며 농담도 했었는데 아무도 해당되는 사람이 없더라. 영화 속 세상에 대한 이야기는 기사로 접하는 것 말고는 감독님에게 가장 많은 정보를 접했다. 박해일씨와 서로 “우리가 이렇게 상류사회에 속하는 캐릭터로 만나다니?”라며 농담을 주고받았다.


-촬영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건 어떤 장면이었나?
▲옥상에서 태준이와 힐러리 이야기를 하는 신이었다. 개인적인 성향과 많이 반대되는 터라 어렵고 힘들었다. 나는 그 상황에서 태준에게 먼저 찾아갈 것 같은데 왜 안 그럴까에 대해 충돌이 나서 대사가 잘 이해 안 되는 지점이 있었다.


-영화 속 의상도 협찬이 아니라 다 제작이라고 들었다.
▲캐릭터를 많이 고려했다. 여성스러운 모습이 보이지 않길 바라서 터틀넥으로 목선도 의도적으로 가렸다. 전문성은 살리고 오수연의 색깔은 잃지 않으려고 팬츠·수트 차림으로 주로 나온다. 활동성 있는 여자라면 단화를 신겠지만 오수연은 욕심이 많고 본분을 잃지 않으려는 사람이기에 흐트러짐 없이 하이힐을 신었다.


처음 감독님과 미팅했을 때는 내가 머리를 기르고 있었는데 감독님은 긴 머리를 좋아했다. 하지만 전문직 여성이고 큐레이터라면 뭔가 딱 떨어지는 모습이면 좋겠다 싶어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커트를 하고 갔더니 나 없을 때 머리를 붙이는 게 어떻겠냐고 스태프들에게 물어봤다고 하더라. 하지만 의상을 챙겨 입고 난 뒤에는 단발머리에 만족했다.


-영화 속에서 하이힐을 신고 당당하게 걸어가는 장면이 오수연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보였다.
▲평소 하이힐을 신지 않기 때문에 걸음걸이가 어색할까봐 많이 걱정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뒤 많은 관객들이 당당해 보인다고 칭찬을 해줘서 다행이다 싶었다.


-극 중에서 오수연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서 문제가 된다. 수애 개인에게 나름 엄격한 선이 있다면 그건 어떤 부분인가?
▲넘지 말아야 할 기준이 많긴 한데 내 경우 관계에서 특히 중요하다. 나는 소수의 친한 이들과 오래 잘 가는 편이다. 그래서 친하니까 하는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항상 조심한다. 부모자식 간의 관계도 그렇고 같이 일하는 스태프와도 그렇다. 나를 위해 애써주는 분이긴 하지만 정도를 넘지 않으려고 많이 생각한다. 내가 그런 것을 알고 있는 배우인 동시에 사람이면 좋겠다.


-연기를 하면서 성취감을 느낄 때가 있을 텐데, 어떤 때 그런 감정을 느끼나?
▲전형적인 대답같지만 항상 작품을 할 때마다 성취감을 느낀다. 나는 촬영할 때 의심을 많이 하는 편이다. 김독님을 믿지만 연기하는 나 자신도 의심하고, 심지어 감독이 오케이 사인을 한 뒤에도 이게 최선인가 의심할 때가 있다.


그런 과정을 거쳐 한 작품씩 끝낼 때마다 성취감이 든다. 나에게 가장 힘을 주는 사람도 나 자신이고, 나를 가장 많이 격려해주는 것도 나다. 후회 없이 하기 위해 현장에서 많이 달리고 채찍질도 많이 한다.

 

“따뜻한 다큐 해보고 싶다”


-오수연은 굉장히 적극적으로 기회를 찾아가는 인물이었다. 실제로는 어떤가? 물론 이번 작품을 박해일씨에게 추천한 것만 봐도 좀 적극적인 편일 것 같은데?
▲전반적으로 소극적이다. 내게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는 성격이다. 내가 나를 잘안다. 자연스러운 게 가장 좋다고 보기에 어떤 기회가 주어졌을 때 마구 달리는 편이지 억지로 기회를 잡으려고 하는 편은 아니다.


-혹시 지금 당장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건, 따뜻한 다큐멘터리에 대한 갈증이 있다. 큰 감동 없이도 소외 받은 이들의 일상을 소소하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


-‘제2의 수애’라는 수식어가 붙는 후배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그런 후배들을 볼 때 어떤 생각이 드는가?
▲그런 말이 있다는 게 참 감사할 뿐이다. 그래서 눈여겨보게 되기도 하고 그 시절의 나를 돌이킬 수 있어서 자극을 받게 된다. 더 잘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배우가 된다는 건 좋은 일이다. 후배 관객들에게 기억된다는 건 멋진 일이다.


한편 변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상류사회’는 각자의 욕망으로 얼룩진 부부가 아름답고도 추악한 상류사회로 들어가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수애와 박해일이 주연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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